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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

빌어먹을 아이돌 30화

난 아주 오랫동안 쇼 비즈니스 업계를 떠돌았고, 사람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데 도가 튼 사람이다.

물론 성공률이 100%라고 말하진 않겠다.

분명 무슨 짓을 해도 파트너 관계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은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데 훨씬 능숙하다.

다만, 이번 생은 아니다.

이번 생은 명백히 지나가는 회차이며, 속도를 내야 하는 회차이다.

강석우 피디에게 적절한 모습을 보인 것은 그게 최대한 빠르게 데뷔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새미로한테까지 그럴 이유는 없다.

만약 온새미로가 정말 재능 있는 보컬이고, 향후 최고의 팀을 구성할 때 필요한 인원이다?

그럼 온새미로가 필요한 생에 잘해 주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온새미로가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물어보세요.”

“연습생 아니라고 했잖아요. 어디 기획사에 들어가 있지도 않고.”

“네.”

“하루에 노래 연습을 얼마나 해요?”

글쎄. 순수하게 노래를 부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움직이는 시간은 길다.

당장 오늘 오전만 해도 두 시간 이상 연습을 하고 왔지만, 노래는 한 소절도 부르지 않았다.

내 일상의 대부분은 음악에 맞춰져 있지만, 데뷔 전에는 목을 좀 아껴야 한다.

“여덟 시간쯤 되는 거 같은데요.”

“매일매일요?”

“가급적이면요.”

“그럼…….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해요?”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거지.

본인은 가수를 반대하는 부모와 갈등이 있나?

“글쎄요. 별말 안 하시던데.”

“……네. 고마워요.”

답변을 듣고 나니까 온새미로가 묻고 싶었던 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보기가 뭐해서 말을 빙빙 돌린 느낌?

뭘 물어보고 싶었던 걸까.

대화가 개운하게 끝나지 않았지만 굳이 더 말을 보태진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시 하겠지, 뭐.

그때 분장차 문이 열리더니 강석우 말고 다른 피디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강석우 피디가 ‘고 피디’라고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남은 두 명 얼마나 걸릴까요?”

“온새미로 씨는 딱 끝났어요.”

“한시온 씨는 좀 더 걸릴 거 같은데.”

“그래요? 그럼 온새미로 참가자는 자리에 가 있을래요? 가서 피디님 안내받으면 돼요.”

온새미로가 자리에 일어나 꾸벅 인사하더니 분장차를 나갔다.

그사이 고 피디가 내 옆쪽에 앉아 말을 걸어왔다.

“시온 씨, 저 누군지 알죠?”

“네. 고 피디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거는 피디님이 잘못 부르신 거고, 전 김달인입니다.”

……마이스터 킴?

아니 근데 성씨를 잘못 부를 일이 있나?

고 피디라고 부르는 걸 몇 번이나 들었는데.

“죄송합니다. 김 피디님.”

“아뇨. 석우 선배님이 절 고 피디라고 부르긴 하죠. 참가자들도 들었을 줄은 몰랐지만.”

호기심이 든다.

이유에 대해서 막 묻고 싶고 그러네.

“아, 별건 아니고 HR 코퍼레이션에서 연락이 와서요.”

“HR?”

“미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에요. 빌보드의 거물이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빠르시려나?”

대화의 흐름을 보아하니 내가 HR 직원인 척 거짓말을 한 게 문제가 된 건 아닌 것 같다.

뭐, 문제될 것도 없긴 하다.

마지막에 앤드류 브라이언트와 적절히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끝냈으니까.

“거기서 무슨 연락이 왔나요?”

“선발전 1차 무대에서 불렀던 플라워스 블룸의 작곡가가 HR 소속입니다. 아실지 모르겠는데, 크리스 에드워드라는…….”

“그게 에디 곡이었다고요?”

“네? 에디? 팬들이 부르는 별명인가요?”

“아, 아닙니다.”

순간 놀라서 나도 모르게 애칭이 나와 버렸다.

놀람이 가시지 않았다.

웨이프롬플라워의 플라워스 블룸이 에디의 곡이었다고?

아, 그래서…….

어이없는 일임과 동시에, 퍼즐이 맞춰지는 일기도 했다.

플라워스 블룸을 듣자마자 이 곡의 오리지널 버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그게 남성곡일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오리지널 버전이 어떤 식이었을 지를 추측하며 머릿속으로 편곡을 했는데…….

이상하게 쉬웠다.

마치 이미 들어 본 곡을 추리하는 것처럼 편곡이 착착 맞아떨어졌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1차 미션에서 불렀던 플라워스 블룸은, 음계를 조종해 머릿속으로 끝낸 편곡과 가장 가깝게 연출한 곡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오리지널 버전이 내 취향이라서 멜로디가 팍팍 떠오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에디의 노래라면 납득이 간다.

난 에디에게 작곡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처음 미국행을 선택했던 회귀 초창기에 특히 그랬다.

본능으로 작곡하는 법, 외부의 자극을 내부의 창작 욕구로 바꾸는 법, 빌보드에서 먹히는 트랙을 쓰는 법 등등.

내가 가진 작곡 능력의 기초 토대를 마련해 준 스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지금은 내가 에디보다 뛰어난 작곡가지만, 고마움은 간직하고 있다.

인간적으로도 꽤 잘 맞는 친구기도 했고.

회귀 한 방이면 모든 게 제로로 돌아가는 회귀자가 ‘친구’라는 표현이 익숙하다는 건, 정말 친했다는 이야기다.

근데 에디가 케이팝을 만든 적이 있다고?

처음 듣는 이야기다.

GOTM 때는 함께하지 않았지만, 솔로 활동할 때는 꽤 가깝게 지냈었는데.

“그래서 크리스 에드워드가 뭐라고 했나요?”

“아, 작곡가에게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에이전시인 HR에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일단 플라워스 블룸이 남성 보컬을 상정하고 만든 곡은 맞다고 하네요.”

“네.”

“별로 안 놀라시는군요. 그래서 크리스 에드워드가 시온 씨를 한 번 만나고 싶어 하는데…….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게 뭔가요?”

“머릿속으로 편곡을 끝낸 곡을 들어 봐야겠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웃음이 나왔다.

지금 고 피디, 아니 김 피디는 한 가지 사실을 숨기고 있다.

내 짐작이 맞다면, 채널 엠쇼와 HR 사이의 금전 거래는 불발이 됐다.

HR은 크리스 에드워드가 방송에 출연하니 돈을 내놓으라고 했을 거고, 엠쇼는 HR에서 부른 것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베팅했을 거다.

상황이 꼬이자 에드워드의 성격상 혼자서라도 날 만나러 가려고 했을 거고, HR은 아시아 시장에 나쁜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거다.

고민 끝에 HR은 우선 내 재능을 확인하는 길을 택한 거다.

내가 편곡한 곡이 정말 좋다면 나쁜 선례를 감수하고 크리스 에드워드를 출연시키려고.

내가 만든 곡이 나쁠 리가 없으니, 원한다면 난 에디를 한국 방송에 출연시킬 수 있다.

흠. 좀 고민이 된다.

난 에디의 개인 번호와 개인 이메일을 외우고 있다.

원한다면 엠쇼를 패싱하고 둘이서만 만날 수 있다.

진지하게 2억 장에 도전하는 회차라면 그게 좋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엠쇼를 끼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엠쇼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게 뭘까?

돈? 필요 없고.

인기? 앞선 거래만으로 충분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당장 엠쇼에게 받아 낼 것이 없다.

“한시온 씨?”

“아, 네.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이럴 때는 가장 쉬운 길이 있다.

내가 뭘 달라고 하기보다, 상대방이 나한테 뭘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그러려면 갚아야 할 빚부터 만들어야겠지?

“혹시 강석우 피디님이랑 대화를 나눌 수 있나요?”

“선배님은 오늘 촬영장에 안 오셔서요. 저한테 말하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크리스 에드워드 측이 출연료로 얼마를 불렀나요?”

“네?”

“제가 생각하기에는 출연 단가가 안 맞아서 HR이 조건을 건 것 같은데.”

“……!”

내 말이 끝나자마자 김 피디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 그런 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 엠쇼에서는 얼마를 베팅했나요?”

“그건 더 말할 수가 없죠!”

김달인 피디는 이런 협상을 해 본 적이 없나 보다.

노련한 피디였다면 ‘협상 자체가 없었는데 대체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접근했을 텐데.

“그러면 강 피디님한테 전달해 주시겠어요?”

“뭘요?”

“방금 이 대화요. 아, 크리스 에드워드가 출연하게 만들 자신 있다는 말도 함께 부탁드릴게요.”

“…….”

김 피디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친절하시네요.”

내 말에 분장차를 떠나려던 김 피디가 휙 뒤를 돌아 날 한참 쳐다보고는 사라졌다.

그렇게 김 피디가 떠났지만, 분장차에는 나 혼자 남지 않았다.

우리의 모든 대화를 듣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었으니, 내 머리를 만져 주고 있던 스타일리스트다.

거울을 쳐다보고 있으니, 내 등 뒤에 선 스타일리스트가 날 힐끗힐끗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왜 자꾸 쳐다보는 거지.

회귀자 처음 보나.

*  *  *

오늘 촬영은 B팀이 구성된 이후의 첫 촬영이었고, 프로그램 협찬사인 명동의 한 삼겹살집에서 진행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촬영의 어려운 점은 일반인을 데리고 찍어야 한다는 거다.

방송 물이 들지 않은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적절한 모습을 취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물론 그 덕분에 날것들을 찍을 수 있어 좋을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신경 쓸 게 많다.

“본인이 말하지 않을 때는 꼭 작가님이 들고 있는 화이트보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주세요.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맛있게 드세요. 어차피 숙소 들어가면 식단 관리 빡세게 하셔야 하니까.”

그래서 첫 시작은 식사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배를 채우면 성격이 유해지고, 대화도 쉽게 나누게 되니까.

메인 작가는 멤버들이 삽겹살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찍으며, 다들 첫 인상과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이온, 한시온, 최재성, 구태환, 온새미로 중, 가장 차갑게 생긴 사람은 구태환이다.

말과 행동에서 주는 느낌까지 고려한다면 한시온이 가장 서늘해 보이기는 한다.

끓는점이 굉장히 높은 인간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때론 우울하고 강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하지만 첫 인상만 놓고 보면 단언컨대 구태환이 가장 냉정하게 생겼다.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하고, 별다른 화장도 안 했는데 꼭 스모키 화장을 한 것처럼 눈에 음영이 짙다.

‘양아치상이랑은 좀 느낌이 다른데.’

차라리 말을 잘 들어야 할 것 같은 잘생긴 군대 간부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물론 여자인 메인 작가는 군대를 가 본 적이 없지만.

한데 지금 그 구태환은?

“좀 더 바삭하게 구울까?”

먹는 것보다 고기를 굽는 것에 더 심취해 있다.

자신이 고기를 잘 굽는다며 집게와 가위를 가져가서는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곤 살살 눈치를 보며 멤버들이 맛있게 먹는지를 관찰한다.

특히 한시온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는데…….

한시온이 고기를 먹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쟤는 무슨 할리우드 스타 같냐.’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음미한다는 느낌에 가깝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외국 배우가 한국에 방문해서 삼겹살을 먹을 때 주는 느낌.

색다른 맛에 감탄하면서도 즐기는 느낌.

딱 그런 느낌이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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