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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1

299. 남매 Ep – 신랑감

“여보. 인사도 안 받으실 거예요? 이러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그렇지.”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은 아내가 팔을 건드리며 작게 타박한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뜨거운 차를 호로록- 들이켜서 시간을 벌었다.

그럼에도 정신을 가다듬기가 쉽지 않았다. 이게 대관절 무슨 일이지. 사윗감을 데려오겠다던 딸이 모셔온 건 평민 부스러기가 아니었다.

왕족. 심지어 이름에 ‘드’가 들어가는 콘라드 왕국의 정통 후계자다.

게스타브는 그가 죽었다고 알려진 ‘레안 드 예리엘’ 왕자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어지간해선 무표정의 가면을 뒤집어썼을 테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어서요.”

존대를 해야 하나?

왕자가 “오랜만입니다.” 말한 게 혼란을 부추겼다.

하지만 입 모양만으로 말한 것이고, 아내와 딸은 이 사람이 왕족임을 모르는 듯했다.

게스타브는 반말을 택했다.

“…게스타브 페테르일세.”

크세니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제만 해도

“그래. 데려와 보기나 해라.”

퉁명스레 말하던 아버지였다.

가출한 딸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 뒤로 어머니께서 잘 말씀해주신 걸까, 보이는 태도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용기를 얻어 레안을 소파에 앉히고, 본인도 곁에 앉았다. “저 이 남자 사랑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그의 장점을 천천히 밝히는 게 좋을 듯했다.

…그런데 이 남자 장점이 뭐지.

직업? 거지였다가 지금은 어디서 하인으로 일하는 중이라 들었다.

체구? 작다. 사내답기보다는 되레 여성스러운 몸매, 키도 나와 거의 비슷했다.

가문? 거지에게 그런 게 있을 턱이 있나. 동생이 있단 말은 들었다.

어떻게 대외적으로 내세울 것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침대에서 기가 막히긴 한데… 누구한테 자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대가 아버지라면 더더욱.

결국, 크세니아는 눈에 보이는 것을 말했다.

“아버지, 어때요? 잘생겼죠?”

“…”

“요, 요즘은 남자도 잘생기고 봐야 해요. 그 왜 있잖아요. 저번에 남녀노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다는 미용기구도 불티나게 팔렸고…”

“어머? 그거 순 엉터리 아니었니? 듣기로는 완전히 불량품인 걸 갖다 팔아서 난리도 아니었다던데.”

“맞아요. 다 반품하고 난리였죠.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미용에 관심이 많다는 거예요. 요즘엔 남자도 분을 칠한다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엄마는 그런 거 꼴 보기 싫더라. 한데 보아하니 네 남자친구는 그럴 필요가 없겠구나?”

찡긋-

에들린이 살짝 거들어주었다.

크세니아는 ‘엄마, 나이스!’ 속으로 외치며 재잘재잘, 고요한 분위기를 깨려 노력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말씀이 없으시지만, 차라리 저게 나았다.

당장 내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반은 허락한 거다.

분위기를 탄 크세니아는 이제 이 남자의 인품을 이야기하며 레안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레안은 차를 한 모금 머금고는 입술이 닿은 찻잔 가장자리를 엄지로 닦아 달그락- 우아하게 내려놓았다. 두 사람씩 마주 앉은 자리라 시선이 쏠렸다.

‘어?’

찻잔을 양손으로 감싸 쥔 고아한 예법도 예법이지만, 그는 찻잔 받침을 사용하지 않았다. 찻잔은 왼쪽에 두고, 빈 찻잔 받침에는 다과를 덜어갔다.

크세니아와 에들린은 이를 눈여겨보았다. 차를 즐기는 귀족들이나 하는, 아직 평민들에겐 번지지 않은 식습관이다.

본래 찻잔 받침은 차를 따라 마시는 용도로 쓰였다. 옛날에는 찻잔에 손잡이가 없어서 뜨거운 잔을 쥐기 어려웠고, 찻잔 받침이 차를 식히는 역할을 했다.

그런 식습관은 찻잔에 손잡이가 달리면서 차차 사라졌다.

찻잔 받침은 그 기능을 잃고 그저 장식으로 쓰였는데, 언제부턴가 귀족들이 이것을 앞접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과를 먹다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게 싫고, 그렇다고 다과를 한입에 먹자니 게걸스러워 보인다는 이유였다. 어디 둘 데도 마땅찮고.

아이셀 왕국에서 시작된 그 관습은 조신한 영애들을 따라 점차 서쪽으로, 지금은 귀족이라면 이상한 행동으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번졌다.

아직 하는 귀족이 있고, 하지 않는 귀족이 있는 것이다.

크세니아가 작게 귓속말했다.

– “공부했어요?”

레안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그녀는 환히 웃었다.

내가 귀족이란 걸 안 지 며칠 안 됐는데, 애썼구나.

다만 공부가 조금은 부족한 모양이었다. 찻잔을 찻잔 받침 왼쪽에 놓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예법을 따지는 귀족들은 찻잔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그새 규칙을 세워두었다. 오른쪽에 놔야 한다.

왼쪽에 두는 건…

‘왕족과 성직자만 해도 되는 행동이지.’

일부러 그리하였다.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에게 당신은 내가 왕자임을 알지 않으냐, 자극하기 위해서.

차후에 따로 대화하긴 하겠지만, 지금은 곁에 크세니아와 에들린이 있어서 레안은 말을 삼갔다. 아무리 어렵게 돌려 말해도, 그녀들이 알아들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안은 장인어른을 뵈러 온 예비 사위로서의 모습에 충실했다.

에들린의 칭찬에 겸양하고, 가능한 한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게 페테르 백작에겐 죄다 반대로 보일 뿐이었다. 딸과 아내는 평민이 어설프게 배운 예법을 참 귀엽게도 쓴다 생각하는 듯하지만…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백작은 슬슬 약이 올랐다.

왕자가 살아있는 건 놀랍다. 아주 어릴 적에 한 번 만났던 걸 기억하는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내게 접근하기 위해서, 제 혈통을 되찾기 위해 내 딸을 이용한 듯한데 그게 심히 고깝게 느껴졌다.

레안과 크세니아, 에들린이 하하 호호 재미있게도 떠드는 가운데, 게스타브는 다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말했다.

“자네, 나랑 따로 얘기 좀 하지.”

기껏 느슨해진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결혼하기 싫다며 집을 나가버린 딸은 아비의 맘도 모르고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 길게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저 이 사람 좋아해요. 제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

넌 이용당했단 말이다.

“어련히 결정하시겠고, 이야기해보면 좋은 사람이란 걸 아실 테지만, 하잘것없는 평민이라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제 지아비로 여겨, 예의를 갖춰주세요. 그, 그게… 제가 바라는 전부예요.”

“그래. 예의를 갖추마. 얼마든지.”

왈칵, 울어버릴 것만 같은 눈으로 노려보는 딸이 답답해 게스타브가 비아냥거렸다.

이 남자가 실은 왕자이고,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 그는 왕자가 아주 약삭빠르다고 생각했다.

에들린이 팔을 떠는 딸을 다독여 나가고, 응접실에는 어질러진 다과 접시와 바닥을 드러낸 찻잔들, 게스타브와 레안만 남았다.

백작은 예의를 갖춰 빈정거렸다.

“제 딸이 아주 훌륭한 신랑감을 모셔왔군요. 놀랐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왜 제게 존대를 하십니까? 이제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제 위대한 조국의 정통 후계자께는 그럴 자격이 있으십니다.”

“…오해를 하신 듯하군요.”

“오해? 하!”

게스타브의 지극히 세속적인 신력이 끓어올랐다. 그의 아버지, 베르크 추기경이 멋대로 쏟아 넣은 힘이다.

왕자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난 게스타브는 ‘귀족의 대화’고 자시고, 눈동자를 하얗게 불태우며 따졌다.

“차라리 절 그냥 찾아오지 그러셨습니까. 길바닥을 전전하다 보니 체통을 잊으신 듯한데, 아주 비겁하군요. 좋습니다. 아주 훌륭해요. 그럼 제가 무엇을 해드리길 바라십니까? 무엇을 해드리면 제 딸과 헤어지시겠습니까. 반란?”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지나친 건 당신입니다. 그렇게 왕자의 자리를 되찾고 싶으십니까? 힘이 없어 쫓겨난 주제에.”

– 쾅!

레안이 탁자를 걷어찼다.

와장창! 찻잔이 날아가고, 깜짝 놀란 기사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레안은 뚜벅뚜벅, 기사에게 다가갔다.

“뭐, 뭐…?”

레안이 기사의 멱살을 향해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기사가 ‘이게 무슨 짓이지?’ 상황을 판단하려 뒷걸음질하자 훅- 안짱다리를 걸었다.

기사가 화들짝, 피했을 땐 허리춤에 달린 검을 레안이 뽑아간 다음이었다. 그는 가타부타 말없이 활짝 열린 대문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리고,

쩍! 하는 파열음과 함께 대문이 가로로 두 동강 났다.

“실례했네. 나가보게.”

레안은 양손검을 휘릭, 반 바퀴 던져서 거꾸로 잡고는 손잡이를 기사에게 돌려주었다.

멍한 표정의 기사와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 왕자는 소파로 돌아와 턱, 걸터앉았다.

과거의 기억이 없을 때는 어떻게든 말로 해결했다. 페테르 백작이 무엄하게 굴어도 아쉬운 건 나니까, 무엄한 줄도 몰랐는데, 레안은 무척 화가 나 있었다.

내가 왕자인 걸 모른다면 모를까, 감히 왕족을 뭐로 보고.

그는 금빛 눈동자를 번쩍이며 게스타브 백작을 응시하였다. 이윽고 백작이 손을 저었다.

“…나가 있게. 별일 아니니 주위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하도록.”

“…알겠습니다.”

기사는 동강이 나서 위아래가 따로 움직이는 대문을 나섰다.

대단한 명검도 아닌데, 이게 어떻게 쪼개진 거지? 혀를 내둘렀다.

적어도 본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었다.

다시 고요해지자 레안이 말했다.

“문을 부숴서 죄송하군요. 하지만 좀 불쾌했습니다.”

“…”

“전 제 자리를 되찾고자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닙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따님을 이용한 것도 아닙니다.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전 따님과의 혼인을 승낙받으러 왔을 뿐입니다. 절 기억하시는 듯하기에 장난을 친 게 불쾌하셨다면,”

레안이 한 호흡 늦춰 말했다.

“잊으십시오.”

광오하기까지 한 언사다. 그러나 백작은 내색하지 않았다.

무릇 왕족이라면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니까. 왕족을 제외하고. 귀족조차도 그들 앞에선 평민과 다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방금 왕자가 보인 동작은… 검술에 문외한임에도 백작은 알 것 같았다.

저게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지.

그는 왕자가 꼭 자신이 필요해서 왔다기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알겠습니다. 잊겠습니다. 한데, 절 찾아오신 이유가 정말 그뿐인가요?”

“네.”

“그럼 왜 만나자 하셨습니까? 집 나간 딸과 도망쳐 결혼하면 그만이셨잖습니까.”

…역시 눈치가 빠르다.

단 한 발자국도 곱게 밀려나는 법이 없는 백작을 레안이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언젠가 물어보긴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세니아가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버님’께서 평민과의 혼인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요. 제 처지가 이래서 신분을 밝히진 못했습니다만, 이런 일로 가슴앓이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왕자님께선 정말로 제 딸과 혼인할 생각이십니까?”

레안이 피식, 웃었다.

“그걸 허락받으러 온 겁니다. 게스타브 페테르… 아니, 모나크 남작님. 따님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그녀를 슬프게 하지 않겠습니다.”

“……”

모나크 남작이 몸을 뒤로 젖혔다. 크세니아와 왕자의 결혼이라…

사실 신랑감으로, 혹은 혈통으로는 이보다 나은 사람이 없을 터였다.

더군다나 이건 혈통에 자격지심이 있는 그에게 무척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서자였던 아버지, 바릭 모나크와 고모이자 어머니인 그라이넨 모나크.

게스타브는 근친 관계에서 태어났다. 수도교회로 보내진 아버지는 어디로 도망쳐버리고 미혼모의 배에서 태어난 그는 지독한 차별을 겪었다.

큰아버지인 베일리 모나크 남작이 아이를 갖지 못했기에 양자로 신분을 세탁하여 후계를 물려받았을 뿐, 모나크 남작령의 친인척들은 여전히 그를 천대했다.

게스타브는 그냥 남작령을 떠나버리길 택했다.

더러운 아버지. 그는 베르크 추기경과도 일절 말을 섞지 않았다.

하- 그래. 우습게도 아버지는 그 대단한 추기경이 되어 돌아오셨다. 꼴에 미안했는지 에들린과의 결혼식 날, 내게 신력을 쏟아부었다.

그럴 거면 진작 돌아올 것이지.

이십 년 가까이 나와 어머니를 방치한 주제에 무슨 낯짝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해서 ‘바눈’. 루티나에서 후계자 수여식을 치를 때,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았다. 그가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음에도.

홀로 루티나 왕성에 머무르다가 수여식만 후딱 치르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그때, 대판 싸웠다.

베르크 추기경은 꼴에 아버지라고. 한때는 모나크 남작가의 서자였다고 제 아들이 남작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난 그냥 그 사람이 보기 싫었고.

– “아버지랍시고 아는 체하지 마시오, 추기경. 난 당신 같은 아버지를 두지 않았으니까.”

– “…오만하구나. 난 나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 네 어머니도 인정하였고. 나라고 마음이 편했는 줄 아느냐? 그녀가 아이를 가진 줄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왔을 것이다.”

– “내 어머니를 그녀라 칭하는 것도 듣기 역겹소이다. 왜, 그냥 누이라 부르시지요.”

베르크 추기경은 끝내 분통을 터뜨리며 돌아갔다. 그 이후로는 만난 일이 없었는데, 간혹 찾아뵙는 어머니를 통해 들었다.

그가 왕국을 뒤집어엎을 생각을 하고 있노라고. 추기경은 신분제를 철폐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귀족인 게스타브는 조금도 공감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내 딸과 레안 드 예리엘 왕자의 결혼이라.

그가 내 딸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 또, 제 자리를 되찾기 위해 날 찾아온 것이 아니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무려 왕족이 아닌가.

친우이지만 음흉한 베나르 타티안 후작의 며느리로 보내는 것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고, 개망나니로 유명한 길버트 포르테에게 시집보내는 건 말할 것도 없었는데, 딸이 역대 최고의 신랑감을 물어온 셈이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물어보았다.

“그럼 왕자님께서는 앞으로 어찌하실 계획입니까? 어쨌거나 콘라드 왕국으로 돌아가시지 않겠습니까.”

레안은 아니요, 단호하게 답했다.

“전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둘 생각도 없지요.”

“…하오면?”

“머지않아 알게 되실 겁니다. 제가 쏜 화살이 이미 날아갔거든요.”

‘레브’라는 이름의 화살이.

어리둥절한 백작 앞에서, 왕자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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