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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6

315화.

니시다증권의 실수로 일본공적연기금이 보유하던 토요타 주식이 주당 1엔에 전량 매도되는 일이 발생하자, 전 세계가 이 사태에 주목했다.

몇몇 기관들은 운 좋게 수백 주를 1엔에 매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만 해도 수십만 달러 이익이었다.

그런데 단 한 곳에서 1497만 주를 가져갔다!

과연 그 많은 물량을 한 번에 가져간 건 누구였을까?

증시가 마감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떴다.

[(속보)토요타 주식 1497만 주. OTK컴퍼니가 취득한 것으로 추정]

[(긴급)OTK컴퍼니, 단 돈 1497만 엔에 토요타 최대주주 등극]

[OTK컴퍼니, 아직 입장 발표 없어]

[팻 핑거로 인한 사고. 보상절차는?]

[주문취소 가능한가?]

[강진후, 주식반환 의사 밝혀야……]

전 세계가 깜짝 놀랐고, 일본열도는 발칵 뒤집혔다.

-뭐? OTK컴퍼니가 가져갔다고?

-말도 안 돼!

-칙쇼! 왜 하필 조센징 강진후냐?

-그건 일본국민들 돈이다! 당장 돌려줘라!

-그냥 토요타에서 그 주식 없애버리고 새로 발행하면 되지 않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님. 그게 가능하면 누가 주식을 사겠냐?

-일본정부는 강력하게 대응하라!

-반환하지 않으면, 한국과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땅 다케시마를 되찾자!

한국은 다른 의미로 뒤집어졌다.

-오 ㅆㅂ! 지린다! 아니, 이미 지렸다!

-이야! 강진후가 일본공적연기금 2조3천억 엔을 해먹은 거야?

-금융권에 뭔 일만 터졌다 하면 강진후네ㅋㅋㅋ 일본 완전히 적됐네.

-ㅎㅎ얘 진짜 미친 듯. 인간이 아님. 탈닝겐.

-25조 원! 대체 돈을 얼마나 더 버는 거냐?

-와씨! 20년 동안 주식했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

-이보게, 젊은이. 나도 50년 넘게 주식했지만, 처음보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돌려줘야 하나요?

-당연히 돌려줘야 합니다. 이건 강진후가 일본국민들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대체 강진후 저놈이 일본 주식을 왜 가져 가냐? 냉큼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돌려줘라!

-옳소! 불법이니 법대로 반환해라.

-응? 법대로 하면 돌려줄 필요 없는데.

-ㅋㅋㅋ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니, 일본 대법원 판례 따르면 되겠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일본에서는 일본법을 따라야지.

-정상거래인 이상 반환의무 없습니다. 실수한 놈이 잘못이죠.

-한수증권 망한 거 생각나네.

-돌려주면 일본애들 버릇만 나빠짐.

-일본에만 특혜를 베풀어줘서는 안 됩니다.

-단 1주도 안 돌려준다고 전해라~

* * *

우리가 토요타 주식 10퍼센트를 날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OTK컴퍼니 역시 난리가 났다.

현주 누나를 만나고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상엽 선배, 마이클 리, 서상원 팀장, 정기홍 팀장 할 것 없이 CEO실로 우르르 몰려왔다.

내 설명을 듣고 난 후, 다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택규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이번엔 저 아니에요. 얘가 저지른 거예요.”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다 제 덕분이죠.”

정기홍 팀장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여, 역시 부대표님. 존경스럽습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평생 따르겠습니다’ 라고 중얼거렸다.

상엽 선배가 말했다.

“지금 사방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우리끼리 있을 때라면 모를까, 다른 직원들과 있을 때는 존댓말을 한다.

“받지 마세요. 아예 전화선 뽑든지요.”

내 핸드폰 역시 불이 난 것처럼 전화가 걸려왔다. 아까 어머니와만 잠깐 통화하고 아예 핸드폰을 꺼놓았다.

완전 난리도 아니구나.

난 서상원 팀장에게 말했다.

“돌아가는 상황 체크해서 30분 단위로 저한테 보고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는 갑자기 어이없다는 피식 웃었다.

“왜 그래요?”

“아니, 예전에 대표님께서 저한테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요.”

“제가 무슨 말을 했었는데요?”

“앞으로 하는 일들을 보면, 엑스캅을 10만 달러 차이로 가져간 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말씀하셨었죠.”

기억난다.

엑스캅 입찰에서 OTK컴퍼니는 은성차를 10만 달러로 제치고 낙찰받았다. 사측에서는 입찰가가 새어나간 것으로 의심했고, 서상원 팀장은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그런 그를 내가 OTK컴퍼니로 데려오자, 한동안 안 좋은 소문이 돌았다. 그가 정보를 유출했고, 그 공으로 한 자리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 일을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토요타 주식 1497만 주를 1497만 엔에 산 것에 비하면, 2억9천만 달러짜리 매물을 10만 달러 차이로 가져간 건 애들 장난에 불과하니.

“직원들 분위기는 어때요?”

“깜짝 놀라면서도 기뻐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돈 벌었다는데 싫어할 직원은 없죠. 최근 일본이 계속 우리 회사를 건드린 것에 대한 감정도 좀 있구요.”

피식 웃는데, 뭔가 생각났다.

“아! 유리는 어때요? 잘하고 있어요?”

신유리는 작년 말부터 OTK컴퍼니에 취직했고, 현재 서상원 팀장 밑에서 일을 배우는 중이다. 어찌나 바쁜지 막상 회사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다.

“잘하고 있습니다. 신병두 부회장님을 닮아서 그런지 똑똑하더군요. 열심히 가르쳐서 한 사람 몫 할 수 있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 봐주지 말고 빡세게 키우세요.”

나중에 OTK컴퍼니의 투자를 담당하려면 지금부터 잘 배워놔야지.

* * *

일본 금융감독기관은 거래내역을 조사하고, 즉시 분석에 들어갔다.

주문실수가 나오자 기관들은 눈치를 채고 썩은 고기를 뜯어먹으려는 하이에나들처럼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렇게 2천 주 가량 먼저 체결됐고, OTK컴퍼니와 노무라증권에서 주문이 들어온 것은 동시였다.

OTK컴퍼니 입력한 매수주문은 1497만 주. 그리고 노무라증권이 입력한 매수주문은 1000만 주. 497만 주가 더 많은 OTK컴퍼니 주문이 우선 처리됐고, 남은 주식을 노무라증권이 가져갔다.

0.001초만 빨랐어도, 또는 매수량이 500만 주만 더 많았어도, 노무라증권 주문이 우선 처리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주문을 취소하고 회수조치가 가능했겠지. 그런데 OTK컴퍼니 주문이 먼저 처리되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난 것이다.

난 혀를 내둘렀다.

“진짜 운이 좋았네. 넌 대체 얼마나 키를 빨리 눌렀던 거야?”

택규는 씨익 웃었다.

“훗, 학창시절부터 철권으로 단련한 동체시력과 손가락 스킬 덕분이지. 빠른 커맨드 입력은 승리의 필수조건 아니겠어?”

“…….”

아, 그런 거였어? 일본게임으로 배운 기술(?)을 일본을 상대로 써먹다니.

이게 그냥 누른다고 되는 게 아니었구나. 그동안 오락실에서 동전 쌓아놓고 철권을 한 덕분에 2조3천억 엔을 벌 수 있었던 건가?

얘한테 맡겨서 다행이다. 그때 화장실 안 갔으면 어쩔 뻔했어?

우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물량을 가져간 건 노무라증권. 약 2천 주를 매수하는 데 성공했다.

니시다증권에서는 토요타 주식을 사간 증권사들을 상대로 주식반환을 청구했다.

노무라증권을 포함한 일본 증권사들은 전부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와 펀드들은 묵묵부답이었고, 몇몇 곳은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거나, 이미 다시 매도해 주식이 없다고 답변했다.

어차피 걔들이 가져간 주식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겠지.

이미 니시다증권과 일본공적연기금 쪽에서 계속해서 주식반환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몇몇 담당자들은 직접 회사로 달려왔다.

아마 두 곳 본사 모두 상황이 볼 만할 것이다.

“니시다증권은 어떻게 되는 거야?”

“공적연기금 쪽에서 배상 청구하겠지.”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공적연기금의 책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1차 책임은 니시다증권에게 있는 만큼 고객자산에 손실을 입힌 행위에 대해 배상을 해줘야 한다.

“걔들이 그거 물어줄 수 있어?”

“사실상 파산한다고 봐야지.”

“직원 실수 하나 때문에 파산하는 거야?”

“그런 일은 종종 있어. 한수증권도 그랬잖아.”

베어링스(Barings) 파산사건이 가장 대표적 사례다.

200년 역사를 지닌 영국 투자은행 베어링스는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선물옵션거래를 담당하던 닉 리슨이 손실을 내고 숨기는 바람에 파산했다.

그가 날려먹은 돈은 무려 8억3천만 파운드!

그런데 니시다증권은 그 10배를 날려 먹었다. 이는 니시다증권 시총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웃긴 사실 하나 알려줄까? 일본공적연기금이 니시다증권 2대주주야. 지분 14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어.”

택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배상 청구했다가 니시다증권이 파산하면, 또 손해를 보겠네.”

“그렇지.”

난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문 앞에는 국내외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보도차량은 마치 차벽이라도 친 듯 아예 차선 하나를 막고 있었다.

그들은 오가는 직원들을 붙잡고 계속 인터뷰를 시도했다.

“슬슬 입장을 밝혀야겠네.”

난 기자들을 로비로 불러들였다.

직원들은 포토라인을 치고, 일본기자들을 앞줄에 세웠고. 그 다음 한국기자들, 그 뒤에 외신기자들을 세웠다.

기자회견 준비가 다 끝난 뒤 난 로비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걸어가기가 무섭게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난 준비된 단상에 서서 말했다.

“OTK컴퍼니가 토요타 주식 1497만 주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알고 주식을 사들인 겁니까?”

“혹시 미리 정보가 있었던 건 아닙니까?”

“취득과정에서 문제는 없었습니까?”

“니시다증권과 공적연기금에서 반환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 반환하실 겁니까?

난 질문에 대답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무슨 검토가 필요하다는 겁니까?”

“반환을 미루고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닙니까?”

일본기자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반환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로 질문했다.

누구 마음대로?

“제가 멋대로 주식을 반환해 다른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면, 배임이 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일본기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주주라고 해봐야 고작 두 명이기 때문이지.

NHK 기자가 말했다.

“주문실수로 인한 사고인 만큼 당연히 반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난 태연하게 물었다.

“그게 실수인지 정상거래였는지는 누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NHK 기자는 황당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럼 15만 엔짜리 주식을 1엔에 매도한 게 실수가 아니라는 겁니까?”

“실수일 가능성이 높겠죠.”

“그럼 당연히……?”

“그런데 주식거래하면서 실수 한 번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호가와 수량을 잘못 입력한다든지, 매수와 매도를 반대로 입력한다든지. 증시에서 하루 동안 실수로 거래되는 주식이 얼마나 될까요? 그때마다 그걸 일일이 반환해야 한다면, 제대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그 거래로 인해 OTK컴퍼니는 2조3천억 엔의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익을 봤다고 반환해야 한다고 하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만약 토요타가 내일 망해서 1엔에 사들인 주식이 0엔이 되면, 그땐 OTK컴퍼니에 1497만 엔을 배상해줄 겁니까?”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럼 말이 되는 얘기를 해볼까요? 제가 실수로 호가를 16만 엔으로 입력해 1497만 주를 매수했다고 가정해보죠. 실수였으니 주당 차액 1만 엔, 총 1497억 엔을 돌려달고 요청하면 차액에 대해 배상해줄 겁니까? 앞으로 일본증시에서 실수로 주식을 비싸게 팔거나, 싸게 판 모든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주겠다고 일본정부가 약속할 수 있을까요?”

“그, 그건…….”

결론은 실수냐 아니냐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뭐, 이번 경우는 누가 봐도 실수가 맞긴 하지만.

산케이신문 기자가 소리쳤다.

“그건 일본국민들의 노후자산입니다! 실수든 뭐든 그것을 가로챈 행위는 도적질이나 약탈행위나 다름없습니다.”

“OTK컴퍼니는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번 일이 한일관계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생각하고 계십니까?”

다른 일본기자들이 편을 들어주자, 산케이신문 기자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은 없습니까?”

“사과요?”

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수는 일본이 했는데, 왜 제가 사과를 합니까?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실수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고, 약속을 지킬 줄 알아야 하고, 법을 따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 질문한 기자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물었다.

“그건 일본 국민들에게 하는 말입니까?”

다른 일본기자들 역시 일제히 화를 냈다.

“OTK컴퍼니 CEO로서 공식 입장입니까?”

“지금 일본을 모욕하는 겁니까?”

“당장 막말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난 고개를 저었다.

“제 의견이 아니라, 한수증권 사태로 한국에서 배상을 요구하자 하야시 관방장관님께서 하신 발언이었습니다.”

이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한 번 말해봤다.

난 기자들을 둘러보며 계속 말했다.

“일본 대법원은 이미 주문실수로 이득을 본 행위에 대해 반환이나 배상해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하야시 관방장관님께서는 한국은 일본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전 일본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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