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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

29화 용병들의 도시 (1)

29화 용병들의 도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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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꼬리팡팡: 드디어 페르디나 도착!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강아지는야옹야옹: 이제 한숨 돌리겠네 ㅎㅎㅎ

└ Wkrrkalclsshadk: ㅇㅈ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넙띠: 다들 고생 많았다 짝짝짝!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바토리바라기: 쿠는 좋은 놈이냐 나쁜 놈이냐

└ REL: 좋은 놈

└ Flapdlzmgo: 나쁜 놈

└ 연중하면개새끼: 이상한 놈

└ 박쥐인간: 이도 저도 아닌 놈

└ 딱풀전사: 박쥐새끼 지 얘기한다 ㅋㅋㅋㅋㅋㅋ

[RP가 6만큼 상승합니다.]

– 세실사랑: 세실 뭔가 짠함 ㅠㅠ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아이시테루나: 루나 언제 나오냐고 ㅠㅠㅠㅠ

– 먼지털이간질: 먼지 귀여워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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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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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은 결국 소설과 동일한 루트를 탔다.

오스카의 눈에 들어 ‘검은 갈기 용병단’의 일원이 된 것이다.

무언가를 느꼈는지 세실도 여관 주인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놀란 얼굴이 되어 시선을 피했다.

“받아라. 꼬마들아.”

이야기를 마친 쿠가 나와 테오에게 열쇠를 하나씩 건넸다.

“사흘 치 방값과 식대를 지불해 뒀다. 필요한 게 있으면 주인장에게 문의하도록 하고. 반지는 최대한 빨리 돈으로 바꿔오마.”

“고마워요. 쿠.”

내 말에 쿠가 씩 웃었다.

그러고는 우리들 한 명 한 명의 머리를 헝클듯 쓰다듬은 뒤 여관을 떠났다. 불과 며칠을 함께한 사이에 불과했지만, 그가 떠나자 나는 왠지 허전한 기분을 느꼈다.

잠시 후 여관 주인이 식사를 가져왔다.

우리는 허겁지겁 그것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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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여관에서 식사하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은 뒤 마주하는 포근한 침대는 정말로 아늑했다.

‘좋다.’

나는 쿠와 이동하는 내내 먼지의 감정을 살폈었다.

그러나 페르디나에 도달할 때까지도, 그리고 여관 식당에 들어올 때도 먼지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쿠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내 이성은 함부로 남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며 경고했지만, 감정은 그와 별개의 길을 걸었다.

“데미안.”

“응?”

“기분. 좋아.”

나와 세실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우리는 함께 방을 쓰기로 했다.

우리 방보다 조금 더 큰 방에는 테오, 족제비, 덩치가 들어갔다.

“여관 음식 맛있었어?”

“응. 아주.”

“쿠가 구워준 고기보다?”

“그건. 아니야.”

그렇게 말한 세실이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오물거렸다.

“······카인. 있어?”

역시 그거였나.

“아마도.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아.”

“그래서. 왔어?”

“카인 때문에 페르디나에 온 것은 아니야. 물론 카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

침대가 높아서일까. 세실은 바닥에 닿지 않는 발을 살랑살랑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렇게 작은 아이가 그런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춘 살수라니. 나는 세실의 전투를 직접 봤는데도 그 사실이 쉬이 믿기지 않았다.

“세실.”

“응.”

“만약 카인이 페르디나에 있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세실의 발동작이 멈췄다.

“카인에게 갈 거야?”

“······모르겠어.”

무릎에 올려진 세실의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데미안과. 있고. 싶어. 하지만.”

세실의 숨이 가빠졌다.

나는 잠자코 세실의 말을 기다렸다.

“빚. 있어. 카인에게.”

역시 세실은 카인을 향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소설 속의 세실은 카인에게 죽임당하는 순간까지도 죄책감에 시달렸고, 그래서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였으니까.

사실 그건 세실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모르겠어.”

세실이 부스럭부스럭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이불 밖으로 두 눈을 빼며 한 마디 덧붙였다.

“데미안. 불침번.”

머지않아 세실의 고른 숨소리가 방을 울렸다.

세실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1층으로 내려가 여관 주인을 찾았다.

“아까 오스카라는 사람이 데려왔다는 아이들 이야기 말인데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어요?”

***

깊은 밤, 인적 없는 어두운 골목에 쿠는 서 있었다.

술을 들이켜며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먼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위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단장.”

어두운 그림자가 쿠의 앞에 나타났다. 그늘진 검은 장발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유령처럼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쿠가 말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쾨르다시에의 기병대는 블레이드(Blade)에 당했어.”

암영의 존재를 아는 자는 많지 않다. 따라서 블레이드의 상흔을 알아보는 자 역시 많지 않다.

그러나 쿠는 암영도, 블레이드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트리플입니까.”

“쿼드(Quad).”

장발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쿼드가 움직였다는 겁니까. 오랜 시간 침묵하던 그들이 왜.”

“쾨르다시에가 멸문할 정도의 대사건이다. 트리플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

“소드마스터의 시체도 확인하셨습니까.”

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비츠크 산맥의 마석 광산을 둘러싼 깊은 숲.

그곳에서는 묘한 기운이 풍겼다. 아주 음습하고, 사악한.

“하센베르크의 멸망과 관련이 있다고 보십니까.”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하센베르크 사건 이후로 쿼드가 직접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시그마가 움직였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코드네임 시그마(Sigma).

쿠의 품 안에 갈무리된 단검의 주인.

“함께 온 아이들은.”

사내의 물음에 쿠는 며칠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우리 예쁜 꼬마의 이름은 세실이구나. 그럼 금발 꼬마는 이름이 뭐냐.’

‘데미안.’

쿠의 입가가 사내를 만난 후 처음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재미있는 꼬마들이지. 이번 사건의 생존자다.”

“찾던 아이가 맞습니까.”

“어쩌면.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장발 사내가 물끄러미 쿠를 응시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까.”

“글쎄. 물어보지 않아서.”

“아는 게 있다면 미끼로 사용하는 것도.”

빠각, 쿠가 쥔 술병이 부서졌다.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라이칸.”

검은 장발의 사내, 라이칸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 위로 서늘하게 굳은 쿠의 얼굴이 비쳤다.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라이칸의 대답에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온 쿠가 품에서 반지 두 개를 꺼냈다.

“쾨르다시에 기사단의 반지다. 유가족에게는 소중한 유품일 테니 돌려주도록. 꼬리를 밟히지 않게 조심하고.”

“염려 마십시오.”

“아, 그리고.”

쿠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혹시 돈 좀 있냐.”

***

나는 깊은 잠을 잤다.

분명 여관 주인과 이야기를 나눈 후 생각을 정리하려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이불 속이었다.

“깼어? 데미안.”

고개를 돌리니 침대 머리맡에 웅크린 세실이 보였다.

“잠꾸러기.”

세실이 웃었다.

그러고는 퉁기듯 몸을 일으켰다.

“내려와. 식사.”

대충 눈곱만 떼고 1층으로 내려가니 테오 일행이 쿠와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이제야 내려오는 거냐 꼬마! 벌써 해가 중천에 떴는데! 하하하하!”

······아직 이른 아침인데.

쿠의 과장된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나는 세실의 옆에 앉았다.

빵을 하나 집어 들려는데, 쿠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뭐긴! 돈이지! 하하하!”

내가 주머니 안을 살피는 동안 쿠는 자신이 그 반지를 팔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설명했다.

페르디나에서 가장 은밀한 장물아비를 만나고, 최고급 맥주를 대접하고, 제값을 받기 위해 엄청나게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둥 어쩌고저쩌고.

물론 나는 듣지 않았다.

“아 맞다. 금발 꼬마.”

쿠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제 치른 여관비와 식비는 돌려줘야겠다. 나도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서 말이다.”

물끄러미 쿠를 보던 나는 주머니에서 금화 다섯 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판매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에엥?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는데?”

“우리를 도와줬잖아요. 내 목숨도 구해줬고.”

조금 아까운 기분도 들었지만, 쿠가 내 생명의 은인인 것은 사실이었다. 금화 몇 개로 퉁칠 수 있다면 오히려 싼 거다.

“으하하하! 금발 꼬마는 통이 큰 사나이로구나! 그래! 그래야 나중에 예쁜 색시를 얻을 수 있는 거다!”

또 색시 타령인가.

식사를 마치자마자 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어젯밤 여관 주인을 통해 ‘검은 갈기의 오스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냈다.

‘가봐야 할까? 하지만 무엇을 위해.’

카인을 만나도 딱히 할 일은 없다. 공연히 세실만 빼앗길 수 있다.

‘세실이 떠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세실은 지금의 카인이 감히 어쩔 수조차 없는 강자다. 아스트레아 대륙 전체를 뒤져도 14살의 나이에 세실보다 강한 인간은 없을 거다.

‘아. 루나가 있구나.’

은월검(銀月劍)의 루나.

훗날 카인의 동료가 되는 무한회귀의 주역 중 가장 검술이 뛰어난 인물이다.

아울러 루나는 무한회귀의 공식 히로인이기도 하다.

단점은 성격이 굉장히 까탈스럽다는 것.

‘아니지. 아무리 루나라도 아직은 세실보다 강하지 않아.’

루나는 카인처럼 성장형이다.

훗날에는 세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해지는 인물이지만 현재로서는 세실을 이기지 못한다.

‘어쨌든 카인을 견제하기에는 루나만 한 인물이 없지.’

나는 카인에게 대항할 나만의 세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을 때부터 루나를 1순위 영입 대상으로 삼았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루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

“테오.”

놀랍게도 테오를 부른 이는 덩치였다.

덩치가 일행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말했다.

“데미안. 세실. 그리고 족제비.”

“왜, 왜 나만 족제비야!”

“조용히 해봐, 조. 지금 덩치가 말하고 있잖아.”

“테오······!”

덩치가 위로하듯 족제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테오.”

“가보고 싶은 곳?”

“응. 그동안 딱히 숨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덩치의 입가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나는 페르디나 출신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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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덩치와 함께 간 곳은 남쪽의 상점 거리였다.

저 멀리 제국과의 경계를 긋는 발로리안 산맥이 병풍처럼 늘어선 모습이 보였다. 먼 고대에는 저 발로리안 산맥과 동쪽의 세르펜타인 산맥이 한 몸이었다고 한다.

덩치는 어느 2층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간판에는 ‘세르지오 잡화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

한동안 건물을 바라보던 덩치가 주먹을 얼굴로 가져갔다. 소리 없이 들썩이는 어깨. 덩치는 울고 있었다.

나는 조금 기분이 이상해졌다. 테오와 족제비가 우는 모습은 본 적이 있지만, 덩치가 저렇게 뚝뚝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괜찮냐. 덩치.”

테오가 덩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덩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 눈물을 그쳤다.

“······미안해. 예전 생각이 나서.”

“무슨 일인지 말해 봐.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할 테니까.”

테오가 우리를 돌아봤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세르지오’라는 이름. 낯이 익다.

“내 아버지는 페르디나의 용병이었어.”

황소머리 여관으로 돌아온 우리는 테오의 방에 모였다.

“아까 그 건물은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이었어. 1층에서는 어머니가 잡화점을 운영하셨지. 용병 일이 없을 때는 아버지도 함께했었고.”

상점은 가족의 성씨를 따 ‘랑베르 잡화점’이라 불렸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했어. 문제는 어머니가 병이 들며 시작됐어. 어머니의 병세는 점점 깊어졌고,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약값을 충당할 수 없게 되었어.”

당시 덩치는 어린 나이에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러나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몇 번 돈을 따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전 재산을 잃고 집마저 빼앗겼어.”

그러던 중 덩치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큰돈을 벌어오겠다며 떠난 전투에서 사망했다.

당시 12살에 불과했던 덩치는 남은 빚을 갚을 수 없었다.

“광산으로 팔려 가던 날, 알게 되었어. 세르지오라는 자가 내게 다가와 웃으며 속삭였지. 네 아버지는 사기도박에 당한 거라고. 내가 네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렸다고.”

부르르 주먹을 쥐는 덩치를 보며, 나는 어린 날의 덩치가 아버지에게 창술을 배우는 모습을 상상했다.

마석 광산에서 조원들에게 창술을 가르치던 덩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도박사 세르지오.’

덩치의 말을 들으며 나는 세르지오가 누구인지 기억해 냈다.

나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조작하는지 알고 있다.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그에게서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웃었다.

아무래도 나의 첫 거점은 ‘랑베르 잡화점’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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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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