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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3화 사자심왕

전화 한가혜의 이름이 한하리로 변경되었습니다.

한국 헌터협회 과장 김진수.

그는 흑색등급 게이트의 클로징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내고 귀환했음에도 환영이 아닌 조사와 기나긴 회의를 반복해야 했다.

“하리야, 어떻냐?”

심문실 바깥 로비. 한하리 대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안 믿는 눈치예요.”

“당연하겠지.”

흑색 던전이 클리어됐다. 그것도 반쯤 죽어나갈 거라 예상했던 선발대에 의해서.

심지어 해당 게이트는 악명 높은 데몬 게이트였고, 대악마까지 출현했다? 절반이 아니라 전멸했어야 정상이다.

김 과장의 직속상관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새끼들 지금 단체로 짰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생각하는 상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선발대로 참여했던 모든 헌터들이 하나같이 같은 소리를 하니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 남자에게로 돌아섰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매직 미러를 통해 보이는 찬란한 금발의 사내. 대악마를 일격에 처단하고 모든 악마들을 처단한 강자.

최소로 쳐도 S급 헌터로 측정되는 그의 정체는…….

“생존자… 맞죠?”

“그래, 이계의 생존자다.”

간혹 있었다. 게이트 너머에서 생존한 존재들이.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출몰한 게이트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멸망한 세계 또는 멸망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하나의 테마를 가졌던 것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게이트가 멸망한 세계의 기록 또는 멸망한 이후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추측했고, 정말 드문 케이스지만 간혹 그곳에서 생존자가 넘어오기도 했다.

인간뿐 아니라 엘프, 드워프 등의 판타지 종족들까지도.

이계에서 넘어온 자들. 사람들은 그들을 ‘생존자’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흑색 등급 게이트였는데요. 그곳에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게 가능한가요?”

“실제로 우리 눈앞에 있잖냐.”

그의 비상식적인 강함을 생각하면 의외로 불가능한 것 같진 않다.

애초에 상식이니 비상식이니 따지는 것도 이상했다. 30년 전부터 세계는 비상식의 연속이었으니까.

생전 처음 보는 균열 속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며 대격변이 일어났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가고 토지가 오염되며 도시들이 파괴되었다.

천만 다행히도 흔히 각성자… 헌터라고 불리는 마나의 축복을 받은 존재들이 나타나 인류는 겨우 존속했지만, 아직도 게이트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너무나 많았다.

“생존자라…….”

생존자.

그들은 각성한 헌터들과는 달리 선천적인 마나 유저가 많으며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은 만큼 많은 이들이 헌터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거나 그 이상으로 강했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의 콧대는 높았고, 문화도 생활권도 크게 달랐던지라 현대에 쉽게 녹아들지 못했다.

XX 제국인이니 숲의 현자니, 지하던전의 마스터이니 하는 이들은 현대문명과는 완전히 괴리된 삶을 살았을 테니.

그렇기에 정부는 생존자들을 최대한 존중하며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고 포섭하는 방침을 세웠다.

“무조건 포섭해야 해요. 저 사람… 어마어마한 강자예요.”

“그래… 무조건이야 무조건.”

A급 헌터도 상급 악마 상대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하물며 대악마라니? 대악마는 인류의 악몽 군주급 악마를 제외하면 가히 최강의 몬스터다.

레온은 그런 대악마를 일격에 격살한 강자. 지금까지 대악마를 격퇴한 헌터들은 있었지만, 압도한 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함이 디폴트라는 생존자들조차도 악마들을 두려워하면 두려워했지, 레온처럼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 강함과는 별개로 전 세계에서 출몰했던 생존자들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스스로를 짐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최소 왕족. 수사관들도 충분히 주의를 하고 임해야겠지.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할 거 같아요.”

“근거가 있어?”

“목소리에서 느꼈거든요. 저 사람… 좋은 사람인 거 같아요.”

하리는 남자가 자신을 격려하며 일으켜 세우던 따뜻한 음색을 잊지 않았다.

용기 있는 자를 상찬하고 자애로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그런 남자가… 선량하지 않을 리 없──

“이 천한 것이! 어디서 감히 영광스러운 라이온하트의 이름을 더럽히느냐!”

와장창!

내리친 주먹질 한 방에 무너져 내리는 책상. 충격파가 몬스터의 공격도 막아내는 강화 유리를 아작낸다.

깨진 매직 미러 너머에는 찬란한 금발 남자가 조사관을 향해 호통을 치고 있었다.

“……착하다며.”

“무, 문화 차이?”

하리는 눈을 껌뻑거리며 애써 옹호했다.

* * * *

레온은 300년 만에 귀환한 지구를 보며 낯선 기분이 들었다.

하긴 20대에 막노동 하다 과로사한 천애고아였다.

환생한 뒤로는 100년 넘게 왕국의 기사이자 국왕이었고 악마들이 세계를 침범하고서는 200년 동안 악마 사냥을 했다.

무려 300년 전의 기억이었으니 희미한 기억이나마 남아있는 것 다행인 일이다.

문제는 그 희미한 기억을 대조해봐도 지금의 지구는 영 딴판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안녕하세요,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님?”

“흠…….”

하지만 아는 척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레온을 생존자라 불렀다. 즉,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지구인이라는 걸 밝혀서 좋을 건 없겠지.’

지구 출신이라고 밝히는 건 특이한 이력이 될 순 있어도 이익이 될 게 전혀 없었다.

아무렴 막노동으로 과로사한 20대 청년보다는 이계에서 넘어왔다는 300살 기사왕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그는 기사로서, 왕으로서의 삶을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폐하라 칭해라. 평민.”

“예? 아, 네네…! 폐, 폐하!”

수사관은 굽신거리며 레온의 억지에 맞춰줬다. 흠, 수사관 본인이 순한 사람이던가, 아니면 생존자라는 존재들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건가.

“그… 흑색 게이트… 어, 폐하의 세계에서 저희측 헌터들과 접촉하셨고… 그 악마들? 을 전부 토벌하신 거죠?”

“그러하다.”

어젯밤 죽인 악마들이 이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느껴지던 악마의 기운이었다. 빛의 여신 아리아나께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 표식을 새기신 악종들이었다.

“잊었군.”

“예?”

“본왕이 악종들을 멸하여 기사의 명예를 지켰노라. 그대, 짐의 임시 서기관으로 명하노니 이 명예로운 사건을 기록할 영예를 주겠노라.”

“어… 예에… 예에에…….”

반쯤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는 수사관은 애써 ‘후~ 문화차이 문화차이’를 되새기며 레온의 조서를 적어나갔다.

“그나저나 이곳에는 귀빈을 대접하는 예법도 존재하지 않는가?”

쉽게 말해 밥 내놓으란 소리를 좀 우아하게 한 것이다.

“아, 아앗! 배, 배가 고프신… 아니, 시장하시겠군요. 죄송합니다! 금방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수사관은 황급히 문밖으로 나가 부하들에게 적당한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오기 전까지 레온은 수사관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보다 평민. 그대야말로 이 세계의 정보를 짐에게 밝히라. 이곳은 어떤 세계인고?”

레온은 지구에 대해 알면서도 그에게 물었다. 그가 원하는 정보는 자신이 알던 지구가 아니라, 자신이 사라진 뒤의 지구다.

21세기의 지구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아, 그렇군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30년 전의 대격변.

게이트. 던전 브레이크.

데몬 게이트나 헌터폅회 등 레온은 지구를 덮친 재앙들이 라이온하트 왕국과 세계를 덮친 것과 비슷하다 느꼈다.

‘조금 다르긴 하군.’

그의 왕국에는 곧장 데몬 게이트들이 열렸다. 제국의 흑마법사들이 악마와 계약해 게이트를 연 덕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악종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차츰차츰 나라들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지구는 달랐다.

지구는 게이트가 쏟아지긴 했지만, 데몬 게이트들처럼 우후죽순으로 악마들이 침공해온 것은 아니다.

게이트마다 각자 컨셉이라는 게 있었고, 게이트에 진입하면 클리어 미션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창이 존재했다.

마치 지구를 시험하는 것처럼. 단계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지구는 게이트의 존재를 재앙으로 보았지만, 레온이 보기에 이것은 시련을 주고 강화해나가는 과정으로 보였다.

‘거기다 나와 같은 존재들이 또 있다고?’

생존자들.

게이트 너머에서 건너온 이계인들.

그들도 자신처럼 지구 출신인 걸까?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 중에 스스로가 지구 출신이라고 밝힌 이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식사 준비됐습니다, 폐하!

수사관이 음식을 준비해왔다. 그것을 본 레온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설렁탕.

희뿌연 국물에 소금과 후추. 그리고 김치!

지구에서 막노동을 하던 그에게 설렁탕은 소울푸드나 마찬가지였다.

소뼈를 푹 고아 만든 국물에 재량껏 소금과 후추를 넣고, 잘 익은 흰 쌀밥을 공기째 넣어 배추김치와 먹는 그 맛이란!

‘아니… 아니다.’

하지만 레온은 애써 고이는 침을 삼켰다. 300년 만에 만난 설렁탕과 김치지만, 그는 자신의 입장을 되새겼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이계 출신의 왕족. 기사도를 숭배하며 신들의 대리인. 성배의 수호자이서 성검과 성창의 주인.

그런 그에게 서민들의 소울푸드라는 설렁탕이 과연 가당키나 할까?

국물을 홀짝이며 소면을 후르릅짭짭 하는 것이 왕족의 품위에 어울리겠느냔 말이다!

“이것은 어떤 음식인고?”

“설렁탕이라 하는 음식입니다, 폐하. 서민들의 소울푸드라고나 할──”

쾅! 하고 책상을 내리치는 레온. 껀수 잡았다는 듯 벌떡 일어난 그는 크게 호통을 쳤다.

“이 천한 것이! 어디서 감히 영광스러운 라이온하트의 이름을 더럽히느냐!”

“예? 예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뇌까리는 수사관. 이 불쌍한 수사관은 레온의 위압감 앞에 파르르 떨었다.

“어찌 왕족에게 평민의 음식을 대접한단 말이냐! 너희 대한민국이라는 왕국은 타국의 왕족을 그리 대접한단 말이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이 42세 수사관 박종팔 씨. 평생을 자유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그가 왕족을 대접하는 방법을 알 리가.

“썩 물러나지 못할까! 이래서 천한 것들이란!”

호통으로 수사관을 쫓아낸 레온은 그가 남긴 지구의 상식들을 탐독했다.

생존자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300년 전쟁의 역사 그 자체이며 혼돈의 군주 말루스와 대악마 스물셋, 수백만 악마들을 소멸시킨 악의 천적.

반신.

성배의 수호자.

만신전의 대행자.

사자심장을 가진 사자심왕.

성검과 성창의 주인이며 살아있는 성자.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의 첫 번째 기사.

마지막으로 전 지구 출신 귀환자는 300년 만에 귀환한 지구의 꼬라지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개판이군. 이게 다 올바른 신앙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어리석은 평민들을 계몽하는 건 응당 왕족의 의무였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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