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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

30. 소꿉친구 – 만남

“잘 가라.”

엉덩이에 박힌 화살을 뽑자 우디는 고통에 놀라 평야를 가로지르며 달려나갔다.

레오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국경을 간신히 돌파했다.

험난한 과정이었다. 몇 번이나 병사들과 마주치고 레인저에게 쫓겼다. 국경에서 이동속도가 빨라지는 업적이 없었더라면 칼부림을 하다 죽었을 것이었지만, 우디는 마치 족보 있는 명마처럼 달렸다. 덜컹거리면서.

덕분에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허나 아직도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레오는 눈에 띄는 평야를 피해 다시 산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쫓기는 도중에 우디가 화살을 맞은 것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어차피 말은 산을 오를 수 없으니 화살을 제거해 줄 겸 그대로 그녀를 보내줬다.

레오는 팔을 머리 위로 휘저었다. 신경질적인 손놀림에 흐릿하게 떠오른 표식이 흩어졌다.

재수가 없었다. 성전사가 왜 검문을 나와 있었을까?

‘젠장. 불행해진다더니, 그것 때문인가?’

한스를 죽이고 떠오른 메시지가 있었다.

[ 업적 : 민간인 살해 – 민간인 ‘1’명을 살해했습니다. 미약하게 불행해집니다. ]

십자교회가 국경선을 틀어막으면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레오는 자신의 재수를 탓했다.

이놈의 표식!

흩어졌던 표식은 그새 다시 모양을 되찾았다.

한스를 죽이지 않았다면 신성의 표식이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텐데. 이번 시나리오에서 저지른 악행은 그것뿐이었다. 산적을 여럿 죽인 건… 그것도 악행에 포함되나?

어쨌든 이걸 달고 루테티아로 갈 수는 없었다.

‘대체 언제 없어지는 거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표식은 없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언젠간 없어지긴 할 거다.

성전사도 사제와 마찬가지로 신력을 사용하면 소모되었다. 이런 표식은 신력이 거의 들지도 않겠지만 고작 깡패들에게 신력을 많이 썼을 리 없다.

신력을 적게 썼으면 표식도 빨리 없어졌다.

레나를 곧 만날 줄 알았는데 다 틀렸다. 이 표식이 없어질 때까진 숨어 살아야 한다.

신성왕국이 통치하는 지역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누구라도 이 표식을 보면 고발할 거다. 성전사가 직접 적으로 지정했다는 증거이고 악행 전과가 있다는 증거기도 하니까.

‘신성왕국에는 야만인들이 많이 산다고 했지…’

레오는 신성왕국에 대해서 아는 게 제법 많았다. 레나가 재잘재잘 레슬리 수도사님께 들은 이야기를 전달해준 덕분이다. 성전사와 표식에 대한 것도 그녀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산을 타며 북쪽을 향했다.

신성왕국은 야만인들에게 관대한 편이었고 온 대륙에서 유일하게 노예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였다.

그들이 야만인 부족의 자치를 허용하면서 많은 부족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이것은 북부 왕국들이 야만인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인 것과는 달랐다.

신성왕국은 야만인들이 십자교회의 교리를 받아들이고 민가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 어떻게 살건 신경 쓰지 않았다.

레오는 야만인 부족 근처에서 표식이 없어질 때까지 생활할 생각이었다. 사냥으로 먹고살 수는 있지만 최소한의 거래는 필요했다.

여름이라 다행이다. 춥지도 않고 산에 먹을 것도 많다.

그동안 레나에게 많이 배웠다. 아는 게 하나라도 많을수록 산은 풍족한 먹거리를 제공했다.

그는 채집만으로 허기를 채우며 신성왕국의 마을을 피해 계속 산을 넘었다.

산을 넘는 도중 마물의 흔적을 몇 번 발견했다.

남쪽 지방은 위협적인 동물이 별로 없었으나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마물이 많아졌다.

약혼관계 시나리오에서 아이나르 부족이 사냥팀을 크게 꾸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드물게 마주하는 마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다.

마물이라고 해봤자 사실은 똑같은 동물이었다. 노구화호 같은 마물은 그냥 커다란 여우였는데 너무 크고 신비할 정도로 몸이 날렵한 게 문제다.

레오는 마물의 흔적을 볼 때마다 날 살려라 꽁무니를 뺐다. 그 탓에 야만인 부족을 찾는 여정이 한없이 길어졌으나 끝내 숲속에 있는 작은 마을을 발견했다.

두꺼운 나무 울타리를 친 마을에는 십자교회의 상징과 부족 고유의 문장이 높이 걸려있었다.

* * *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6번째 성인이신 우데안님의 업적을 배워보겠습니다.”

‘고대 신학사’ 수업이 끝나고 레나는 책을 챙겨 도서관을 향했다.

고대 신학사는 신학 중에서 레나가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다.

마을 교회에 비치된 서적이 없어서 레슬리 수도사님과 사제님께 구전으로만 전해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자신이 잘 모르는 수업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들었다.

다음 수업까지 자투리 시간이 남은 레나는 오늘 배운 것을 복습할 요량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하지만 중간에 잠깐 ‘술잔’ 앞에서 기도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 쪼끄마한 황동 술잔은 1층 계단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레나가 가끔 기도를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하등 쓸모없는 장식품이었다.

‘행복하다.’

수도교회에 온 이후로, 그녀는 하루하루가 감동적이었다.

역시 수도교회의 수업은 수준이 높았다. 레나도 어릴 때부터 신학 공부를 꼼꼼히 했지만, 기초적인 신학 수업에서도 깊이 생각할 것이 남아있었다.

“아! 다니엘 님! 안녕하세요.”

그녀는 새로 생긴 벽화를 구경하는 한 수습생에게 다가갔다. 그도 가볍게 고개 숙이며 레나를 반갑게 맞았다.

다니엘은 레나보다 급수가 높은 수습생이었다. 수습생 옷에 달린 수실의 개수로 급수를 알 수 있었는데, 그의 옷에는 다섯 개의 수실이 달렸다.

그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우등생이어서 도서관을 자주 찾는 레나와 접점이 잦았다.

다니엘은 서글서글한 인상과 달리 고지식한 편이었다.

그래도 대단히 친절해서 레나에게 수업 커리큘럼을 꼼꼼히 알려주기도 했다. 자신의 공부순서를 추천해주기도 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이건… 아즈라 성인께서 세 번째로 악을 물리치시는 장면인가요?”

다니엘은 다소 놀랐다는 듯 레나를 봤다.

“와, 이걸 한눈에 알아채시다니. 전부터 알았지만 신학 공부가 깊으시군요. 제가 보기에도 로드란의 강가에서 악마에게 호통을 치시는 장면이 맞는 것 같아요.”

“아즈라 성인께선 어떻게 유혹을 물리치셨을까요? 그때는 교회도 신력도 없던 시절인데.”

“제가 ‘아즈라의 열두 가지 업적’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레나와 다니엘은 벽화 앞에서 한참 신학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헤어졌다.

다니엘은 떠나는 레나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 벽화는 한눈에 알아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일화를 그린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것이어서 고학년인 다니엘도 벽화 앞에서 잠깐 고민하고 있었다.

‘여성이지만 정말 공부가 깊은 분이다.’

그는 여성 사제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이 시대의 고위직이 전부 남성인 것처럼 사제의 절대다수도 남성이 차지하고 있었다.

성자로 추앙받는 이들도 모두 남성이었고 특별히 신의 선택을 받은 몇 안 되는 성녀를 제외하면 업적을 남긴 여성은 거의 없었다.

다니엘은 성녀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이었다.

성녀는 뜬금없이 탄생했다.

현재 십자교회의 수장인 성녀 메리엘도 이전에는 한미한 귀족 가문의 영애에 불과했다.

그는 무수한 고난을 이겨낸 성자들과 성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나는 특별해 보였다.

의외로 깊이가 있고 학업에 전념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편견이 조금 깨졌다.

‘내가 생각을 잘못했나. 하긴 여성 사제님이 드물지만 없는 것도 아니고.’

다니엘은 편견을 가지고 그녀를 평가한 것을 자책하며 건물 중앙에 놓인 성물로 갔다. 다른 사람들이 빠지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며 편견을 가진 죄를 신께 고백했다.

레나는 도서관을 들르지 않았다.

다니엘과 너무 오래 떠들었다.

‘어디 보자, 다음 수업은… 아카이아 제국의 예법이구나.’

수도교회는 신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가르쳤다. 신학만큼이나 깊이 배우진 않았지만 폭넓게 섭렵해야 했다.

예법을 전혀 모르는 레나는 귀족의 세계를 배워볼 생각으로 이 수업을 골랐다.

작은 강당에서 수업이 진행됐다.

지긋하게 나이 든 수도사가 예법을 보여주면 수습생들은 어설프게 그 자세를 따라 했다.

레나도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국왕과 공작을 맞이하는 인사법은 후작, 백작을 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기초를 또 배워야 하나. 저 영감은 실제로 본 적도 없을 텐데… 우습군.’

길버트는 투덜거리며 예법 수업을 한 귀로 흘렸다.

길버트 포르테도 이곳에 온 이상 수업을 듣긴 들어야 했다.

딱 2년만 참으면 된다. 2년간 공부하면 십자교회 교육기관은 귀족에게만 발급하는 수료증을 내주었다.

억지로 왔지만 뭐라도 받아가야 면이 섰고, 그는 십자교회 수료증을 핑계로 정숙한 영애들을 꼬실 생각으로 이 답답한 생활을 견디고 있었다.

채워야 할 수업은 제법 많았고 출석률과 성적도 높아야 해서 길버트는 본인이 잘 아는 수업들만 골라 신청했다. 예법은 그에게 숨 쉬는 것처럼 간단했다.

‘요즘 저런 인사는 아무도 안 하는데. 진짜 고리타분한 예법만 가르치네.’

아카이아 제국의 예법은 아직 쓰이긴 쓰였다.

벨리타 왕국은 아카이아 제국의 정통성을 물려받은 왕국이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반드시 이 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평소에는 전혀 쓰이지 않았다. 꼬장꼬장한 어르신들, 또는 가문을 짊어진 가주(家主)들만 사용했고, 귀족 대부분은 세련된 최신 예법을 즐겼다.

길버트는 코웃음을 치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나같이 칙칙한 옷을 입고서는 성실하게 예법을 따라 하고 있다.

재미없는 것들.

‘엇? 쟤는 좀 괜찮은데?’

예쁘장한 수습생이 눈에 띄었다. 칙칙하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도 단정하게 어울리는 여자애가 손발을 어찌할 줄 모르고 파닥거리고 있었다.

길버트는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수습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가씨, 안녕하세요.”

휙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이 예쁘다.

“안녕하세요. 저를 부르셨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놓칠까 봐 얼른 붙잡았는데, 좀 전에는 보지 못했던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그 깨끗한 시선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움직임이 끝날 때쯤 반 박자 늦게 그의 혀가 유려하게 굴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함께 식사하시겠어요? 저는 길버트 포르테라 합니다. 벨리타 왕국에서 왔죠.”

그는 세련된 몸짓으로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아달라는 자세지만, 동시에 가볍게 제안하는 듯한 손동작이기도 했다.

거절당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교묘함이 담겼다.

“엣? 저, 저는 오른 왕국에서 온 레나라고 해요.”

그녀는 처음 보는 사내의 손을 맞잡았다. 방금 예법 수업에서 주야장천 인사만 하다 온 탓이었다.

레나는 어색하게 고지식한 아카이아 제국의 예법을 따랐다.

‘됐어!’

그녀가 손을 맞잡자 길버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단 손을 잡은 이상 못해도 절반은 간다.

귀족들이 숙녀에게 손을 내밀어 잡는 행동에는 주도권을 가져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귀족 여성들은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도 예의를 차린 달변으로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데 익숙했지만 레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음-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르지 않나요?”

“아니요. 지금 가면 딱 맞습니다. 여기 말고 수도에 있는 식당에 가려면 지금 가야죠. 일찍 나가야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길버트의 혀가 매끄러웠다. 이 여자에겐 조금 세게 나가도 된다는 계산이 섰다.

그는 여전히 레나의 손을 잡고 있었고, 레나는 손을 맞잡고 듣는 요청이 처음이라 어쩔 줄 몰랐다.

붙잡힌 손이 뜨겁다.

“저, 그… 하지만 전 당신을 지금 처음 봤고…”

“저도 당신을 처음 뵈었죠. 식사 한 끼를 함께할 기회를 주지 않으시겠어요?”

손을 붙잡힌 채로 요청을 거절할 용기가 없다.

어쩐지 승낙해야만 할 것만 같은 느낌에 레나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승낙했다.

“으음… 아, 알겠어요. 잠깐 방에 가서 준비하고 와도 될까요?”

“물론이죠.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길버트는 그녀의 옆에 척 붙었다.

레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이 그저 그가 이끄는 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웅을 해주는 것도 언뜻 배려로 보이지만 헤어지는 순간까지 행동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속셈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레나는 한 벌뿐인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왜 간다고 했지? 오늘 복습할 게 많은데…’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면 됐을 것을.

하지만 그의 손을 얼떨결에 잡은 순간부터 거절하기 힘들었다.

손을 맞잡은 채 거절하는 건 너무 매몰차지 않은가.

레나가 나오자 길버트는 익숙하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 손을 어색하게 잡았다.

“제가 돈이 넉넉하지 못해서 비싼 곳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싸고 맛있는 집을 압니다.”

길버트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엄청 비싸고 분위기 있는 집에 갈 거다.

그는 수도교회에 온 지 고작 한 달 만에 루테티아를 섭렵해놨다. 근신해야 하는 처지라 신성왕국의 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게 한이다.

하지만 이런 평민쯤이야…

“제게 식당을 고를 선택권을 주셨으니 마찻값은 제가 계산하지요.”

길버트가 손을 붙잡고 마차 문을 열어주었다. 레나에게 이 마차를 거절할 방법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이 마차는 수도교회 밖 루테티아 내성으로 직행하는데 그녀는 아직 밖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별수 없이 좁은 마차에 오르자 길버트가 반대편으로 훌쩍 타올라 옆에 앉았다. 엉덩이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레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식사는 그녀가 평생 먹어본 음식 중에 최고였고 길버트는 나오는 음식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대화를 능숙하게 이끌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이미 계산이 끝나있었다. 다음에 사주시면 된다는 말에 다음 약속까지 잡혀버렸다.

어떻게 숙소까지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분위기에 쓸려 처음 보는 남자와 통성명을 하고, 에스코트를 받고, 좁은 마차 안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고, 근사한 식사를 하고, 또 좁은 마차 안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고, 숙소까지 에스코트를 받았다.

침대에 누운 레나는 얼떨떨해져서 몸을 뒤척였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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