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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5

< 닥터 (3) >

혈맹의 연예계 진출로 인한 대외 정책 수립에 관한 건.

루마니아에서 진소란의 보고를 접한 하인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은 본능적으로 상대의 외양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흡혈귀의 대부분이 선남선녀인 것도 대놓고 그런 부분을 노린 것이 아닌가?

그만큼 사냥감을 유혹하는 데 매력적인 겉모습이 유용하다는 뜻이었다.

‘있는 무기를 굳이 이용하지 않을 필요는 없지.’

물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제약들과 경계 어린 시선을 감내하긴 해야겠지만, 그거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렇게라도 해서 양지로 나가고 싶어 하는 이들도 적진 않을 테니까.’

그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애써 참고 있을 뿐, 당연히 모든 흡혈귀들이 지금의 음지 생활에 만족할 리 없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실무 책임자인 진소란도 딱 그런 케이스라 할 수 있을 터.

그래서 하인즈는 그것에 관한 전권을 그녀에게 떠맡겼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전부 알아서 하라고.

‘···난 안 그래도 바쁜 몸이니까. 정 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알아서 말하겠지.’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그만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이해해 주지 않을까?

지금은 그가 따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역시 뭔가 새로운 건 없군. 혹시나 했는데.”

닥터의 아지트가 있던 곳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본 하인즈가 고개를 내저었다.

안에 있던 자료와 기자재 등을 전부 털어서 한스와 호루스 편에서 조사하는 도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차 확인하러 온 건데 딱히 추가로 건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대놓고 복선을 뿌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

슬쩍 인상을 찌푸린 하인즈의 뇌리에 닥터가 남긴 마지막 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땐 당신은 물론, 당신의 친구들까지 전부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퍄하하핫!”

그가 지금 이렇게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때 그건 누가 들어도 곧 죽는 사람이 할 대사가 아니었으니, 당연히 찝찝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흐음, 그때 놈이 죽은 것은 틀림없는데.”

그건 확신할 수 있었다.

하인즈 2세는 타인의 생을 탐하여 업과 격을 쌓는 흡혈귀.

그중에서도 정점의 위치에 오른 지고한 자였다.

그런 그가 상대가 진짜 인간인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가짜인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생명 반응과 인과의 흐름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놈이 당사자임을 증명했으며, 그때의 일로 확실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 또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래서 놈이 남긴 최후의 말도 저승에서 다시 만나자는 식의 저주로 받아들였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끝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점차 새로운 감각에 익숙해지면서, 머지않아 놈을 다시 마주하게 될 거라는 느낌이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정확한 근거는 없었지만 하인즈 정도 되는 존재의 직감은 때론 예지와도 맞닿는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뭔가 다른 부활 수단이 있나 보군.”

역시 그 가설이 가장 설득력 있었다.

지구에서조차 별개의 법칙으로 돌아가는 던전을 만들 정도다.

그런 능력을 가진 놈이 그렇게 쉽게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면 뭔가 따로 대책이 있다는 소리일 터.

‘가만.’

그때, 그의 머릿속에 불현듯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당장 자신조차 「여분의 목숨」이라는 부활 특전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게 한스가 세상의 지성체 절반 이상에게 적으로 간주되었을 때 받은 능력이었지.’

그런데 놈도 그것과 같은, 혹은 비슷한 뭔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럼 그 뻔뻔한 태도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쯧, 골치 아프군.”

놈이 남긴 자료들을 뒤져봐도 부활과 관련된 힌트 같은 것도 딱히 없는 상황.

하지만 다행히도 이쪽이 손을 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스으으—

앞으로 내민 하인즈의 손끝에서 송골송골 배어 나온 피 한 방울.

이내 그것은 기묘한 파장을 흩뿌리며 엷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챙겨두길 잘했지.’

그건 왠지 모를 찝찝함에 회수해 두었던, 현장 바닥에 남았던 닥터의 혈액이었다.

자폭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고 쏟아낸 피는 모조리 그의 시신과 함께 사라져 버렸기에 남은 것이라곤 이게 전부였지만,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했다.

우우웅—

묘하게 붕 떠오른 감각이 혈액을 매개로 발산된 파장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것은 해류와 같은 세상의 인과를 타고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그 흐름에 걸친 반경 수백 킬로미터 내의 특정 조건에 관한 정보를 단번에 읽어 들였다.

‘설령 다른 몸으로 갈아타서 육체가 변한다 해도 소용없다. 피라는 건 단순히 신체의 부속물이 아닌 영육의 매개체이니.’

그리고 자신은 피와 혈마법을 다루는 데에 있어 정점인 존재였다.

아직 이 힘에 익숙해지는 데 애를 먹고 있어 부족한 면도 많았으나, 지금도 계속해서 적응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 근방엔 없는 건가.”

하인즈가 예리하게 빛나는 눈으로 손끝의 핏방울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는 몇 차례 진동하다 이내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하는 핏방울을 회수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반경 8백 킬로미터에서 조금 부족한 정도였다.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 그리스의 아테네는 물론 이탈리아 끄트머리에까지 닿을 정도로 방대한 넓이.

그런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놈이 이 범위 밖에서 부활했다거나, 혹은 아직 부활하지 않은 상태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 기술력을 이용해 어딘가 깊숙이 숨어든 것이겠지.’

하지만 어떤 경우더라도 언제까지 그의 눈을 피할 순 없을 거다.

그는 지금도 현 상태에 빠르게 적응 중이었고 그만큼 색적 능력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었다.

결국 놈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할 터.

‘마침 신혈의 힘을 이용해 유럽 각지의 흡혈귀들을 제대로 휘어잡을 생각이었는데 잘 됐군.’

일단은 유럽을 일주하며 전체적으로 한번 쭉 훑어볼 생각이었다.

그러고 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겠지.

‘다음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처리해 주마. 필요하다면 한스까지 부르는 한이 있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기지 않도록.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다시 실내를 훑어본 하인즈가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겐 여전히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다.

***

영국 스코틀랜드 북동부 도시 애버딘.

그곳의 인적이 드문 어느 건물 지하에 제법 큰 규모의 비밀 연구실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뭐 하는 곳인지 알려지지 않은 건 물론이고, 애초에 만들어질 때부터 극비로 다뤄져 그 존재를 아는 이들조차 거의 없는 수수께끼의 연구실.

최근에는 아예 내부에 드나드는 이들조차 없어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던 그 공간에서 모처럼의 변화가 일어났다.

위이잉—

평소 휴면 상태로 기본적인 업무만 반복하던 전자동 시스템이 재차 전기를 빨아들이며 자신의 기능을 하나둘 일깨웠고.

보글보글—

형광 녹색으로 빛나는 배양액이 가득 채워져 한쪽 벽면에 고정되어 있던 인큐베이터에서는 연신 기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부글부글— 쿠웅!

내부에서 커다란 기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전해진 충격에 인큐베이터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쿵! 쿠웅! 쾅!

안쪽에서 뭔가가 난동이라도 부리는 듯 점차 짧은 간격으로 강하게 들려오는 둔중한 소음.

그리고 마침내—.

콰앙! 와장창—! 콰르르—

누적된 충격에 그 문제의 인큐베이터가 깨져나가며 안에 있던 존재가 바닥으로 털썩 떨어져 내렸다.

그대로 나동그라진 나신의 남성체가 전신을 형광 녹색의 액체로 물들인 채로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거렸다.

쿨럭, 쿨럭—

한동안 바닥을 기며 움찔거리던 그는 속에 든 것을 기침과 함께 잔뜩 토하고서야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흐읍— 후—

그런 그의 행동에선 왠지 모를 경건함마저 묻어나왔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호흡을 시작한 사람처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몸을 가눈 그가 비틀거리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에 배양액에 잔뜩 젖은 회갈색 머리카락이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지만, 그는 가만히 호흡에만 집중하더니 곧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푸스스스— 성공인가?”

잇새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갈라지는 목소리가 작은 기계음만 흐르는 연구실에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을 뒤덮은 머리카락 아래로 비틀려 올라간 입꼬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실률은··· 으음, 잘 모르겠군요. 나중에 차근차근 점검해 보아야···.”

이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바닥을 나뒹군 그는 그대로 자리에 편하게 드러눕더니, 재차 실없는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간 몸에 쌓아온 기운을 비롯해 이런저런 능력을 잃어버린 탓에 상당한 상실감이 느껴졌으나, 그는 그런 사소한 것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점은 실험을 할 수 있는 몸뚱이와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 그리고 그것을 보조해 줄 고유스킬이 남아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팬텀··· 그리고 마스커레이드···.”

그런 그의 입에서 두 단어가 차례로 새어 나왔다.

말을 내뱉은 사내, 닥터의 눈에서 어떠한 열망과 욕망이 뒤섞여 탐욕스럽게 타올랐다.

“흐히힉히힉!”

그리고 제법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철저하게 방음 처리된 연구실 내부에 나직이 울려 퍼졌다.

***

그렇게 지구의 유럽에서 일어난 소동에 세계정세가 한층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아우테리카의 한 여성도 그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어, 네? 방금 뭐라고···.”

멍하니 눈을 껌벅이던 이세아가 뜻밖의 말을 한 당사자에게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녀의 명석한 두뇌와 인지능력은 상대의 말을 듣는 순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 터무니없었기에 차마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에 갔다 오셨다는 말씀이시죠? 성자님께서?”

“그렇습니다. 그것도 이세아 님과 헤스페론 님의 고향이신 한국이라는 곳이었지요. 아무래도 두 분과의 인연이 적잖게 영향을 끼쳤나 봅니다.”

“···그, 어떻게요?”

“흐음, 어떻게라고 물으신다면··· 그저 주신께서 인도해 주셨다고 밖에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군요. 저는 언제까지나 그분의 검일 뿐이니까요.”

이세아는 그 당당한 대답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번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고 납득할 수도 없었으나, 신실한 성자가 내미는 ‘신의 뜻’이라는 대답은 말 그대로 전가의 보도나 다름없었다.

“···굉장히 당황스럽네요. 이런 상황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 그런 게 가능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고요.”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구에서도 믿지 못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더군요.”

그 말에 이세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 아마 사실일 것이다.

잠깐 그녀의 머릿속에 ‘혹시 하인리히 성자가 지구인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가기도 했으나, 그걸 감안해도 지구와 이세계를 자유롭게 왕복한다는 사실 또한 터무니없긴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그가 이세계인이라 굳게 믿고 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생각을 달리 하기가 쉽지 않기도 했고.

“그래서 그 말씀을 제게 하시는 이유가···.”

“제가 이세아 님께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요즘 고민이 많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떻게 그걸?”

“동료니까요. 그동안 저희가 함께 한 시간도 제법 길지 않습니까.”

하인리히가 인자한 얼굴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젠 일상이 사기인 그의 모습에선 아주 약간의 거리낌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하인리히의 성향을 이루는 「페르소나」에 사기꾼 기질도 상당히 많이 섞여 있을지도?’

굳이 따지자면 그건 그의 근간을 이루는 ‘광신에 가까운 믿음’이 원인이었다.

어떤 말이든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말하는 본인조차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니,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사기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거짓말 탐지기는 물론 「진실의 눈」 따위의 이능으로 보더라도 그의 말은 무조건 진실이라고 나오지 않을까?

덕분에 그들 사이의 대화는 매우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친절한 배려에 감사를 표하는 이세아와 나중에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미리 밑밥을 까는 하인리히.

그러나 그 평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이 화기애애한 주제로 한창 대화를 나누던 순간—.

[“성자님!”]

갑작스러운 리에스타 성녀의 외침이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시작되었습니다!”]

그 말에 부드럽게 풀려있던 하인리히의 표정이 한순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저렇게 급하게 전할 말은 한 가지밖에 없지 않던가?

[“지금 심연의 봉인을 통해서···!”]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이 바람같이 내달렸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을 최대한 성대하게 맞이할 준비를 위해서.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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