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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0

그녀 (1)

오싹!

나는 다급히 뒤쪽으로 물러서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괴군 노야. 노야께서….”

“그러고 보니 네놈, 비승했을 때 따라왔던 그 녀석이로구나! 이런 예쁜 녀석. 내 제자가 되고 싶은 것이렷다! 무얼 하시오, 당신. 빨리 이 기특한 아이를 데리고 가서 새롭게 태어나게 해 줍시다!”

괴군은 눈을 희번덕하게 뜨며 [그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제길, 빨리 용건이나 말하자.’

“노야, 제 말을 들어 보시지요. 일단 혹시 서휼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뭬야!!!”

그러자 괴군은 눈이 완전히 돌아가서 버럭 소리쳤다.

“아니, 서휼 그 녀석!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그런 중대한 행사를 치르다니! 안 되겠어! 이놈, 서휼이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지 못할까!”

“….”

난 어째선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을 느꼈다.

‘제길, 당최 얘기를 이어 나가는 것 자체가 고되군.’

내가 괴군의 논리를 알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예. 당장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빨리 기묘성채로 가셔서 성채를 발동하시지요. 얼른얼른 가서 서휼을 ‘축복’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그래그래. 좋은 생각이다. 따라와라!”

괴군은 [그녀]와 함께 바로 공간을 찢고 기묘성채로 들어갔고, 나는 어느새 내 뒤쪽에서 도주로를 끊어 버린 [그녀]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전명훈에게는 기묘성채 바깥에 남으라고 전음을 남긴 후 잠입하였다.

“자, 어디로 가야 하느냐? 어디로 가야 서휼을 축복해 줄 수 있지?”

‘서휼은 지금 시점에서 어디에도 없으니….’

서휼 대신 흑룡왕 현음을 제물로 바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 좌표로 가시면 됩니다. 여기가 서휼이 만인의 축복을 받을 곳입니다.”

나는 흑룡왕 현음의 동부 위치를 괴군에게 알려 준 후 물러났다.

괴군은 바로 눈이 돌아가서 기묘성채를 조작하기 시작했고, 얼마 안 있어 기묘성채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나는 그런 괴군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제가 살게 될 이곳을 조금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오, 그래그래. 네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구나. 알았다. 얼른 다녀와서 새로 태어나자꾸나.”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후, 기묘성채의 제어실에서 빠져나왔다.

‘벌써 심력이 후달리는 느낌이다.’

그와는 대화를 나누며 정말로 잠깐도 방심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제어실에서 나오며 기묘성채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무시무시하군….’

기묘성채의 괴뢰들은 저마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동하는 ‘공장’들에 의해 곳곳에서 괴뢰들이 양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공포스러운 건, 곳곳에 합체기 태수로 보이는 이들의 사체가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거의 30여 기에 달하는 합체기 태수들의 사체.

그리고 곳곳에서 느껴지는 태수급의 영압 6기.

‘지난 생, 100일 안에 합체기급 괴뢰를 그만큼이나 만들었던 건 이미 재료가 한참이나 많아서 그런 거였군. 태수들의 사체를 보아, 아마 시간을 두고 더더욱 제대로 만들었으면 그때는 28기가 아니라 60기도 나왔겠어.’

아무리 내가 태수급의 전력이 되었다 한들, 괴군이 눈이 돌아간다면 나 역시 저곳에 걸리게 될 것이리라.

저기 매달려서 서 장군이나 그 비슷한 뭔가가 되고 싶지 않다면 한시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이미 만들어 놓은 태수급의 괴뢰만 해도 6기다.

헌원조차도 괴군을 상대한다면 헌원이 아니라 헌 장난감이 될 터였다.

‘합체기 태수회에는 괴군을 보고 오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들른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기묘성채의 최심부까지 들어오게 되었군.’

원래는 기묘성채의 안쪽까지 들어오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 김연을 부른 후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계획이 조금 틀어졌다.

‘뭐, 계획이 틀어졌으면 틀어진 대로 움직이면 되겠지.’

기묘성채에 대해서는 빠삭하니 방법이야 있었다.

나는 일단 김연을 찾기 시작했다.

츠츠츠츳!

기묘성심전에 의해 의식이 공명했다.

그리고 김연의 위치가 잡혔다.

파앗!

“연아!”

나는 한달음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꼭두각시로 이뤄진 장원 안쪽에 있는 김연을 만날 수 있었다.

“은현 오빠! 오빠도 잡혀 오셨군요!”

김연은 울상이 되어서 나에게 달려왔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구하러 온 거란다.”

“예?”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어떻게 여기서 나간다는 거죠? 그건 불가능해요. 차라리 잡혀 오기 전이었다면 갈 수 있었겠지만, 이 기묘성채의 뱃속에 들어온 이상….”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니, 충분히 가능해. 한순간의 틈만 만들면 되니까.”

난 김연의 의식을 느꼈다.

그녀의 경지는 벌써 천인기였고, 그 의식의 크기는 이미 합체기에 달하는 정도였다.

“그나저나, 연아. 내가 내 준 숙제는 다 했니?”

“네?”

나는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한번 펼쳐 보자.”

“…지금 그게 중요한 건가요?”

“그래. 네가 얼마나 성장했느냐에 따라 탈출할 확률도 올라갈 테니까.”

나는 기묘성심전으로 기묘성채에 접속해, 우리의 대화를 괴군이 엿듣지 못하게 처리한 후 그녀에게 말했다.

얼마 후 그녀는 저물도에서 부채를 꺼내더니, 내 앞에서 비익무를 추기 시작했다.

츠츠츠츳!

그녀의 동작은 완벽한 일류 고수의 그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녀의 의식이 의념의 흐름에 완전히 알맞게 같이 움직이는 걸 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다행이야. 절정에 도달했어!”

“네. 은현 오빠가 말한 대로, 어느 순간이 되니까 의식이 더더욱 세밀하게 인식되고… 의념의 색이 더 뚜렷하게 보이더라고요.”

괴군의 의식공법은 그 자체로 삼화취정과 오기조원의 길을 열어 준다.

그렇기에 기묘성심전을 익히고 무공을 익혀 절정경에만 이른다면, 다소 어거지기는 했지만 무림인이 평생을 바쳐 삼화취정과 오기조원에 이른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 주었다.

그녀는 이론상 이미 오기조원의 고수였다.

물론 무예의 숙련도가 다르기에 실제 오기조원의 고수와 무공으로만 붙으면 지겠지만….

‘어차피 김연은 무공이 주력이 아니니까 상관없지.’

중요한 건, 삼화취정부터 월수궁무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묘성심전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최소한 절정경의 무예는 있어야 펼칠 수 있는 게 월수궁무록이었다.

“자, 그럼 연아. 내가 이제부터 네 안에 들어갈 거야.”

우웅!

나는 손 위로 강환을 띄우며 설명을 시작했다.

“괴군의 성격이면 아마 이제 슬슬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나를 개조실로 잡으러 오겠지. 그리고 그가 나를 잡으러 올 때, 나는 너와 함께 기묘성채 바깥으로 나갈 거야. 기묘성채 바깥으로 나가면 전명훈이 보일 텐데, 바로 너는 전명훈에게 달려가.”

전명훈의 적뢰천겁은 독특한 술법이 있었다.

바로 회귀뇌격(回歸雷擊)의 술이 그것이었다.

되돌이 뇌격이라고 주로 불리는 이 술법은, 뇌전의 기본적인 속성에 의거한 술법이었다.

천뢰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리치고, 그때 만들어진 뇌전의 길을 따라 다시 지상에서 번개가 하늘로 올라간다.

다시 하늘로 뇌전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속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되돌이 뇌격의 술법은, 사용한 뇌도법술의 힘을 다시 회수하는 데에 많이 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사용법은, 도망이지.’

되돌이 뇌격의 술법을 사용해서, 전명훈은 자신의 궤적에 따라 여기까지 날아오며 ‘뇌전의 길’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돌아갈 때 전명훈이 만들어 둔 ‘뇌전의 길’을 통해 올 때보다 아득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내 도움이 곁들여진다면 그 속도는 사실상 전송진을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리라.

“그리고 내가 괴군의 앞에서 시간을 벌 동안, 네 안에 들어간 내 강환에게 몸과 의식을 맡겨. 그러면 우리는 탈출할 수 있어.”

“….”

그녀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성공할 거야.”

“…네. 믿을게요.”

그녀는 머뭇거리는 듯했으나, 이내 내 강환을 받아들였다.

나는 그녀에게 심어 둔 기괴고와 강환을 합일시키며, 그녀의 정신 속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 두 사람의 의식은 거기에 기묘성심전으로 연결되며 더더욱 긴밀해졌다.

그리고 그때였다.

[도대체언제쯤오는거야금방와야새나라의새사람이될것이아니더냐빨리빨리빨리….]

괴군의 영언이 기묘성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간다…!”

나는 김연과 손을 붙잡고, 동시에 기묘성심전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방대한 의식이 나에 의해 통제되며 기묘성채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일순간, 기묘성채의 통제권이 우리에게 넘어왔다.

‘이게 유지되는 건 앞으로 3초.’

그리고, 3초면 충분했다.

나는 무색유리검을 꺼내 반대쪽 손에 쥐었다.

단악(斷岳)!

콰드드드득!

태수급 괴뢰들이 정지된 그사이.

내 검격이 몰아치며 기묘성채의 한쪽 면에 구멍을 뚫어 버렸다.

콰아아아!

나는 그녀와 함께 정지된 세계에서 움직이며 빠르게 바깥으로 나왔다.

‘여기까지가 1초.’

예상보다 기묘성채가 더 단단해서 시간이 1초나 걸렸다.

‘남은 2초 동안….’

그때였다.

[너이놈지금네새로운보금자리를….]

“뭣!”

괴군이, 순식간에 자신의 제어권을 회복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기묘성채의 바깥으로 나와, 있는 힘을 다해 저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전명훈에게 김연을 집어던졌다.

“꺄아아악!”

“연아, 내가 말한 대로!”

나는 황급히 말을 마친 후 괴군을 돌아보았다.

철컥철컥철컥철컥…!

기묘성채가 다시 가동하며, 안쪽에서 인족 전체의 전력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기세들이 느껴졌다.

‘미치광이 늙은이, 어떻게 하면 100년 만에 혼자서 한 종족급의 체급이 되는 거냐.’

매 생마다 느끼는 것이었지만, 볼 때마다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쿠구구구구!

[그녀]를 중심으로 6기의 태수급 괴뢰들이 힘을 끌어올린 채 나타났다.

괴군은 [그녀]의 옆에서 노기를 숨기지 않으며 괴뢰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됐다. 역시 김연을 데려가려 하니 전면에 나서는군.’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여기서 가더라도, 일단 괴군에게 이 한 방은 먹여야 한다.

“괴 노야! 제자는 저희가 빌려 가겠습니다. 반드시 더더욱 올바르게 성장시킬 터이니….”

나는 자세를 잡고 무색유리검에 원영을 불어넣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번쩍!

의해은산!

내 원영은 한 줄기 빛이 되어, 기묘성채의 중앙에 있는 괴군에게 틀어박혔다.

쿠구구구구!

“뭣!”

일순간 극악하게 가속하는 의해은산의 초식에, 괴군은 미쳐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았다.

그리고, 나는 괴군의 의식 속으로 들어갔다.

서휼의 심상이 지옥이라면, 괴군의 심상은 연옥 정도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 안에서도 완전히 정신이 오염되지 않는 것을 느끼며, 있는 힘을 다해 괴군의 정신을 도야시켰다.

츠츠츠츳!

번쩍!

그와 동시에, 나는 혼란스럽던 괴군의 정신이 일순간 맑아짐을 느꼈다.

‘오래 지속되는 건 아니다!’

파아앗!

나는 괴군의 의식 속에서 다시 나와 원영을 회수했다.

자칫하면 이번 생이 끝날 뻔한 도박이었지만, 성공했다!

“…놀랍군. 방금 그건 뭐냐.”

괴군은 의해은산에 의해 광기가 가신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초식의 이름은 의해은산. 일종의… 심검(心劍)이라고 생각해 주시지요.”

“그러냐….”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라. 내 제자를 나에게서 해방시켜 다오. 어차피 지금 내 관심사는 서휼의 축복에 쏠려 있으니, 서휼을 잡을 때까진 너희를 쫓진 않을 게다.”

“감사합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쓸며 말했다.

“내 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을 테니 빨리 가거라! 어서!”

나는 괴군에게 인사를 올린 후, 김연과 전명훈에게 날아갔다.

“가자!”

비익창을 선보이지 않더라도 그의 의식을 한 번 되돌렸다.

이 말인즉슨, 차후에 그의 앞에서 비익창을 한 번 선보여서 다시 한번의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다시 김연과 손을 잡고 전명훈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김연에게 넣어둔 강환 분신을 사용했다.

[그아아아아아!]

괴군이 다시 울부짖기 시작한다.

괴군의 이성이 광증을 억누르려 하는 듯했지만 얼마 가지 못할 터!

“간다!”

합체기 수준에 달하는 김연의 의식 영역이, 나에 의해 휘둘러지며 하나의 구결을 완성했다.

절정경에 달한 그녀의 무예의 이해도가 거기에 합쳐지며, 구결은 무학(武學)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월수궁무록(越修窮武錄)!

파앗!

합체기에 달하는 의식 영역이 움직이며, 우리의 존재 자체를 괴군의 인지에서 지웠다.

“전명훈!”

“알았다!”

동시에 전명훈은 되돌이 뇌격의 술을 사용했다.

파지지직!

우리의 몸이 뇌전에 휩싸이며, 우리는 전송에 가까운 속도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쿠구구구구!

그러나, 괴군의 광증이 승리한 게 느껴짐과 동시에.

[그녀]와 기묘성채가 공간을 뛰어넘으며 이쪽으로 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전명훈의 어깨를 붙잡고 녀석에게도 강환 분신을 넣어주며 전명훈을 가속시켰다.

츠츠츠츳!

전명훈이 더더욱 가속되며 우리는 초월적인 속도로 기묘성채에서 멀어졌다.

파아아앗!

저 멀리 기묘성채는 지평선 끝자락으로 멀어졌고, 이내 의식 영역 바깥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김연은 그 광경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오빠. 저….”

“그래.”

나는 김연을 안아 주었다.

“벗어난 걸 축하해.”

전명훈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품속에 있는 목함을 어루만졌다.

콰득!

그리고, [그녀]의 왼팔이 내 다리를 붙잡았다.

“흐아아아아아!!!”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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