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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7

295. 남매 Ep – 선택권

저 왈가닥 영애가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카트리나는 두 아이를 둘러매고 자장자장 재우면서도 그저께 본 거지 소년과 크세니아를 주기적으로 훔쳐보았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다.

손님을 맞기엔 적합하지 못한 시간이었음에도 영애께선 거지를 저택 테라스에 앉히고 차를 나눠 드셨다.

몸소 차를 따라주는 게 꼭 연인을 대하는 것만 같다. 카트리나는 크세니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통 이상한 주인이 아닌 건 진작 알았다.

결혼하기 싫다는 이유로 가문을 뛰쳐나온 영애이고, 카트리나는 크세니아의 어머니이자 엘런의 후원자인 에들린 페테르로부터 가출한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혼기가 찬 영애가 가출했다는 게 세간에 알려지길 바라지 않았는지 개인적인 친분으로 부탁을 해온 것이었다. 첫째를 낳느라 기사단에서 은퇴한 상태였던 카트리나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처음엔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엘런에게 애를 맡겨놓고 돌아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몇 달을 그럴 순 없어서 카트리나는 라우노 패밀리라는, 정보상을 하는 어느 깡패놈들을 찾아갔다. 협박… 아니, 설득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크세니아를 찾을 수 있었다.

페테르 백작가의 고귀한 영애께서는 아릴레이 극장에 숨어 배우로 일하고 계셨다.

고자질하자, 에들린 페테르가 극장으로 쳐들어갔다.

“어, 어머니.”

싸대기라도 날리지 않을까.

와 씨. 이거 돈 주고도 못 볼 광경이다. ─ 기대했건만, 에들린 페테르는 배우가 된 딸을 보곤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도 어지간히 호탕한 여인이 아니었다.

페테르 백작가의 재산을 펑펑, 제 취향껏 써대는 그녀는 벨리타 왕국 예술계의 큰손으로 통했다.

멸종해버린 음유시인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무명 화가를 발굴해 전시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카트리나의 연인인 엘런도 개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은 무명이 아니지만.

극장 앞 매표소. 극장 관계자들의 힐끔거림 속에서 에들린이 말했다. 그녀는 몇 달 만에 만난 딸을 차분히 설득했다.

“그렇게 결혼하기 싫니? 네가 정 싫으면 엄마가 아빠를 설득해줄게. 사실 이미 대판 싸웠단다. 엄마도 확 여행을 가버리려다 참았어.”

“…죄송해요.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고… 전 결혼해서 애나 낳아주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요.”

‘어리다 어려.’

카트리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애를 가지려고 무진 애썼기 때문이었다. 애가 생기지 않는 까닭이 자신의 검술 때문인가 싶어 속임수가 난무하는 검술에 ‘여유’를 섞었다. 그제서야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뭐, 내 인생 아니니까. 두 모녀(母女)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래. 그럼 일단 집에 들어오렴. 아빠랑 얘기해보자꾸나.”

“싫어요!”

크세니아가 빽 소리쳤다.

“아버지랑은 말이 안 통해요. 절 끝끝내 타티안 후작가로 시집보내고 말 거예요. 혈통이니 뭐니… 이젠 지긋지긋해요.”

“…네 아빠의 과거를 알잖니.”

“그럼 더더욱 그러지 말아야죠.”

에들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알겠다. 그럼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니? 아빠 몰래 영지에 내려가 있을래?”

“아니요. 전 연극을 하고 싶어요.”

“연극?”

“네.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서요. 솔직히 전 이대로가 좋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렴.”

에들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크세니아가 울컥, 따지려는 찰나에 말을 이었다.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네 모습만 봐도 네가 무슨 역을 맡았고, 어떤 꼴로 사는지 알겠구나. 하잘것없는 조연이나 맡아서 입에 겨우 풀칠하고 있겠지.”

“…”

“극장주를 불러오렴. 한 번 주연을 맡아보고, 네가 원하던 건지 알아봐. 실제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으니까.”

“…고맙지만 싫어요. 전 제 힘으로 주연을 따낼 거예요.”

“어머? 그게 무슨 말이니. 너는 지금 네 힘으로 주연을 따내는 중이잖니.”

“?”

“평민들에게 물들었구나. 페테르 백작가에서 태어난 게 네 힘이고 능력이란다.”

에들린 페테르가 고개를 오만하게 치켜들었다.

크세니아의 것과 같은 짙은 흑발이 물결처럼 찰랑거렸다.

“시간 낭비하지 말렴.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아. 네겐 선택권이 있잖니. 엄마는 딸의 선택을 존중한단다.”

크세니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 에들린은 아릴레이 극장 부근에 조촐한 저택을 마련해주었다. 카트리나는 크세니아의 호위를 부탁받았는데, 거절하기엔 지나치게 좋은 조건이었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저택 하나를 무상으로 임대해주겠단다. 둘째를 가질 계획이었던 카트리나는 엘런과 상의한 뒤, 수락했다.

본인은 기사단을 그만둬서 수입이 없고, 엘런이 요즘 잘 나가는 화가라지만 그림쟁이의 수입이라 봤자 뻔했기 때문이었다.

“응애!”

그때, 둘째 아들내미가 뭐가 불편한지 울음을 터뜨렸다.

어이구, 이쁘지.

다시 둥가둥가 흔들어주려던 카트리나는 아들놈이 똥을 대판 싸질렀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이고- 호위를 서야 하는데.

카트리나는 황망한 와중에도 다시 힐끔, 크세니아와 레안을 훔쳐보았다. 테라스에서 차를 나눠 마시던 그들은…

‘환장하겠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바짝 붙어서 속닥이고 있었다. 손까지 맞잡은 걸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업적 : 카트리나가 목숨 바쳐 지킨 남자 – 카트리나에게 큰 호감을 얻음. ]

저 얼굴 반반한 거지 놈이 얼굴값을 하는구나.

크세니아, 저 왈가닥은 여태 남자한테 관심도 없더니만, 왜 저러는 거야?

하지만 위험한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위험한 건가? 카트리나는 고용주에게 보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돌렸다. 들쳐멘 딸내미까지 “으으응…!” 깨어나고 있었다.

“아이고- 이것들아. 가만히 좀 있어. 간다, 엄마 가고 있다구.”

카트리나가 마당을 가로질렀다.

벽을 허물어 한 마당을 공유하는 두 채의 저택.

하얀 리아트리스 꽃이 만개한 왼편은 크세니아의 거처이고, 지붕을 푸르게 칠한 오른편은 엘런과 카트리나의 신혼집이었다.

대문을 박차고 들어간 카트리나는 서둘러 갈아입힐 것을 찾았다. 허리를 굽혀 몸부림치는 딸내미를 다독이는 동시에 어찌나 건강한지 똥이 질펀한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그녀는 앞뒤로 바쁜 와중에도 남편을 부르지 않았다.

엘런이 와서 도와주면 일이 한결 수월하겠지만, 무명의 그림쟁이였던 그는 근래에 들어 빛을 보고 있었다.

자식을 가진 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보다. 엘런의 붓 터치가 한층 성숙해지고, 극찬이 쏟아졌다.

풍경화를 즐겨 그리던 목가적인 화풍에 아이와 인물의 세밀한 묘사가 더해져 지금은 그의 그림을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었다. 에들린이 저택을 무상으로 임대해준 대에는 한 시대의 획을 긋는 거장(巨匠)의 탄생을 후원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한바탕 드잡이질한 끝에 상황이 일단락됐다.

카트리나는 뜨뜻하니 묵직해진 기저귀를 돌돌 말아쥐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불현듯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빨래를 또 해야겠네.’

카트리나는 때때로 본인의 처지가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래도 한때 왕국의 기사였던 몸이건만. 지금은 똥 기저귀나 치우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빨래하는 애 엄마가 됐다.

더군다나 애들을 거진 연년생으로, 연달아 낳는 바람에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이렇게 문득, 기저귀를 쥔 자신을 발견하면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카트리나는 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아랫도리가 개운해진 아들이 바동바동, 몸을 뒤집었다. 침대 귀퉁이로 침을 질질 흘리며 기어가기에 카트리나가 얼른 안아 들었다.

그녀는 그새 마음을 다잡은 상태였다.

아들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고작 그것만으로 부모의 도리를 강조하는 건 평생 자식으로밖에 살아보지 못한 이들의 관점이다.

부모도 육아의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고 싶고, 지긋지긋하다.

이 쪼끄만 것이 언제쯤 사람이 될지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그렇지만…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카트리나는 이 핏덩이들이 제 몸 하나 간수할 수 있을 때까지. 아니, 결혼할 때까지. 아, 아니, 눈에 흙이 들어갈 그 날까지 온 마음을 쏟아 책임질 요량이었다.

카트리나가 아들을 안아 들었다.

잠이 안 온다며 칭얼대는 딸을 등에 얹혀 포대기를 바로 하고 다시금 자장자장, 배운 적도 없건만 기억이 나는 어머니의 룰라바이, 자장가를 따라 불렀다.

* * *

“다시 오겠소.”

레안이 크세니아의 배웅을 뒤로하고 저택을 떠났다.

카트리나가 끼어들고, 오랑주 극장이 사라지는 둥 자잘한 변화가 생겼지만, 크세니아가 날 사랑하고 나 또한 그러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늘은 그걸 재확인했을 뿐이다.

레안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걸었다. 그러길 잠시, 카트리나가 떠오르자 고개를 휘저었다.

카트리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카시아를 더는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굴레에서 풀려났다.

굴레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추적술}이 굴레 퀘스트를 완료한 사람을 찾아주지 않는 건 그 사람이 저에게 주어진 일을 다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하니 그녀의 인생에서 빠져주는 게 도와주는 길이었다.

하지만 싱숭생숭해진 기분을 숨길 수가 없어 걸음이 산만해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카시아가 있을 방향으로 향하였는데, 핑계가 그럴듯했다.

+ …카트리나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던 어느 날, 카시아를 만나러 간 레안은 팔이 부러진 거지를 만났다. 궁중 예법을 사용하는 그에게 흥미를 느껴 따라간 레안은 거지의 부탁을 받아 ‘라우노 패밀리’를 조사하는 것으로 한때 타탈리아 왕가의 시종장이었다는 거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요청을 수행해나갔다… +

엔딩에서 본 내용이다.

레브로부터 거울로 연락을 받아 깨어난 나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독립적으로 행동했고, 번번이 카시아를 찾아갔다.

그냥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서였을 거다.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이.

문제는 카시아를 찾아갔다가 그 ‘팔 부러진 거지’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반란을 일으켰던 지난 19번째,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레브는 교회의 통신으로 왕위에 오른 나에게 연락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레브에게 내가 경고했었다.

/ 그의 부탁을 들어주다 보면 아스타로트 대공을 만나게 된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처음부터 만나지 않는 게 좋으니 다음에는 카시아를 만나러 가지 말아라. / 라고.

그러니까 나는 매번 아스타로트에게 접근해있던 것이었다.

그 상태로 레이가 아스타로트를 억제하던 소드마스터, 헤르만 포르테 백작을 죽여버리자 그 사달이 났던 것이고.

레안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해가 거의 저물어가는 시간이라 건달 몇 놈이 골목길에 선 그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왕궁 심처에 틀어박혀 있는 아스타로트에게 접근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네.’

“이봐, 거기 빼짝 마른 꼬맹이! 이리 와 봐.”

‘라우노 패밀리는 또 왜 조사했고. 도대체 뭘 알아내려고 내가 타티안 후작과도 손을 잡았을까?’

“얼씨구, 저 새끼 봐라. 듣는 척도 안 하네. 거기 가만히 있어라. 오늘 내가 송장 치운다.”

알 수가 없다.

카시아도 볼 겸, 시종장이었다는 그 거지를 만나면 알게 될 테지만…

레안은 과거의 자신이 한 경고를 떠올리며 갈등했다. 그때, 훅! 주먹이 뺨을 스쳤다.

“피해? 이 새끼가… 엌!”

레안의 손바닥이 마치 귀싸대기를 때리듯, 건달의 귀밑머리를 올려 쳤다. 턱과 목의 경계가 되는, 맞으면 머리가 띵- 울리는 곳이다.

‘전후 사정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위험할 것 같지는 않은데… 까딱 잘못하면 이번 회차가 통으로 날아간단 말이지.’

그렇다면 찾아가는 게 좋을까, 찾아가지 않는 게 좋을까?

꽤 중요한 정보 같아 보이므로 알아보는 게 좋겠지만, 레안은 자신이 어지간해선 경고를 남기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건달들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며 고심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말고, 나중에 하자.’

시간은 많으니 충분히 안전해졌을 때 알아볼 생각이었다. 아스타로트는 나 또는 레리아나를 보면 발작할 테니까, 대리인을 세워 조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정말 여차하면 그 시종장이라는 거지를 잡아다가 고문해도 되고… 방법은 많았다. 잘 생각해서 선택해 보자.

레안은 그렇게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건달들이 널브러진 가운데, 그를 조용히 지켜보다 사라지는 사람이 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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