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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0

289화.

공개토론 날짜가 결정됐다.

원상훈 시장은 대단히 난감한 심정이었다.

사실 토론이 어떻게 진행되고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강진후는 잃을 게 없다. 이미 욕을 먹고 있는 데다가, 잘되면 기숙사 짓는 거고, 잘못 되어도 기숙사 안 짓는 걸로 끝나니까.

하지만 원상훈 시장은 다르다. 서울시장 끝으로 정계 은퇴할 게 아니라면, 이기든 지든 여론의 동향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기면 대학생들 표가 떨어져나가고, 지면 주민들 표가 떨어져나간다.

‘설마 토론에 응할 줄이야.’

대체 어느 재벌이 공개토론에 나오겠는가? 그래서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승낙했다.

어쨌거나 제안한 건 이쪽이고, 저쪽에서 공을 받은 이상 나가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토론을 준비하는데, 시청으로 찾아온 새정치당 장현준 원내대표가 말했다.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시장님. 아시겠지만, 강진후랑 얽혀서 좋은 꼴 본 사람이 없어서요.”

“…….”

* * *

토론에 앞서서 우리는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시장님.”

원상훈 시장은 내 손을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강대표님. 꼭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네요. 오늘 같이 좋은 토론을 만들어 봅시다.”

“물론입니다.”

입은 웃고 있지만,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잘 부탁한다는 듯 내 손을 툭툭 두드렸다.

토론사회자는 뉴스앵커로 유명한 송석훈. 우리는 사회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앉았고, 주변을 방청객들이 둘러쌌다.

사방에 있는 카메라가 우리의 모습을 비췄다. 지상파는 물론, 에이튜브 등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생방송되는 만큼 외국에서도 볼 수 있다. 관심이 커지자, 일부 사이트에서는 자막이나 동시통역까지 지원했다.

내 생각에는 이런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다는 것부터가 국가망신인데.

송석훈 사회자는 먼저 이 토론의 주제와 찬반양론의 의견을 소개했고, 토론이 시작됐다.

원상훈 시장이 먼저 말했다.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말씀드리는데, 저는 절대 기숙사 건설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기숙사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항입니다. 그러니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기와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강진후 대표님도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거라 생각합니다.”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숙사를짓는 데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야지, 왜 주민들 의견을 수렴합니까?”

원상훈 시장은 살짝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말했다.

“서울시 행정에 있어서 주거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항입니다. 인구밀집도 높고, 교통도 안 좋은 상황에서 대규모 기숙사 건립을 당장 허용하기는 힘듭니다. 서울시 자체적으로도 청년 주거지원을 확대할 예정인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인해 주민과 학생, 그리고 행정에 혼란이 생기면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한 기숙사 공급으로 인한 임대업주들의 피해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1인분에 1만 원인 식당 옆에 5천 원인 식당을 열겠다고 하면, 그때는 상인들 피해를 고려해서 식당을 못 열게 해야겠네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재벌그룹에서 식당가 한복판에 뷔페를 차리고 무료나 천 원만 내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건 식당하시는 분들에게 문 닫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임대업하시는 분들도 국민입니다. 건물 한 채 가지고 임대해서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들인데, 그분들을 위한 생계대책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난 그 말을 맞받아쳤다.

“대학생들도 국민입니다. 대학생들을 위한 거주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룸건물 하나당 못해도 10억은 넘을 텐데, 어느 쪽 생계가 더 문제겠습니까?”

원상훈 시장은 다시 내 말을 반박했다.

“이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물론 돈이 많은 임대업자도 있겠지만, 대출과 보증금 돌려주고 나면 길거리에 나앉으셔야 하는 분도 계시지 않겠습니까?”

“대학생들은 이미 길거리에 나앉아 있습니다. 노숙자 안 되려고 어쩔 수 없이 고시원이나 반지하 같은 곳에서 몇 명씩 들어가서 사는 거고.”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을 서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해나가자는 겁니다. 저는 강진후 대표님께 이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이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왜 만들어야 하는데?

“대화도 타협도 안 되니까 상황이 지금까지 온 것 아닙니다. 대학생이 낸 등록금으로 대학생이 살 곳을 짓겠다는데, 그때마다 반대에 부딪쳐서 못 지은 게 원인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 제가 짓겠다고 하니까 그것도 안 된다고 하고. 대학이 있어서 그 주변에 임대업이 생긴 거지, 임대업이 있어서 거기에 대학이 들어선 게 아닌데, 원룸업자들 수익을 위해 기숙사를 짓지 말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짓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저 역시 대학을 다녀봤고, 그동안 서울시장으로서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활동을 해왔습니다. 새나가는 예산을 아껴 저소득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마련했고, 청년수당과 청년통장으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기금을 조성해 우리 청년들이 창업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말이 길어지자 사회자가 제지했다.

“시장님. 지금 이 자리는 기숙사에 관해 토론을 하는 자리니, 관련 없는 얘기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청년을 위한 시정을 펼쳐왔고, 이번 기숙사 문제 역시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감하는데, 왜 못 짓게 합니까?”

“못 짓게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서 국민적 대타협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그러니까 이게 대체 뭔 소리야? 혹시 나만 이해를 못 하나?

“문제는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아니라, 표를 의식해 거기 편승하는 정치인들입니다. 그저 선거에서 표 얻겠다고 기숙사 건축을 반대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내가 대놓고 비판하자, 원상훈 시장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이 심합니다. 건축허가는 시의 권한입니다. 그게 부당하면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도 알아요. 지금 현홍대와 청천대는 기숙사 문제로 행정소송 중이죠. 그런데 이 절차가 다 끝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것 같습니까? 시장, 구청장, 그리고 지자체 의원들은 어차피 자기 임기만 넘기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겠지만, 지금 당장 고시원과 반지하를 전전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합니까?”

송석훈 사회자가 말했다.

“두 분 좀 진정하시죠. 잠시 토론을 멈추고, 지금부터 방청객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생들은 원상훈 시장에게 질의했다.

“현홍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필성입니다. 이 사진은 제가 지금 사는 원룸인데, 결로현상으로 인해 한쪽 벽에 새까맣게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이런 집 월세가 얼만지 아십니까? 보증금 500만 원에 관리비 포함 60만 원입니다. 운 좋게 기숙사에 들어간 다른 친구는 30만 원에 저보다 더 좋은 곳에서 지냅니다.”

“우리 대학생들이 얼마나 힘든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은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성락대 1학년 민지연입니다. 보일러도 잘 안 되고, 창문 잠금장치가 망가져서 매번 집주인에게 수리해 달라고 요청해도 어린 학생이라고 무시합니다.”

“그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구청과 주민센터와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대학생들은 주거의 어려움과 기숙사의 필요성을 말했고, 원상훈 시장은 두루뭉실하게 대답하며 넘겼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한 중년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온 김숙자입니다. 저는 기숙사 절대 반대합니다. 지금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그 기숙사 부지 앞에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기숙사 짓는다고 공사를 벌이면 아이들의 안전에 큰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난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지금 말씀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그러는데, 거기서 공사를 하면 아이들이 다칠 위험이 있다는 건가요?”

“그럼요. 등하교 할 때 초등학생들이 그 주변을 지나다니는데, 얼마나 위험하겠어요? 먼지도 많이 날리고.”

“그럼 제가 기숙사 건축을 포기하고 그 부지에 지역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를 짓고 싶어도, 등하교 하는 아이들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사를 하면 안 되겠네요?”

“아, 아니. 그건 괜찮은데…….”

안 되겠다 싶었는지, 옆에 있는 중년여성이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강북구에서 온 수애 엄마 차소현이예요. 저희 애도 지금 초등학생인데, 대학생들이 기숙사 주변에서 애정행각하고 그러면 교육에도 안 좋고 보기에도 좀 그렇잖아요.”

“초등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돌아다니는 것도 대학생들 교육에 안 좋고 보기에도 좀 그렇습니다.”

“뭐, 뭐라구요?”

난 자료를 살펴보며 말했다.

“거기 부지 근처에 모텔이 몇 갠지 아십니까? 500미터 반경에만 여섯 개입니다. 애정행각으로 인해 초등학생들 교육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면, 주변 모텔들부터 싹 다폐쇄해야 하지않겠습니까? 설마 모텔은 되는데, 기숙사는 안 된다는 겁니까? 그럼 제가 이 자리에 모텔 짓겠다고 하면 반대 안 하실 겁니까?”

“학생들이 앞에서 담배 피우고 그러면 우리 애들 건강은요?”

난 어이가 없었다. 누가 들으면 길 가다가 담배 연기 맡는 순간 폐암 걸리는 줄 알겠는데.

“거기는 원래 대학가잖습니까? 이미 원룸촌이 형성돼 있고 거기 사는 학생들이 담배를 피웠을 텐데, 그동안 우리 애들 건강을 방치하신 겁니까?”

“그, 그거야…….”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라면 그쪽 원룸촌을 싹 다 밀어버리고 대학생들을 다른 곳으로 쫓아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난 원상훈 시장을 보며 말했다.

“시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민 분께서 아이들 건강을 걱정하시는데, 초등학교 주변의 원룸을 싹 철거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건 너무 극단적인 의견이구요.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그놈의 대화와 소통. 이러다가 남의 집 제사상에 감 놓을지 배 놓을지도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국민적 대타협하자고 하겠다.

“마포구에서 온 최말자입니다. 저희 주민들도 기숙사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기숙사를 지으려면 그 지역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투자도 함께 해야지, 딸랑 기숙사만 짓겠다고 하면 주민들은 뭐가 되나요?”

같이 앉아있는 사람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게 모두의 본심일 거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보면, 뭐라도 하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겠지.

난 딱 잘라 말했다.

“앞으로도 쓸데없는 기대를 하시지 않도록 자리에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기숙사를 안 지으면 안 지었지, 해당 지역에 어떠한 혜택도 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화내며 소리쳤다.

“뭐라구요? 주민들 보고 혐오시설만 떠안으라는 건가요? 그럼 우리 부녀회는 끝까지 반대할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끝까지 반대하세요.”

“…….”

송석훈 사회자가 말했다.

“이번 농쟁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대학생들 주거권과 임대업자들의 생존권입니다. 그럼 대학가에서 임대업하시는 분들 의견도 들어보겠습니다.”

한쪽에는 노인들이 앉아있었다. 그들 중 한 노인이 마이크를 붙잡고 말했다.

“저는 세한대 앞에서 임대업을 하는 박철수입니다. 그리고 현재 ‘서울시 원룸임대업 조합위원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대체 대한민국에는 뭔 단체가 이렇게 많아?

노인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벌대기업이 기숙사 같은 것을 지으면, 우리같이 임대업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인들은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됩니까? 생계보호를 위해 시에서는 절대 기숙사를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건물을 짓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학생들에게 싸게 임대해주는 기숙사로 쓰는 건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그러면 건물을 지어서 임대를 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겠네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기숙사가 안 된다고 하면, 그 부지에 건물을 지은 다음 낡아서 저절로 무너질 때까지 아무에게도 임대를 주지 않겠습니다.”

“뭐, 뭐?”

“전 그 땅을 팔 생각이 없습니다. 기숙사가 안 된다고 하면 건물을 지어놓고 그대로 방치하고, 건물을 못 짓게 한다면 영원히 폐허로 놔두겠습니다.”

기숙사를 짓기 위해 사들인 땅은 대학을 끼고 있는 알짜 부지다. 어느 기업이 그 부지를 그냥 놀리겠는가?

그러나 나는 돈이 많아서 그래도 된다. 그거 팔아봐야 몇 푼이나 나온다고. 다만 동네에 관리가 안 돼 쓰러져가는 건물이나, 공터가 있으면 대단히 보기 안 좋겠지.

노인은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소리쳤다.

“어디서 어린노무 자식이 버르장머리 없이 협박질이야? 니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지금 생방송 중입니다. 그런 말씀은 자제해주시기 바립니다.”

사회자가 제지했지만, 노인은 계속해서 길길이 날뛰었다.

“어른 말씀하시는데 말이야! 건방지게 말이야!”

난 노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어르신이 가진 건물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당장 100억에 사겠습니다. 그럼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뭐? 배배백억?”

“예. 100억이요.”

눈이 휘둥그레진 노인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난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한 농담이었습니다.”

그 말에 노인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이 자식이 감히 어른을 놀려…… 커억!”

노인은 갑자기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뒷목 잡고 쓰러지는 것은 회장님들의 시그니처 퍼포먼스 아닌가?

주변에 있던 다른 노인들은 그 노인을 부축하며 소리쳤다.

“괜찮으십니까?”

“어이구! 이러다가 사람 죽겠네!”

“돈 많다고 사람 죽여도 되는 거냐?”

“나도 죽여라, 이놈아!”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생길까봐, 서성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대기 중이었다. 재빨리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는 쓰러진 노인의 혈압과 맥박을 쟀다.

의사는 노인을 신중하게 살핀 다음 말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혈압이 조금 높긴 하지만 정상범위 안입니다.”

그러자 노인은 울며불며 소리쳤다.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그래도 혹시 몰라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노인은 실려 가면서도 계속 소리쳤다.

“강진후가 사람 죽인다!”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니, 매우 안심이 된다.

잠시 장내를 정리하는 사이 갑자기 방청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폰을 들여다보며 뭔가에 대해 수군거렸다.

스텝은 재빨리 자료를 전달해주었고, 송석훈 사회자는 그 자료를 보더니 말했다.

“잠깐만요. 방금 뉴스가 들어왔는데, OTK컴퍼니 측에서 호민재단 설립과 함께 기초과학 지원책을 발표했네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1조 원의 기금을 조성해 한국의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기초과학 연구와 실험, 그리고 센터 건립 및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기업이 대학의 연구와 실험을 지원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보통 필요한 데이터를 얻거나, 성과를 내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오로지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1조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민간의 과학 지원 중에서는 최대액수였다.

송석훈 사회자가 말했다.

“좋은 일입니다만, 이걸 토론 도중에 발표한 이유가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일주일 안에 서울시내 기숙사 후보지 중 한 곳이라도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1조 원의 지원 계획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내 말에 원상훈 시장은 깜짝 놀랐다.

“자, 잠깐. 무슨 말입니까? 그게 기숙사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난 그에게 되물었다.

“왜 관련이 없나요? 먼저 주거문제부터 해결해야 공부도 하고 연구와 실험도 할 것 아닙니까? 주거도 해결이 안 되는 판에 뭔 기초과학 발전을 시키라고 학생들 등을 떠밀겠습니까? 시장님께서는 평소 과학이 발전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말씀하셨고, 서울을 최첨단 과학도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자, 이제 1조 원의 기초과학 지원이 시장님의 손에 달렸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원상훈 시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식은땀만 흘렸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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