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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8

< 무당파 (1) >

며칠 전.

제갈세가의 본거지가 자리한 융중산 외곽.

산의 어귀와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지형지물 속에 몸을 숨긴 채, 그곳을 두른 진법의 생문(生門)으로 빠져나오는 다수의 기마와 마차를 조용히 응시하는 한 시선이 있었다.

‘저만한 숫자가 한꺼번에 밖으로 나간다라···. 그러고 보니 곧 무림맹 회합이 있다고 했지.’

주기적으로 주변을 훑는 제갈세가 술법사들의 탐지를 흘리며 철저하게 기척을 감춘 인영.

그는 밖으로 나온 이들이 완전히 자리를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주변에 인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몇 차례나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후우, 역시 제갈세가인가.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들킬 뻔했구나.”

수풀 틈새에 조용히 엎드려 있던 낡고 헤진 도복을 입은 중년 사내가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이리저리 팔다리를 움직이며 굳은 몸을 풀던 그, 모산파의 술사 청관이 다시 융중산의 진법을 흘깃하곤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나간 이들에게선 별다른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아직도 제갈세가의 본거지에 남아있는 건가?’

동정호에서 수적들을 대상으로 발현된 이질적인 정령의 힘을 느낀 그가 흔적을 따라 이곳까지 당도한 지도 제법 되었다.

술법적인 측면에서는 그의 사문인 모산파도 제갈세가 못지않은 명문이었으나, 일개 술사인 그가 상대의 본거지에 이 이상 접근하는 것은 무리였던지라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이상하군.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하지만 시간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명확한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파견 나간 동료들에게서도 딱히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었고.

“허허허, 이거 참. 혹시 이쪽이 아니라 무당산 쪽이었나? 아무리 봐도 인연의 끈은 이쪽이 더 선명해 보이거늘···. 빈도가 잘못 짚은 건가.”

하지만 소득이 없다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

이내 그는 등짐에서 이런저런 제구(祭具)들을 꺼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 일이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으니.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제갈세가가 있는 장소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또 다른 이세계인이 나타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쪽에 정신이 팔린 청관은 물론, 이 세상의 누구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음, 이 정도면 된 것 같구만. 그럼 다음 장소로 가 볼까?”

이미 상식을 벗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는 할리에게 무너진 건물의 잔해 안에서 비밀 금고를 찾아내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발 구름에 의한 진동만으로 땅속의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기감으로 사물의 재질을 투시하듯 읽어낼 수 있는데 뭐가 문제겠는가?

「아공간 수납」에 가득 들어찬 귀중품과 해석을 위해 휴버트에게 전해진 비급들, 그리고 선별을 거쳐 한스에게로 보내진 몇몇 양질의 시신들까지.

그렇게 대충 상황을 정리한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장을 떠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두둑한 수확에 마음도 넉넉해진 채로.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폐허만이 남은 현장에 도복을 입은 대여섯 명의 무리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게 대체.”

“허, 여기가 정말 그 수라문이란 말인가?”

“멀쩡한 게 하나도 없군요. 그럼 그들의 말이 진짜라는···.”

그들은 혀를 내두르며 완전히 풍비박산 난 문파 터를 둘러보았다.

도저히 믿기 힘든 소식을 접했기에 멀리서 사실만 확인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이건 들었던 것보다 더 심각했던 것이다.

자연히 그들의 표정도 점차 딱딱하게 굳어갈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건물과 거칠게 헤집어진 대지, 사방에 널브러진 시신들과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피.

곳곳에 남은 싸움의 흔적들은 이곳에서 얼마나 처절한 싸움이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사형, 이것 좀 보십시오.”

“···시신이 사라졌군.”

“예,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만. 남은 흔적들을 보니 가장 강한 고수들의 시신만 골라서 가져간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들만 따로 매장해 줄 생각은 아니었을 테고.”

그들이 느끼는 꺼림칙함은 남은 흔적들을 조사하면서 더욱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쪽에 무너진 잔해들을 헤집은 흔적이 있습니다! 뭔가를 찾고 있었던 모양인데···.”

“혹시 수라문이 가지고 있던 어떤 것을 빼앗는 게 목적이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걸 전부 혼자서···? 혹시 다른 조력자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하지만 남아있는 흔적은 분명 증언과 일치하는데···.”

현장을 조사하던 이들의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도망자들의 넋이 빠진 듯한 진술이 되풀이되었다.

갑자기 등장한 기괴한 복장의 근육질 거한.

그의 광포한 웃음소리와 단 한 명에게 박살 나기 시작한 문파, 그리고 그자에게 필사적으로 달려들던 고수들의 마지막 모습까지.

그들의 일관된 진술은 도저히 무언가의 착각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사형, 역시 제갈세가와 합류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 저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신으로 수라문을 멸문시킬 수 있는 괴한이 돌아다니는 상황이니까요. 아무래도 그쪽이 더 안전하지 않을지···”

“···일단 돌아가도록 하세. 결정은 사백께서 내리실 테니.”

두런두런 대화를 나눈 그들, 무당파의 도사들은 이내 참극의 현장을 향해 조심스럽게 합장하곤 서둘러 몸을 돌렸다.

최대한 빨리 본대와 합류하여 이곳 상황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그들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무당파는 결국 제갈세가 측과 접선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그것은 나름대로 교류를 이어가던 사이였음에도 은연중에 서로를 경계하며 데면데면하던 두 세력의 사절단을 한자리에 모으는 결과를 낳았다.

***

“허, 수라문이?”

“어쩐지, 갑자기 왜 이리 조용해졌나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나.”

“그게 진짜라면 우리도 위험한 거 아닌가? 수라문주 광악패도는 화경의 고수일세. 그런 이가 있는 문파를 멸문시켰다면 무당파와 힘을 합쳐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일단 뭐라도 해야···.”

갑작스러운 무당파의 접선에 다소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

한껏 감각을 끌어올려 자초지종을 파악한 휴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 거였군.’

그래,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것도 내 탓이라는 거구만.’

머쓱한 기분에 가만히 목덜미를 긁적였다.

무당파와 제갈세가의 본거지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직선거리로만 따지자면 대략 백 킬로미터쯤 될까.

당연히 동선도 어느 정도 겹칠 수밖에 없었으니 할리가 남긴 흔적을 그들이 발견한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 양측이 원했다면 좀 더 일찍 합류해서 함께 갈 수도 있을 정도였으니.

‘그렇게 하지 않은 거야 뭐,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겠지. 그나저나 저들이 무당파의 무인들이구나.’

그는 슬쩍 시선을 돌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양 진영의 수뇌부를 바라보았다.

제갈세가의 장로와 얼굴을 마주하고 진중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청수한 인상의 장년 도사.

‘···화경? 과연 정파 무림의 양대 산맥인 무당인가. 인솔자 수준부터 차이 나는군.’

아무리 제갈세가가 무력으로 유명한 가문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나란히 세워놓고 보니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래 휴고가 가진 감각으로는 그걸 알아채지도 못했을 터이나, 얼마 전 「천기지체」를 얻으며 기감이 크게 발달했기에 그 수준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스킬 성능 확실하네. 그동안 소화가 느려서 쌓아두기만 했던 영약들을 흡수하는 속도도 족히 열 배는 빨라졌고. 이대로만 간다면···.’

그렇게 내심 흡족해하며 흘러가는 상황을 살피던 찰나.

“······!”

어느새 이쪽으로 향한 무당파 장로의 눈과 휴고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마주쳤다.

찌르르—

감각이 날카롭게 곤두서는 것과 동시에 전신에서 소름이 돋아났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전신을 스캔 당한 듯한 기분.

직후 상대의 눈빛에 이채가 어리는 것을 본 휴고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아, 시선 관리 제대로 해야 했는데.’

직전에 같은 화경인 수라문주를 때려잡은 직후라 그만 방심해 버렸다.

‘하지만 그건 할리였으니 가능한 일이지. 휴고는 아직 멀었고.’

현경이 인간을 초월한 단계라면 화경은 사실상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라 할 수 있는 경지.

아직 벽에도 닿지 못한 휴고가 감히 범접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직은.

‘뭐, 처음부터 휴고는 강환계의 기술 말곤 다른 걸 배운 적이 없으니 크게 상관없겠지만. ···그보다 무당파라. 이거 잘만 하면.’

상대는 소림사와 함께 정파 무림의 태산북두인 무당이라는 배경을 가진 건 물론, 무인으로서도 드높은 곳에 올라선 화경의 고수였다.

그런 그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큰 기회라고 할 수 있을 터.

‘물론 그걸 곧바로 알아보기엔 내 무공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하겠지만, 저기엔 단계별 교보재들도 많이 있으니까.’

마침 대화를 마친 무당파 장로가 몸을 돌려 자신의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틈에 눈빛과 표정 관리에 신경 쓴 휴고의 시선이 그쪽을 핥듯이 스치고 지나갔다.

‘쟤들은 뭐 좀 좋은 거 있으려나?’

제갈세가 무인들의 기술은 이미 충분히 살펴봤으나 역시나 무공적인 측면에선 썩 끌리는 부분이 없었다.

물론 진법과 술법을 융합한 그들만의 고유 방진에선 제법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순수한 무공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무당파의 고수들은 최적의 상대라고 볼 수 있었다.

‘있으면 니들끼리만 쓰지 말고 같이 좀 나눠 쓰자고.’

목적지인 소림사까지는 아직도 절반 이상이 남은 상태.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에 필요한 기회를 만드는 건 휴고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허어— 아깝구나, 아까워.”

제갈세가와의 대화를 마친 직후.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온 무당파의 장로, 운현진인이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그러자 옆에서 그를 수행하던 무인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는 그에 답하지 않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조금 전에 본 청년을 떠올렸다.

뛰어난 근골에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훌륭한 육체, 영약을 얼마나 먹은 건지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는 심후한 내공.

무엇보다 대단한 건 온몸으로 세상의 기와 소통하는 듯하던 그 특이체질이었다.

그건 마치 세상과 하나 되어 내공의 한계가 사라진다는 전설 속의 공령지체(空靈之體)를 연상케 했으니.

‘물론 정말 그와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저 청년이 끝까지 성장해 한계를 넘어선다면 혹시 모르는 일.’

그러니 아까울 수밖에.

잘만 키운다면 문파의 이름을 드높일 기둥이 될 게 분명한데, 상황을 보아하니 제갈세가에서 작정하고 키우는 후기지수 같지 않던가?

아무리 같은 정파 무림의 테두리 안에 있다 해도, 엄밀히 따지자면 지척에 자리한 경쟁자나 다름없었으니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그게 과거였더라도 배가 아플 터인데 하물며 지금은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혼란의 시대이지 않나.

‘다만··· 성정이 오만해 보이는 게 문제였지.’

마음을 수양하는 정종 내공심법을 익힌 그였기에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 청년이 무당파의 장로인 자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아니, 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무의식중에 낮춰보고 있다는 것을.

특별히 누군가를 업신여긴다고 하기보단, 그저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아이의 재롱을 감상하는 듯한 미묘한 시선이었다.

현경에 이르고 탈속한 절대고수라면 모를까 그런 청년에게 어울리는 눈빛은 절대 아니었다.

‘성질 고약한 놈을 만났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겠지. 제갈세가에서 어지간히 애지중지 키운 모양이야.’

아마 제갈세가에서도 그런 면을 고쳐 보려고 그를 이런 자리에 보낸 것 아닐까?

가진 재능이 아까우니 이렇게라도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서 그 오만한 성정을 죽여 보려고 말이다.

“허허, 그래도 실력은 한번 보고 싶은데···.”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운현진인.

왠지 모르게 계속 신경이 쓰이는 인재였다.

훗날 세상을 선도할 거인이 될지, 결국 스스로의 재능에 짓눌려 도태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 어떤 성취에 이르렀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결국 그 또한 누군가와 같은 생각에 도달했으나, 결국 누구의 뜻대로 흘러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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