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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

29. 소꿉친구 – 국외여행

“미안하지만 동행해 줄 수 없네.”

또 차였다.

레오는 관문 앞 도시를 헤매며 국경을 함께 넘어갈 상단을 찾았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국경선을 넘으려면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해서, 신원을 밝히지 못할 처지에 있는 레오는 혼자서는 통과할 수 없었다.

그는 가이단 변경백의 영주민으로 등록되어 있었는데, 영주민이 영주의 허락 없이 영지를 떠나는 건 불법이었다.

데모스 마을은 워낙 작은 곳이라, 세금만 꼬박꼬박 내면 영주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덕분에 임의로 마을을 떠나도 눈에 띌 일은 없었지만, 그건 국내를 벗어나지 않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레오는 당연히 허락을 받지 않았고,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 신세여서 국경을 합법적으로 넘을 방법이 없었다. 정상적인 상단이라면 신원이 불투명한 밀입국자와 동행하지 않았다.

이건 용병으로 등록해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다. 용병도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신원이 불확실한 용병은 용병단에서 보증을 서줘야만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레오는 저 멀리 서 있는 높은 관문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결국 또 불법인가…’

그는 불법적인 루트로 국경을 넘어야 했다.

관문을 피해 국경을 넘거나 뇌물로 관문을 통과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첫 번째 방법은 위험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임의로 국경을 넘다가 수비대나 레인저를 만나면 공격받는다.

고심 끝에 레오는 뇌물을 선택했다. 이편이 안전하지만 직접 관문 수비대에게 뇌물을 주는 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는 뒷골목을 찾았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패밀리라면 관문을 통과할 방법을 마련해놓았을 거다.

그는 한 창고 앞에서 나름 직위가 높아 보이는 깡패를 불러내었다. 이제 그는 한눈에 대장급 깡패를 골라낼 수 있었고 그 자연스러운 지목에 그 깡패는 레오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밀입국이라… 도와주는 건 어렵지 않지. 하지만 돈을 좀 받아야겠는데?”

“돈은 이것밖에 없는데.”

레오는 가진 돈을 다 긁어 내놓았다.

하지만 손바닥에 놓인 은화 몇 개를 본 깡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듯 웃었다.

“더 내놓을 것 없어? 저기 뒤에 말은 네 거야?”

“…저건 좀 과한데.”

“적당히 돈을 돌려주면 되지.”

“어차피 너희도 불법으로 넘어가는데 수수료를 그렇게 받아야겠어? 좀 싸게 해줘.”

“싫으면 말고.”

그의 매몰찬 대꾸에 레오는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었다. 대신 말은 도착해서 주겠다며 강짜를 부렸다.

“말 타고 도망가려고?”

“아니야. 국경 너머 마을에 도착하면 바로 넘겨줄게. 그때까지 걸어가고 싶지는 않아. 있는 거 다 털어서 주면 되지 않아? 돈 한 푼 없이 도망가서 뭐 어쩌겠어. 어차피 말을 팔아야 할 텐데. 허가증도 없어서 헐값에 파느니 너희가 주는 돈을 받는 게 더 나아.”

“흐음… 그 양손검도 맡겨. 그럼 생각해보지.”

“…지독하네.”

레오는 검집을 풀러 내놓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 무기를 뺏고서 날 어떻게 해보려는 거면 아주 큰코다치게 될 거야.”

“아아, 걱정하지 마. 우리도 말 타고 양손검 들고 다니는 놈이랑 싸울 생각은 없어. 노예를 취급하지도 않고.”

“좋아.”

그렇게 그는 불법 무기 상단에 끼었다.

최근 무기를 취급하는 패밀리들은 전쟁을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이 오른 왕국의 패밀리도 무기를 판매했는데, 오른 왕국보다는 신성왕국에서 파는 게 훨씬 비싸게 팔렸다.

신성 왕국이 전쟁이 난 두 왕국 모두에 국경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값을 더 쳐주는 쪽으로 무기를 수송했는데, 당연히 불법이었다. 신성왕국은 중립을 선언하면서 무기의 반입과 출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패밀리는 되려 감사할 따름이었다. 전장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무기 반출입을 금지하니 가격이 폭등했다.

사형에 처해지는 일이라도, 돈이 된다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이 세상이다.

걸리지만 않으면 되니까.

며칠 뒤, 상단으로 위장한 패밀리의 마차들이 오른 왕국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마차엔 각종 무기와 갑옷이 가득 실려서 바퀴가 무른 땅을 짓눌렀으나 뇌물을 먹여둔 덕에 어떤 검문도 없었다.

레오는 무기도 없으면서 마차를 호위하는 용병인 척 곁에서 말을 몰았다.

[ 업적 : 첫 국외여행 – 국경 근처에서 이동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

업적이 떠오름과 동시에 아우디의 발걸음이 가벼워졌고, 레오는 기쁘게 그녀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하루만 더 가면 신성왕국 관문이 있고, 관문 너머 마을에 도착하면 성공이다. 이 패밀리는 신성왕국 관문에도 뇌물을 먹였을 터였다.

그는 느긋해졌다. 우디를 넘겨주는 건 아쉬웠지만 수도까지만 가면 레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아마 깜짝 놀랄 거다. 레나가 여길 어떻게 왔느냐며 호들갑을 떨 것이 눈에 선했다.

‘만나면 사제님이라고 부르면서 합장해볼까?’

그녀가 민망해하며 손을 휘저을 것을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이 유쾌해졌다.

레오는 그동안 여행하면서 미련을 내려놓았다. 레나는 이제 그에게 좋은 친구였다. 어차피 결혼해봐야 의미가 없는 처지기도 했지만, 이번에 그녀의 꿈을 막지 않은 것이 기뻤다.

그가 레나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는데, 상단이 멈췄다.

드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넓지 않은 길을 수십의 병사가 막고 있었다.

“검문 중입니다. 마부들은 내리고 검문받을 준비를 하세요.”

예상치 못한 사태에 상단이 술렁거렸다. 한 깡패가 다급히 뇌물을 들이밀어 봤지만, 인솔자인 듯한 병사는 헛기침하며 받지 않았다.

“대장님 어쩌죠?”

“…어쩌긴. 검문받으면 다 뺏기고 감옥에 갈 텐데. 저긴 고작 서른밖에 안 되잖아. 쳐.”

대장의 각오 어린 명령과 함께 용병과 마부로 위장한 깡패들이 무기를 들고 앞으로 나갔다.

삽시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당장 무기를 내리지 않으면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의 병사가 경고했으나 깡패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숫자가 두 배는 차이가 났다. 훈련받은 병사의 조직력은 강하지만 이런 소규모 교전에서는 숫자가 많은 게 장땡이었다.

하지만 이미 밀수에는 실패해서 상단은 앞의 병력을 쫓아내고 되돌아가야만 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되는데…’

이게 무슨 재수 없는 일인가. 레오는 깡패와 병사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며 초조하게 손톱을 깨물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밀리는 병사들 뒤로 갑옷을 걸친 기사가 등장하면서 레오는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희망을 잃어버렸다.

찬란한 갑옷에 십자교회의 문장을 단 성전사가 검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신이시여! 악한 자들을 기억하소서!”

병사들과 맞붙던 깡패들은 기겁했다.

“이런 빌어먹을! 성전사가 왜 여기서 나와?!”

성전사의 외침에 깡패들의 머리 위로 희미한 표식이 떠올랐다. 신성의 표식, 성전사가 싸우기 전에 의례적으로 하는 신성 주문이었다.

악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표식이 붙어서 성전사가 피아를 구분하기에도 알맞았다.

당연하게도 깡패 전원에게 표식이 떠올랐고 성전사는 악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쳐라!”

그의 외침과 함께 병사들이 기가 꺾인 깡패들을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상황을 살피던 레오는 단번에 견적을 내고 우디의 고삐를 홱 잡아챘다.

이건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다. 저 성전사 혼자서도 깡패들 절반은 상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 싸우고 있을 때 혼자 빠지는 게 상책이다.

레오는 심란한 심정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대로 오른 왕국으로 돌아가면 관문에서 붙잡힐 것이 분명했고, 신성왕국 관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억지로 국경을 뚫어야만 했다.

우디를 재촉해 수풀로 뛰어드는 레오의 머리 위에는 표식이 떠올라 있었다.

* * *

수도교회는 큰 손님을 받았다.

범상치 않은 입학생 때문에 온 교회가 들썩였다.

“…하시면 됩니다. 숙식 모두 이곳에서 제공되지만 원하신다면 저녁에 외출하실 수 있습니다. 외박하시는 경우엔 반드시…”

젊고 잘생긴 금발의 귀족을 환대하는 자리에서 그 귀족은 크게 하품을 했다. 앞에서 한창 설명하던 사제의 표정이 조금 흔들렸으나 길버트는 천연덕스럽게 사과를 건넸다.

“아, 죄송합니다. 미안하지만 오는 길에 책자로 읽어서 알고 있어요. 먼 여행이라 고단해서 실례했네요.”

고지식한 사제는 마치 자신의 실수인 양 사과를 되돌려주며 주위를 환기했다.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을 너무 서둘렀군요. 생활에 관련한 내용은 언제든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방을 먼저 보여드리죠.”

길버트는 사제에게 방을 안내받았다.

하지만 거창한 환대와는 달리 좁고 황량한 방이 그를 맞이했다.

길버트는 이런 방을 써보기는커녕 들어가 본 적도 거의 없었다.

예쁘장한 하인을 꼬셨을 때 몇 번 가봤던가? 그때는 좁은 방도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그는 왠지 밀실에 갇힌 것 같아서 몸이 꽉 조이는 기분을 한껏 즐겼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이 방에서 살아야 한다. 길버트 포르테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이내 미소로 덮어씌우며 방이 마음에 든다면서 사제를 안심시켜 되돌려보냈다.

문을 닫은 그는 좁은 방을 다시 둘러봤다.

볼 것도 없다.

“아, 진짜. 차라리 전쟁에 나갈 걸 그랬나.”

아버지는 내게 선택을 강요하셨다.

곧 있을 아스틴 왕국과의 전쟁에 참전하거나 수도교회로 가서 몇 년 박혀있거나 양자택일하라는 명에 길버트는 수도교회를 택했다.

천상 귀족인 길버트 포르테는 전장의 난장판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검술 솜씨도 시원찮았다. 그는 소드마스터인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인간이었고 전쟁에 나가면 아버지와 비교당할 게 뻔했다.

그건 길버트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교회를 선택했다. 아버지는 또다시 실망하셨지만 어쩔 텐가, 내게는 재능이 없는데.

그는 좁은 침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짐을 가져올 필요가 없다더니… 짐을 챙겨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의 옷가지를 챙기려면 이런 방은 열두 개가 있어도 모자랐다.

길버트는 뻗쳐 오르는 열을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공주 그년 때문에!”

그는 억울했다.

내가 키스한 게 아니다! 그년이 남들의 시선을 피해 먼저 내게 키스를 청했다.

물론 길버트는 거부하지 않았다. 진정한 신사라면 여성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공주를 살짝 안기까지 하면서 앞에 있는 왕자를 도발해줬다.

그때는 공주가 아스틴 왕국의 왕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다.

내게 마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나도 염치가 있다. 예쁘고 현숙하기로 소문난 공주가 뭐가 아쉬워서 벨리타 왕국의 호색한으로 유명한 나를 고른단 말인가.

왕자를 거절하는 데 쓰일 유용한 말이었겠지.

아스틴 왕국의 왕자, 아놀프 드 클라우스는 그 꼴을 보고 분노해서 돌아갔고 그 이후로 길버트 포르테와 클로에 드 타탈리아 공주는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는 듯 다시 만나지 않았다.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키스였지만 길버트에게 불똥이 튈 일은 아니었다.

왕자라고 해봐야 결국 다른 나라 사람이다. 그놈이 나를 해코지할 방법은 없고 전쟁이 터져도 나랑은 관계가 없다. 위대하신 소드마스터, 내 아버지께서 알아서 하실 테지.

그는 사고를 친 뒤 아버지께 훈계를 듣고 며칠 근신했다. 그리고 왕국의 하나뿐인 공주와 키스한 대가로 이만하면 싸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문제는 그다음에 공주가 한 짓이었다. 클로에 공주는 사건이 부족하다는 듯 토턴 타티안이라는 놈과 스캔들을 터뜨렸다.

정계는 새파랗게 얼어붙었다.

토턴 타티안은 왕당파를 이끄는 수장인 베나르 타티안 후작의 아들이었다.

벨리타 왕국의 정계는 헤르만 포르테 백작을 중심으로 한 소드마스터 파벌과 서부의 지배자로 불리는 타티안 후작을 중심으로 한 왕당파로 갈려 있었다.

왕께서는 무슨 일인지 오래전에 정무에서 손을 떼시고 침묵하고 계셨고 자연스럽게 군권을 쥔 소드마스터 파벌이 온갖 실권을 잠식하며 왕당파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타티안 후작이 중도파를 끌어들이면서 교묘한 균형을 맞추지 않았더라면 공주의 돌발행동도 의미가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미세한 균형추가 이어지는 가운데 벌인 공주의 스캔들은 의미가 컸다.

그녀는 두 파벌을 이끄는 수장들의 아들을 모두 건드렸고, 서로 경계하던 두 파벌 사이에 노골적으로 마찰을 일으켰다.

귀족들은 왕께서 공주를 이용해 어떤 빌미를 만들어 소드마스터 파를 몰아내려 하시는 것 아니냐며 수군거렸다.

길버트는 투덜거리며 창문을 열었다.

그는 이런 정계의 일에 관심이 없었으나, 헤르만 포르테 백작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백작은 어떤 방식으로든 아들을 수도에서 내쫓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럼 왕당파도 이쪽의 제스처를 읽고 물러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설득 아닌 설득을 당한 길버트는 이곳에 오게 되었다.

벨리타의 탕아로 불리던 내가 십자교회 교육 시설에 교육생으로 들어오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길버트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장식이라곤 신앙과 관련한 것밖에 보이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발걸음을 주의하며 경건히 걸었다.

들리는 노랫가락은 전부 찬송가뿐이었다.

‘진짜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곳에 왔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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