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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7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287화

85장 환원(3)

퀴니에가 임무를 위해 떠나고 난 뒤.

황궁 회의실은 모두가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 되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보고와 방벽의 어지러운 상황. 마물과의 싸움, 방벽 위를 넘어오려는 만곶, 만곶의 목자와 콘스텔 교사의 대치, 거기에 만곶으로 넘어선 오스프리트와 콘스텔의 학생들. 이미 상황은 어지럽다 못해 제국 전체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빨려든 것 같다.

그사이 필리가 조용히 말리아에게 다가왔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을 풀고 친근한 미소를 말리아에게 보낸다.

“말리아, 전이는?”

친구를 대하듯 편해진 필리의 말투.

친구를 대하듯이라기보다, 실제로 둘은 아주 예전부터 친구였다. 공적인 자리에선 그 사실을 감추고 있지만, 바르텔로와 앙페르라는 각자의 남편에 대해 둘은 묘한 동병상련을 느꼈기에, 가까워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필리는 만날 때마다 말리아를 반가워하지만, 콘스텔 같은 곳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말리아는 곤란해질 뿐이다.

필리의 질문에 말리아가 잠깐 눈동자를 딴 데 두다가 말했다.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여전히 존칭이네. 우리 사이에 섭하게.”

“여기는 황궁입니다, 전하.”

그건 그렇지. 필리가 웃었다.

말리아는 오스프리트의 공간 마법으로 문을 넘어선 콘스텔 일행의 모습을 확인했다.

가파르게 성장한 학생들은 시체의 군대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용맹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중 몇몇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콘스텔은 말리아가 걱정하던 것보다 훨씬 레벨이 높았다.

“퀴니에 씨는 임무를 위해 나섰고, 이제 남은 것은 프론디어뿐이네.”

프론디어와 필리, 말리아, 오스프리트 등등이 고안한 이번 작전.

그러나 그 모든 작전의 전제는, 결국 프론디어의 승리다.

만곶이 수장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이 전쟁을 끝냈다고 할 수 없다.

“말리아, 안색이 좋지 않아.”

필리가 말리아의 얼굴을 확인하곤 걱정스레 물었다.

실제로 말리아는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호흡도 조금 불안정하고, 침착하려 애쓰는 듯 보이지만 표정은 딱딱하다.

“프론디어가 걱정되는 거지?”

“당연하잖아.”

말리아는 즉답했다. 존대를 놓고 필리를 향해 올곧은 시선을 향한다.

“내 아들이 악마와 싸우고 있어.”

“……응.”

필리가 잔잔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프론디어는 자신이 상대할 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벨페고르와 만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야?”

“벨페고르라고 확신했는지는 몰라도, 악마를 만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렇기에 직접 나선 거야.”

프론디어가 제국에서 가장 강한 인물은 아니다.

다만 만곶이 체크하지 않은 인물 중에선 틀림없이 가장 강할 터.

그렇기에 제국이 쏘아내는 창으로서 프론디어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제국이 만곶의 수장이 누구인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모두는 만곶의 수장이 조디악과 실력이 엇비슷할 거라 여겼어. 그렇기에 프론디어를 보낼 수 있었지. 프론디어의 실력이 조디악에 비견할 거라는 믿음 때문에.’

프론디어의 힘이 미증유인 것은 만곶 뿐만 아니라, 제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프론디어에게 기대를 걸 수 있었다.

그러나.

‘……하지만 악마라니.’

말리아는 프론디어의 시야를 공유하기에, 그가 만난 적이 누구인지를 보았다.

나태의 악마, 벨페고르.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말리아는 당장이라도 프론디어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었다. 당장 돌아오라고.

하나 그럴 수 없었다. 프론디어가 그녀의 말을 들을 리 만무하며, 정말로 프론디어가 물러나면 이 작전의 전체가 무너지는 꼴이니까.

“하지만 프론디어는 잘 버텨주고 있잖아?”

필리가 물었다. 말리아는 프론디어의 곁에 있던 오스프리트의 시야를 통해 프론디어의 모습을 잠깐 확인했다.

“……괴물이 되어 있어.”

흑천을 전부 꺼내 몸에 두르고, 그것도 부족해 날개처럼 허공 전부에 펼친 프론디어. 그 모습은 괴물이라 부르기에 손색 없었다.

“악마를 무찌르기 위해선 괴물이 되어야겠지.”

“……제가 보기엔 일부러 하이리스크의 심리전으로 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번에 실패하게 되면.”

말리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에 필리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덧붙이려 할 때.

“폐하!”

누군가 긴급히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병사는 들어오자마자 바르텔로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바르텔로는 주위의 보고를 종합한 필리의 이야기를 듣고서, 최종 결정을 내리며 전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이 전쟁이 발발하기 전, 바르텔로는 긴급한 보고는 즉각 자신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일이 중간 단계를 거칠 시간이 없었기에.

“말하라.”

바르텔로가 병사에게 말하자, 병사는 긴급히 고했다.

“큰일입니다! 황궁 무기고에서……!”

물론 그의 보고는 말리아와 필리의 귀에도 들렸고.

둘의 눈동자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커다래졌다.

* * *

프론디어의 쥔 양손의 무기, 그 둘 다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비겁한 놈……!’

악마가 할 소린 아니었으나 벨페고르는 치를 떨었다.

분명 그 십자포화가 날아올 거라 여겼다. 프론디어가 가장 ‘안전’하게 벨페고르를 가격할 수 있는 수법이다. 물론 위력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벨페고르는 양손에 그것을 대처할 수 있는 마법을 준비했다. ‘불꽃’은 프론디어의 검기를 막아낼 수 있는 방패고, 오러는 그 심장을 꿰뚫을 창으로써.

프론디어의 십자포화는 굉장히 강력하지만, 검의 자루를 망치로 내려친다고 하는 굉장히 큰 동작을 요구한다. 어마어마한 마나 손실은 덤이다.

그 거대한 빈틈을 벨페고르는 분명히 확인했다. 그렇기에 그의 불꽃이 프론디어의 검기를 흘리고 팔 한쪽을 잃는 대신, 남은 한 손이 프론디어를 죽일 확신이 있었다.

하나 프론디어는 오히려 양손의 무기를 들고 벨페고르에게 달려들었다.

마법을 취소할 시간은 없다. 그런 짓을 하는 도중에 저 검에 썰려 나갈 것이다.

‘여기서.’

골라라.

엑스칼리버와 묠니르.

악마의 불꽃이 흘려 보내야 할 것은 어느 쪽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막아내야 할 것은 엑스칼리버다.

묠니르가 신의 망치이긴 하지만, 지금 프론디어는 마나 결정을 삼키고 폭등한 마나 거의 전부를 엑스칼리버에 실었다. 하나의 일격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 엑스칼리버의 상태는 벨페고르 한 명뿐만이 아니라 ‘대륙’의 관점으로서 위험하다.

묠니르의 일격에도 엄청난 대미지를 입겠지만 엑스칼리버와 견줄 바는 아니다.

그렇기에.

‘네놈이라면!’

쉬익!

벨페고르는 묠니르를 노리고 불꽃을 휘둘렀다.

모든 힘을 한 점으로 집중한 엑스칼리버. 그러나 그렇기에 프론디어라면 분명 묠니르를 휘두를 것이다. 엑스칼리버는 묠니르를 감추기 위한 블러핑.

그리고.

“크아악!”

그 생각은 적중했다.

프론디어는 엑스칼리버가 아닌 묠니르를 휘둘렀고, 그것은 벨페고르의 불꽃에 의해 그의 손을 타고 빗나갔다. 벨페고르의 푸른 불꽃은 그저 화염이 아닌 에너지의 응집.

그 무수한 불길의 흐름을 이용해 대부분의 것을 흘려보낼 수 있다. 게다가 닿은 상대에게는 어김없이 푸른 불꽃이 먹어 치운다.

묠니르는 빗나갔고, 프론디어는 묠니르를 놓쳐 왼손은 불꽃이 붙어 타오른다. 프론디어 또한 헬하임의 마나와 본래의 오러를 이용해 견뎌내지만, 악마의 불꽃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자, 다음!’

자세가 무너진 프론디어, 아직 엑스칼리버를 쥐고는 있으나 벨페고르를 베기엔 여의치 않다.

벨페고르의 시선이 엑스칼리버에게 향한다. 그의 오러가 섬뜩한 살기를 뿜는다. 이대로 프론디어의 목을 벨까? 아니지, 이놈이라면 동귀어진마저 노렸을지 모른다.

저 팔을 베어라. 목을 베는 것은 그다음!

벨페고르가 손날을 세운다. 그것 하나가 어설픈 명검은 미치지도 못할 예기로 넘실거린다.

그의 손날이 프론디어의 팔을 날리려던 순간.

까—아—앙!!

“?!”

벨페고르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순간 시야가 하얗게 일변했다. 머리를 습격하는 고통은 그 뒤에 찾아왔다.

점멸하는 시야에서 이를 악물고 상황을 확인한다.

무엇이 일어났지? 그래, 프론디어의 짓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한 수를 숨겨두었나. 그의 등 뒤로 뭔가 직조해서 머리를 후려친 것이 분명하다.

감히.

벨페고르의 눈에 핏발이 선다. 잠깐 타이밍이 어긋났지만 상관없다. 엑스칼리버라는 하나의 수만 남은 프론디어에게는 그를 이길 방법이 없다.

‘놈의 마나는 전부 엑스칼리버에 담겨 있다. 저것만 피하면 돼!’

그렇게 벨페고르가 프론디어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

처억-

“……뭐.”

프론디어의 왼손은 여전히.

묠니르를 쥐고 있다.

‘뭐지, 그럴 리가…….’

묠니르를 다시 만들 만한 마나가 없을 텐데.

있다고 하더라도, 직조에는 그만한 시간이 걸릴 텐데.

“……네놈, 그것은.”

콰직, 콰지지지직!

마치 벨페고르의 음성마저 집어삼킨 듯, 별안간 닥쳐온 번개가 벨페고르를 마비시킨다.

꽈르르르릉!!!

돌연 하늘에서 닥쳐오는 벼락.

묠니르를 그 벼락을 전부 삼켜, 프론디어가 펼친 흑천의 날개 전체를 타고 오르며 다시금 웅웅대었다.

——묠니르를 조종한다는 것은, 그의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건, 진짜잖아.’

흑천도, 메노소르포도, 그 조합도 아닌.

‘묠니르’가 프론디어의 손에 쥐어졌다.

우드드드득!

흑천의 날개가 흩어져 날아오른다. 번개의 힘을 담은 검은 물결이 프론디어의 오른손, 엑스칼리버에 모여든다.

“……네놈은 뭐냐.”

마비된 벨페고르는 그저 소리만 뱉을 뿐이다.

어째서 푸른 불꽃을 맞은 왼손으로 버티고 있느냐.

어째서 직조가 아닌 묠니르를 그 손으로 쥐고 있느냐.

어째서 묠니르가 네놈 따위를 따르고 있는 것이냐.

영웅도 아닌 네가.

네놈은 아무것도 아닐 터인데!

“대체 뭐냔 말이다!!”

프론디어의 차가운 시선이, 전류와 불꽃을 눈앞에 둔 채 벨페고르를 내려다본다.

벨페고르가 묻는 바를 알고 있어도,

프론디어는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다.

* * *

“흐음, 여기가 좋겠군.”

퀴니에 드 비에트는 황궁 근처의 높은 첨탑 위에 올랐다.

시야가 드넓긴 해도, 물론 여기서는 어느 위치의 방벽도 보이지 않는다. 퀴니에가 높이 올라온 것은 방벽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퀴니에에게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임무가 준비되어 있다.

“돈이 많이 들긴 했어도.”

퀴니에는 기사가 되었으나 본래는 돈을 움직이는 상인이다. 그녀는 통찰력과 인맥으로 가문을 다시 세웠다.

이제는 다시 일으킨 것만이 아닌, 마공품 회사 ‘히치콕’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비에트 가문.

콘스텔의 습격 때도 그러했듯이, 퀴니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수많은 인맥이 있다.

“자, 준비됐으려나?”

퀴니에는 폰을 들어 말리아에게 연락했다. 신호를 받기 위함이다.

“……어머, 그래요? 지금?”

말리아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퀴니에는 화색이 된 얼굴로 되물었다.

전화를 끊고, 퀴니에는 기대감 어린 얼굴로 품에서 꺼낸 리모콘으로 버튼 하나를 누른다.

그러자.

부우웅!

제국의 하늘 위에, 거대한 홀로그램이 올라온다.

이것은 말리아의 시야 공유를 마나로 연결한, ‘위저뷰’의 응용.

말리아가 보고 있는 각 인물들의 시야를 채널로 나누어놓는 마공학이다.

아직은 하나의 채널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만, 기술이 발전되면 차차 나아질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 싸우는 바보짓을 할 순 없으니.”

프론디어는 지금 제국이 상황을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해 있다.

그가 만곶의 수장을 무너뜨린다면, 그것으로 전쟁은 종료되어야만 한다. 그 이후의 희생은 무의미하므로.

……다만 이것은, 프론디어에게 전한 사항이 아니다.

부채를 펼친 퀴니에의 웃음은 그야말로 악마적이다.

“그래도 모든 이들에게 이 싸움의 종료를 알려야 하잖니.”

화낼 거 아니지? 프론디어.

팟!

곧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프론디어의 모습.

퀴니에는 그야말로 방청객이 되어, 반짝이는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채널은 이미 방벽 전체에 설치되어 있어, 그곳에서 싸우는 모든 이들이 이 화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네놈은 뭐냐.]

먼저 들려오는 목소리는, 회색 머리칼의 악마.

벨페고르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제국 전역에 울려퍼진다.

[대체 뭐냔 말이다!!]

그리고 프론디어는 위저뷰가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거대한 마나의 응집을 담고, 묠니르를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아직도 모르나!!]

검은 물결이 그의 엑스칼리버를 휘감는다.

번개가 물결 전부를 타고 흘러 그의 눈앞에 빗발친다.

외치는 프론디어의 목소리마저, 오러에 웅웅대며 공기를 태웠다.

[나는—]

신의 망치가 영웅의 검의 자루 끝을 내려치고서.

[프론디어 드 로아흐다—!!]

콰아아아아!!!

쏘아진 검기는, 흑천에 물들어 검은 빛을 발하고.

악마의 가슴에 직격해 천공에서 지상으로 떨어뜨린다.

“……앗!”

그 직후 위저뷰의 화면이 꺼졌다.

마공품에 아직 손 볼 것이 있는지, 너무 거대한 마나 폭발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그래도 뭐.”

퀴니에는 양손에 허리춤을 대고 만족한 듯이 끄덕였다.

“이게 제국의 선언이지.”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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