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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

⊹ 29화 ⊹

“어서 오세요, 도아 양.”

“길드장님의 말이 맞았어요. 여기 미친 거 같아요.”

“마룡 퇴치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뼈까지 먹어 치웠으니, 새로운 신인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겠지요.”

그랑은 늘 모험가 이야기를 원하니까요, 하고 얀이 웃었다.

“덕분에 모험가 길드도 활성화 되었으니, 도아 양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군요.”

“길드가 활성화돼요?”

“뭐든 주목을 받으면 활성화가 되지요.”

얀이 도아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도아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까 마법사 링에 정보를 얻으러 찾아가자니까 쿠낙과 폐하가 둘 다 기겁하던데요.”

“아…….”

얀이 알 만하다는 소리를 냈다.

“링 리더가 별로예요?”

도아가 아는 마법사는 엘리바스뿐이었다.

강하고, 다정하고, 요리를 잘하는 마법사.

“음, 별로라고 해야 할지. 그분도 S급 모험가시거든요. 마룡 퇴치의 일원이셨죠.”

“그래서 둘이 잘 아는 거군요.”

“네.”

얀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아는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 확실한 건 마법사 링뿐인데요.”

“게다가 그분에게 연락을 해도 만나 주지도 않을 겁니다. 까다로운 분이셔서요.”

“그건 문제인걸요.”

“음, 괜찮으시면 비에나리에의 유명한 점술사를 찾아가 보시지 그러십니까.”

“…….”

도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자 얀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점을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니, 그 말이 맞기는 하지만요. 뭐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달라요?”

“비에나리에에는 툴레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그런 얘기를 들은 것도 같아요.”

“툴레는 인간과 섞여 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많이 다르지요. 고양이족은 그중에서도 더 예민한 종족들입니다. 그들이 불길하다고 하면, 불길한 일이니 피하는 게 상책이죠.”

도아는 라크샤샤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라크샤샤가

‘감이 안 좋다.’

라고 말하면 조세핀도, 엘리바스도 그 말을 따랐다.

엘리바스는 한 번

“여기서 무슨 일이 있겠어?”

라고 했다가 굴뚝이 막혀 오븐 안의 음식을 전부 망친 적이 있었다.

그걸 보며 조세핀은 ‘이래서 마법사들은.’ 하고 혀를 찼다.

엘리바스가

“아니 왜 이 공간에서 굴뚝이 막히는 건데?!”

하고 드물게도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렇군요.”

그래서 도아는 일단 순순히 수긍했다.

“그중에서도, 비에나리에어로 ‘냐냑세세’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냐냑세세!

어쩐지 귀여운 이름이다.

하지만 특별한 존재라니까, 이름을 듣고 웃어버리면 실례 아닐까.

도아는 간신히 평상시 얼굴을 유지했다.

얀이 도아의 반응에 빙긋 웃고 말했다.

“이 단어를 듣고 웃지 않는 것에 가산점을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도아의 인사에 얀이 간단히 말했다.

“그냥 이렇게 말해두죠. 냐냑세세가 말한 것 중에 이뤄지지 않은 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유물의 위치에 대한 단서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냐냑세세가 만나 준다면 말이군요.”

보통 그런 자들은 쉽게 만나 주지도 않고, 쉽게 답을 내 주지도 않는다.

도아의 말에 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 외에도 다른 정보가 있다면…….”

“있습니다.”

얀이 말했다.

“정말요?”

도아는 눈을 크게 떴고, 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니까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도아는 얀이 내놓은 서류 더미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자료가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 ❖ ❖

얀이 내어준 방 하나를 독차지하는 호사를 누리며 도아는 자료를 살폈다.

박스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안 되겠어. 이건 아냐.’

이렇게 해서 그녀가 옥석을 가릴 수 있냐면 아니었다.

‘솔직히 이거 읽으면 이게 맞는 거 같고, 저거 읽으면 저게 맞는 거 같아. 이제 유물의 형태도 헷갈리기 시작했어.’

당연히 어떤 모양을 가진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물은 형태가 없다!’

하고 주장하는 논지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니, 근데 이건 뭐 어떻게 알 방법이 없잖아?’

도아는 혹시나 그동안 얻은 정보에서 맞는 게 있을까 하고 퀘스트 창을 열어봤지만, 업데이트된 물음표는 없었다.

‘하.’

왜 얀이 ‘냐냑세세’를 추천했는지 알겠다.

이건 지푸라기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가짜 바늘 속에서 진짜 바늘 찾기다.

심지어 진짜 바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름.

‘점에라도 의지하고 싶어지네.’

과다한 정보로 고통받게 될 줄은 몰랐다.

도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사람들 눈에 띄는 건 싫으니까.’

창문으로 슬쩍 도망칠까?

‘베리 옷을 찾은 다음에 저택으로 돌아가자. 그보다 마검 정화 서브 퀘스트는 언제 생긴담?’

물론 생겨도 라이트 크리스털은 어디서 구할지 찾아봐야겠지만…….

도아는 머릿속에서 퀘스트를 정리했다.

‘일단은 정보 수집하면서 여행 준비를 하자.’

도아는 그렇게 마음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나흘이면 이 소동도 가라앉겠지.’

어쨌든 앞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게 될 터였고, 그랑만큼 모험가 물품이 풍부한 곳은 만나기 어려울 터였다.

‘살 수 있을 때 잔뜩 사자.’

그런 마음으로 도아는 방을 비운다고 시종에게 이야기하고 모험가 길드를 빠져나왔다.

다시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휩싸였지만, 이번에는 처음처럼 당황하지 않았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으니, 그냥 싱글싱글 웃으면서 빠르게 걸었다.

아무리 사람들이 힘으로 가로막으려고 해도, 미안합니다.

B급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그녀의 힘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출 수도 없고, 맞출 필요도 없었다.

‘십 년 후면 여기 뜨는데 뭐.’

너네가 어쩔 건데?

일단 사람이 많은 시장으로 향했다.

쿠키의 옷 가게에 들어가니, 그래도 사람이 가게 안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쿠키가 웃으며 맞으러 나왔다.

“오셨나요?”

“왔어요.”

쿠키가 창문 밖의 사람들을 보고 ‘저런.’ 하고 말했다.

“그사이에 엄청나게 유명해지셨더군요.”

“어쩌다 보니까요. 옷은 다 됐나요?”

“물론입니다.”

도아는 옷을 살피고, 대금을 지불했다.

이어서 시장을 털기 시작했다.

식기도 사고, 야전침대도 사고, 접이식 의자도 하나 더 구매했다.

별조각 랜턴은 아예 재고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양초와 초 램프를 구매했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초였다.

램프 역시 기름 램프와 달리 넘어져도 초가 쓰러지지 않게 만들어진 구조의 램프였다.

크리스털 가게는 입구부터 무척이나 격조 있고, 비싸 보였다.

창틀에는 금박을 칠해놓았고, 나무문은 묵직하게 소리 없이 열렸다.

붉은 벨벳 위에 놓인 크리스털들은 종업원이 장갑 낀 손으로 하나씩 보여 주었다.

아마 도아가 유명인이 아니었으면, 어쩐지 입구부터 들어가지 못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비싸……!’

크리스털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쌌다.

물어보니 크리스털은 마법사가 마법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필수 재료다. 그러다 보니 모험가들은 크리스털이 손에 들어오면

1. 마법사에게 먼저 팔고

2. 크리스털을 얻기 위해 모험가가 된 마법사들은 크리스털을 절대로 팔지 않고

3. 시장에 나오는 것들마저 마법사들이 싹쓸이

하기 때문에 크리스털이 엄청나게 비싸다고 했다.

‘마법사들은 금을 날리면서 싸우네.’

크리스털이 아니라 금화를 뿌리면서 싸운다고 해야 할 거 같았다.

‘이래서 마법사들 중에 모험가가 많구나.’

아무리 연구에 매진하고 싶어도, 크리스털이 없으면 안 된다.

크리스털을 얻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직접 던전을 클리어 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아가 이번에 깼던 던전은 ‘동굴형 던전’이어서 크리스털이 나오지 않았다.

자연형 던전이나 고대 유적형 던전에서 주로 크리스털이 나온다.

“있는 대로 다 달라고 하면 파나요?”

도아의 물음에 종업원이 미소 지었다.

“죄송하지만 손님 한 분당 5개로 개수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음, 그러니까 지금 저도 살 수 있는 거겠죠. 좋아요.”

도아는 크리스털 다섯 개를 샀다.

금화가 우르르 빠져나갔지만, 상관없었다.

‘나에게는 2천 개의 큰 금화가 있다고.’

게다가 그녀에게는 ‘돈을 모아서 은퇴 후에 뭔가를 해야지.’라는 생각도 없었다.

이미 말했다시피, 십 년 후면 떠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이 퀘스트를 무사히 끝내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여행 준비에 돈을 쏟아붓는 게 당연했다.

‘유명세도 나쁘지 않은데……?’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가게 주인들을 바라보며 도아는 슬슬 vip의 삶을 맛보기 시작했다.

가격도 묻지 않고, 일단 마음에 들면 “주세요.”라고 말하는 삶.

그리고 그녀의 자택 주소를 알려주면 당연히 짐꾼이 거기까지 배달을 해 주었다.

도아는 베리와 쿠낙의 몫까지 식량도 구매했다.

‘가면서 던전을 털기야 하겠지만.’

던전에서 밀가루를 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도아는 도시인의 눈으로 봐도 만족스러운 최상급의, 곱고 새하얀 밀가루를 몇 포대나 샀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도 한 통 샀다.

가게 주인들은 도아가 며칠 동안 저택에 머무르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역시 이런 가방은 안 파네.’

혹시나 하고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도아가 가진 ‘이공간 가방’을 파는 가게는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자 캠핑용품 점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가방이 있으면 좋겠지요. 이야기 속에는 등장하지만 아직 제가 눈으로 본 적은 없군요.”

‘그렇군…….’

쿠낙이 왜 숨기라고 했는지, 다시 한번 이해했다.

당연히 도아가 가지고 있는 나무오두막 같은 물건도 없었다.

‘탐낼 만도 한데.’

쿠낙이 이런 귀한 걸 보고 그녀에게 흥정을 시도하거나 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훔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쿠낙은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황제는 어떻게 반응하려나.’

짐에게 바치라고 하는 거 아냐?

도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쿡쿡 웃었다.

옷도 몇 벌 맞췄다.

세계수 여행사보다 훨씬 더 옷감이 다양하고 종류도 많았다.

물론, 방검 블라우스 같은 걸 팔지는 않았지만.

‘아, 마수 가죽을 가져오면 가공해 주는 곳도 있구나.’

도아는 간판을 하나하나 살피다가 문득 고양이 발바닥 모양의 간판을 발견했다.

‘고양이 발바닥……?’

의아해하며 다가가니 무려 약초 상점이었다.

‘고양이족이 운영하나?’

살짝 들여다보니 사슴뿔이 멋진 수사슴이 약초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도아는 약초도 보충해야지,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수사슴이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며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도아 님. 도아 님께서 저희 약초 상점을 찾아주시다니.”

“아, 진짜 다들 제 이름 아나 봐요.”

“알지요. 게다가 그―”

수사슴이 머리 위의 자신의 뿔을 가리켰다.

도아도 제 머리를 더듬거리다가 머리띠의 리본을 만지게 되었다.

“머리띠만 봐도 알지요. 하하, 앞으로는 그런 디자인 머리띠 한 사람이 많아져서 알아보지는 못하겠지만요.”

“정말요?”

“네. 늘 그랬답니다. 게다가…….”

사슴의 눈이 반짝였다.

“아주르 나자크라뇨. 인간들은 초록 눈이면 다 아주르 나자크라고 하지만 툴레는 아닙니다.”

사슴이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툭 쳤다.

“진짜 아주르 나자크는 도아 님밖에 없으시니까요.”

“하하, 고맙네요. 아, 그런데 밖에 간판 말인데요.”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고양이족이 운영하는 곳인가요……?”

사슴은 눈을 깜박였다가 웃었다.

“아, 맞다. 남대륙에서 오셨다고 하셨죠? 이쪽 상식을 모르실 수도 있군요. 약초학을 정립한 위대한 툴레, 라크샤샤 님을 기리면서.”

사슴이 제 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라크샤샤 파 약초 상점들은 다들 고양이족 발바닥 모양의 간판을 걸어 둔답니다.”

“아!”

도아는 단숨에 그리워졌고, 즐거워졌다.

라크샤샤, 라크샤샤!

“라크샤샤 님이 그렇게 대단한 분인가요?”

저도 모르게 질문이 나온다.

사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전까지 약초학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일인 전승 구도가 많았죠. 하지만 라크샤샤 님은 고형 포션 제작법을 만드시고, 종족에 상관없이 제자를 받으셔서―”

라크샤샤의 이야기를 흐뭇하게 들으면서 도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반드시 돈을 받으라는 말로 여러 욕설도 많이 얻으셨지만. 덕분에 라크샤샤 파는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남아 있죠.”

사슴이 웃었다.

“살려면 물질이 필요하니까요.”

“그죠, 저희는 물질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하, 라크샤샤 님 같은 말씀이네요. 그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도아는 기분 좋게 포션과 약 재료를 잔뜩 주문했다.

그때쯤에는 쫓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 있었다.

도아는

“앞으로 제 활동을 보고 평가해 주세요.”

같은, 연예인스러운 말로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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