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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8

286. 약혼 Ep – 부고

“아빠였을 거야.”

돌아오는 길에 레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안타로프 협곡 아래, 신비로운 사원에서 자신을 쳐다본 게 데호르만이라고 믿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아빠였던 게 분명해. 아빠가 내게 검을 선물해주신 거야.”

주워온 검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중얼거리기에 레이는 고개를 끄덕여줄 수밖에 없었다.

우릴 쳐다본 사람이 실제로 누구였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레라가 위안을 받았다면, 그걸로 족하다.

레라는 올 때와 비교해 훨씬 밝은 모습이었고, 두 사람은 말을 나란히 거닐며 그간 꽉 막혔던 잡담을 띄엄띄엄 주고받았다. 숙영지로 돌아가는 길, 마지막에는 살짝 손을 잡기도 했다. 그런데 숙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에 누군가가 튀어나와 둘의 단란한 시간을 빼앗았다.

“찾았습니다!”

“이 자식들! 잠깐 산책하고 오겠다더니, 어딜 싸돌아다니다가 오는 거야?”

횃불을 든 기사였다. 그에게 잡혀 오니 숙영지는 벌써 철거되어 없고, 기사들은 출발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죠?”

기사단장에게 뻔뻔하게 되묻는 레이 덱스터. 아르펜이 눈을 못마땅하게 흘기며 말했다.

“교회에서 답장이 왔어.”

“교회에서요? 아, 자코브 모드레드 백작한테서 답장이 왔다는 거군요. 뭐랍니까? 관문을 열어 준답니까?”

오늘 도착했는데, 야밤에 이게 뭔 일이냐. 지금밖에 관문을 못 열어줘서 얼른 통과해야 한다는 줄 알았지만 아르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친구랑은 연락하지도 못했어. 자코브가 반역 혐의를 받았다는군. 한데 녀석이 혐의를 부인하지 않고 도주하는 바람에 마누비울이 발칵 뒤집혔다네. 지금 그쪽 왕자랑 기사단의 움직임도 수상한가 봐. 무슨 일인지 대강 짐작이 가지?”

“이런… 할파스가 선수를 쳤군요. 왕자는 눈치를 챘고요.”

“그런가 봐. 아무튼 그래서 관문을 통과하기가 어렵게 됐어. 당장 출발할 거니까, 너희도 짐 싸.”

“뭘 어쩌시려고요?”

아르펜이 말을 타고 도열한 기사들을 돌아보며 답했고, 레이는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긴. 뚫어야지.”

* * *

관문이 공격당하면 그에 대응하는 군대의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낮이면 봉화가, 밤이면 신호탄이 터진다. 관문에 상주하는 사제를 통해 관문이 공격받았다는 통신이 해당 국경을 수호하는 변경백에게 전해지고,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군대가 소집된다.

그리고 관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무역을 중계하는 도시가 있기 마련인데, 국경과 가까운 도시에는 국방을 위해 계약된 마법사가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 말인즉슨, 통과하겠답시고 기사단이 관문을 공격하면 마법사가 포함된 군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다. 변경백이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기사는 덤이다.

해서 레이는 우려를 표했다.

소드마스터가 둘이나 있고, 아스틴 왕국의 최정예인 제1 기사단이 작정한다면 변경백이 급파한 병력쯤이야 어떻게든 물리치겠지만, 그 이후도 문제고, 전력 손실이 심할 터였다.

레이는 할파스를 상대하려면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데 아르펜은,

“뭐래.”

“…제가 오해했군요.”

당연하다는 듯이 관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 길을 멀리 돌아서 국경을 몰래 뚫고자 하였고, 아스틴 왕국 국경 수비대의 도움을 받아 방비가 가장 소홀한 길을 안내받았다. 결과적으로 기사단은 아스터 왕국의 부패한 레인저 대장에게 뇌물을 먹여 국경을 넘었다.

…아니, 이럴 거면 멋있는 척은 왜 한 거야. 기사들을 딱 돌아보면서 뭘 뚫겠다는데, 오해하지 않고 배기겠냔 말이다.

아르펜은 보기보다 머리가 좋았다.

지략가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험상궂은 외견에 비해 머리를 굴릴 줄 알았다.

자기를 깜박 속인 건… 에이 뭐, 그냥 그랬다 치고, 어쨌거나 문제를 잘 해결하였기에 레이는 그를 달리 보았다.

아니, 달리 보려 하였는데…

“으핫핫핫핫! 설마 내가 관문을 공격할 거라 생각했어? 사람이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이 몸은 말이야 소싯적부터…”

그는 과한 잘난 척으로 자신의 평판을 스스로 깎아 먹었다. 레이는 그가 정말이지 귀족답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레라와 레이, 아르펜과 그의 기사들은 국경을 넘은 이후에도 길을 서둘렀다.

관문을 피해 돌아오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타국이라 역참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말의 체력에 맞춰 느릿느릿 진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쌩쌩한 말은 세상에 없…

– 히잉!

…지는 않고, 레이가 소환한 쿠스는 아침이면 멀쩡해졌다. 덕분에 레라는 그녀의 형편없는 기마술로도 낙오하지 않고 기사들과 발맞출 수 있었다.

바르나울에서 출발한 이래 한 달이 넘는 강행군으로 그들은 어느덧 아스터 왕국의 수도 마누비울 근방에 다다라 있었다.

긴 여정이었지만 말의 상태를 관리하면서 본인들의 체력도 아꼈기에 기사들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어서 아르펜이 따끈한 김이 오르는 어느 온천에서 기사들을 멈춰 세웠다.

“여기서 하루 쉬었다 간다. 말부터 씻기고, 몸들 풀어.”

야호! 환호성이 터졌다.

기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갑옷을 벗어 던지며 온천에 달려들었다.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아- 저리 꺼져.”

“젠장. 꼴에 여자라고…”

“죽고 싶냐? 좋게 말할 때 가라. 칼 들기 전에.”

기사단의 성비가 문제였다. 기사 중에는 여성이 많이 있었다.

마나를 받는 육체의 재능이란 게 딱히 성별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마법사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몸에 마나가 쌓이는 속도는 남자나 여자나 차이가 없었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재능에 따라 속도가 천차만별이라 여성이 남성보다 강한 경우가 흔했고, 이는 기사단의 성비로 직결됐다.

다만 그 비율은 7:3가량으로, 남자가 많았다. 마나 감응력이라는 극도로 희귀한 재능을 타고나는 마법사의 성비가 5:5로 같은 것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마법사들의 결론은 이랬다.

– “신체가 커다란 남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마나는 몸에 골고루, 치우치지 않게 쌓인다.”

거기에 재능에 따라 밀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왕국 기사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남부럽지 않은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물론 기사라는 게 신체만 뛰어나다고 될 수 있는 건 아니고 검술에도 재능이 있어야 해서 오차가 있겠지만, 이것도 왕국 기사까지 됐으면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검술 실력이 비슷하다면, 여기사가 육체의 재능에서 더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덩치에서 비롯된 우위를 밀도로 커버한 것이고, 이는 위로 갈수록 두드러졌다.

기사단장과 같은 최정상은 어쩔 수 없이 덩치 큰 남성이 차지하는 경향이 있지만(더군다나 기사단장은 주로 귀족 출신의 차지다. 영애들은 검술을 배울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카트리나처럼 뛰어난 여기사가 상위권을 많이 차지했다.

해서 숫자만 많았지 대체로 한 수 딸리는 남성 기사들은 직급에서 밀려 온천에서 쫓겨났다. 상황이 이러니 레이는 그냥 나중에 씻어야겠다 생각하며 레라를 먼저 들여보냈다.

“짜식들이. 꼭 주먹을 들어야 말을 들어요. 거기도 쬐끄만 게.”

“와, 봤어? 네가 내 꺼 봤냐고!”

“못 봤겠냐? 기사단 생활 하루 이틀 하나. 걱정하지 마. 우리 남편에 비하면 고추라고 할 수도 없어요. 꼴리지도 않으니까 알아서 잘 간수하시든가.”

꺄르르 웃음이 터지고, 온천에는 여자만 남았다. 가림막 같은 것 따위는 없지만, 그래도 같은 기사단 동료라 여기사들은 훔쳐볼 걸 걱정하지 않고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레라는 다소 수줍게 끼어들었다.

“그래서 있잖아, 우리 남편이 수도 근처에 땅을 샀는데, 우리 남편이 상인인 거 알지? 기껏 같이 돈 모아서 샀더니만, 장사 때려치우고 농사를 짓겠다지 뭐야.”

“정말? 언니 남편 농사는 지을 줄 알아? 농사도 힘들 텐데.”

“내 말이. 비리비리해가지곤 무슨 농사냐고. 내가 어이가 없어서. 사실 땅 사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어. 보나 마나 내가 밭 갈고, 김매고… 은퇴하면 개고생하게 생겼다니깐.”

“어? 거기는 크다면서.”

“거기만 커. 야, 남자는 허릿심이더라. 젊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별로야. 아- 나 좋다고 따라댕기던 걔랑 결혼했어야 하는데.”

“누구? 아, 그 준기사. 아냐 언니, 언니는 결혼 잘했어. 난 걔 싫더라. 얼굴만 번지르르해서 사람 고생시키는 타입이었다니깐.”

“맞다. 네 종자였었지? 그런가… 그래도 내가 결혼 잘했나?”

“그럼. 남자는 길게 보면 성실해야 해. 솔직히 그놈이 그놈이지만, 처자식 고생은 덜 시켜야지. 그럼 언니 남편은 아직 장사하고 있어?”

“응. 내가 농사는 절대 안 된다고 했지. 누구더라? 옛날에 밑에서 일했다는 상단주 아들이 상단을 꾸린다고 해서 작년 말에 같이 갔는데, 우리가 돌아갈 때쯤엔 와 있겠지.”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기사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레라는 혼자 우물쭈물 몸을 닦고는 나가려는데,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이름이… 레라셨나? 왜 혼자 있어요. 같이 얘기하고 그러지.”

“어… 전 기사단원도 아니고… 아는 분이 없어서요.”

“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이리 와요. 같이 놀게.”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었다.

다들 온천에 있는데, 혼자 나가는 것도 좀 그렇잖은가. 레라는 기사들 틈바구니에 끼어 말문을 틔워갔다. 나이가 가장 어린지라 그녀는 어느새 막내로 불리고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바르나울에서 싸운 말파스도 거론되고, 죽은 동료의 이름이 나왔다. 말이 없어진 그들은 “으휴.” 한숨으로 주제를 전환하였다.

주제를 돌리기에 신입의 이야기만 한 게 없다. “아 참. 막내는 어떻게 오게 된 거예요? 여태 물어보질 못했네.” 던져진 질문과 함께 시선이 쏠리자 레라는 좀 부끄러워져 팔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말파스한테 원한이 있어요. 그… 레이 말로는 말파스가 달아난 곳을 안다고 해서요.”

“아아. 단장님이 데려오신 그분 말씀이시구나. 그 사람 검술 실력이 엄청나던데… 그런데 두 분, 단장님의 제자인 게 아니었어요? 단장님이랑 대련을 자주 하시던데요?”

다른 기사가 물었다. 레라는 내가 그 아저씨 제자인가? 잠시 생각한 뒤에 답했다.

“그냥 가르침을 조금 받고 있어요. 제자까진 아니에요. 만난 지도 얼마 안 됐구요.”

“이야, 이거 재능이 대단한가 본데? 난 단장님이 누구 가르치는 거 처음 봤어. 막내는 토착민이지? 그래서 그런가 보다. 아, 이상하게 들렸다면 미안해. 그분이 워낙 제자를 들이기 싫어하셔서.”

레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래요?”

“응. 가르쳐달라 그러면 막 화내.”

“아유, 언니도 가르쳐달라고 했었구나. 저도 예전에 그랬는데, 엄청 노려보는 거예요. 저 와방 쫄아서 도망쳤다니까요.”

“하하하. 나도 그랬어. 아르펜 단장님이 좀 무섭지. 화도 많이 내고.”

“응? 아르펜 아저씨가 화를 많이 내요?”

“아저씨?”

“아저씨?”

기사들의 눈이 다시 쏠렸다. 레라는 내가 말을 잘못했나, 하긴 기사단장님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좀 무례한가 보다 생각하며 변명했다.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요. 본인은 상관없다고 하셔서… 제가 기사가 아니어서 그랬나 봐요.”

“하하. 막내가 토착민은 정말 토착민이구나. 나쁜 뜻은 아니야. 하지만 단장님은 귀족이라, 우린 그렇게는 못 불러.”

“맞아. 그리고 솔직히 귀족이 아니어도 아저씨라 부를 용기는 없지. 무섭잖아.”

하지만 포인트가 어긋나는 느낌.

레라는 아르펜이 왜 무섭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상급자여서 그런가 보다 생각한 레라는 말을 아꼈고, 주제는 빠르게 넘어갔다.

“야!! 언제까지 너희만 쓸 거야!!”

“내가 말했지. 저놈이 제일 먼저 지랄할 거라고.”

“킥킥킥. 진짜 그러네. 그런데 언니, 언니는 쟤 고추 언제 봤어?”

“못 봤어. 하지만 뻔하지.”

여자들은 박장대소하며 온천을 나섰다. 물기를 닦고 긴 여행으로 눅눅해진 옷을 도로 입은 그녀들은 화가 난 기사를 위아래로 흘기며 지나갔다.

“뭐, 뭐야?”

“아무것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지만 레라도 언니들과 함께 킥킥, 몰래 웃었다. 레라는 레이에게 해면 따위의 씻을 도구를 넘겨주었다.

“다녀와.”

“…응.”

레이는 그녀의 얼굴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결 밝아진 모습이라 그의 마음이 편해졌다.

남자들이 따끈한 온천물을 즐기고 나왔을 때는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어느 기사의 말마따나 여기사들이 근처 마을에 가서 먹을 걸 구해놓았고, 그들은 꽤 오랜만에 여유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자유시간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다. 레라는 레이와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

“기분 좋네.”

“그러게.”

레라가 맞잡은 레이의 손을 살짝 쥐었다. 굳은살로 거친 손바닥을 매만지던 레라는 온천물의 열기가 아직 남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아까 그 남자 고추 이야기가 나와서 그랬을까, 레이에게 키스했다.

“…기분이 정말 좋은가 보네.”

“왜, 싫어?”

“그럴 리가.”

“그럼… 조금만 더 할까?”

레라가 그를 끌어안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젠 우리가 섹스하건 뭘 하건… 둘 다 뭐라고 할 아빠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라도 남았지, 레이는 고아였다. 친척도 없는.

레라가 레이의 머리칼을 쓸고, 레이는 단단한 눈으로 마주 보았다. 다행히, 레이의 것은 작지 않았다. 되려 좀…

“으, 레이?”

“…큰일 났네.”

잠시 후, 온몸이 발갛게 달아오른 레라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쏜살같이 달려가는 레이를 쫓았다.

갑자기 왜 저래 ─ 다소 몽롱하게 생각하는데, 아르펜에게 달려간 레이가 다급히 말했다.

“당장 출발해야 합니다.”

“음? 어째서?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이제 코앞인 데다가, 하루는 쉬어줘야…”

상황을 살피고자 줄곧 유지해온 {추적술}이 방금 끊어졌다. 레이는 고개를 저으며 귓속말했다.

“자코브 모드레드 백작이 죽었습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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