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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8

< 백기사 (3) >

인터넷은 현대 사회에서 여론의 흐름을 가장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매체였다.

그것도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한국에서는 더더욱.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각지의 소식을 열심히 퍼 날랐고, 그것은 그대로 SNS를 비롯한 커뮤니티로 확산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전날 낮부터 꾸준히 이어져 하루가 훌쩍 지나도록 화제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주제가 하나 있었으니.

<갑자기 등장한 백기사, 무작위로 전국의 병원 순회.>

바로 바람과 같이 등장했다가 사라진 의문의 영웅, ‘백기사’의 재등장에 관한 소식이었다.

최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한창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인 만큼, 당연히 시민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저거 진짠가? 그동안 계속 숨어있더니 갑자기 이렇게 나와서 자원봉사하고 다닌다고?

-한 곳도 아니고 여러 곳 돌아다녔다는데? 신성력은 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지 않았음?

그렇게 타당한 의문을 표하며 미심쩍어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들의 앞에 제시된 것은 온갖 장소에서 찍힌 다양한 증거 자료들이었다.

CCTV는 물론 지근거리에서 찍은 듯한 사진과 동영상 등.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친; 진짜였잖아?

-저기 어디예요? 우리 어머니 아프신데 제발 장소 좀 공유해 주세요ㅠㅠ

└이미 늦음. 지금은 다시 잠적함.

-아 근데 왜 초점이 제대로 잡힌 게 하나도 없냐.

└그니까. 현장감 있긴 한데 알아보기 너무 힘드네.

그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의 아쉬움을 사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멀리서 찍힌 CCTV 영상을 제외하면 현장의 모습이 제대로 담긴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아 카메라 좀 제대로 들라고!

-ㅋㅋㅋ 초반에 잠깐 나왔다가 내내 바닥만 찍고 있네 ㅋㅋㅋ

-ㅅㅂ 호기심에 클릭했다가 더 궁금해짐.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 백기사를 마주한 이들은 환자나 그 보호자, 혹은 병원 관계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막대한 신성력이 주변을 뒤덮으며 이적이 일어나는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카메라를 켜고 앵글을 잡아 렌즈를 들이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도 압도적인 격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누구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공간 속에서.

덕분에 그나마 찍힌 영상들도 때마침 다른 이유로 찍고 있었다가 우연찮게 그의 모습이 담겼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그 상황 속에서 찍힌 어떤 영상 하나가 공개되며 다시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미친, 개 잘생겼네;;

-와… 초점이 이 지랄인데 어떻게 저러냐? 저쪽만 무슨 필터 덧씌운 것 같음.

-팬텀 오빠에 이은 존잘남이 또♥

└이쯤 되면 하회탈도 꽃미남일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하회탈도 얼공 가즈아~!

-근데 외국인이야? 이목구비는 동양인인 것 같기도 한데… 아니, 뭔가 섞인 것 같은데 혼혈인가?

그가 처음으로 방문한 어린이 병원에서 투구를 벗고 얼굴을 공개하던 순간이 찍힌 동영상.

그 화면 속 은발금안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절세미남은 대중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 그가 어린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순간에 대한 호응은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

자연스럽게 그를 찬양하는 팬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고.

그때 그가 했던 말도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단이 아우테리카라고 했던가? 난 처음 듣는데 뭐 아는 사람 있음?

-아우테리카교 개종 1일차. 교리는 모르지만 일단 무지성 기도부터 박는다.

-어디서 들어봤던 이름인 것 같긴 한데···.

아우테리카는 아직 존재가 밝혀진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차원이었던 만큼, 그에 따로 관심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긴 정보의 교류가 빠르기로 소문난 지구의 대한민국.

그들은 현대인답게 순식간에 관련 내용을 알아내 서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우테리카 얼마 전에 귀환자 협회에 등록된 뉴비 차원 이름이더라. (링크)

└오? 진짜? 그럼 거기랑 무슨 관계야?

└이쯤 해 줬으면 나머진 니가 알아서 찾아 봐라ㅡㅡ

└이잉 귀찮아. ‘해줘’

-와, 갑자기 뭔 난린가 했는데 아우테리카 차원이라고? 나 거기 출신인데.

그리고 일이 거기까지 커지자 마침내 그곳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던 이까지 튀어나와 증언하기에 이르렀다.

어차피 특정 차원에 대한 내용은 딱히 숨길 정보도 아니었던 데다, 귀환자들끼리 모일 때마다 안줏거리로 소비되던 주제였던지라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오! 어디 썰 좀 풀어봐. 뭐 아는 거 있어?

-혹시 백기사가 누군지 아세요? 저 정도 급이면 상당히 유명했을 거 같은데. 정체가 궁금하당.

-어, 아니. 아우테리카에 주신교단이라고 세계구급 종교가 하나 있긴 했는데. 근데 뭔가 이상하다? 백기사가 거기 출신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아우테리카’ 차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귀환자들은 오히려 지금 전개되는 상황에 어떤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어? 아니 설마? 아니 이거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왜지? 뭐지? 진짠가? 에이 설마?

└얘 왜 고장 났냐?

└거 혼자만 알지 말고 같이 좀 압시다.

└어그로인듯? 먹이ㄴㄴ

그도 그럴 것이···.

-아니, 조건에 딱 맞는 사람 중에 생각나는 게 한 명 있긴 해. 난 하꼬여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근데 걘 용사일 텐데? 한창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중인데 걔가 왜 여기에 있어? 거기 싸움 끝남?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이번 어그로는 신박했다. 이제 뇌절 그만하고 딱 여기까지만 하자.

그들의 머리에 떠오른 인물은 이 지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혼란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확산되고 있었다.

***

언뜻 보기엔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사무실 안.

“그러니까 강태규 씨 말씀은···.”

하지만 그 내부에 들어찬 이들의 면면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그 백기사의 정체로 가장 유력한 게 아우테리카 차원의 성자라는 말씀이시죠?”

국가기관으로서 이능을 가진 자들을 통제할 책임이 있는 이능관리국의 요원.

각성자들의 권익을 위해 뭉쳐 그들을 대표하는 귀환자 협회의 관계자.

백기사를 영입하기 위해 파견된 이세계 종교 연합 판테온의 성직자 등.

그에 딱히 위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음에도 그들과 대면해 앉은 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아는 바를 털어놓았다.

“예,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그 위치가 위치였으니 굉장히 유명했었지요.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 저랑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풀 네임을 기억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요.”

“흐음···.”

그 대답에 사무실 안에 있던 이들이 침음을 흘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직 귀환자가 그리 많지 않은 차원이었지만 다행히 한국에도 아우테리카 출신이 네 명 등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앞에서 증언하고 있는 이가 바로 그중 한 명이었다.

“그게 이 영상 속에 나온 인물이 확실합니까?”

가만히 턱을 쓰다듬던 이능관리국의 요원이 다시 한쪽에 놓인 태블릿을 슬쩍 건드렸다.

거기엔 아까부터 백기사의 영상 편집본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어, 확신까지는 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랑은 딱히 인연이 없었던지라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전 그저 제국 변방에서 작게 활동한 게 전부였거든요. 어지간히 운이 좋거나 초고위층이 되지 않고선 성자씩이나 되는 위인과 대면하긴 힘들죠.”

“···그것도 그렇겠군요.”

“그래도 아마 맞을 겁니다. 성자와 성녀의 특징 중 하나로 알려진 게 바로 은발과 금안이었거든요. 또 성자 하인리히는 성기사 출신이기도 했으니··· 아마 저 검이 성검이 아닐까 싶네요.”

이쯤 되면 백기사의 정체에 대해선 거의 확실해졌다고 봐야 할 터.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석연치 않은 기색으로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한데 모인 조사 인원들은 물론이고 귀환자 협회 소속으로서 요청받고 불려 온 증언자까지.

“그런데 대체 왜 그런 인물이 여기에···.”

그래, 바로 그게 문제였다.

“그가 지구인 출신이었다는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하지만 지금 아우테리카는 마왕··· 그러니까 불사왕이란 존재와 전쟁 중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협회가 추정한 위험성 등급도 ‘상당히 높음, 주의 요망’이었죠.”

“그런데 그 최전선에 서야 할 용사가 지구로 도망쳐 왔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거기다 진짜라면 성검까지 가지고 튀었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쯤 되면 아무리 성자라도 신이 저 정도의 신성력을 허락해 주진 않을 것 같은데요?”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백기사의 정체가 아우테리카의 용사이자 주신교단의 성자,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기엔 여러모로 걸리는 점이 많았다.

“거참, 혹시 세계 귀환자 협회에서 아우테리카 관련해서 추가로 온 소식은 따로 없습니까? 거기서 성자가 갑자기 사라졌다거나.”

“···딱히 전해 들은 게 없습니다만··· 혹시 모르니 다시 문의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차원의 일이야 그들이 상관할 주제가 아니긴 했다.

그런 식으로 위기에 몰리다가 결국 멸망까지 이르는 피해를 입고 ‘닫힌 차원’이 된 세상이 한둘이 아니기도 했고.

하지만 백기사를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삼고 작업을 해 나가던 이들 입장에서는 그 뒷사정이 여러모로 꺼림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소속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자료를 늘어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역시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를 텐데. 어떻게 대화할 방법이 없을까?’

선배를 따라 이 자리에 동석했던 이능관리국의 신입 요원 강태산은 뒤쪽으로 물러나 벽에 몸을 기대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백기사 덕분에 자신은 물론 할머니와 친구까지 무사할 수 있었다 생각하고 있었기에, 확실하지도 않은 일로 괜한 억측을 늘어놓는 이들이 못마땅하기까지 했다.

‘에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까라면 까야지 원.’

내심 불만을 삼킨 그는 이내 모니터링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커뮤니티들은 전날 활활 불타올랐을 때에 비하면 좀 잠잠해진 편이었지만, 여전히 백기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거리고 있었다.

“어?”

그러나 그 평화로운 한때도 잠시.

무언가의 전조 증상처럼, 갑작스레 폭증하기 시작한 트래픽에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그는—.

“서, 선배님! 지금···!”

곧 그 원인을 파악하고 비명 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삐비비빅!

띠리링—!

각양각색의 알림 소리가 사무실 안에 있는 이들의 품속에서 울려 퍼졌다.

막 시작된 대형 사건을 암시하듯이.

***

나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하인리히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 공개하는 게 좋을까?

일단 조사단의 주의를 돌려 본체가 수사망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대상자인 하인리히가 직접 나서는 것이 최선이란 건 분명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여러 방식이 있는 만큼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지가 관건이었다.

‘하회탈 한스처럼 정체를 감춘 채 활동하면서 본체의 알리바이를 조작해도 되고, 팬텀 하인즈 2세처럼 그럴듯한 가짜 신분을 만들어 그걸 숨기는 척하며 수사에 혼선을 주는 방법도 있지.’

하지만 모두 나름의 장단점은 있어도 확실한 방법은 아니었다.

또 이번 일에 번천회까지 개입했다는 걸 알아챈 이상, 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려 오던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쪽도 좀 더 전면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 그냥 아예 오픈해 버리자.’

자신이 아우테리카 차원의 성자라는 것을.

물론 모든 것을 백 퍼센트 공개할 수는 없었으니 약간의 설정 수정은 불가피했다.

사실 본체의 정체만 드러나지 않는다면야 뭐가 어떻게 되든 별 상관이 없긴 했으나, 그래도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쪽을 택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거기다···.

“그, 그럼 백기사님은··· 아니, 그러니까···.”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입니다.”

“예, 예. 그러니까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님의 말씀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 과도한 열기와 관심을 다른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의 관심과 지지는 곧 힘이자 권력.

그것을 잘만 이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일을 훨씬 편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예, 전 여러분들이 아우테리카 차원이라 부르는 곳에서 왔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껏 긴장한 얼굴의 남자가 든 카메라에 시선을 준 하인리히는—.

“···지구인이 아닌, 이세계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폭탄을 떨어뜨렸다.

“주신의 뜻에 따라, 저희 아우테리카를 비롯한 전 차원에 드리운 악을 뿌리 뽑기 위해서.”

괜찮다.

어차피 이제 사기 치는 건 익숙하니까.

따지고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고.

‘어디 한번 엿 돼 봐라.’

하인리히의 전신에서 상서로운 후광이 휘몰아쳤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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