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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

32화 착한 오크(3)

칼날도끼 부족의 전사 그록타르는 개운한 아침으로 시작했다.

“크하하핫! 그록타르가 갈딘을 두개골을 깨뜨렸다!”

“멋들어진 도끼질이었다, 형제!”

아침에 시비가 들어 머리통을 쪼갠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그록타르.

“용맹하게 싸우다 죽었으니 전사신께서 너를 영원한 싸움장으로 보내실 것이다.”

죽은 동족의 시체을 축복하며 강가로 향하는 그록타르. 그는 자신의 명예로운 승리를 기념하며 바가지를 들고 강가의 물을 펐다.

“그록타르! 칼날도끼 부족의 그록타르인가!”

강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번 초원의 대족장을 결정짓는 혈투에서 적대적인 입장의 부족 오크였다.

“그렇다! 너는 누구냐!”

“내 이름은 발바타! 무쇠주먹 부족의 발바타다!”

“그래, 발바타! 무슨 일이냐!”

“나와 싸우자! 너를 쓰러뜨리고 내 명예를 드높이겠다!”

“흐흐, 좋다! 도끼를 들어라!”

그록타르는 발바타의 머리통을 쪼개 버리고 승리의 미주를 마셨다.

주변에는 발바타처럼 물을 마시러 왔다가 동족에게 결투를 신청해 패배한 오크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흠, 오늘 물맛이 좀 특이하군.”

뭔가 따끔 꺼리고 간지러운 것이 물맛이 영 이상했다. 하지만 목을 축이기 위한 유일한 식수가 이 강물이었기에 다른 물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

그록타르는 물 양동이를 퍼다 나르며 부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참극이 시작된다.

그록타르는 자신의 몸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점심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감각이 상실되고 몇 번이나 의식을 잃었다.

방사능 물질이 그록타르의 체내에서 물분자를 파괴하며 활성산소가 과량으로 생겼다.

이렇게 생성된 하이드록시라디칼 물질이 실시간으로 그록타르의 체내 세포를 파괴했고 그는 입안에서 꺼끌꺼끌한 금속 맛을 느꼈다. 혀의 미뢰가 교란된 탓이다.

그리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머리카락을 비롯한 체내의 모든 털이 빠지고 구역질과 구토, 전신 쇠약, 출혈이 발생했다.

온몸이 바위를 짊어진 것처럼 무거웠고 시야가 팽 돌며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끄으윽… 주, 주술사… 주술사를 불러줘…….”

그록타르는 고통을 호소하며 제 천막에서 빠져나왔다. 무릎으로 벌벌 기며 나왔지만, 그가 본 것은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형제들이었다.

“그우어어어억…….”

“주술사, 주술사아아…….”

그들은 부족의 주술사를 찾았다. 평소 상처 따위 돌보지 않으며 자신을 강화할 문신 주술만 시술하던 주술사를 찾으며 제게 걸린 저주를 해소해달라 했다.

“뭐, 뭐냐… 이런 건 모른다. 이런 건 본 적 없어!”

하지만 주술사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다.

이것은 주술이나 저주 따위가 아니며 고농축 방사선 물질로 오염된 강물을 섭취한 대가였다.

타고난 육체능력을 가진 오크였기에 그나마 이렇게 버티는 것이지, 어지간한 생물은 오크가 토해내는 오염된 피만으로 죽어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초원에 있는 오크들이 죄 방사선 물질에 오염되고 죽어가는 그때.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다그닥다그닥! 우렁찬 신마의 발소리가 초원에 울리고 마상창이 오크 주술사의 몸통을 꿰뚫었다.

“쿠헉!”

몸통 째로 관통된 오크 주술사가 드리워진다. 그는 관통되어 들려진 상황에서도 정령마법으로 습격자를 공격하려 했으나 그대로 던져져 지면을 굴렀다.

“짐승들을 박멸하라! 단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마라!”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소리와 함께 헌터들이 오크 캠프에 들이닥쳤다.

“고, 공짜 경험치들이다! 다 죽여!”

“오크들을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다니.”

헌터들은 난생 처음 보는 오크들의 쇠약사에 휘파람을 부르며 차례차례 오크들을 도살했다.

그것은 전투가 아니고 학살이었으며 도살이었다.

“으음… 저, 폐하.”

“무슨 일이냐, 하리.”

“그… 괜찮겠사옵니까? 방사능에 오염된 오크들을 죽이면… 저희도 방사능에 노출될 텐데요.”

“그 독성물질 말이냐. 걱정할 것 없다.”

레온도 방사능 물질의 독성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야피가 충분히 그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고 그것이 초원의 오크들을 죄다 죽여버릴 만큼 강력하다는 걸.

그래서 방사능 물질을 뿌려놓고 게이트 입구에서 대기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상관없다. 그 정도의 독성이라면 데메라께서 축복하신 작물을 먹고 쉬는 것만으로 씻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짐의 군문에 든 자들은 모두가 ‘오염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하.”

이러면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던전 클로징 조건부터가 박살 났는데… 그 순간, 하리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오크 부족연합 전체를 적으로 돌렸습니다. 오크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헛…….”

퀘스트 변경? 한번 주어졌던 퀘스트가 바뀌는 경우는 처음이다. 하리는 퀘스트를 보았다.

[히든 퀘스트. 필드 내 모든 오크들을 섬멸하십시오.]

“폐, 폐하. 퀘스트가… 변경됐사옵니다.”

하리가 변경된 퀘스트를 보고하자 사자심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군! 비로소 올바른 정의가 세워졌도다! 사자심왕의 병사들이여! 빛과 정의를 세울 때가 왔다!”

잔존 오크 수백 마리. 레온은 그들마저도 남김없이 처분할 생각이다.

─────!!

그때였다. 오크 캠프가 모여있는 중심.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있었다.

하늘이 녹색으로 물들고 있었던 것이다.

“저것은?”

레온은 스탈리온을 타고 곧장 변화가 일어나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있는 오크들을 발견했다.

“네놈! 네놈이구나! 네놈이 강물에 저주를 부은 놈이로구나!”

병들고 죽어가는 오크 수백 마리와 로브를 뒤집어 쓴 오크 주술사. 그는 레온과 헌터들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다.

“이 사악한 놈들! 비겁한 것들아! 네놈들이 그러고도 전사냐!”

오크 주술사는 끔찍하게 죽어가는 동족들을 목격하며 피눈물을 흘렸다.

오크는 누구보다도 죽음과 가까운 종족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런 불명예스러운 죽음은 있을 수 없다.

“하.”

그런 오크들의 절규를 레온은 기가 차다는 듯 비웃었다.

“가당찮구나. 짐승 따위가 명예를 부르짖느냐.”

분노로 절규하는 짐승의 눈은 천하고 더럽다. 그 시선을 마주한 것만으로 레온에게는 굴욕이었다.

“사자심왕의 존안은 너희 짐승들의 눈동자에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피를 뒤집어쓰고 산채로 눈알을 파내고도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

시릴 정도로 냉엄한 선고에 오크들이 파르르 떨었다.

“하다못해 추한 자신을 저주하며 자결할 기회라도 주지, 더러운 짐승들아.”

“오만한 놈! 너희들을 고크록께서 용서치 않으시리라!”

그 순간, 주술사의 눈에 녹색 이채가 서리더니 파멸적인 기운을 내뿜었다.

“짐승이 사술을 부리는구나!”

레온은 그 기운이 갈무리 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성창을 들어 주술사를 향해 던진 것이다.

오크 몇몇이 주술사를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들었지만, 초인의 완력으로 던져지는 마상창은 그마저도 관통하고 기어코 주술사의 배때지를 뚫는다.

“끄흑! 이미… 늦었다!”

주술사는 제 생명력의 원천을 모조리 부어 넣었다. 삶을 건 주술은 성공했고, 공간이 열린다.

“고크록께서 강림하신다…! 우리들의 위대한 주술신께서 너희들을… 벌할 것이다!”

마치 지옥문이 열린 것처럼 새까만 구덩이가 공간을 비집고, 그 안에서 들이쉬는 거대한 입김이 온 사방을 빨아들였다.

“주술신을… 위하여!”

“형제들의 복수를 위하여!”

오크들은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 기꺼이 빨려 들어갔다.

“폐, 폐하! 저것은 대체!?”

“하, 산제물인가. 과연, 짐승들이로구나. 문명의 개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

“…….”

하리를 비롯한 헌터들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레온을 흘겨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기로 했다.

“보아라! 이것이 고크록의 위대한 오른팔과 눈이다!”

[히든 퀘스트 : 오크 주술신 고크록을 격퇴하십시오.]

* * * *

오크는 그 기원부터가 불분명한 이계의 종족들이다.

그들의 특징은 지극히 심플.

난폭하고, 싸움을 좋아하며, 번식능력이 뛰어나다.

야만스러운 짐승들이라며 모멸받는 입장이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신들이 존재한다.

오크 삼대신 중 하나인 오크 주술신 고크록.

그는 제 지혜를 이어받은 오크 주술사가 간절히 바란 소환에 응하였다.

비록 수백 오크의 산제물과 수천 오크의 영혼을 제물로 바치고서야 겨우 팔 한쪽, 눈알 하나를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리고 고크록은 보았다. 제 이글거리는 녹색 눈 안에 담긴 오크 도살자를. 그는 제힘으로 입을 소환해 저 존재를 일컬었다.

[용납할 수 없는 존재다. 필히 멸하라.]

고크록의 안광이 빛나며 녹색 광선이 쏘아졌다. 레온을 노린 일격이었다.

그러나 이를 가로막는 화살막이의 가호. 그 어떤 일격이라도 원거리 공격이라면 1회는 막아주는 성법이 고크록의 안광을 막아섰다.

[나와 같은 존재가 가호하는군. 너를 가호하는 신이 누구냐.]

고크록은 제힘을 막아낸 힘이 초월적인 존재의 힘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비록 차원은 다르나 그는 제힘에 대적할 수 있는 존재에 흥미를 가졌다.

“너와 같은… 존재라고?”

그러나 레온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신적 존재를 앞에 두고도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아닌 분노가 앞섰다.

그의 싱그러운 미소로부터 모든 긍정적인 것이 깎여 나가고, 막대한 살의와 분노만이 들끓고 있다.

“네놈 따위가. 짐승들의 대장 노릇 따위를 한다하여 신을 자처하느냐! 크아아아아아악!”

레온의 휘광이 빛난다. 스탈리온이 기세를 올려 돌격했고 그의 손에 성검이 들렸다.

“이 더러운 짐승아! 네놈의 존재를 이 사자심왕이 용납지 않으리라!”

레온의 검에 광채가 서렸다. 일찍이 성수를 부어 활성화했을 때처럼 온 사방의 빛이 겹겹이 쌓인다.

[하찮은 필멸자가…!]

고크록의 오른팔이 레온을 향해 내리쳤다. 거대한 질량은 그 자체로 폭력. 스탈리온과 레온을 향해 내리치는 20m 크기의 오른팔을 보며 하리와 헌터들이 기겁했다.

“폐, 폐하?!”

그러나 아랑곳 않고 돌진하는 레온. 그의 검이 휘황찬란하게 빛난다.

성검(聖劍). 빛과 정의 신성이 자신의 첫 번째 기사에게 하사한 이 검은 불괴(不壞) 외에도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휘황(輝煌)의 성검.

꺼지지 않는 찬란한 상징. 그 검은 세상 어떤 것이라도 베어버린다.

[뭣이!?]

고크록의 목소리에 당황이 서린다. 그럴 법도 했다. 비록 강신체라고는 해도 필멸자가 제 팔을 잘라버렸으니까.

그리고 성배기사의 특성. 그들의 성검에는 성법이 서린다. 베어낸 상대에게 진실된 타격을 주는 개념의 힘.

설사 강신체라 할지라도 이 검에 베이면 본체도 타격을 입는다.

[크아아아아악…!]

“고, 고크록 님?!”

신이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오크 주술사는 당황했다.

[크으, 네놈…! 그래… 네놈이었군. 오크 도살자… 데몬 슬레이어…!]

고크록은 제 본체가 타격 입은 것으로 상대의 정체를 특정해냈다.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이나 그 악명이 너무나 드높아 악마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기사.

지혜와 탐구의 악신 휘하 최고위 악마들이 떼거지로 죽어나갔다는 그 악몽 같은 세계의 반신.

[지금은 물러나지… 네놈은 이 만용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고크록은 소환을 거두고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갔다. 수천 오크의 영혼을 바쳐 소환한 신의 분신체가 사라지자 오크 주술사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 고크록이시여. 고크록이시여!”

레온은 그런 주술사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자신을 가리는 그림자에 파르르 떨었다.

“너희 쓰레기 짐승들의 신이래야 고작 이 정도겠지.”

“이, 이노오옴…!”

주술사의 말은 차마 끝내지 못했다. 레온의 성검이 그의 목을 떨궜기 때문이다.

오크 주술사의 목이 데구르르 구르고 레온은 그런 주술사의 목을 모멸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흥, 짐승들이 애먹였군. 너희들은 살아선 안 되는 것들이다.”

[히든 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특성 ‘오크 사냥꾼’이 부여됩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특성 ‘워 나이트의 맨앳암즈’가 부여됩니다

헌터들은 저마다 보상 특성에 기함을 토했다. 본디 헌터들에게 특성은 진귀한 보상이다.

특정 행동이나 반복적인 행동으로 특성을 얻는다는 설이 주류였지만, 이렇게 두 가지 보상을 얻게 되다니?

【오크 사냥꾼】

-오크를 상대할 때, 30% 추가 대미지를 얻습니다.

【워 나이트의 맨앳암즈】

-워 나이트 특성의 기사와 함께 싸울 시 20%의 물리저항을 얻습니다.

게다가 그 능력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하나는 오크 특화라 아쉬웠지만, 무려 30%의 추가 대미지를 얻을 수 있었고, 워 나이트의 맨앳암즈는 20%의 물리저항을 얻었다.

탱커계 헌터들이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물리저항을 사실상 모든 헌터들이 손에 넣은 것이다.

“씨발… 대, 대박이다.”

구대성을 비롯한 헌터들이 히든 퀘스트 보상에 어안이 벙벙하고 있을 때, 레온이 외쳤다.

“전리품을 수거한다! 서둘러 움직여라!”

레온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드는 헌터들. 그래, 전리품이 남아 있었다.

무려 4천 마리가 넘는 오크들을 죽였다. 아무리 오크들이 등장하는 게이트가 꽝 취급을 받더라도 4천 마리쯤 되면 아이템들만 쓸어담아도 그게 어디인가?

던전 클로징 조건이 완수된 이상 한시라도 빨리 게이트의 전리품들을 긁어모아야 했다.

“서둘러! 대전사급이나 상위 전사들 위주로! 주술사 장비는 무조건 다 빼내야 해!”

“으… 이 새끼들 곱게 죽었으면 대전사의 심장이 대박 템인데…….”

“방사능에 절여진 심장도 괜찮을까?”

“몰라! 축복받은 쌀 먹었으면 방사능 걱정은 없다잖아. 일단 끄집어내자고!”

헌터들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초원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끼룩!

그런 그들과 달리 하리와 야피는 자리에 남는다. 하리는 아이템 욕심이 없었고 야피의 관심은 다른 곳에 향해 있었기에.

“저, 폐하…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리가 가리킨 곳은 잘려나간 거대한 팔에 있었다.

오크 주술신 고크록의 잘려나간 팔.

그것은 고크록이 차원의 문을 닫고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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