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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286화

85장 환원(2)

프론디어는 마나결정을 먹은 즉시 느꼈다.

‘으윽……!’

처음에는 몸 속에 물방울 하나가 들어앉은 것 같더니, 곧 해일처럼 범람해 몸 안에 퍼져 나갔다.

본래부터 그의 마나였던 결정. 그것을 다시 삼켰을 때는 드래곤 하트와 달리 몸의 무언가를 잃어가는 느낌이 없었다.

단지.

“아텐! 물러서!”

프론디어는 외쳤다.

지금 아텐의 거리, 이미 뒤로 걸음을 옮긴 아텐이었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이대로면 휘말릴 위험이 있었다.

콰직! 콰지지지직!

프론디어는 손을 뻗었다. 그 앞,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마나가 몸 밖으로 뻗어 나가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여기선 안 돼.’

프론디어는 빠르게 판단하고 하늘 위로 도약했다.

“총장님! 정해진 대로 움직여 주세요!”

그 사이 오스프리트에게 말을 건네는 것도 있지 않았다. 오스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 또한 움직였다.

부웅!

하늘 위, 벨페고르와 비슷한 높이까지 올라온 프론디어.

마나 결정은 그의 생각보다도 지나치게 효과가 좋아, 마치 본래 프론디어의 마나인 것처럼 자리를 잡고 끝도 없이 불어났다.

문제는 프론디어의 그릇이 그만한 용량을 담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릇에 계속 담기는 물은 곧 넘쳐흐르듯이, 지금 프론디어의 용적을 벗어난 마나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주위의 공기를 태웠다.

문제는 지금 넘치는 게 그저 물이 아니라, 마나라는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마나가 대폭발을 일으킬 거야.’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만들어낸 비책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폭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 당장에 그의 용적을 넓힐 수는 없으니, 새어 나가는 마나를 어떻게든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마나가 넘친다고 무작정 소비할 수는 없어. 놈을 이기기 위해선……!’

벨페고르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마나 소비는 위험하다. 벨페고르라면 그 틈을 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터.

무엇보다.

“어이.”

벨페고르의 시선이 프론디어에게 닿았다.

“언제까지고 기다려 줄 것 같나.”

“……!”

프론디어는 벨페고르와 눈을 마주친 순간 느꼈다.

대죄, 나태.

그의 힘이 또 한 번 프론디어의 몸을 잠식했다.

“으윽……!”

“견뎌내는 것은 놀랍지만, 네놈에게 아무 대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

벨페고르의 차가운 시선이 프론디어를 내려다본다.

“어디, 나의 대죄를 견뎌내면서, 그 터무니 없는 마나를 제어할 수 있을까?”

“그래서 기다렸구나……!”

“그래. 네놈이 멍청한 짓을 저지를 테니.”

말하는 와중에도 무게를 더해가는 나태. 프론디어는 이를 악물었다.

나태의 힘은 정신 뿐만 아니라 육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황제가 쇠약에 걸린 것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듯이, 실제로 근육과 신경이 굳고 사고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제기랄, 생각보다도 말도 안 되는 마나야.’

프론디어 스스로 자신의 마나를 모았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마나가 차오른다. 이것이 시너지인가? 단순한 플러스 계산을 오버할 것이라고는 여겼지만 프론디어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벨페고르의 방해는 예상했는데, 정작 자신이 만들어낸 마나 결정의 효과를 예상하지 못하다니, 이 무슨 추태인가.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스파크는 거세진다. 벨페고르는 대죄만 가할 뿐, 프론디어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건 대죄를 사용한다는 자존심도 물론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마나 폭발을 걱정하는 것이겠지. 지금 프론디어에게 접근했다가 괜히 폭발에 휘말린다면 벨페고르도 위험하다. 이미 상당한 대미지를 입었으니까.

‘게을러 터졌구나……!’

그저 가만히 견뎌내기에도 쉽지 않았던 나태. 그것을 마나를 제어해 내면서 해야 한다.

나태에 잠식되는 몸은 그야말로 졸음을 닮은 죽음을 원한다.

“……하하…….”

그때 프론디어가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벨페고르는 이미 지독하게 프론디어를 겪었기에, 그 웃음부터가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또 뭐가 그리 웃기지?”

“아니, 그저.”

—제 나태함의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참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빙의한 뒤의 프론디어의 삶이 꼭 그와 같았다.

멸망할 것을 알고 있는 세계. 인간늘보라 불렸던 프론디어.

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죽는다. 조금이라도 성장하지 않으면, 퀘스트와 이벤트를 회수하고, 무기와 스킬을 맞춰 나가지 않으면.

그야말로 나태는 곧 죽음. 프론디어는 나태의 가면 속에서 다가오는 절벽을 내달리면서 살았다.

처음에는 빙의 이전의 프론디어의 죗값을 대신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아마 프론디어가 아닌 누구에게 빙의했어도, 그는 마찬가지로 움직였겠지. 설령 게임의 주인공인 아스터로 빙의했어도, 그는 또 쉼 없이 뛰었을 것이다.

그래서 프론디어는, 이 긴 시간 끝에서 스스로에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그 어느 누가 되어도 프론디어는 뛰었을 테지만.

멸망할 세계를 구하기 위한 발버둥은, 프론디어 드 로아흐가 아니어도 되었겠지만.

“……내가.”

프론디어라 다행이야.

—늘 혼자 싸우는군요. 인간늘보 프론디어.

—제가 말했잖습니까. 제 목숨을 다해 당신을 지킬 거라고.

—로아흐 기사단! 프론디어의 앞길을 열어라!

—프론디어! 내 가문으로 들어와라!

—나는 너에게 용서받고 싶었구나. 꿈에서까지 너를 만들어, 너에게 그 한마디를 들으려고.

—운명을 믿지 않아서, 나도 믿지 않는 거야?

—잊지 말아요. 저는 항상 당신의 뒤를 따라갈 거예요.

이 세계에 들어온 순간을 기억한다.

프론디어라는 이름으로 불려 그게 대체 누구인지 머리를 굴렸던 때가.

그 정체를 깨닫고 인간늘보라 불리는 무능력한 캐릭터임을 알고 절망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긴 시간을 지나고 나서.

프론디어에게 무엇이 있는지, 어떤 가능성으로 바뀔 수 있는지, 그의 주위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나면.

결국 프론디어이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으므로.

—다루어내라.

—내 동생이 한낱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나태 또한, 그렇지.”

형만한 아우가 없는 법이야.

프론디어는 흑련을 쥐었다.

본래 흑천을 조절하기 위해선 언제나 아대를 조작해 왔던 그였지만.

“조절할 틈 따위는 없겠어.”

콰득!

어딘가 그리운 느낌으로, 프론디어는 흑천을 쥐어 부수었다.

콰아아아아아——!!

그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흑천, 마치 댐이 터진 강물처럼 쏟아져 내린다. 헬하임의 파편은 거의 호수에 비견되니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프론디어는 쏟아지는 마나를 흑천 전부에 불어넣었다.

순간, 그의 압도적인 마나는 흑천 전체를 전부 뒤덮을 듯이 되어, 본래 ‘헬하임의 마나’로 움직였던 흑천이 기묘한 형상으로 변화했다.

“……뭐냐, 저것은.”

그것을 본 벨페고르의 나지막한 울림.

프론디어 본인의 마나와 흡수한 헬하임의 마나가 비등한 대치를 이루었다. 프론디어는 흑천 전부를 자신의 몸 주위로 둘러쌌다.

그것은 그의 몸을 뒤덮고, 등 뒤로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마나가 양옆으로 뻗어 나가 날개처럼 변했다.

“직조가 금지되었다 했었지.”

말한 뒤 프론디어는 오른손을 뻗었다.

“그렇다면 신들은 이마저도 예상하는가?”

직조(織造)

흑천(黑川)

메노소르포

동시 전개

헬하임의 마나가 흑천을 움직이고, 프론디어의 마나는 메노소르포를 가동한다.

등급 – 전설

엑스칼리버∙알파

설계의 모양을 갖추어내는 물질 흑천, 마나의 허상을 실제로 구현하는 메노소르포.

둘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검을 프론디어는 한 손에 쥐었다.

콰아아아아—!!

그저 쥐기만 했을 뿐인데 태풍처럼 밀어닥치는 바람.

프론디어는 엑스칼리버의 선명한 색채를 벨페고르의 앞으로 향했다.

“달라진 걸 알아보겠나?”

프론디어의 질문에 벨페고르는 말을 잃었다.

달라진 것?

오히려 같은 것이 겉모습 뿐이다.

‘……저 검, 영웅 아서왕이 쥐었을 때의 검이다.’

이제 저 엑스칼리버는 그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무기가 아니다.

전설, 신위의 검들은 무기 자체의 특성 또한 강력하지만, 누가 쥐었고 어떤 이야기를 끌어나갔는지에 따라 그 영향력을 달리한다.

지금 프론디어가 쥔 검은 그 서사를 모두 머금은 채 존재한다. 필시 사전 그대로 ‘완전한 엑스칼리버’.

“……네놈이 쥐기엔 벅찬 물건이구나.”

벨페고르의 눈이 가라앉는다.

아서왕이라면 모를까, 프론디어의 검술을 그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벨페고르는 말했다.

“닿지 못하면 그만이다.”

“……그런가.”

하지만 프론디어는 애초에 검사가 아니다.

직조(織造), 흑천(黑川)

등급 – 주역신위(主役神位)

묠니르

프론디어의 왼손에 또다시 태어나는 묠니르. 벨페고르는 그 광경을 질린 듯이 보았다.

“피해봐라, 나태의 악마.”

양손에 말도 안 되는 무기를 쥔 프론디어. 게다가 마나는 처음보다 더욱 강맹해졌다.

게다가.

‘……저 엑스칼리버에 그 말도 안 되는 마나를 전부 담고 있구나.’

프론디어는 이번 일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듯, 성장한 마나 대부분을 엑스칼리버에 집어넣고 있었다.

마나를 먹은 만큼 폭발적으로 강력해지는 검이라지만, 저 정도의 마나를 담으면 엑스칼리버의 그릇조차 깨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프론디어는 스스로 알고 있다. 본인의 무력이 벨페고르에 미치지 못함을.

신의 무기든 전설의 무기든, 아무리 대단한 무기라도 쥔 자가 형편 없으면 화려한 장신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프론디어는 언제나 벨페고르에게 선택을 하게 만든다. 아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 개념이 아예 다르다.

저 엑스칼리버는 절대 맞아선 안 된다. 묠니르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엑스칼리버는 닿는 즉시 끝장이다. 그건 단순한 위력의 문제가 아니라, ‘영웅’의 검인 엑스칼리버는 ‘악마’인 벨페고르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프론디어가 달라진 것을 알아보겠느냐 하는 것은, 도발인 동시에 협박과 같다. 이전의 엑스칼리버와는 명백하게 다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아까의 마나 검기인가.’

벨페고르는 긴장을 굳혔다.

사방에서 쏟아진 프론디어의 검기. 묠니르와 엑스칼리버의 조합으로 쏘아낸 검기는 주의해야 한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고속으로 쏘아지는 검기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프론디어는 자기와 무관한 곳에서 무기를 만들어서 검기를 날릴 수 있으니, 시야가 전체를 살펴야 한다.

‘……이놈이라면 인류의 다음 영웅이 되어서…….’

벨페고르의 머릿속으로 순간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아니, 부질없는 생각이다. 설령 프론디어가 진정 영웅이라 한들.’

곧 저어내 털어버리고 만다.

“오냐! 상대해 주마! 나를 막지 못하면 모든 저항의 의미 없다!”

벨페고르가 양손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순식간에 마법으로 완성되어 한손에는 푸른 불꽃이, 다른 한손에는 그의 오러가 불어넣어진다.

사이벨의 ‘꽃잎’처럼 합쳐내는 짓은 못하더라도, 벨페고르에게는 동시 운용이 가능하다.

“나를 죽여봐라! 프론디어!!”

그의 불꽃은 그가 지닌 마력의 집합이다. 프론디어가 검기를 쏘아내더라도 팔 하나를 잃고 흘려보낼 수 있다. 물론 중상이지만, 남은 한 손이 프론디어의 생명을 도려낼 것이다.

“……흡!”

그리고 프론디어의 검기를 주의하던 벨페고르를 향해,

프론디어는 양손에 무기를 든 채 돌진했다.

검기 같은 건 없었고, 등장한 것은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육탄 돌격.

‘뭐냐, 이건! 아까처럼 허공에 무기들로 견제할 생각이냐!’

벨페고르는 순간 생각했으나, 허공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프론디어는 무기로 만들 마나마저 전부 엑스칼리버에 담아낸 듯, 엑스칼리버는 비합리적이라고 설명될 정도의 거대한 응집을 담아낸 채 그에게 다가온다.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

프론디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벨페고르에게 도박을 걸 셈이다.

왼손에는 묠니르, 오른손에는 엑스칼리버.

자아.

이번에는 어느 쪽일까.

“이 더러운 새끼가!!”

벨페고르는 정확한 표현을 외쳤다.

프론디어는 영웅이 아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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