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1

31화 착한 오크(2)

오크 족장의 목이 데굴데굴 굴렀다.

모두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리는 가운데, 지금까지 하리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야피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적대대상 인지. 섬멸 개시.

야피의 로봇팔이 강철 와이어를 늘어뜨렸다. 완벽하게 계산된 궤도를 통해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네 개의 와이어.

“조, 족장을 죽이다니! 네노──!?”

오크들은 분노조차 내비치지 못했다. 제 머리와 목젖을 관통한 무언가에 의해 주르륵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철푸덕!

토막난 오크들의 머리통들이 깔끔하게 자른 큐브 스테이크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적이다! 죽여라!”

“죽여버려!”

캠프 내의 오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레온이 외쳤다.

“방패를 들어라! 원진을 짜고 놈들의 돌격을 막아라!”

레온의 일갈에 구대성을 비롯한 헌터들의 정신이 강제로 깨워졌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었고, 오크들의 육탄 돌격을 막아냈다.

“큭!”

“시, 시발 이게 대체 무슨…!”

“나도 몰라요!”

난데없이 족장과 동족의 목이 날아간 오크들은 분노하며 헌터들을 찍어 죽이려 했다.

“방패를 더 높게 들어라! 방패는 자신만을 지키는 게 아니다! 옆 전우의 오른쪽 어깨까지 보호해라!”

“으윽…!”

“마, 막아!”

헌터들은 방패로 서로를 보호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다.

‘젠장! 너무 힘이 세!’

‘우리들은 D급 헌터라고! 비슷한 숫자의 오크를 상대로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오크.

가장 약한 오크도 C급 헌터와 맞먹는다는 타고난 전투종족.

그들은 큰 덩치와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질량부터가 헌터들과 비교가 안 됐다. 본래라면 첫 돌격을 버텨낸 것조차 기적에 가까운 일.

“어?”

구대성은 떠올렸다. 그러게. 우리가 어떻게 오크의 돌격을 막고 있는 거지?

이상했다. 이곳에 있는 헌터들은 오크를 상대로 일대일조차 불가능한 최하급 헌터들이다. 자신조차 마찬가지.

헌데,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옆에 레온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안도가 되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힘이 치솟았다.

그때, 몇몇 헌터들은 시야 언저리에 뜬 시스템 메시지를 목격했다.

【 사자심장의 오라 】

◆효과

: 군단강화 돌격방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요새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대형 강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용맹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가벼워진 갑옷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질긴 피부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무거운 일격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마법 강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원거리 저항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예리한 시선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보병 살육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오염저항이 부여됩니다.

【 영장류 최다 오크 도살자 】

◆효과

: 오크 상대로 50%의 살상효과가 발생합니다.

: 오크들이 공포, 혼란, 절망에 휩싸입니다.

: 오크에 대한 마땅한 증오가 확산됩니다.

뭐야, 이게.

【 살아있는 반신 】

【 워 나이트의 가호 】

【 성배 수호자 】

【 용살자의 명예 】

【 악종의 공포 】

【 악마군주 살해자 】

【 최다 악마 도살자 】

【 원거리 혐오자 】

【 최강 돌격자 】

──군단 구성원의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다수의 강화 트레잇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미친…!’

뭐야, 이게. 사기잖아!

가끔 있었다. 헌터들의 직업 중 커맨더라는 유니크 직업이 이런 류였다.

타고난 지휘력과 운용능력… 그리고 부대 버프스킬. 대규모 전장이 되는 적색 게이트에서는 서로가 모셔가지 못해 안달이라는 직업 아니던가.

다만 전투능력이 부족해 후방배치가 필수적인 직업인데, 어떻게 레온처럼 막강한 전투능력을 가진 자가 이런 힘까지 가지고 있단 말인가.

“방패를 들어라! 밀어내라! 순간의 틈 속에 검을 찔러 넣어라!”

사자심장을 가진 기사왕이 내리치는 목소리는 우레처럼 뇌리에 박힌다.

듣는 것만으로 용맹이 치솟고 전능감에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저자와 함께한다면… 아니, 저분과 함께한다면 우리는 승리하리라.

근거 따위 없는 신뢰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실제로 오크들의 기세를 밀어낸다. 믿기지 않는 힘이 어디에서 솟구쳤는지 찔러넣은 검이 오크의 질긴 가죽을 뚫었다.

“크헉!”

“저, 전사신이시여…!”

단말마를 지르는 오크들. 그들은 자신들의 신을 외치며 쓰러져갔다. 허나, 사자심왕은 그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크아아아악! 저 삿된 짐승들이 감히 신을 부르짓는구나! 혓바닥을 잘라라! 머리통을 효수해 놈들의 거짓된 신을 모욕해라!”

파르르 떨리던 레온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신수 스탈리온을 소환했다.

새하얀 거마는 신성의 빛을 쐬며 형체를 드러냈고 그런 거마의 눈동자에 녹색피부들이 보인다.

-쿠르아아아아아아아악!

신마가 포효한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시선을 하며 제 맹우를 태우고 방진을 뛰어넘는다.

“뭣…!?”

“뭐냐!”

오크들은 자신의 시야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며 당황했다. 스탈리온이 단숨에 오크들의 등 뒤에 안착하고 날카로운 뒷발차기를 날렸다.

“꿱!”

멋들어진 턱뼈 날리기였다. 목이 꺾인 오크가 힘없이 스러졌다.

“가자, 스탈리온!”

성창을 소환한 레온은 헌터들을 포위한 오크들을 도살하기 시작했다. 신마일체의 기수는 끔찍한 관통력으로 오크들을 꿰며 후드려 패고 찢어발겼다.

오크 캠프 내에 있던 130마리의 오크들이 궤멸하기까진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수고했다, 스탈리온.”

-쿠륵!

오크들이 보이면 또 불러달라 말하고 사라지는 스탈리온.

주변에는 처참하게 죽어나간 오크들의 시체와 한 명도 죽지 않은 헌터들이 서 있었다.

“승전의 함성을 질러라! 명예로운 승리로다!”

“와, 와아아아…….”

“와아아?”

헌터들은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100마리가 넘는 오크들을 상대로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승리한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이상하다… 오크들이 원래 이렇게 약했나?”

“아냐, 평소하고는 전혀 달랐어. 알 수 없는 힘이 치솟았다고.”

메시지창을 보지 않았던 이들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알 수 없는 힘이 자신들을 감쌌다는 것을.

그리고 그 원인은 규명할 필요도 없었다.

“커맨더 계열의 직업… 인가?”

“아니야, 황금사자 길드한테서 들었는데, 혼자서 야크트 스피너를 박살 냈다고 들었어.”

“전투계 직종인데 저런 버프스킬까지 가지고 있다고? 그게 가능해?”

“……사자심왕. 기사들의 왕이라고 들었어.”

그들은 새삼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가 어떤 존재인지 깨달았다.

사자심왕.

초유의 무력을 가진 기사이며 수많은 전장에서 승리한 사령관.

그는 사자심왕이 되기 전부터 명성 높은 워 나이트로서 수많은 오크들을 도살한 국경의 수호자였다.

“저… 폐하.”

하리는 피 묻은 얼굴로 레온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검에도 오크의 피가 진득하게 눌러 붙어 있다.

“무엇이냐, 하리.”

“어, 어째서 이런 짓을… 하신 것입니까?”

그 말에 레온은 진심으로 의아한 눈을 했다.

“오크를 죽이는데 이유가 어디 있느냐?”

“예에? 하지만 퀘스트는…….”

“오크들을 도와 퀘스트를 클리어하라고? 정신 나간 소리로구나. 그 녹색 짐승을 돕느니 차라리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겠다.”

레온은 오크에 대한 끝없는 분노를 지폈다.

“놈들은 존중할 가치가 없는 짐승들이다. 존재 자체가 해악이며 살아갈 가치도 없는 것들이지.”

“명예? 전사? 그것들의 전쟁에 명예 따윈 없다. 놈들이 용맹할진 몰라도 짐승이 사나운 것을 어찌 기사의 용맹과 비교하랴.”

“놈들을 사람과 같이 취급하지 마라. 그것들은 역겨운 짐승들이다. 살아있을 가치조차 없지.”

‘레, 레이시스트…….’

하리는 지구에도 오크 생존자들이 있음을 결코 말해선 안 되겠다 다짐했다.

이 뻐킹 오크 레이시스트가 오크 생존자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나 선명했던 탓이다.

“어, 어째서 그렇게까지 싫어하시죠?

“놈들은 문명을 일구지 못해. 오직 전쟁과 싸움만으로 일생을 보내는 버러지들이기 때문이지. 약탈에 의존하는 작자들이 무슨 문화의 꽃을 피우겠느냐. 놈들은 결코 다른 종족과 융화될 수 없다.”

“으음…….”

맞는 말이기도 했다. 30년 동안 꽤 많은 오크들이 지구로 넘어왔지만, 그들은 남김없이 마인으로 전락했다.

미국에서 확산되는 오크 할렘가는 지금도 미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골칫거리며 남미에서의 대마 사업, 학살 사건 등에 오크가 개입되어 있다.

살육과 폭력이 종족 단위의 특징이었기에 도저히 문명사회에 융화될 수 없었다.

하지만 번식능력만큼은 인간보다도 뛰어났기에 날이 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투표권과 문화 차이로 세계각국은 골치를 앓고 있었다.

오죽하면 오크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겼겠는가.

“그럼… 게이트는 어떻게 클로징 하실 생각이신가요?”

“이 게이트에 있는 모든 오크를 죽인다! 남김없이!”

아연한 선언에 골이 땡겨온다. 그런 하리의 어깨를 타고 야피가 정수리에 안착했다.

“스피너 경. 보고할 게 있는가?”

-정찰 보고. 필드 넓이 측정 완료. 270만 제곱 킬로미터. 오크 캠프 56개 발견. 오크 숫자 약 4,650마리.

“사, 사천…….”

기함을 토하는 하리. 아무리 한쪽 편을 들어 승리하면 된다는 조건이지만,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하필이면 모든 오크를 죽인다는 선택지를 고른 바람에 게이트 공략 난이도는 노란색이 아니라 주홍색 수준이 돼버린 것이다.

“흠… 짐승놈들 치곤 숫자가 제법 적구나.”

“저, 적은 건가요?”

“그러하다. 짐의 왕국에서는 오크 부락 하나가 기본 십만 마리였으니 말이다.”

게이트라는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 숫자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폐하… 정말로 이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시옵니까? 그…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흠… 짐 혼자서도 어떻게든 가능은 하겠지만, 짐승 따위에 짐의 시간을 너무 빼앗기는 것도 올바르지 않군.”

하지만 레온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설사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필드의 오크들을 남김없이 죽일 생각이다.

-폐하. 제안 있음.

그때였다. 야피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무엇인가, 스피너 경. 그대의 목소리에 짐이 귀를 기울이겠다.”

야피는 카메라 아이를 통해 홀로그램을 쏘았다.

전투를 끝낸 직후, 상공에 맵핑용 관측기를 쏘아올려 만들어낸 필드의 지도.

그는 오크 부락들을 가로지르는 강의 상류를 찍었다.

* * * *

야밤. 오크들이 잠들어 있는 야음을 틈타 강의 상류에 세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끼룩! 이곳. 포인트.

하리의 머리 위에서 내린 야피가 날카로운 다리로 상류를 찍는다.

“흠. 경에게 맡기겠다.”

야크트 스피너는 흐르는 강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에너지를 가동했다.

「노심 과부하 개시. 출력 99.9% 가동.」

야크트 스피너는 제 안의 노심을 풀파워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풀가동하며 냉각 시스템을 중지, 치이익 하는 연기가 치솟아 오른다.

「노심 과부하. 냉각 시스템 이상. 연료봉 급속노후화. 노심융해 발생. 연료봉 배출.」

야크트 스피너는 등딱지를 열어 내부의 연료봉을 배출했다. 뽕! 하고 튀어 오르는 것이 마치 어떤 것을 닮았다.

“으음, 똥 같아…….”

“더러운 말을 입에 담지 마라.”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야크트 스피너의 동력은 내장된 소형 원자로다.

원자로에서 생성하는 고출력의 전기는 야피를 움직이는 무한동력.

하지만 원자로인 이상 연료봉이 존재했고, 유사시 원자로 과부화를 통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자폭 시퀀스가 존재했다.

야크트 스피너는 그 자폭 시퀀스를 절반만 진행한 것이다.

노심융해가 일어날 정도로 원자로를 과부화시키고 위험수위에 도달하면 연료봉을 배출한다.

그렇게 연료봉 내부의 세슘 137, 아이오딘 131, 스튼론튬 90, 플루토늄 238 등 극도로 위험한 방사선 물질이 연료봉과 함께 노출되면서 강을 오염시킨다.

이 필드에 존재하는 모든 오크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강을 방사능으로 절여버리는 것이다.

“저… 폐하. 저희는 폐하의 가호로 무사하다지만… 괜찮은 건가요?”

“무엇이 말이냐?”

“그… 기사도에 따르면 이런 건 비겁한 게?”

하리의 의문에 레온은 피식 웃었다. 그 자신이 비겁하다고 여길 음모를 행하면서도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표정이었다.

“짐승들 따위를 상대로 무슨 기사도냐. 한 마리라도 더 죽일 수 있다면 원거리 무기라도 쓸 것이다.”

“에엑…….”

“잘 들어라, 하리. 그리고 스피너 경. 녹색짐승들을 상대하는 건 전쟁이나 결투가 아니다.”

레온은 끝없는 증오와 멸시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짐승을 박멸하는 것이지. 해수 따위를 사냥하는데, 어떤 사냥꾼이 명예를 따지겠느냐.”

“어음… 차, 착한 오크도 있을 수 있잖아요.”

“하…!”

차마 듣지 못할 것을 들었다는 듯, 레온은 조소를 내비치며 이 어리석고 우매한 백성을 계몽하듯 변치 않는 진리를 말했다.

“착한 오크는 죽은 오크뿐이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