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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6

잘 가라 (3)

“…!”

나는 그 이름을 들음과 동시에 몸이 얼어붙음을 느꼈다.

유호덕!

진마계, 혹은 혈음계와 직결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진선!

어쩌면 현음과도 관계 있을지 모르는 거대한 존재가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를… 어쩌시려고 부르셨습니까.”

그러나 유호덕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예상외였다.

[딱히 어쩔 생각은 없네.]

“예?”

[우리 판관장들은 죽은 이들을 심판하는 판관임과 동시에, 기록관이기도 하지. 나는 그저 고결한 이들과 만나서 기록하기를 좋아할 뿐일세. 그리고 그대는 고결한 존재 중 하나이니 만나고 싶었을 뿐.]

그림자는 멀구슬나무 아래에 앉아 손짓했다.

[이리 와 앉게. 얘기나 나눠 보지.]

나는 어쩐지 그림자가 웃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웃음은 현음의 음흉한 웃음이나 괴군의 광기에 찬 웃음, 서휼의 가면 쓴 웃음 같은 게 아니었다.

정말로 맑은 웃음이다.

나는 그 웃음으로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의 앞에 가 무릎을 꿇었다.

가부좌를 틀거나 편히 앉을 수도 있었겠지만, 눈앞의 존재에겐 예를 취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대한 존재냐 아니냐라기보단, 도리의 측면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품성에 절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듯했다.

“어떤 얘기를 나누시렵니까?”

[그냥 자네에 대한 이야기지. 이미 영멸해서 기록은 더 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건 내 취미 중 하나이니 말일세.]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진선 이상의 존재이신 걸로 압니다. 의식도 있는 것 같으신데… 어찌 부활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하하, 죽고 나서야 알았지. 영원한 안식이란 것은, 상당한 축복일세. 저승의 천존께선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자, 그리고 당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윤회의 수레바퀴를 세우셨지만, 어쩌면 대립했던 공허의 천존의 말이 옳았을지도 모르겠어. 영멸은, 그 또한 가없는 축복이야.]

“…?”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될 것도 같았다.

주륵―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왜일까.

나는 영멸에 기뻐하는 유호덕의 모습이, 한없이 부러움을 느꼈다.

[그것도 그렇고 자네들 입장에서는 부활할 것 같을지도 모르지만, 아니네. 나는 이미 그에게 죽었어. 절대 부활할 수 없지. 지금 자네가 만나는 나 역시 기억의 일부이고, 시간이 지나면 흩어져 사라질 잔상에 불과하네.]

“…‘그’는 누구입니까?”

[말할 수 없네. 내가 그를 언급하면 그가 이곳을 주시할 거야. 광명이 당장에라도 이곳에 들이닥치겠지. 내 마지막 추억 정도는 빛에게 방해받지 않고 편히 누리고 싶군.]

“…묻지 않겠습니다.”

나는 공포를 느끼며 그에 대한 의문을 머리에서 지워 버렸다.

“…아름다운 곳이군요. 이곳은 어디입니까?”

나는 대신 멀구슬나무 아래에 펼쳐진 꽃밭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사라수천존의 권역 끄트머리일세. 이전 누이인 수련과 함께 왔던 곳이야. 벗인 해녕이 좋아하는 멀구슬나무를 이곳에서 얻어 왔지. 내 업화를 봉인한 그 나무 말일세.]

“천존의 권역이면….”

[뭐, 너무 좌불안석일 것 없네. 어차피 내 기억 속 장면일 뿐이고, 사라수대왕께서도 기본적으로 선하고 너그러운 분이야. 그리고 내 누이와 친한 분이기에 나와도 면식이 있으니, 자네를 인식해도 내 권능을 통해 이곳에 들어온 자네에게 뭐라 하진 않을 걸세.]

“…감사합니다.”

거대한 존재와 엮일 것을 불안해한 내 염려를 해소해 준 유호덕은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에게 내 인생 전반을 설명해 주었다.

회귀에 대한 것을 빼고, 이런 일이 있었다, 저런 일도 있었다 정도의 일들이었다.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유호덕은 멀구슬나무에 등을 기대며 웃었다.

[좋은 인생을 살았군.]

“부족한 것이 많은 생입니다. 이룬 것도 없고, 바꾼 것도 없고, 해낸 일도 없지요.”

[그게 삶이란 놈이지. 그 정도면 충분히 잘 했네.]

“….”

어째서일까.

나는 그 한마디에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유호덕 앞에서는 어쩐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내 삶을 인정받은 듯한 기분.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내 앞에서는 좀 울어도 되는데.]

“…아직 제 삶은 남아 있기 때문에, 울음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언제쯤 울 건가?]

“삶을 끝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쯤이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그럼 곧 울겠군.]

“글쎄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제 삶은… 너무 많이 남아서 말입니다.”

[그런가.]

유호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좋겠지.]

“그럼 가 보겠습니다.”

나와 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사실 처음의 몇 가지 질문을 제하면 그가 내 생애를 들어 준 것에 가까웠다.

회귀는 밝히지 않았고, 종명자란 것도 밝히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말한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진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죄를 뉘우친 내게 베푼 자비이리라.

유호덕은 자리에서 일어선 나를 보며 손을 뻗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선물이라도 주지.]

“업화를 꺼 주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자네에게 붙은 업화는 자네가 져야 할 책임이야. 내가 줄 것은, 자네가 삶을 갈구하는 것 같아 보이니 자네에게 어울리는 것을 두 개 정도 주려는 걸세. 늙은이의 말벗이 되어 주어 고맙네.]

우웅!

그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동시에 꽃밭 전체가 출렁거렸다.

파아아앗!

그리고 허공에 손을 집어넣었던 유호덕의 그림자는 점차 흔들리더니, 이내 소멸할 듯이 마구 전신에 금이 갔다.

“괜찮으십니까?”

[이미 멸한 이에게 무슨 관심을 두는가. 산 자는 산 자대로 웃으며 살게.]

스윽―

그가 허공에서 손을 빼자, 그의 손에는 한 송이의 빛 덩이가 들려 있었다.

‘아니, 이건… 꽃?’

자세히 보니 그건 빛이 아닌 ‘꽃’이었다.

단지 너무 밝아서 빛 덩이로 착각했을 뿐이었다.

[혼생화(魂生花)라는 꽃이지. 이걸 사용하면 죽어도 한 번은 살아날 수 있으니 가지고 있게.]

“이, 이건….”

[사라수천존의 진짜 권역에서 방금 훔친 거니까 이승에서 사용하면 들킬 수 있네. 늙은이가 날뛸 수 있으니, 반드시 죽은 다음에 사용하시게나.]

“…감사합니다.”

나는 유호덕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유호덕은 맑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잘 가게.]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한 후 뒤를 돌았다.

스르르르―

그러자 주변의 꽃밭이 사라지고, 나는 다시금 봉양층 멀구슬나무의 호숫가에 와 있었다.

‘…잠깐, 선물을 두 개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때였다.

나는 내 눈앞으로 호숫물이 한 바가지 분량만큼 떠오르는 걸 보았다.

촤르르륵!

떠오른 호숫물은 내게 쏟아지더니, 그대로 나를 감싸며 전신을 보호하는 단단한 막처럼 변했다.

‘아, 그렇군.’

유호덕이 뭔가 힘을 써서, 청린갑을 조금 떼어 준 것이었다.

그리고 청린갑의 차가운 물살이 몸에 닿자마자, 나는 다시금 현실감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파아아앗!

치지지지직!

“…!”

다시금 업화의 불길이 내 혼을 지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뒤를 돌았다.

여전히 서휼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업화의 고통은 아무리 서휼이라도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서휼이기에 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었다.

“아픈가, 서휼?”

“…당신은 아프지 않은가 봅니다?”

그는 얼굴 근육을 조작해서 억지로 웃으며 되물었다.

나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죽을 것 같군.”

“역시 당신에게도 업화는 고통스러운 것이로군요.”

“그런 셈이지. 자 그럼, 아까 하던 걸 마저 해 볼까?”

“좋습니다.”

그리고, 서휼은 빙긋 웃으며, 신음을 참으며 말했다.

“제가 봤던 [여자]는… 백의를 입고 손에는 옥빛 노리개를 쥐고 있었습니다.”

“…뭐?”

업화의 고통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인물인 탓일까.

나는 순간 당황을 금치 못하고 놀랐다.

서휼의 묘사는,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녀를 가리키고 있었다.

북향화.

그녀가 분명했다.

‘그녀가 어째서 내 만상인연도에…?’

그러나 나는 흠칫했다.

서휼의 파충류같은 눈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휼의 얼굴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가 퍼져 나왔다.

“역시….”

“…!”

“그녀가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인가 보군요. 서 도우.”

처억!

서휼의 팔이 움직이며 나를 향해 팔에 새긴 눈알을 들이대었다.

“너, 이 자식…!”

찌이이이잉―

그러나 말을 잇기 전, 서휼의 세뇌파가 나를 향해 뿜어져 왔다.

나는 업화의 고통에 힘입어 녀석의 세뇌파를 맞고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 * *

서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2급 위험 존재 서은현의 약점을 알아냈다.’

서은현이 자백제를 서휼의 뇌에 주입해서 의념을 읽기 쉽게 한 것처럼, 서휼도 업화의 고통을 통해 서은현의 반응을 유도한 것이었다.

이 고통을 마주하고 있으면 아무리 정신력이 뛰어난 자라도 빈틈을 보이기 마련이었으니까.

서은현은 그가 독에 당했다고 알고 있었으나, 그것은 혈음계의 마공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었다.

생명을 갈아서 독에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쯤.

서휼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있다면 그의 상황이었다.

‘탁혼만천과 연결할 수 없다.’

지금 서휼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탁혼만천의 선술이 서은현을 상대하라고 분리한, 그가 혈음귀향의 술법으로 흡수한 10명의 서휼들이 끝이었다.

그 몇 명의 서휼들조차 방금 세뇌파를 사용하며 소모시켰기 때문에 7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서휼은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탁혼만천에 연결할 수 없다.

―2급 위험 존재가 심족의 힘을 꽂아 넣어서 연결이 불가능해.

―나를 몇 정도 소모시키면 극복이 불가능한가?

―가능하다. 하지만 2차 문제로, 업화는 어찌할 건가?

―그렇군, 업화가 붙은 내가 탁혼만천에 연결되면….

―내가 업화에 전멸할 수도 있다. 여기 있는 ‘나’들만 소멸하는 게 바람직하다. 심지어 애꿎은 □□까지 소멸할 위험이 있다.

―위험 수준이 아니라 높은 확률로 □□도 영향을 받는다.

대화를 주고받던 서휼들은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나’에게 탁혼만천이 아닌 신호나 육성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그게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꾸그그극―

홍범의 독에 중독당한 서휼은 마공을 통해 몸을 움직이며, 웃는 얼굴로 서은현이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 뛰어내렸다.

[거기 서지 못할까!]

뒤쪽에서 18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 서립이 18개의 머리로 울부짖으며 서휼을 쫓아오고 있었다.

“징그럽기도 하시군요, 서 도우.”

서휼은 빙긋 웃으며 손을 뻗었다.

요술.

대해천리주.

수밀도삼억근.

촤르르르르!

거대한 물의 감옥이 서립을 뒤덮고, 물의 무게가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졌다.

그러나 곧이어 저주가 시커멓게 물을 오염시켰고, 먹방울처럼 변한 서휼의 요술은 그대로 허공에서 폭발해 버렸다.

촤르르르르!

먹물의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서휼은 수류층에 거의 도착한 상태에서 다시금 수결을 맺었다.

요술.

용해진월롱.

거대한 해룡 형태의 바닷물이 그를 휘감았다.

촤아아악!

어느새 서휼에게 접근한 홍범이 손톱을 휘둘렀다.

시커먼 독기가 바닷물에 닿자, 바닷물이 물보라로 변하며 환상을 흩뿌렸다.

그러나 저주와 독이 사방으로 번지자 점차 서휼의 몸이 썩어 가기 시작했다.

타닷!

서휼은 그 상태에서 억지로 몸을 움직이며 수류층의 입구를 향해 달렸다.

‘거의 다 왔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요술.

용류하(龍流河).

촤라라락!

서휼의 발 밑에서 용형의 강줄기가 소환되었다.

그는 강줄기를 타고 수류층을 가로질렀다.

‘저 앞이다!’

그리고, 서휼은 순간 어마어마한 불길함이 그의 전신을 엄습하는 게 느껴졌다.

‘뭐지, 이건?’

흉(凶)하다.

서휼이 지금 입고 있는 육신은 천족인 흑린어령문 수사의 육신이었다.

즉 천기를 볼 수 있었고, 서휼의 미래 예지에 어마어마한 흉액과 더불어 뒤쪽에서 서은현이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벌써 2급 위험 존재가 정신을 차린 건가?’

* * *

지끈, 지끈….

나는 서휼의 세뇌파의 잔재를 떨쳐 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서휼의 일격에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서휼, 너는 정말…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인 거냐.”

서휼이 내게 아까 남겨 두고 나갔던 어떤 정보체.

지금까지 그 정보체를 해석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었으나, 서휼의 세뇌파를 맞자 그 영향으로 놈이 남겨 둔 정보체가 완벽히 해석되었다.

그 정보체는 서휼이 내 만상인연도에서 ‘뭔가’를 본 후 머리가 소금화되어서 치명상을 입은 후 남겨 둔 것.

서휼이 ‘뭔가’를 본 후 도저히 그 독기(毒氣)를 감당할 수 없어서 내 머리에 남겨 두고 간 것이었다.

그러나 도리어 나는 그 정보체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게 가능했다.

정보의 독기(毒氣)가 서휼이라는 여과기를 통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큼 원본보다 열화(劣化)되었단 게 느껴졌다.

일종의 서휼을 통한 열화판인 셈이었다.

그러나 열화판일지언정, 도리어 인식하자마자 소금화되는 부작용은 사라진, 내게는 더더욱 잘 맞는 구결이었다.

내가 한없이 바라 오기도 했던 그 구결의 이름은, 태산열제공(太山裂帝功)이었다.

정작 서휼은 내 머리에 이 구결을 버려 놓고 가서 얻지 못했을 지식!

우우우웅―

나는 구결에서 말하는 운행에 따라 기(氣)를 움직였다.

양손에 인력(引力)이 깃들었다.

파앗!

쿠과과광!

나는 한 줄기 빛살이 되어 봉양층, 도거층의 바닥을 뚫고 수류층에 떨어졌다.

저 멀리 도망치고 있는 서휼이 보인다.

어쩐지 입 안쪽에서 짭짤한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아니, 실제로 내 양팔에서 소금이 돋아나고 있었다.

수계에서 [그것]을 봤을 때나, 서휼이 만상인연도 안에서 [뭔가]를 봤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열화된 태산열제공 역시 몸의 일부를 소금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래도 이 정도면 죽을 정도도 아니고, 충분히 재생할 수 있을 정도다.

“서립!”

서립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내 뜻을 눈치채고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서립이 내 몸에 빙의한다.

왼손에서는 서립이 음혼귀주문을.

오른손에서는 내가 백란축성문을 발동시킨다.

촤라라락!

본체로 변한 홍범이 빠르게 내 밑으로 기어들어 와 나를 들어 올리더니, 도망치는 서휼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양손에서 흑백의 힘을 끌어올린 내가 주언(呪言)을 외웠다.

[태산(太山)!]

“후후… 후후후후…!”

서휼의 주변으로 음양오행의 옥(屋)이 생성된다.

[열제(裂帝)!]

동시에 서휼이 내게 팔을 뻗었다.

느껴진다.

찌이이잉!

서휼은 ‘태산열제공’ 자체에 자신의 인격을 소모한 세뇌파를 뿜어 중화시키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태산열제공은 그의 세뇌파에 닿자 ‘중화’되는 게 느껴졌다.

* * *

서휼의 머릿속에선 수많은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어떻게? 왜? 갑자기 산의 신의 힘을…?’

‘일단 중화해야 한다. 중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일단 탁혼만천에 2급 위험 존재의 약점을 전달할 수 있으면 내 승리다.’

‘태산열제공은 본래 의식과 영혼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공법. 내 인격을 희생시켜서 제물로 내어 준다면 인격을 대신 분해하고 나를 분해하진 않을 것이다.’

‘인격을 뿜어내서 중화한다.’

우우우웅!

서휼은 남아 있는 6개의 세뇌파를 뿜어냈다.

6개의 인격들이 모조리 흩어지며 태산열제공을 중화시킨다.

그러나 서휼은 혀를 찼다.

‘이걸로는 부족하군.’

2급 위험 존재, 서은현의 광기와 집념이 느껴진다.

그가 힘을 집중시키고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서휼을 붙잡겠다는 의지!

그러나 서휼은 웃었다.

“이것 참 무섭군요. 하지만, 서 도우.”

뒤쪽에서 서휼을 뒤쫓고 있는 서은현의 모습이 보인다.

급하게 빙의를 한 탓에 18개의 머리를 미처 다 집어넣지 못한 서은현이 집채만 한 지네를 타고 그를 쫓아오는 기괴한 광경.

그러나 서휼은 두려움에 떨기는커녕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기 부하도 조금 신경 써 주시지요?”

우뚝!

그와 동시에, 서은현을 태우고 있던 홍범이 우뚝 멈춰 섰다.

‘비록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열이 정신을 많이 장악하진 못했겠지만….’

그의 계산에 의하면 적어도 반 다경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 터!

콰드드득!

홍범이 멈춘 그 틈을 타, 서휼은 음양오행의 옥을 부수고 태산열제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등 뒤에서 흉험한 음성이 들렸다.

[쓰레기 같은 놈. 감히 나는 물론이고 주인님에게까지 이런 사갈 같은 짓을 하다니…!]

‘허?’

서휼이 눈매를 꿈틀거렸다.

‘뭐지? 세뇌가 먹히지 않았다?’

홍범은 1초 정도만 멈췄을 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서은현을 태우고 계속 서휼을 쫓아왔다.

서휼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정신에 걸린 세뇌가 ‘어딘가’로 이동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느낌이었다.

서휼은 홍범의 정신 속으로 빠진 그의 정신 배열과 교신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없는 무저갱을 느끼고는 바로 연결을 끊고 포기해 버렸다.

‘상관없다. 이제 나간다!’

타앗!

서휼은 있는 힘을 향해 뛰어나갔고, 마침내 저물도 바깥.

환상진법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앗!

서휼은 비둔술을 써 하늘.

환상진법의 바깥으로 도약하려 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콰악!

19개의 머리를 단 서은현의 팔이 서휼의 다리를 붙잡았다.

“어딜 도망가느냐, 서휼? 나와 정산해야 할 게 남지 않았나?”

“끈질기시기도 합니다, 서 도우.”

서휼은 빙긋 웃으며, 망설임 없이 자신의 하반신을 잘라 버렸다.

촤악!

꿈틀, 꿈틀!

귀왕 서립의 머리들이 기어 나오며 입을 벌려 서휼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찰나의 차이로 서휼이 조금 더 빨랐다.

파아아앗!

마침내, 서휼이 완전히 저물도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다.

촤아악!

천지에서 나온 서휼이 숨을 몰아쉬며, 황급히 자신의 피로 땅에 주술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탁혼만천에 바로 연결할 수 없다. 2급 위험 존재의 심족 기술과 업화 때문에 불가능해. 서은현이 쫓아오기 전에 육성으로라도 신호를….’

우뚝

그리고, 서휼은 주술진을 그리던 중, 손을 멈췄다.

사토역은 끝없는 사막이었다.

밤이면 어둠이 충천했지만, 낮에는 빛이 전 대지를 내리쬐었다.

어떤 곳에서도 그림자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서휼은 주변이 어둡다고 느꼈다.

서휼은 천족 육신의 감각에 잡히는 미칠 듯한 대흉의 느낌에,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묘성채가 떠 있었다.

기묘성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이게 누구야. 우리 귀염둥이 사갈왕이 아니신가?]

“…하, 하하. 괴 노야.”

서휼은 잔뜩 굳은 얼굴로, 억지로 억지로 웃음을 지어 가며 말했다.

“잠시 누구한테 연락 좀 해도 될까요?”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지금나를앞에두고누구와연락한다는게야!!!!!!!]

서휼은 이를 악물고 미친 듯이 주술진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탁혼만천에, 탁혼만천에! 서은현의 약점을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기묘성채 안에서 딸깍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기묘성채에 달린 거대한 포신(砲身) 중 하나가 서휼을 향해 떨어졌다.

[드디어 우리의 악연이 끝나는구나! 내 평생의 호적수에게, 이 괴군 조연이 경의를 표한다. [그녀]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 자, 그럼….]

“잠깐, 노야. 잠깐…!”

거대한 빛이 천지간을 메웠다.

“아….”

서휼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약점을… 알려야 하는데….”

그가 빛에 휩싸였다.

서은현의 약점을 알아챈 서휼은 괴군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잘 가라.]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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