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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16화

94장 갱생(3)

샌더스가 회의실, 그러니까 임시로 마련한 막사 밖으로 나오자 슈라우드의 기사들이 그를 보았다.

다들 내색하진 않고 있으나 눈동자에 불안함이 엿보였다.

그중 기사 하나가 샌더스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 앙페르 가주님을 만날 생각이다.”

즉, 잘 안 되었다는 뜻이다.

기사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로아흐의 가주님께서는 일체의 반론을 허용치 않는다 들었습니다. 그런 경우 엄벌을 내린다고.”

“여기서 죄다 죽는 것보다는 나아.”

샌더스는 얼핏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그 자신 또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로아흐의 가주, 앙페르.

철벽의 이름을 가진 그는 수많은 시민들과 기사들의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장 알기 쉬운 단점은 고집스러움이다.

앙페르는 본래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적이 거의 없다.

기사단의 작전 회의에서는 대부분 실바인에게 맡겨두지만, 앙페르가 발언할 때는 그 누구도 반론하지 못한다.

그건 물론 앙페르 본인의 성정이기도 하지만, 예란헤스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절대적인 수직관계의 군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흔들려선 안 되고,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도 안 되며,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한들 그 아래의 기사들은 그를 믿고 명령을 따라야만 한다.

다만 과한 측면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영향을 앗지에와 프론디어가 고스란히 받았으니.

저벅저벅.

샌더스는 앙페르가 머무는 막사로 향했다. 입구 앞까지 도착한 그는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노크를 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노크는 무리였다. 이것만으로도 스스로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느꼈다.

“……로아흐 가주님. 샌더스입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 잠깐에 샌더스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안에서 들려오는 앙페르의 음성. 샌더스는 자연히 옆구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말했다.

“송구하오나, 이번 대기 명령에 다소의 의문을 느껴 찾아왔습니다. 기사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소 직접적인 발언이었지만, 어차피 앙페르를 상대로는 돌려말하는 게 더 안 좋다.

그래도 불안한지 샌더스는 말을 이었다. 왠지 이대로 문전박대를 당할 것 같았다.

“……조금의 말미를 주시어 설명해 주신다면 제가 그들을 잘 설득해 보도록,”

“들어와라.”

앙페르가 샌더스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내용은 샌더스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드, 들어오라하심은…….”

“그에 다른 의미가 있나? 설명을 원한다 하지 않았나.”

“그, 그렇습니다.”

샌더스는 조금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천막을 걷어 안으로 들어섰다.

앙페르는 홀로 벽에 넓게 걸어둔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기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그, 그렇습니다.”

사실 그중 가장 불안을 크게 느끼는 건 샌더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대신 샌더스는 불안의 이유를 먼저 말했다.

“대기 명령이 떨어진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여기는 제국과 완전히 떨어진 곳. 방벽의 보호를 받지 않는 데다가, 이 정도까지 멀리 나오면 심연의 마물이 등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심연의 마물.

프론디어가 처치했던 퀴클립스나, 아스터가 쓰러뜨린 미노타우로스의 무리들.

만곶은 이 대륙의 서쪽 끝이다. 이렇게 깊이 들어왔으니 그만한 놈이 또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에 앙페르는 말했다.

“알다시피 이곳은 만곶이다. 여기에 거주하던 이들이 오랜 세월 동안 생존한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만곶의 동굴 안으로 대피할 도주로를 이미 확보해 두었지. 그렇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런 준비까지 하면서 긴 시간 동안 대기를 하고 있는 것에 기사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샌더스는 대강의 이유를 알고 있다.

‘악마’가 습격한다는 예고 때문이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실바인에게 전해 들은 것으로, 기사들에게는 너무 황당한 얘기라 비밀로 해두었다.

실바인에게 정보의 출처를 물어보니 그는 앙페르에게 들었고, 그 앙페르가 어떻게 정보를 전해 들었는지는 모른다.

이 점이 샌더스를 불안하게 했다.

“가주님. 악마가 이 땅에 등장하는 것은 손에 꼽힐 정도의 일입니다. 왜 저희가 제국에 영역 너머, 이 서쪽 끝에서 악마를 걱정한단 말입니까?”

“바로 여기가 서쪽 끝이기 때문이다.”

앙페르는 말한 뒤 지도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대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이 만곶이었다.

“곧 있으면 제국의 학자들이 만곶의 동굴 내부를 샅샅이 조사할 생각이었다. 여기에는 상당수의 연구자료와 무언가를 조사한 흔적이 남아있어, 그들이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 알기 위함이었지. 본래는 이미 일이 시작되었어야 했다. 한데 새로운 정보가 귀에 들려왔다.”

그렇게 말한 뒤 앙페르의 손가락이 더욱 서쪽으로, 즉 바다를 향해 움직였다.

“이곳 말고도 새로운 대륙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악마들이 날아온다는 얘기였지.”

“……악마들이, 아직 보지 못한 서쪽 대륙에 있다는 겁니까?”

“본래 만곶까지 영역을 확장하려는 제국의 움직임은 저 먼 바다를 항해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제국은 아직 바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해. 이만한 땅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허나 그 땅이 악마들의 땅이라니. 그들은 마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 모든 악마들은 마계에 있을 것이라고.”

앙페르는 말하면서 눈이 점차 가라앉았다.

“허나 그렇다면, 만곶의 인간들 또한 본래는 제국에 있어야 했을 사람들이다.”

“……!”

“만곶의 역사를 아는 우리라면, 자연히 ‘버려진 악마’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법이지.”

그 말에 샌더스는 입을 다물었다.

서쪽에 정말로 또 다른 대륙이 있고, 그곳에 악마가 살고 있다면 제국 최강의 기사단이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합당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뒷받침하듯 앙페르는 말을 계속했다.

“최근 제국 내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시체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얼굴을 숨긴 것도 아닌데, 혈연관계가 없는 이들이 족족 모습을 드러내지. 하물며 귀족들이 말이야. 그 시체에는 이자가 악마라는 쪽지가 남겨져있다고 한다.”

“……그런 소식이 있었군요. 제국을 떠난지 시간이 흘러 최근의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샌더스는 지금 제국과 너무나도 거리가 멀기에, 제국의 뉴스를 모른다. 세이지폰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건 실바인도 마찬가지.

하지만 앙페르는 알고 있다. 왜? 샌더스가 그런 의문이 드는 동안 앙페르는 말했다.

“우리는 만곶과 전쟁을 했지. 그리고 만곶의 수장은 악마였어. 그것도 칠죄의 이름을 가진 악마. 그가 죽고 나서 속속들이 등장하는 악마라는 키워드. 나는 이것이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악마들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오러를 쓸 수 있고, 날개를 이용해 날아다닌다. 그걸 대처하려면 일반 병사로는 어림도 없다.”

“……설마, 가주님. 서쪽의 악마들이 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전한 사람이…….”

그제야 샌더스는 짐작이 갔다.

왜 앙페르가 악마에 대한 말을 아끼는지, 왜 정보의 출처를 말하지 않는 것인지.

그건 정보가 신빙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앙페르는 그것을 믿기 때문이다.

앙페르에게 그만한 믿음을 줄 수 있는 자는 정말로, 정말로 많지 않다.

“기사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건 한탄할 일이다. 제국을 지키기 위해 존재할 그들의 정신머리가 썩었다는 뜻이야. 허나 개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건 걱정 마라. 결코 그럴 일은 없다.”

“가주님…….”

“샌더스. 우리는 이곳에 있어야 한다. 나를 믿어라.”

앙페르는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이 위험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깥의 마물 때문이 아니다. 더 위험할지도 모를 존재가 언제고 이곳을 쳐들어올 수 있다.

이들은 악마의 습격을 가장 먼저 눈으로 직면할 것이며, 대처할 것이고, 그들이 막아내는 사이 제국은 악마의 습격을 깨닫게 될 것이다.

‘……놀랐어. 솔직히 이야기를 해주실 줄은 몰랐으니까.’

샌더스는 앙페르에게 찾아가면서도 혼날 각오를 했다. 혼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어떤 엄벌이 내려질까 두려웠다.

한데 지금, 앙페르는 샌더스의 예상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주님, 조금 바뀌셨,”

샌더스는 자기 입에서 무심코 나오는 말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아무리 안심했기로서니 앙페르에게 그런 소리를! 죽고 싶어 환장했나, 샌더스?

“바뀌었다…….”

그런데 앙페르는 이 말조차 담담히 받아들인 뒤.

“그래야지. 그러려는 중이니.”

“……!”

샌더스는 방금 전보다 더 놀랐다. 앙페르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그 눈빛에서 후회의 감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샌더스의 착각일 수도 있으나, 분명 앙페르가 언제나 보여주던 얼굴과는 사뭇 달랐다.

……앙페르는 어느 날 이후 늘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있다.

─아버지에게 못 미더운 자식이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다.

자기 형에 비해 연약하고 무기력하던, 그래서 기대를 품지 않던 둘째, 프론디어.

그래서 앙페르는 아주 예전부터, 그에게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 연약한 아이에게 로아흐의 짐은 너무 무겁다. 그렇다고 로아흐의 예외로 둘 수는 없다. 앗지에에게도, 로아흐의 기사들에게도 못할 짓이다.

그렇기에 파문 시키는 것마저 각오하며 프론디어를 멀리 했다. 로아흐를 벗어나는 것이 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미움 받아도 좋다. 그래야만 한다. 거기서 시작된 프론디어의 원망과 분노가 나태함을 불태울 터.

한데.

─제 나태함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프론디어는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 모두가 전부 본인의 탓이었다며, 앙페르를 이해했다.

프론디어가 게으른 것마저도 결국 악마의 저주에 지나지 않았는데.

칠죄라 불리는 악마 최고위의 저주를 그 한 몸에 받고서 살아갔는데.

그 게으름이 전부 자기 탓이었다며.

파문하려는 앙페르, 그에 침묵했던 말리아, 동생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앗지에.

콘스텔 전원에게 비웃음과 조롱을 받으며 ‘인간늘보’라는 멸칭을 뒤집어쓴 게.

그 모든 게 자기 탓이라며.

“샌더스.”

“예, 예?”

앙페르가 샌더스를 불렀다.

그 목소리가 무척 낯설어, 샌더스는 그 대답마저 더듬거렸다.

“자네는 누군가에게 사죄한 적이 있나?”

“……아, 네. 제가 무언가 실수하고 잘못했다면, 사과를 전했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용서해 주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만약에 말일세.”

그렇게 운을 뗀 앙페르는 아주 잠깐 멈칫했다. 그 짧은 사이로 그의 한숨이 흘렀다.

“그 상대가, 사죄하기도 전에 이미 용서해 버렸다면.”

그리고 그 다음 말에, 샌더스는 입이 멎어버렸다.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 * *

프론디어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황족의 지위에서 내려와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 벅찼던 엘리시아는, 제국의 거시적인 상황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특히 프론디어에 대해.

“──그래서, 나는 숨은 악마들을 집결시켜 장소를 이동할 거야, 제국 내, 그중에서도 황궁이 타격을 입는 것을 가장 피하고 싶으니까. 먼저 폐하의 허락을 받고, 조디악들이 도와준다면 장소를 이동하는 건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야. 서쪽의 악마들은 기사단이 먼저 발견할 테니, 거기서 네 도움이 필요한데,”

“자, 자, 잠깐만.”

엘리시아가 프론디어의 설명을 가로막았다.

“누, 누가 아빠의 허락을 받는데?”

“그야, 내가 받지.”

“조디악의 도움은 누가 요청하는데?”

“그야, 내가 하지.”

“……어떻게?”

“응?”

대화의 핀트가 안 맞는다. 프론디어가 고개를 갸웃하자 엘리시아는 말을 계속했다.

“그, 그니까, 아빠가, 조디악이, 왜 너를 도와주는데? 그냥 콘스텔의 학생일 뿐이잖아. 너 지난 전쟁에서 활약 좀 했다고 너무 기어오르는 거 아냐?”

엘리시아는 뚱한 얼굴로 프론디어를 보았다.

엘리시아는 딱 거기까지 안다. 프론디어가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 딱 그만큼.

그걸 이해하고 프론디어는 아, 하는 짧은 소리를 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

프론디어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린다.

입가를 쭉 당기는 프론디어.

“……이걸 이해시키는 게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은데.”

한숨을 내쉰다. 과연 열심히 다 설명한다고 해도 믿어줄지 어떨지.

프론디어는 생각을 바꿨다. 이 경우 설명보단 행동이 빠르다.

“황궁으로 가자.”

“뭐?”

“어차피 갈 생각이었으니, 직접 보는 게 빨라.”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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