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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9

< 세계의 적 (1) >

이온 대륙 북동부에서 벌어진 거대한 규모의 싸움.

그로 인해 발생한 여파는 어떻게 숨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던 산봉우리가 무너져 내렸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계곡이 매몰되었으며, 생태계를 비롯한 자연이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당연히 신비가 드물지 않은 이 세상에서 그런 현상은 굳이 육안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수단에 의해 관측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대한 정보는 자연스럽게 대륙 각지에 자리 잡은 기득권 세력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다.

“혹시 모르니 인근의 주민들부터 대피시켜라!”

“빨리빨리 움직여! 관측반! 상황 보고!”

“에, 에너지의 규모가···. 공간의 뒤틀림이 너무 강해 확인할 수 없습니다!”

각 세력의 지도부들을 기함하게 할 만한 초유의 사태.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사건이었으나, 의외로 그 사실에 당황하는 사회 지도층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각자 믿을만한 이에게 미리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사는 이 땅에, 불사왕이 소환한 ‘외신(外神)의 사도’가 강림해 세상을 멸망시키려 든다는 것을!

콰아아앙—!

그리고 지금, 한창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그 화제의 현장에 근접한 한 무리가 있었으니.

“과연, 하이 로드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구나. 이만한 기운이라니. 외신의 끄나풀이라고···?”

“크흠, 브리키 님. 그렇게 속 편하게 말씀하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윽, 이거··· 하이 로드께서 은총을 내려주시지 않으셨다면 뭘 하기도 힘들었겠군요.”

바로 하인즈 2세의 명에 따라 빠르게 이동한 하이브리드의 최정예 전투부대였다.

그들은 새로이 하사받은 「정제혈정」에 적응하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왔다가, 지금은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숨긴 채 전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주신교단의 용사, 남부 야만인들의 투왕, 엘븐 킹덤의 하이 엘프··· 으음, 아무리 봐도 보통 하이 엘프는 아닌 것 같네. 차기 요정왕인가? 어쨌든 전부 말로만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같구나. 솔직히 지금의 나라도 저들을 상대로는 썩 자신이 없는데.”

“···그래도 역시 저희 하이 로드가 가장 강하시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전 이번에 힘을 하사받으며 확신했습니다. 그분께선 설령 불사왕과 정면으로 싸우시더라도 결코 지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뭐, 그거야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지금 문제는 그 하이 로드까지 포함한 이들의 합공에도 끄떡없는 저 괴물이지만.”

“······.”

브리키의 냉정한 판단에 그녀와 함께 온 다른 뱀파이어들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정도로 저 ‘이세계에서 건너온 악신의 사도’의 위용은 위압적이었던 것이다.

직전에 있었던 파워 업으로 한창 충성심에 끓어오르는 그들조차 차마 항변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에 남아있는 흑마력과 죽음···. 이건 틀림없이 불사왕의 흔적인데. 적대적인 잔향을 보아하니 한 차례 충돌한 것도 같고. 아무래도 완벽하게 통제된 건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건 그나마 다행인 사실이었다.

불사왕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 저 둘 사이에 모종의 연계까지 살아있는 상황이었다면 지금보다 문제가 몇 배는 더 커졌을 테니까.

‘그들이 갈라진 지금이 기회야. 그렇다면··· 아?’

그렇게 브리키를 비롯한 하이브리드의 정예들이 잘못된 정보에 한참 헛다리를 짚고 있을 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아니, 한창 경천동지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 한복판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이들이 있었다.

저마다의 얼굴에 각자 비장한 표정을 띄운 채로 망설임 없이 안쪽으로 파고드는 소수의 인영들.

“···왔구나. 때가 됐네. 그럼 이제 슬슬 우리도 움직여 보자꾸나.”

한창 요란하게 일어나던 전장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

“크아아—!”

덩치 큰 괴인이 괴물같이 발달한 입을 쩍 벌린 채 쇄도해 왔다.

그에 번천회주의 표정이 못 볼 걸 본 것처럼 찌푸려졌다.

콰아앙—!

거신 폭음과 함께 다시 찾아온 시각의 평화.

하지만 그것조차 잠깐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표정은 결코 좋지 못했다.

“쯧.”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몸뚱이인지, 저 키메라의 육체는 물리력과 이능을 비롯한 모든 적대적 에너지에 과할 정도의 내성을 지니고 있어 상대하는 데 적잖게 손이 많이 갔다.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잠깐의 발목조차 잡지 못했고, 작정하고 전신을 난자해도 언제 다쳤냐는 듯 순식간에 회복해서 재차 달려든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어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렇게 까다로운 건 그 괴인, 할리 하나뿐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하는 나머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상성상 우위인 신성력을 아우라처럼 두르고 성스러운 불꽃이 맺힌 성검을 휘두르는 하인리히.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저격을 날리며 자연력의 세례를 퍼붓는 해리스.

잠깐 마음을 놓는 순간마다 불시에 튀어나와서 호흡은 물론 숨통마저 끊으려 드는 하인즈 2세.

거기다 그들 전부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하나의 팀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서로를 보완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엔 저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 연계에 직접적으로 당하는 당사자가 자기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는데··· 거기에 더해서.’

이젠 신경 써야 할 것이 그들 넷뿐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쉬아악—

쉬쉭—!

그 시작은 멀리에서 날아온 다수의 화살과 마법이었다.

그간 번천회주를 견제하던 요정족의 저격과는 다른 성질이 다른 공격들.

두말할 것도 없이 새로운 인물들이 참전한 것이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성자님! 괜찮으신가요?”

“···주변 공간 좌표가 너무 흐트러져 있어서 직접 이동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운은··· 혹시 해리스 님이신가요? 에나멜 대륙에 계셔야 할 분이 어떻게 이곳에···?”

성녀 리에스타와 대마법사 이세아, 그리고 하이 엘프 리디아라는 대륙 최정상급의 강자들이 추가로 가세했으며.

“우후후,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하이브리드의 송곳니들이 하이 로드의 명을 받고 왔나이다!”

“무엇이든 하명해 주소서!”

슬슬 나설 타이밍만 노리고 있던 뱀파이어들이 시기적절하게 개입해 그들의 보조를 자처했다.

특히 성혈의 뱀파이어로서 추가 강화까지 받은 브리키는 단독으로 움직여 활약할 수도 있는 커다란 전력이었던 만큼, 공방이 반복되며 지지부진하게 고착되었던 상황에 커다란 변수가 되어주었다.

‘곤란하군.’

그에 속으로 짧게 한 마디 내뱉은 번천회주가 천천히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즉시 객관적으로 상황 판단을 마쳤다.

‘···일단 이 자리부터 벗어난다. 더 이상 여기에 발목 잡혀 있어봤자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일 뿐이니.’

이대로 일대 다수 싸움이 지속되면 곤란하다.

강한 소수가 다수를 상대로 행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법은 누가 뭐래도 게릴라전.

지금처럼 계속 놈들이 짜놓은 판 안에 갇혀 있는 것보단, 소수 대 소수 접전을 강제할 수 있는 그 방법이야말로 그의 장점을 살릴 최선의 한 수였다.

하지만 저쪽도 그걸 모르지 않을 테니 그렇게 쉽게 경계를 풀진 않겠지.

‘쯧, 너무 욕심부린 것 같군. 금방 끝내고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설마 갑자기 저 정도 수준의 강자들이 넷이나 연달아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으랴.

지금 생각해 보면 하회탈이 그를 도발한 것부터가 이 상황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츠츠츠츳—

그렇게 점점 긴장감이 높아지는 찰나.

번천회주는 어떤 미묘한 끈이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제라도 빈틈을 보이면 곧바로 달려들 것처럼, 고개를 치켜든 독사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도망칠 셈인가.”

그와 동시에 서늘한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번천회주를 지금까지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었던 이의 목소리였다.

“흡혈귀.”

슬쩍 시선을 돌린 그의 오연한 눈이 하인즈 2세의 차가운 눈길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파직—!

번천회주 또한 지금까지 적지 않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흡혈귀들을 봐 왔지만, 사실 이렇게 격이 높은 흡혈귀를 대면하는 건 처음이었다.

번천회의 회주 직속 친위대의 일원인 공작조차 저 정도 수준은 아니었거늘.

‘하긴, 애초에 비교하는 것부터가 실례군. 그보다 인과를 이용해 퇴로를 봉쇄한 건가. 이거 귀찮아지겠는데.’

상대가 그 공작을 잡아먹고 벽을 넘어선 것이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번천회주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타개책을 궁리했다.

경지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본인의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진 못하는 것 같았으나, 그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틀림없이 준신급의 격을 이룬 이였다.

아무리 경지상으로는 그가 더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의 적대를 받는 상황에서 상대하기엔 결코 쉽지 않은 상대.

저 흡혈귀 하나만이라면 어떻게든 힘으로 뚫고 나갈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다수에게 노려지는 상황에선 그것도 여러모로 힘들었다.

물론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방법이기에 좀 더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아니지. 오히려 이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어. 아무리 봐도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이 세계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다. 그렇다는 말은···.’

저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이곳에 옴으로써 다른 중요한 장소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저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도 아마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터.

‘그래. 그냥 속전속결로 끝내자.’

결국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르게 그것, ‘계약금’을 꺼내 들었다.

영락하여 심연에 유폐된 신이지만.

이 세상의 정명한 신격이기도 한 존재와 거래하여 받은 그 업(業)의 일부를.

“······!”

가장 먼저 무언가를 느낀 것은 시종일관 감각을 곤두세워 인과의 흐름을 파악하던 하인즈 2세였으나, 그것에 반응해 움직인 것은 하나로 연결된 네 개의 아바타가 동시였다.

“어딜!”

“주신이시여, 이 땅을 어지럽히는 이단을 심판할 힘을 주소서!”

“카하하핫! 이리 오너라!”

쐐애액—!

하인즈의 인도에 따라 인과의 뱀이 번천회주에게 달려들고, 하인리히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광휘가 광선처럼 뻗어나갔으며, 할리의 몸체가 순간적으로 초음속을 돌파해 미사일처럼 공간을 꿰뚫고, 해리스가 쏘아낸 화살이 순식간에 도달해 막대한 에너지를 흩뿌렸다.

“공격!”

“아이스 노바!”

“찢어버려!”

그리고 한 박자 늦긴 했지만 그들의 다급한 반응에 현장의 다른 이들도 모두 한꺼번에 공격을 퍼부었다.

확실하게 상황을 파악하진 못했으나 일단 눈치껏 동참해 나선 것이다.

콰과과광—!

그러나.

“이거 참, 성대한 환영이로군.”

그 정도 공격으로 신격의 업을 통해 순간적으로 세계의 제약을 벗어던지고 한계가 팽창한 번천회주를 막기에는 무리였다.

멀찍이 떨어진 위치에서 대부분의 공격을 흘려낸 그는 끝까지 자신을 따라온 인과의 뱀을 비롯한 몇몇 공격을 막으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팔다리를 묶고 있던 족쇄가 끊어지며 더할 나위 없는 힘이 사지 백해로 뻗어나갔다.

그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자신을 귀찮게 했던 이들에게로 향했지만.

‘일단 참아야겠지.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진 않으니까.’

찌이잉—

그 부작용으로 또다시 뇌리가 울리고 이명이 들려왔지만, 이제 이 정도쯤이야 그에겐 익숙한 일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을 무렵.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좌표가 흩어져 이리저리 흩날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목표를 우선한다. 계약을 완수하기 위해서도 필수이니.’

이 세상에 방문한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그의 협력자가 다시 한번 지상 위로 나오기 위해 원하는 것.

결국 그는 응징을 뒤로 미루고 공간을 제어해 통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직!

하인즈의 인과 조작을 비롯한 모두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공간의 통로.

그 저항에 제법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그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후, 마지막까지 끈질기군. 그럼 나는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보도록 하지. 제법 즐거운 여흥이었다.”

“큭, 거기 서라! 도망치는···!”

하지만 가볍게 조소한 번천회주는 뒷말을 듣지 않고 크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공간을 넘었다.

목표지로 설정한 장소.

이온 대륙의 중심지이자 가장 신성한 대지, 성지가 위치한 곳으로.

***

번천회주의 통로 생성을 막기 위한 방해 작업이 한창 진행되었을 때.

사고가 가속하며 아바타끼리의 자의식이 빠른 속도로 교류를 나눴다.

통로의 목표지 파악··· 성지 로셀리아 대신전 남문.

목표의 도착 예정 시간··· 2분 23초 후.

‘역시 미리 준비해 두길 잘했어.’

「군주의 권세」를 사용한 하인리히가 추기경에게 약속된 의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결과.

번천회주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성대한 환영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신성 결계를 가동하라!”

“거룩하신 주신의 이름으로, 이단을 심판하리라!”

수만에 이르는 성전사들과, 천을 넘는 사제들, 그리고 수백의 성기사들과 수십의 고위 주교들이.

거대한 신성진 위에서 일제히 기도문을 외웠다.

세계의 적을 맞이하기 위해.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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