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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6

294. 남매 Ep – 카트리나의 굴레

“복도랑 현관은 한 달에 한 번만 청소하면 돼. 어쩌다 치워야 할 게 생기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워다 버려서 괜찮아. 손님방도 그렇고.”

환영식 같은 건 없었다.

이전에 라우노 패밀리에 들어왔을 땐 레나와 레오를 위한 만찬이 준비되었었으나, 레안과 레리아나는 오베르의 개인적인 호의로 아주머니들을 소개받아 그녀들의 일을 일부 넘겨받았을 뿐이었다.

빨래는 각자가 처리해서 청소 같은, 그리 어려울 게 없는 잡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솔직히 별로 필요 없는 거 아시잖아요.” ─ 어떤 간부가 한 말과 달리,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기왕 하인이 생겼으니, 라우노 패밀리의 가족들이 공동으로 분담하던 게 남매의 몫이 된 것이다.

이를테면 공용 현관, 식당, 주방, 복도, 창고, 욕실, 아이들 놀이방과 공부방, 노인들의 휴게실, 손님방과 응접실, 라우노 패밀리 간부들의 회의실 따위의 청소였다.

너무 많아서 결국 식당과 주방, 욕실은 아주머니들이 종전처럼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쓱싹쓱싹.

레안은 아직 길을 잘 모르는 동생을 데리고 청소를 시작했다. 동생한테는 깃털이 달린 먼지떨이를 쥐여주고, 본인은 빗자루를 들었다.

시시한 일이다.

하지만 레안은 한동안은 이렇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레리아나에게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길 때까지, 부모 없이 살아온 동생의 삶이 안착할 때까지는 여기서 살아야겠다.

파닥파닥, 복도의 장식장에 쌓인 먼지를 까치발로 털어내던 레리아나가 말했다.

“오빠, 나 저긴 팔이 안 닿아.”

“이리 줘.”

“싫어~ 내가 할 거야. 그리고 오빠도 팔 안 닿잖아.”

“….”

“우리 방에 있는 사다리를 가져오자. 그거면 될 것 같아.”

“…동생아. 그럼 그냥 처음부터 사다리를 가져오겠다고 말했으면 되지 않았니.”

“헿. 근데 나 길 몰라. 같이 가서 가져오자.”

“기다려. 내가 가져올게.”

여태껏 청소하면서 멀리 온 것 같지만 동생을 데려갈 만큼 방이 멀리 있진 않았다.

지름길인데, 여기 2층 서재에 있는 테라스로 나가서 계단을 내려가면 금방이다.

“여기에 테라스랑 계단이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어?” ─ 괜한 질문을 받을까 봐, 레안은 동생을 두고 걸음을 재촉했다.

서재로 들어가기 직전에 돌아보니 레리아나는 제 키만 한 싸리나무 빗자루를 들곤 바닥을 쓸어보고 있었다.

잉차잉차, 애쓰지만 레리아나가 빗자루를 쓰는 건지, 빗자루가 레리아나를 쓰는 건지 모르겠다.

레안은 그런 동생이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인도 키가 작아 남들이 보기엔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레안은 이내 사다리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산티안~ 뭐해 안 오고.”

저쪽 복도 멀리서 옹기종기 몰려가던 라우노 패밀리의 소년 소녀들 중에서 우뚝, 걸음을 멈춘 소년이 있었다. 그 갈색의 곱슬머리 소년은 레리아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산티안 라우노다.

레안은 잠시 서재 문가에 기댄 채 지켜보았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뭐하냐니깐. 늦으면 우리 혼나. 어? 쟨 누구지?”

“우와. 이쁘다.”

레리아나를 보곤 저들끼리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아이들. 그들은 곧 공부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늦으면 선생님께 혼쭐이 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티안은 다리에 못이 박힌 것처럼 굳어있었다. 물론 그의 다리는 멀쩡했다.

말을 걸려나?

매번 그랬던 것처럼 레리아나를 쫓아다니려나?

하지만 산티안은 우물쭈물, 다가가지 못했다. 레리아나가 고개를 들자 시선이 맞부딪쳤다.

“?”

화악- 석양처럼 붉어진 얼굴.

동생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멀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산티안을 위해 레안이 사다리를 들고 나갔다. 귀하신 공주님께 반해버리고 만 평민에게 물러날 기회를 주었다.

“오빠, 왔어?” ─ 레리아나의 시선이 떨어지고도 산티안은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떽!” 선생님의 호통과 함께 사라졌다.

햇볕이 들이치는 복도엔 다시 남매만 남아 있었다.

“응. 가져왔어. 올라가 봐. 하지만 잘못하면 다리를 다치니까 조심해. 긁힌다구.”

“걱정 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사다리에 올라탄 레리아나는 요령 있게 장식장을 털었다. 그녀는 바보, 아니, 산티안에게 관심이 없었다.

* * *

레안은 며칠간 성실하게 일하며 라우노 패밀리 사람들과 안면을 텄다. 개중에는 소이린이라는 꽃집을 하는 아가씨도 있었는데, 그녀는 이전과 달리 레안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하진 않았다. 레안은 어떻게 하면 동생의 자유시간을 늘려줄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나만 일하고 동생은 놀았으면 좋겠는데…

궁리 끝에 레안은 동생을 재워 놓고(레리아나는 이불을 깔아주면 정말 아무 때나 잤다), 저택 현관을 서성거렸다.

오베르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린 거다. 오베르는 가죽 거리를 담당하건, 극장을 담당‘했’건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했다.

해서 그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데, 오베르는 의외로 마차를 타고 돌아왔다.

“왕자님이 오신다고요? 그럼 저희가 뭐 준비해야 할 게 있습니까?”

“우리가 준비할 건 없네. 하지만 이걸 미리 알면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겠나. 귀족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지는 중이라니까, 빨리 팔수록 좋겠지.”

늙수그레한 목소리.

저택 정문을 지나쳐 현관으로 다가온 마차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뒤이어 오베르와 함께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조세프 라우노, 상권 관리와 정보상, 암살을 주 사업으로 하는 라우노 패밀리의 보스였다.

마침 잘 됐다.

레안이 꾸벅, 인사했다. 귀밑머리가 희끗한 조세프는 레안을 잠시 내려다보다 물었다.

“이 소년은 누군가?”

“아, 그… 레안이라는 아이입니다. 깜박 말씀을 못 드렸네요. 사정이 딱해 보여서 제가 방을 한 칸 내주었습니다. 여동생이랑 같이 어제부터 저택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느리가 어떤 아이들이 하인으로 들어왔다고 했던 것 같군. 조세프 라우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를 살피던 오베르는 휴, 안도했다. 다행히 허락하신 듯한데… 불쑥, 레안이 말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

“어? 무, 무슨 부탁?”

불안하다. 이 당돌한 꼬맹이가 또 뭔 소리를 할지. 보스 앞에서 입을 막아버릴 수도 없고, 역시나 그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질 않았다.

“제 동생이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보니까 선생님이 와서 애들을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왜, 아예 놀이시간도 달라고 하지. 공부만으로 되겠어?”

오베르는 기어이 화가 나고 말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란 말이다!

거둬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과도한 선행이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이 꼬맹이는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아야 했다.

오베르가 레안의 팔을 슬그머니 움켜쥐었다.

보스께 “하하… 이 녀석이 세상 물정을 몰라서요. 잠깐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말씀드린 그는 레안을 따끔하게 혼내줄 요량이었는데,

“오베르 씨. 전 당신한테 부탁드린 게 아니에요. 저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린 거지.”

당돌함이 지나친 꼬맹이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오베르는 빠드득, 이를 깨물며 속삭였다.

“즈발 입 좀 닥쳐라. 너 들어온 지 사흘도 안 됐단 말이다.”

하지만 화살은 이미 날아갔다.

오베르가 말조심하라며 눈알을 부라리고, 조세프 라우노가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그는 눈가의 주름이 사람 좋게 잡혔으나, 두꺼운 입술을 잔혹하게 다무는 사람이었다.

“동생을 공부방에 들여 달라고?”

“네.”

“그럼 너는 우리 가족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니?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지 않겠니.”

“저도 마찬가지예요. 오는 게 있어야, 드릴 수 있죠.”

“…”

“한 달만 시간을 주세요. 청소는 제가 다 할게요.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거예요.”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레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 업적 : 패밀리 보스와의 첫 만남 – 깡패들이 당신의 말을 미약하게 신뢰합니다. ]

‘라우노 패밀리 만세’ 업적이 있었으면 더 쉬웠을 테지만, 이걸로도 충분했다.

신뢰를 중시하는 조세프에게 누가 먼저냐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소상공인들에게 먼저 선물을 보내어 관계를 맺곤 하였으니까. 동생을 공부방에 들이는 것쯤이야.

조세프는 본인이 늘 그러하듯, 눈도 깜박이지 않고, 미동도 없이 생각하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한 달은 너무 짧구나. 반년을 기다려주겠다. 네 마음은 알겠지만, 난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부디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 주려무나. 오베르.”

“네.”

“이 아이 동생을 공부방에 넣어주게. 아이들이랑 같은 시간표를 짜 줘.”

“……알겠습니다.”

조세프는 뚜벅뚜벅,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오베르가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레안이 올려다보자 그 시선을 마주하지 않으며 말했다.

“대체 어쩌려고 이랬어. 그냥 몇 달 기다리다가 눈치 봐서 말했으면 됐을 것을… 이젠 나도 모르겠다.”

“오베르 씨.”

“왜.”

“고마워요. 여러 가지, 다요.”

“….”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

“…마음대로 해라.”

오베르는 레안을 바라보지 않았다. 마치 정을 붙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어쩌면 반년 뒤에, 본인이 본인의 손으로 이 소년의 목을 죄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레안은 그런 오베르의 행동을 되레 어여쁘게 생각하며, 저택을 나섰다.

사실 한 달이면 팔다리에 힘이 붙어서 이깟 라우노 패밀리 따위, 혼자서 몰살해버릴 수 있었다.

한데 반년이라.

하하, 고맙기도 하지.

동생이 공부할 수 있게 된 데다가 시간에도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 레안은 느긋한 걸음으로 {추적술}을 따라 걸었다.

크세니아를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추적술}은 북동쪽을 가리켰다.

그 거리를 짐작할 순 없었지만, 오르빌을 벗어나진 않을 터였다.

다만 그녀가 있어야 할 방향이 예전과는 달라서 레안은 가는 길에 남문대로 여섯 번째 골목길에 들러보았다. 오랑주 극장이 있어야 할 곳이었는데…

“꼬맹아. 여긴 애들이 오는 곳이 아니란다.”

오랑주 극장은 다시 창관이 되어 있었다. 붉은색 등이 무수히 달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큼한 내음이 났다. 레안은 카시아를 떠올렸으나, {추적술}은 그녀를 잡지 못했다.

‘…먼저 오베르한테 카시아에 관해 물어볼 걸 그랬나?’

오베르가 극장이 아닌, 다시 가죽 거리를 지키고 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레안은 쯧, 혀를 차곤 걸음을 돌렸다.

지금은 크세니아를 만나는 게 급하다. 카트리나도 {추적술}에 걸리지 않는 지금, 그녀는 레안이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크세니아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시간이라 슬슬 문을 닫는 고급 상점가를 지나치고, 귀족의 저택이 몰린 에라린 대로를 가로질렀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걸어가던 레안은 이 길을 전에도 와봤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릴레이 극장으로 가는 길이였다. 예전에 소이린과 함께 걸어 돌아온 길이다.

크세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한 그는 곧 역사와 전통이 깊은 극장에 당도해 있었다.

연극이 끝난 극장은 팸플릿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을씨년스러웠다.

크세니아는 아직 극장 안에 있었다. 들어가긴 뭐하고, 레안은 어슬렁어슬렁, 팸플릿을 밟으며 기다렸다.

그러길 잠시 {추적술}이 서서히 돌아가며 크세니아가 밖으로 나왔다. 혼자는 아니고 여러 배우들과 함께였는데, 다행히 카트리나가 없었다.

“어?”

크세니아는 레안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저께 아침, 내게 물을 왕창 쏟아버린 거지 소년이다. 그 직후, 저 소년은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 같소. 그러니 날 도와주시오.”

– “넌 뭐야? 헛소리 말고 비켜! 이분이 어떤 분인 줄 알고.”

카트리나가 막아섰지만, 진심이 담긴 눈동자였다.

– “미친놈이네요. 영애께서는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카트리나의 발길질에 우당탕 넘어진 거지 소년, 그는 마지못해 돌아선 나를 목마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 먼저 가볼게요.”

동료 배우들과 떨어져 나온 크세니아는 거지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어디서 났는지 깨끗한 옷을 입은 건 아쉽지만, 크세니아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소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답을 들으러 왔소이다.”

두근. 크세니아는 손을 모아 공손하게 물었다.

“어떤 대답이요?”

“날 도와주고, 사랑해주겠다는 약속이오.”

이 남자는 진심이다.

크세니아는 꺄하하!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간신히

“이, 이리… 킥. 오세요. 우리 집에 가서 이야기하죠.”

답하곤 돌아섰다.

그녀가 레안을 이끈 곳은 마당이 딸린 작은 저택이었다.

그곳에는 본인이 모시는 왈가닥 영애를 어이없이 바라보는 카트리나가 있었다. 카트리나는 따라 들어온 레안을 당혹스럽게 쳐다보았는데…

당혹스럽긴 레안도 매한가지였다.

크세니아의 반응 때문은 아니고, 처음 보는 카트리나의 모습 때문이었다.

카트리나는 몸에 포대기를 두르고 있었다. 등에는 20개월이나 됐을까 싶은 아이를 업고, 앞으로는 갓난아이를 둥가둥가 재우는 중이었다.

이것이 ‘굴레’에서 풀려난 카트리나의 모습이었다. 레안은 충격받아 말문을 잃어버렸다.

카트리나가 어떻게 굴레에서 풀려났는지 알았다.

지난 거지남매 회차에서 검술을 가르쳐 달라 청했던 그녀는… 노엘의 ‘한 합의 여유’를 숨기는 검술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배워갔다. 그러곤 일 년이 흐른 시점에 굴레에서 풀려났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카트리나가 아이를 낳은 거다.

그게 매섭게 붉은 머리와 눈썹을 가진 그녀의 바람이었다.

엘런이 그린 어머니의 초상화처럼, 카트리나는 자상한 어머니가 되고파 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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