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313

< 세계의 적 (5) >

이 세상은 불합리하다.

누군가는 날 때부터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나고, 반대로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이 맨몸만 가지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그건 비단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차이가 나는 건 ‘세계’ 또한 마찬가지.

풍부한 에너지와 다채로운 신비를 가진 차원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단조로운 신비를 품은 차원도 있고, 에너지만 과하게 넘치는 차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었으니.

바로 그 세상을 담당하며 관리하는 ‘신’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신비도 품지 못한 지구만 빼고.

아카샤 시스템의 개입으로 인한 각성자의 탄생과 이세계 전송은 단순한 축복이 아니다.

그것은···.

“으음.”

···몽롱한 사고를 헤치고 정신이 급부상한다.

긴 터널 속을 지나 밖으로 빠져나온 것처럼, 갑자기 선명하게 인식되는 감각에 그는 저도 모르게 깊이 숨을 들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고 온통 새하얀··· 아니, 색조차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무(無)의 공간.

이젠 그에게 집처럼 익숙한 장소였다.

“···쯧, 지구인가.”

연령은 물론 특징조차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졌다.

정확히는 지구의 인과율을 피하고자 따로 구축해 두었던 그만의 고유 영역이었으나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리라.

‘하회탈.’

불현듯 자신의 심장부에 손을 찔러 넣고 음산한 웃음을 터트리던 그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이세계에서 놈을 마주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건만.

그 때문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빠져나오느라 기껏 연결된 아우테리카와의 연결까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갑자기 그런 변수가 튀어나올 줄이야. 역시 쉽지 않군.”

가만히 눈을 감은 번천회주가 천천히 양손을 움켜쥐었다.

전과는 달리 모든 제약이 풀린 손아귀에 미증유의 거력이 깃드는 게 느껴졌다.

고오오—

다만··· 그와 대비되어 가슴 한편에서 전해지는 상실감이 더욱 선명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미리 각오했다고는 해도 그간 공들여 쌓은 노력의 일부가 헛되이 사라져 버렸는데 아무렇지 않을 순 없지 않나.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놈에 대해 알게 돼서 다행이지.’

자고로 정보란 무슨 일을 할 때나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였다.

그런 의미에서 사사건건 방해가 되었던 하회탈이라는 대적자의 중요 정보를 알게 되었다는 건, 대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플러스 요소라고 봐도 무방할 터.

나중에 더 큰 손실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을 미리 파악했다 치면 못 참아 넘길 것도 아니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은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괜히 더 깊이 따지고 들다간 엄한 데다 화풀이하게 될지도 몰랐으니까.

그는 복잡한 상념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앞으로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지이익—

동시에 바로 전면의 공간이 갈라지고.

다음 순간 그는 이미 전혀 다른 장소에 서 있었다.

넓은 공간에 들어찬 최고급 가구와 가전제품, 그리고 화려한 장식품들이 가득한 거주 구역.

그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한쪽에 마련된 집무실로 들어섰다.

일단 지구로 돌아왔으니 휘하에 그 사실을 알리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보고받기 위해서였다.

본의 아니게도 이번엔 자리를 비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딱히 이렇다 할 변화는 없을 줄 알았는데···.

“잠깐, 오라클. 다시 말해봐라.”

-···알겠습니다, 회주.

겨우 그 잠깐 사이, 지구에 남아있던 번천회는 심각한 대격변을 마주하고 있었다.

-회주께서 자리를 비우신 지 얼마 되지 않아 하회탈이 상하이 지부를 습격했습니다. 그로 인해 동아시아 지부장 율령자가 사망하고···.

차분하게 이어지는 오라클의 보고.

이어진 중국 지역의 혼란과 초월자 몇몇을 추가로 잃은 건, 그 후 벌어진 사건들에 비하면 그리 큰 사안도 아니었다.

“한국의 흡혈귀에게 유럽 지부가 공격받고 공작까지 당했다고? 거기다 닥터도?”

-그렇습니다, 회주.

통신 너머에서 전해지는 오라클의 대답에 번천회주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손해를 본 일로 속이 좋지 않았는데, 돌아오자마자 비보가 잇따르니 짜증이 솟구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닥터는?”

-한동안 부활 후유증으로 골골대더니 육체를 개조하겠다고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예상 시간은 대충 한 달 정도라고 들었습니다만···.

“그 두세 배는 잡아야겠군.”

-저도 그럴 거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번천회주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하회탈뿐만 아니라 팬텀이라는 놈까지?’

닥터가 그 팬텀이라는 흡혈귀를 생포하려 함정을 팠다가 역으로 당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들의 규모는 한국에서 지부가 철수하고 일본에서 하회탈에게 된통 당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시하더라도 딱히 상관없던 변방의 작은 땅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그들의 주 무대인 세계라는 영역까지 뻗어 나온 실질적인 위협.

-그리고 한 가지 더···.

“···뭐가 또 있나?”

지금까지 전해 들은 것만 해도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 뭐가 있다니?

-이건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니터에 몇몇 영상 파일이 떠올랐다.

따지고 보면 시간상으로는 이전에 보고한 일들보다 먼저 일어난 일이었으나, 지부장들과 닥터가 사망한 일이 워낙 중대한 일이었기에 뒤로 밀려난 사안이었다.

“호오, 지구에서 저런 신성력이라고?”

영상의 시작은 한국에서 일어난 병원 테러의 전말과 멀리서 찍힌 신성력의 폭풍에 대해서였다.

그것을 보는 번천회주의 얼굴에 흥미가 떠올랐다.

물론 천사의 힘을 가진 그에 비하면 별거 아닌 수준이라지만, 인간의 몸으로 저만한 신성력을 사용하는 건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거기다 이곳은 신성력의 힘이 크게 제한되는 지구가 아니던가?

‘저만한 수준이면···. 그래, 지구라는 걸 감안하면 이번에 만난 아우테리카의 챔피언 정도는 되겠군.’

왜 오라클이 관심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저런 성직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

“잠깐.”

하지만 그런 감상도 잠시, 영상이 넘어가며 백기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풀리기 시작할 즈음.

어느새 번천회주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침묵이 흐르는 집무실에서 영상 소리만이 나직이 울려 퍼졌다.

-“예, 전 여러분들이 아우테리카 차원이라 부르는 곳에서 왔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인이 아닌 이세계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자신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었던 이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물론 그땐 상대가 투구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기에 직접적으로 얼굴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주신의 뜻에 따라, 저희 아우테리카를 비롯한 전 차원에 드리운 악을 뿌리 뽑기 위해서.”

그런 사소한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했다.

그는 인터뷰하는 영상 속의 미청년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그가 입고 있는 익숙한 갑옷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하! 이거 참, 어이가 없군.”

황당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우테리카의 챔피언 정도 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진짜로 그 당사자였을 줄이야.

지구로 넘어온 이세계인?

자신도 그렇고 하회탈이란 케이스도 있으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회의적이었으나, 그가 우주의 법칙을 전부 꿰뚫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 가능성이야 있겠지.

‘그런데 그게 하필 아우테리카 출신이라는 건··· 우연인가?’

그럴 리가.

아니, 그것만이라면 우연일지 몰라도 거기에 하회탈이란 존재까지 더해지면 단순히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우연이 여러 번 반복되면 그것은 이미 필연이었으니.

그리고 그 생각은 모든 보고를 마치고 통신이 종료된 후, 오라클이 참고 자료로 보내온 ‘팬텀’의 정보를 접하고 확신이 되었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백기사와 마찬가지로 어쩐지 눈에 익은 분위기.

그 정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일이 이렇게까지 틀어진 이유가 있을 텐데.’

번천회주는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로 고민에 잠겼다.

처음부터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며 일을 진행하긴 했지만, 난데없이 이런 역사의 변곡점이라 할 만한 사건이 튀어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이 정도의 사건이 일어나려면 상당히 복잡한 여러 조건이 맞물려야 했을 터.

이런 일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오라클이 각 지부의 상황을 매번 확인하는 게 아니었던가?

“···아니, 전조가 있긴 했군. 하회탈이라는 존재의 등장부터가 범상치 않았지.”

관측의 사각지대인 한국에서 탄생해, 마치 원수라도 진 것처럼 그들에게 적대감을 보이던 정체불명의 흑마법사.

그의 등장이 모든 변수의 시작이었다.

또 어쩌면 정말로 원수를 졌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가, 그리고 번천회가 해 온 일은 그런 것들이었으니까.

‘이번 사건들도 전부 한국에서 시작된 거고.’

한국의 불확실성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위해 중국과 일본을 통한 간접 통제를 계획했던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 때문에 계획이 대폭 늦춰지는 한이 있더라도 초기에 뿌리를 뽑아버렸어야 했는데.

“쯧,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

상황을 보니 아카샤 시스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지금까지처럼 인과율만으로 그를 억제하는 건 역부족이라 판단한 것일 터.

‘그렇다면 아무리 사전에 원인을 봉쇄해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터져 나왔겠지.’

이를테면 그를 막기 위해 안배된 운명의 대적자라 할 수 있었다.

하회탈과 팬텀, 그리고 하인리히.

그중 누가 진짜인지, 아니면 그들 모두인지는 모르겠지만···.

츠즈즉—

자리에서 일어선 번천회주가 다시 한 걸음 내딛자, 그의 몸이 허공에 생겨난 균열을 통해 무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꼭 필요한 순간을 위해 지구에 있는 시간까지 최대한 아껴 인과율을 회피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렇다고 당하기만 할 생각은 없다.’

쉴 새 없이 변수가 발생하며 계획이 흐트러지고 있었지만 그가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지구의 세력을 확장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타 차원의 가능성을 집어삼켜 신성을 쌓아 올린다.

그들이 세상이 안배한 구원자라면.

그는 세상의 운명에 거스르는 반역자.

세계의 적이었으니까.

***

지금 내가 느끼는 심정은 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배부르다.’

물리적인 포만감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좀 더 정신적인 충족감에 가까운 감정이라 할 수 있겠지.

그도 그럴 것이···.

『보유 카르마 – 5,520,398』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홀쭉했던 지갑이 돌아보고 나니 이렇게 빵빵해졌는데, 어찌 그런 기분이 들지 않겠는가?

‘번천회주와의 싸움을 앞두고 남은 포인트를 박박 긁어 넣었는데.’

당연하지만 그 정도 상대와의 싸움을 앞두고 포인트를 아낄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아주 약간이라도 승산을 높이기 위해 카르마의 대부분을 털어서 스테이터스 강화는 물론 기타 스킬 강화까지 쓸 수 있는 건 모조리 사용한 건 당연한 일.

‘딱 「개체 집결」에 『스킬 쿨타임 초기화』를 사용할 수 있는 정도만 남겼었지.’

그런데 모든 일이 끝나고 돌아보니 그 잠깐 사이에 무려 5백만이 넘는 막대한 포인트가 쌓여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저 바라만 봐도 배부른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싱글벙글 미소 짓던 나는 이내 제대로 각 잡고 앉아 이 풍족한 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할지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고유스킬 강화는··· 역시 아직 안 되나. 하긴 「개체 집결」을 얻은 게 바로 얼마 전이었지.’

현재 고유 스킬 강화에 필요한 카르마는 2백만.

포인트는 충분하지만 여기서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면···.’

솔직히 지금 관심이 가는 것은 『차원 장벽 완화 (6,000,000)』였다.

처음 5백만짜리를 선택했을 때 경험한 바론, 이것은 각 차원 간의 괴리를 줄여주는 옵션이라 할 수 있었다.

신성력과 심연의 마력, 그리고 소환수에 대한 제약 완화는 아주 기초적인 효과일 뿐.

‘저게 없었으면 강환계로 갈 수도 없었겠지.’

물론 그건 ‘차원 장벽 완화’ 뿐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조건이 추가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애초부터 저 항목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한 번 더 강화한다면···.’

일단 신성력 등의 제약이 더 풀리는 건 확실하다.

기억을 통해 해당 세계로 넘어가는 작업 또한 좀 더 편해질지도.

그런데 거기서 추가적로 기대해 볼 수 있는 효과란 과연···.

‘역시, 직접 사용해 보는 게 확실하겠지.’

아마 그 기다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카르마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었으니 조만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터.

그런데 그때.

문득 시선에 들어온 다른 항목이 있었다.

『무작위 기타 스킬 습득 (500,000)』

도박이나 다름없는 무작위 스킬.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지금까지 뽑은 스킬은 「제노글로시」와 「튼튼함」 두 개였다.

「제노글로시」는 충분히 당첨이라 할 수 있는 능력이었고, 「튼튼함」은 조금 아쉬운··· 까놓고 말해 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라는 거지.’

그래, 제로였다.

즉— 따지고 보면 지금부터야말로 진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딱 한 번만 더 하자.’

진짜 마지막 한 판.

···본전은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