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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

7.준비(4)

“어?”

아이나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진우의 손 위에 작게 떠오른 푸른빛을 보지 못했다.

“나 간다. 잘 먹을게.”

진우는 그녀에게 인사하고는 지나쳤다.

아이나는 잠시 멍하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물집이 크게 잡히고, 여기저기 베인 상처가 있어 훈련을 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그런데, 쓰라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반창고를 떼 보니 상처 없이 깨끗했다.

아이나는 눈을 깜빡이며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시험장은 학교나 여러 훈련시설을 빌려서 했다.

한국 정부기관과 마도련이 주관하는 시험이었고, 당연히 한국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통했다. 다른 나라의 시험보다 한국의 마법사 라이센스를 우선으로 쳤다.

마도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우는 마도련 중앙본부의 부속 건물인 종합훈련소로 배정받았다.

게다가 그의 수험 번호는 1번이었다.

시험관과 가장 가까운 앞자리 번호.

‘여론을 의식한 건가?’

기사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었다.

이민철의 노력 덕분이었다.

마법사 라이센스 응시생들이 모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진우를 거의 역적 취급이었다.

‘9급 노리는 4년차 마시생인데, 작년에 10점 차이로 떨어짐. 근데 8급도 아닌 7급? 진짜 뇌가 순수한가봄. 15살이니까 중2병 올 만하네.’

‘8급부터는 진짜 재능의 영역이야. 내 친구 어렸을 때부터 전국대회 휩쓴 천재인데, 4년차 때 겨우 합격함. 그것도 서울대 마도공과 졸업하고.’

‘그냥 병신이 헛소리한 건데 뭐 이렇게 진지해?’

조작을 우려하는 글들도 조금 올라왔지만, 금세 사라졌다. 마도련과 정부의 시험관이 배치되어 있어, 컨닝은 불가능했고, 시험 조작은 더더욱 그러했다.

시험지와 작성한 답안, 그리고 시험결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시험장의 모든 광경은 영상으로 남겨졌다.

그러니 마시생들은 마도련을 믿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입구부터 시험장까지는 걸어가야 했다.

차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섰다. 플랜카드를 들고 시험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량진 쪽 학원에서 나온 강사들도 있었다.

“쟤······.”

“이진우 맞지?”

“시험 보러 온 거 맞아?”

마법사 라이센스 응시생.

줄여서 마시생이라 불렀다. 마시생들은 모두 잔뜩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커다란 백팩뿐만 아니라, 두 손에 여러 가지 참고서들이 가득했다.

아예 논문을 통째로 뽑아서 달달 외운 마시생들도 많았다.

‘10년 이상 공부한 사람도 꽤 많지.’

마시생들은 늘 돈 부족에 시달렸다.

돈이 보통 많이 드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고서도 간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특수용지였고, 한 번 쓰면 재활용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학원촌을 두고 ‘결코 사라지지 않을 금광’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다른 마시생이 이것저것 잔뜩 챙겨온 것에 비해, 진우는 아이나가 준 종이팩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있었다. 모습만 보면 어디 놀러 가는 모양새였다.

주변에 시선이 점점 몰려들었다.

호의적인 시선은 당연히 없었다. 진우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보여지는 이미지 같은 것은 어차피 멸망을 막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뜻대로 휘둘리는 저 모습이 마음에 들 뿐이었다.

이미 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폼을 잡는 이들도 꽤나 많았다.

마시생들은 마법사에 대한 환상이 심했다.

무지한 이들은 마법에 낭만이 있다고 믿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일은 안하는데요.’

‘네? 그럼······.’

9급 마법사 라이센스를 보여주며

‘훗, 9급 마법사입니다만?’

‘어멋’

‘우왓!?’

한때는 이런 찐따 같은 밈이 유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자들도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마도련 입장에서 하위 마법사는 소모품이었고, 기업에서는 쓸 만한 장기말에 불과했다.

진우가 배정받은 곳은 A시험실이었다.

진우는 천천히 걸어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주변 구경을 하면서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갔는데, 진우가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다.

모두 공식을 달달 외우거나, 간절히 기도를 하는 등 저마다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험 시간이 되자, 제복을 입은 시험 통제관 셋이 들어왔다. 마도련과 정부 측 인물들이었다.

모두 8급 이상의 마법사였다.

하도 말이 많이 나와, 진우 쪽에 특별히 배정된 마법사였다. 그들은 마시생들을 훑어보다가 진우를 발견하고는 그를 눈여겨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조금이라도 부정행위를 하면 가차없이 쳐내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통제관들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대책 회의를 하느라 밤을 지새운 것 같았다.

“오······.”

“와······.”

마시생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들이 동경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진우는 심드렁했다.

통제관들이 돌아다니며 마시생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생성되며 신체를 스캔했다. 마법진이나 술식 같은 게 적혀있다면 반응을 하는 마법이었다.

아주 철저하게 체크를 했다.

특히 진우에게는 아주 노골적으로 자세하게 오랫동안 체크를 했다.

통제관이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내자, 가만히 서 있던 통제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뗐다.

“지금부터 7급 마법사 라이센스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응시생 여러분들은 모두 절차에 따라 시험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통제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감정을 최대한 죽인 목소리였다. 통제관 중에서 등급이 가장 높아 보였는데, 진우가 보기에는 적어도 7급 마법사 이상이었다.

“응시생 여러분들의 모든 행동은 영상으로 기록되어 보관될 예정입니다. 시험 시간은 09시부터 18시까지이며, 쉬는 시간은 없습니다. 시험을 끝내고 바로 퇴실하시면 됩니다. 주변 환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역시 시험의 일부임을 기억하십시오.”

통제관이 간단하게 안내를 해주기 시작했다.

“7급 마법사 라이센스 시험은 9급, 8급과 달리 마력 측정부터 시작합니다. 시험지를 받으시면 투명한 보석이 있는데, 그곳에 마력을 담아주시기 바랍니다. 7급에 해당하는 마력이 확인되면 뒷장을 넘겨 문제를 푸시면 됩니다.”

통제관이 말을 마치자, 마시생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가득 차올랐다.

아주 작은 숨소리만 겨우 들릴 뿐이었다.

“09시에 벨이 울리면 시험 시작입니다. 예비 마법사 여러분, 건투를 빕니다.”

통제관들이 시험지를 건네주었다.

모두 긴장 속에서 벨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띠이이!

벨이 울리자 마시생들이 투명한 보석을 향해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음······.’

시험 시간은 총 9시간이었다.

그중에서 마력 측정은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마력량이 넉넉하지 않는 이상,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걸렸다.

마력측정 시험에서 떨어지는 이들이 70%~80%였다.

7급을 노리는 마시생들을 이것을 1차 시련이라 여겼다.

1차 시련을 어떻게든 통과하면, 2차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2차 시련의 문턱은 더 높았다.

9급부터 7급 마법, 그리고 연계식과 응용마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마법체계를 풀이해야 했다.

모두가 끙끙거리고 있었지만, 진우는 잡생각을 하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안 먹었네.’

해가 뜰 때까지 수련을 하다 보니 깜빡했다.

아이나가 챙겨준 도시락이 생각났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락이 식기 전에 먹어야겠어.’

물론, 원래 빨리 끝낼 생각이기도 했다.

조금 더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다.

가만히 있던 진우가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통제관들이 그를 주목했다. 마력을 불어넣는 건 일도 아니었다. 손을 대자마자 마력이 가득 찼다.

“엇······!”

“크음······.”

그래서는 안 되지만 통제관이 소리를 냈다. 말도 안 되는 마력 운용이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통제관이 주의를 주자 다급히 입을 막았다.

진우는 펜을 들고 시험지를 훑어보았다.

당연히 모두 한숨이 나올 정도로 쉬웠다. 살짝 삐딱하게 앉아 펜을 놀리기 시작했다.

슥슥 슥스윽!

대충 슥슥 그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마법진이 생성되며 펜으로 그린 검은색 라인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마법이 성립되었다는 표시였다.

“아······.”

“음······.”

진우의 술식은 간략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해하기 쉬웠다. 통제관이 자신의 본분을 잃고 넋이 나갈 정도였다.

스윽 슥!

모두가 끙끙거리며 술식을 계산하고, 고심하며 마법진을 그리고 있을 때, 진우는 낙서하듯이 계속 슥슥 써내려가고는 시험지를 빠르게 넘겼다.

시험은 문제는 총 200문제였다.

20분이 지났을 때 진우의 펜이 멈췄다. 멍 때린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20분 만에 200문제를 풀었다. 그것도 나름 딴생각을 하면서 조절한 결과였다.

진우가 손을 들자 통제관이 다가왔다.

통제관이 떨리는 손으로 진우의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그는 반쯤 넋이 나간 채로 한참 동안 시험지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다른 통제관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흔들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진우는 종이팩을 들고는 바로 퇴실했다.

마시생들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진우를 힐끔 보며 비웃었다.

‘포기했네.’

‘중2병 걸린 새끼가 시험은 무슨.’

‘참 세상 편하게 산다.’

마시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모든 통제관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주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진우는 밖으로 나와 텅 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걸어나오자, 계속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기자들 여럿이 몰려왔다.

이민철의 후원을 받는 기자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비웃음이 가득했다. 뒷배경이 든든하니 세상 무서울 게 없어 보였다.

시험 시작 20분 만에 나왔으니 시험을 포기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벌써부터 머릿속에 제목을 작성한 상태였다.

어그로가 아주 잘 끌리는 제목!

“저기! 이진우 군?”

“인터뷰 좀 합시다!”

“시험을 포기한 건가요?”

“지금이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떻습니까?”

“이운선 회장님과 절연했다는 소리까지 나오는데 사실입니까?”

카메라를 진우의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진우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엇다.

“아침 안 먹은 게 생각나서요. 밥 먹으려고 일찍 끝냈어요.”

“네?”

“시험, 너무 쉽던데요?”

진우의 말에 기자들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진우는 피식 웃고는 그들을 지나쳤다. 잠시 황당함에 굳어있던 기자들이 다시 진우를 따라오려 했다. 그러나 다리가 엉키며 모두 넘어졌다.

지면에 마법진이 떠오른 걸 그들은 보지 못했다.

진우는 고개를 돌려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기자님들도 아침밥 든든하게 먹고 다니세요. 만날 어디 가서 이상한 거 주워먹지 마시고요.”

살짝 인사를 해주고는 입구를 빠져나갔다.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랐다. 하르뮤가 운전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 잘 보셨습니까?”

“그냥 대충 봤어.”

하르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는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우가 종이팩에서 도시락을 꺼내자 살짝 웃었다.

“아이나가 일주일 내내 연습하더군요.”

“그래?”

“네, 배불러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삼시세끼를 다 도시락으로 먹었어요. 앗!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는 하르뮤는 꽤 즐거워 보였다.

진우는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았다. 밥과 반찬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괜찮네.”

조금 짜지만.

조금 짠 간이 진우에겐 달달하게 느껴졌다.

하르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녀가 카메라를 꺼내 슬쩍슬쩍 찍기 시작하자, 진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일선 그룹은 정기적으로 그룹 전체의 임원이 모여 총회의를 했다. 지배체계를 확고히 하고, 상벌을 주는 자리었다. 지방에 있는 임원은 물론, 해외 지부에 있는 임원들까지 모조리 일선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빌딩으로 와야 했다.

이날이 다가오면 임원들은 저마다 잔뜩 긴장한 채로,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거대한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실적이 좋은 임원도 그러할진대, 실적이 나쁠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가장 떨고 있는 이는 이민철이었다.

선일 테크의 실적이 현재 가장 처참했기 때문이다. 이민철이 대표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경영악화라는 단어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그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회의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다가 침을 꿀꺽 삼키며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기업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이들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많은 이가 모인 만큼 시끄러울 법도 한데, 싸늘하리만큼 조용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작은 한숨소리와, 가지고 온 자료를 넘기는 소리였다.

“회장님 들어오십니다.”

모두의 심장을 옥죄는 소리가 들려왔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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