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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8

307화.

부자의 기준은 보통 현금 자산 100만 달러. 그리고 슈퍼리치는 3천만 달러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슈퍼리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사치품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떠올랐다. 백만 달러가 넘는 슈퍼카는 물론 요트나 전용기를 마치 과시라도 하듯 사들였고,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하는 마켓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전용기는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관비, 정비비, 기장과 승무원 월급 등이 지속적으로 나간다. 때문에 웬만큼 돈이 많지 않고서는 유지비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뭐, 우리는 웬만큼 돈이 많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보잉, 걸프스트림, 엠브라에르, 다쏘 등의 판매담당자들이 OTK컴퍼니 본사를 찾아왔다. 몇몇 회사는 아예 시승 가능한 모델을 한국으로 보냈다.

얘기를 들어보니 OTK컴퍼니가 전용기를 구매할 거라는 얘기는 진작부터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상엽 선배가 여기저기 열심히 쑤시고 다녔기 때문. 심지어는 시승도 몇 차례 해봤다고 한다.

“……응? 시승은 언제 했어요?”

상엽 선배는 엄마 몰래 장난감을 사려다가 걸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돌렸다.

“아니, 뭐…… 꼭 내가 타고 싶어서가 아니라, 있으면 좋잖아. 우리 말고도 카로스나 페이스잇에도 필요할 것 같고.”

듣고 보니 그렇다.

두 기업 모두 미국 진역은 물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라 출장도 잦은 편이다. 매번 표 끊는 것도 귀찮았을 텐데.

“그런데 그동안 왜 안 샀지?”

택규는 눈을 껌뻑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걸 몰라서 물어? 사장이 경차 타고 출근하는데, 전무가 BMW를 계약할 수 있겠어?”

“아…….”

나 때문이었어?

전용기는 있으면 편하지만, 필수품은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 구매하겠다고 말을 못 꺼낸 모양이다. 연구개발하고 제품 출시한다고 바쁘기도 했고.

왠지 미안한 마음이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지 물어보고, 다른 기업들 것도 같이 구매해야겠네요.”

말을 꺼내자마자 다들 환영했다. 특히 토비와 제라드는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전용기를 타고 하늘에서 배우들과 파티를 벌이는 게 제 꿈이었습니다. 혹시 마일하이 클럽이라고 아시나요?”

“…….”

그게 실제로 있었어?

“대표님도 꼭 초대하겠습니다.”

“……됐어요.”

좀 궁금하긴 하지만, 참기로 했다.

엘리에게 걸리면, 잔소리 듣는 걸로는 안 끝날 테니.

어쨌거나 우리 한 대, 그리고 카로스 두 대, 페이스잇 한 대도 같이 구매하기로 했다.

난 담당자들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그들은 열심히 설명하며 자사 전용기의 성능과 옵션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택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그거 같지 않아?”

“뭐, 비행기가 다 똑같이 생기긴 했지.”

로고를 가리고 보면 어느 회사 건지도 잘 모르겠다.

상엽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이야? 여기 날개랑 엔진 모양이 조금씩 다르잖아. 창문 개수도 차이나고. 난 딱 보면 알겠는데.”

“…….”

그동안 정말 열심히 보고 다녔나 보다.

최대한 많은 승객을 수송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항공기와는 달리 전용기의 실내는 제각각이다.

회의실, 침실, 샤워부스 등은 기본이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맞춤 제작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고풍스럽거나 휘황찬란하게꾸밀 수도 있고.

선택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난 들고 있던 팸플릿을 내려놓으며, 상엽 선배에게 말했다.

“그냥 선배가 사고 싶은 걸로 골라요.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

그러자 상엽 선배는 신나서 말했다.

“진짜지? 나중에 다른 말하기 없기다.”

그러고는 바로 담당자들을 한 자리로 불러들였다.

“가장 빠르게 출고할 수 있는 회사 손 들어 보세요.”

* * *

GM과 포드와의 협상은 큰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큰 틀에서는 합의를 봤지만,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부딪쳤다.

당연하지만, 테레사 멕팔랜드 회장과 휴고 퍼트레이어스 회장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둘은 마치 아레나에 선 검투사 같은 모습으로 협상에 임했다.

특히 멕팔랜드 회장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리해고를 당해 분노한 노동자들에게 둘러 싸였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 쪽 협상팀 역시 만만치 않다. 현주 누나는 서상원 팀장과 함께 협상에 임했다. 협상문 단어 하나 고치는 것을 가지고 한참동안 설전이 오갔다.

“배터리 고장으로 인한 리콜에 대해서는 전량 TS컴퍼니가 책임지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제작 공정에서 생긴 불량까지는 책임지겠지만, 그 이상은 책임소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동안 GM에 납품한 CL화학은 배터리 리콜을 책임졌습니다.”

“그건 그쪽에서 계약을 잘못한 겁니다.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만 책임을 지는 게 맞습니다.”

“그 통상적인 범위라는 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겁니까?”

택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누나 성격 안 죽었는데.”

“그러게.”

긴장감이 넘치다 못해 살벌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긴 숫자 하나, 소수점 하나에도 수천만 달러가 왔다갔다 하니.

쉬는 시간이라고는 식사시간과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한 사흘 지나고 나자, 다들 눈이 퀭하게 변하고 목이 쉬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자세와 눈빛을 풀지 않았다.

엘리는 옆에서 지사장을 보좌하며 각종 법 조항을 검토했다. 계약이라는 게 우리끼리 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을 거쳐야 한다. 법정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나, 신체포기각서 같은 게 무효이듯 말이다.

현주 누나가 가볍게 눈짓만 해도 엘리는 필요한 자료를 찾아서 내밀었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기 때문인지 손발이 착착 맞는 모습이다.

역시 일할 때는 프로패셔널하구나.

* * *

일주일에 걸친 협상 끝에 협상문 초안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실론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국내언론과 외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난 대표로 말했다.

“앞으로 OTK컴퍼니는 GM, 포드를 최우선 파트너로 삼고 무인차와 전기차 분야에서 서로 협력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는 자동차업계의 지각변동이나 다름없었다.

언론들은 앞다퉈 기사를 썼고, 로날드는 바로 투윗을 날렸다.

[빅3의 연합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매우 좋은 일이다. 이제 미국은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해 더 많은 차를 만들게 됐다. 누구든 이를 막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는 무역장벽을 통해 수입을 막는 다른 나라들에게 보내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와아! 빅3 연합. 미쳤네.

-사실상 GM과 포드가 카로스 산하로 들어가는 거 아님?

-그 정도는 아니고, 서성전자가 안드로메다 스마트폰 만드는 거랑 똑같은 거지.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나? 그냥 혼자서 다 해먹으면 되지 않나?

-세계 자동차시장 1년 판매량이 9천만 대임. 이걸 한 기업이 다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함.

-소프트웨어랑 배터리 공급해서 파이를 키우는 게 급선무지.

-폐쇄형 플랫폼은 한계가 있음. 오픈형 플랫폼을 선택한 게 옳다고 봄. 스마트폰만 봐도 NOS보다 안드로메다 점유율이 압도적이잖아.

-차라리 은성차가 일찍 붙어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AD 시리즈 한국에는 언제 출시되는 거야?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가격이면 차라리 벤츠나 BMW 산다. 차는 무조건 독일제가 좋음

-네. 다음 뚜벅이.

* * *

화상통화에서 데릴은 엄살을 부리듯 말했다.

“앞으로 완성차 경쟁이 치열해지겠군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OTK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것은 카로스가 가진 강점을 상대 기업들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판매로 수익을 얻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완성차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서성전자와 상황이 비슷했다.

서성전자는 TV와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면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배터리 등을 경쟁사에 납품하기도 한다.

약간은 우려가 되긴 한다.

“괜찮겠어요?”

데릴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로스는 이미 미래차의 브랜드나 다름없습니다. GM과 포드에게 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경쟁은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법이죠.”

“도전과 응전인가요?”

내 말에 그는 웃음을 지었다.

“아놀드 토인비의 말이로군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천적이 없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도전에 대항함으로써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다.

스마트폰 역시 안드로메다와 NOS, 서성전자와 엔플 등이 서로 경쟁하며 계속 발전시켜왔다.

“혼자 차지하기에 자동차시장은 너무 큽니다.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은 많구요.”

자동차회사가 차만 만들어 판매하는 시대는 끝났다. 전기트럭, 전기스쿠터, 승차공유, 차량공유 등 뻗어나갈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미 무인트럭은 부분적으로 상용화했고, 다음 행보는 AD 시리즈를 활용해 승차공유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슬슬 아이버를 밀어낼 때가 됐지.

* * *

반도체 초호황 당시 서성전자 시총은 350조 원까지 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점논란이 일었는데, 현재 시총은 무려 700조 원을 돌파했다!

향후 전장사업 수익에 대한 기대감과 회사가 보유한 24.5퍼센트의 카로스 지분가치가 더해진 결과였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대고, 전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역시나 고평가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조만간 구블과 엔플을 추월할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찌감치 서성전자에 투자한 버크셔캐셔 역시 두 배를 벌어들이며, 역시 워렌 보트라는 찬사를 들었다.

주가상승 덕분에 임진용 회장의 자산도 크게 늘었다. 그래봐야 한국에서는 4위지만. 참고로 1위는 나, 2위는 택규, 3위는 현주 누나다.

서성전자 덕분에 코스피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개별종목 중 오르는 건 서성전자와 서성SB 등 서성그룹주들 뿐이고, 다른 대기업들 시총은 오히려 감소추세였다. 때문에 서성전자를 편입한 펀드의 수익률과 그렇지 않은 펀드의 수익률은 극명하게 갈렸다.

내수경기 역시 심각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서성전자다.

택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게 왜 서성전자 때문이야?”

“자원의 역설이랑 비슷한 거지.”

경제의 기본은 환율이다.

석유가 나는 나라들은 땅속에 있는 석유를 채굴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다. 따라서 자국의 경제사정과는 상관없이 화폐가 계속 고평가되고, 이는 수출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국은 지금 내수가 좋지 않다. 실업률은 계속 증가추세고, 고용과 투자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야 정상이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생겨 수출을 늘리고, 이는 고용과 투자로 이어진다.

그런데 서성전자가 너무 잘나가고 있다. 반도체로 달러를 긁어오는 걸로도 모자라 글로벌 투자자금마저 국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외국계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때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니, 자연히 원화가치가 고평가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만약 서성전자가 없었다면, 환율이 지금보다 20퍼센트는 올랐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수출기업들 입장에서는 원화 고평가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일전에 읽은 기사의 내용처럼 엔폰은 휴대폰시장만 바꾼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꿔놓았다.

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변화는 모두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장은 특이점을 넘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겠지. 도전과 응전은 발전을 가져오지만, 도전해오는 상대가 너무 강하거나 응전을 잘못하면 망하게 된다.

일단 살아남아야 발전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과연 지금 대기업들 중에서 10년 후에도 잘나갈 기업이 몇이나 될까?

난 임진용 회장에게 말했다.

“CL그룹과 SSK그룹을 한 번 만나봐야겠네요.”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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