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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

8.성과(1)

“마침 딱 맞춰왔군요.”

진우가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약속시간까지는 30분 정도 더 남아있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진우가 그들을 부른 이유는 방어복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어 소재’라고 표현하는 게 옳았다.

땅으로 내려온 곽상우 사장이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 7급 축하드립니다. 벌써 7급이시라니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공장으로 가시지요.”

“공장이요? 그런데··· 여기는 음식점이 아닌가요?”

진우는 곽상우의 말에 피식 웃고는 앞장섰다.

곽상우와 수석 연구원이 그를 뒤따라왔다. 음식점 뒤편으로 가자, 제법 큰 크기의 건물이 나왔다.

곽상우가 주변을 살펴보니, 그 역시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렸다.

수석 연구원도 마찬가지였다.

“사, 사장님 여기 그 백화점 있던 곳 아닙니까?”

“그런 것 같은데······.”

곽상우는 천생 연구원이었다.

호기심이 생기면 물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는 진우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여기··· 백화점 아닙니까?”

“리모델링하면서 일부를 공장으로 바꿨습니다. 다른 부지를 보긴 했는데, 지방이라 좀 멀더군요. 집이랑 가까워서 여기로 정했습니다.”

“아··· 네.”

곽상우와 수석 연구원은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진우는 공장으로 들어갔다.

곽상우가 요구한 양산 설비들이 전부 준비되어 있었다. 이기환 차장과 하르뮤가 바쁘게 오가며 점검을 했다.

공장의 한편에는 HS방어전략연구소에서 가지고 온 소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커다란 수조가 있었는데, 신비스러운 푸른빛을 내었다.

수조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일반적인 물이 아니었다.

“이건······!”

곽상우와 수석 연구원이 헐레벌떡 뛰어가서 물을 확인해보았다.

곽상우는 이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술식을 녹인 마력화합용액이군요. 이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이론만 정립되어 있던 건데 대체 어떻게······?”

진우는 대답하지 않고 선글라스와 비슷한 보호경을 썼다. 진우가 보호경을 끼자, 다른 이들도 그를 따라 착용했다.

진우는 HS방어전략연구소의 소재를 수조에 담갔다.

그러자 푸른빛이 번쩍하더니 소재에 깃들었다.

“이 현상은······!”

“마력 융합현상입니다. 그런데 전혀 부작용이 없군요!”

곽상우 사장과 수석 연구원은 크게 흥분했다.

오로지 HS방어전략연구소의 소재만이 이런 식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 다른 소재에는 직접 하나하나 새겨 줘야 해서 양산이 어려웠다.

방어 효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생존율이 크게 오를 것이다.

‘게다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

멸망한 세계에서는 인프라가 부족해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차고 넘쳤다. 괜히 이민철이 많은 돈을 투자한 게 아니었다.

곽상우 사장은 장비를 꺼내 바로 측정에 들어갔다.

빛이 튀기고,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했다. 집중력이 흐려질 법도 하지만, 거의 눈도 깜빡이지 않고 쉴 새 없이 화면에 떠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오, 오오! 이런 유연성과 이런 강도라니!”

“저희가 목표했던 수치를 훨씬 상회합니다.”

곽상우 사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신소재였기 때문이다.

“마력전도율 88% 역대 최고 수치입니다!”

“88%라니···! 확실한가?”

“네! 12%의 손상도 온도만 제대로 맞추면 5%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 그 정도라면 회로기판, 마력 배터리까지도······!”

“마, 마도혁명! 이건 그야말로 혁명입니다!”

혁명.

세상을 뒤바꿀 혁명이었다.

발전 가능성이 어마어마했다. 그래, 이제 막 싹을 틔운 새싹과도 같았다. 이 새싹은 분명 세계수처럼 거대해질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러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는 오크 음식점이었다.

곽상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진우를 바라보았다.

정작 이러한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내놓은 눈앞의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이진우.

가만히 있어도 들리는 소문은 엄청났다.

박람회 행사장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을 구해주었고, 연구를 더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었다.

“앞으로도 힘내주세요. 부족한 게 있으면 말하고요. 시간과 예산은 넘치도록 드릴게요.”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곽상우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하자, 수석 연구원도 이에 질세라 빠르게 대답했다.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충성 대신 그냥···, 앞으로도 좋은 연구를 해주세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본인의 신념을 위해서.”

진우의 말에 곽상우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인정받았다.

눈앞의 소년의 인정이 곽상우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이러한 연구 쪽은 진우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의 마법은 생존과 파괴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된 것을 가지고 올 수 있어도,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는 쉽지 않았다.

회귀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연구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자신과는 동떨어진 분야였다.

‘내가 모든 걸 할 필요는 없어.’

멸망은 혼자 막을 수 없다.

혼자 막을 수 있었다면, 애초부터 멸망이 오지도 않았다. 일찍부터 너무 많은 이들이 죽어버렸다.

진우는 저들이 충분히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되어주고 싶었다.

위선과 배신.

회귀 전의 이진우는 흑막이 되어 30억 인구를 증발시켰다.

그렇다면 자신은 반대로 행동하면 되었다. 차근차근 쌓아올리며 나아가도록 하자.

그래, 우선은 북한산 원정부터다.

북한산 원정부터 스노우볼이 굴러가 눈사태가 되었다.

그 눈사태는 지구를 휩쓰는 지진이 되었다. 지진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작은 눈덩이는 밝아 없앨 수 있었다.

곽상우 사장이 진우를 바라보았다.

“그··· 저희가 뭐라고 호칭해야 할지······.”

곽상우 사장의 감정을 가라앉히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분위기 때문일까?

외형은 소년이었지만, 이렇게 마주 보고 있으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극존칭을 쓰는 것도, 고개를 숙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그, 그럼 당분간은 도련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당분간이라는 말은 진우가 전면으로 나서기 전까지였다.

곽상우는 그렇게 판단했다.

“곽 사장님, 앞으로의 일정은 이기환 차장과 상의하시면 됩니다.”

“네! 이 정도의 결과라면 많은 이들이 안전해질 겁니다. 특히 최전방의 국군장병들은 사고를 덜 당하게 되겠지요.”

진우는 곽상우 같은 이들을 좋아했다.

곽상우의 연구는 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그는 보답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철저하게 고통을 받다가 찢기고 잊혀졌다. 훗날에 재조명을 받기는 했지만, 그건 그가 비참하게 죽은 후의 이야기였다.

“그··· 제 가족들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계약서에 써있는 대로 한 것일 뿐입니다.”

“이 친구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는데, 덕분에 많이 회복하셨습니다.”

“그건 이기환 차장이 알아서 처리했나보네요.”

곽상우는 그제야 웃었다.

소문과 실제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꾸민 건가?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

곽상우는 알 길이 없었다.

뒤에 물러나 있던 이기환 차장이 다가왔다.

“도련님, 음식점에 불청객이 온 모양입니다.”

“음?”

오늘은 음식점의 휴무일이라 손님이 올 이유가 없었다.

불청객은 더더욱.

진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우는 공장을 나와 음식점에 도착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이 오크들을 밀쳐내고 있었다.

오크들은 막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의 상대는 제대로 배운 무예가였기 때문이다.

일신 그룹의 배지를 달고 있는 이들.

기업인이었다.

“이진우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억!”

진우가 손을 뻗자, 대행자의 얼굴이 돌아가며 벽으로 날아갔다. 실력이 있는 무예가였지만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손을 뻗음과 동시에 마법이 발현된 것이다.

8급 마법인 ‘충격 방출’이었다.

상급 마법사라 할지라도 3초 이상 걸렸지만, 진우는 손을 뻗음과 동시에 완성했다.

붉은 메스에게서 뽑아낸 ‘완전의 권능.’

그것이 이러한 초고속 캐스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래도 일선 그룹의 대행자들은 달랐다. 당황하지 않고 쓰러진 대행자를 들고 뒤로 사라졌다.

대행자들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다. 진우야.”

이민철이었다.

지속적으로 진우에게 연락을 했지만, 당연히 받지 않았다. 결국,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미 보급 계획도 연기되었고, 당장 북한산 원정의 납품도 불투명해졌다.

손해를 보게 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장밋빛 미래를 꿈꿨는데, 첫 스텝부터 막히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 내가 머리 한 번 숙인다면······.’

이민철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저런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형제였다.

진우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만한 입지와 명예, 그리고 돈을 챙겨준다면 만족할 것이다.

“미안하다.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하마. 그동안 너에게 너무 무심했다. 용서해다오. 과거는 잊고 다시 시작하자. 네가 무슨 비난을 해도, 어떤 욕을 해도 겸허히 받아들일게. 나를 때려도 좋다.”

이민철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지금은 숙이고 들어가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이민철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굴욕이었다. 그러나 이 굴욕을 감수할 만큼, 그는 급했다.

“진우야. 할 이야기가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오히려 네 지적 덕분에 더 큰 판을 벌일 수 있을 것 같다. 너와 내가 함께한다면··· 김상철은 문제가 되지 않아. 그래! 우리가 함께라면 일신의 후계자 자리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어!”

“밥은 먹고 다녀?”

진우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진우의 말에 이민철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괜찮다면 나가서 식사나······.”

“난 방금 먹어서.”

“아, 그래?”

“형이 내 가게에 왔는데, 밥은 먹여 보내야지.”

“하하, 안 그래도 되는데.”

이민철은 어색하게 소리내어 웃었다.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비록 무릎을 꿇고 있고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말이다.

“형이 밥 다 먹으면 생각해볼게.”

“그, 그래?”

이렇게 친목을 다지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었다.

‘똑똑하기는 하지만 아직 애야. 그런 기행도 다 정이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잘 구슬린다면······.’

일신의 후계자로 도약할 수 있는 아주 크고 단단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민철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민철은 바닥에서 무릎을 떼고 일어나려고 했다. 식사를 하려면 당연히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잠깐만 있어봐.”

이민철은 진우의 말에 멈칫했다.

진우는 주방으로 가서 그릇 하나를 꺼냈다. 제법 넓은 은색 그릇이었다. 게보크가 요리 연구를 하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들을 다 쑤셔 넣었다.

그릇을 가지고와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강하게 밀었다.

지이이익!

그릇이 바닥에 끌리며 앞으로 나아가더니, 이민철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이민철이 당황한 눈으로 진우를 바라보았다.

진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릇을 가리켰다.

“구걸하러 온 거 잖아? 처먹어.”

“너······!”

이민철의 얼굴이 붉어졌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모멸감에 몸이 떨렸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눈앞에 진우가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단지 모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저 눈빛은 자신을 진짜 구걸하러 온 돼지새끼로 보고 있었다.

진심으로 가축 취급을 하고 있었다.

아니, 가축 이하의 무언가로 보고 있었다.

이민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후회 할 거다.”

이민철이 주먹을 꽉 쥐며 몸을 일으켰다.

“집에 가게? 싸줄까?”

“······.”

“지금 먹고 가야 나중에 후회 안 할 텐데?”

으득!

이민철은 대답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이를 가는 소리만이 작게 울려 퍼졌다.

그는 조금은 큰 발자국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진우는 피식 웃었다.

쓰레기에게 줄 것은 쓰레기뿐이다.

‘이진우에게 접근했던 놈이 이민철에게도 접근할까?’

이진우가 흑마법을 스스로 독학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민철은 일종의 미끼였다.

일부러 칼집을 내서, 고통에 발작하며 피를 흩뿌리는 먹음직스러운 미끼.

이민철은 그 어떤 물고기라도 물지 않고는 못 배기는 훌륭한 미끼로 완성되어 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참으로 기대가 되었다.

* * *

선일 테크는 기존 방어복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잡음이 심했지만, 선일 테크와 인연이 닿아있는 대형 길드나 관련 업체에서는 선일 테크의 방어복과 상품 도입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었다.

이민철이 부지런하게 뛰어다닌 결과였다.

일신 그룹의 자제라는 타이틀은 너무나도 잘 먹혔다. 물론, 가격을 크게 낮추는 과감한 결단을 한 이유도 있었다.

호기롭게 발표를 한 것치고는 굉장히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었다. 당연히 여론이 좋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곧 잠잠해졌다.

언론 조작은 그의 특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민철은 방어복으로 인해 오는 피해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눈앞에 놓인 힘든 상황만을 모면하려 했다.

‘트롤러.’

그래, 이런 게 바로 트롤러다.

지금이야 방어복 정도였지만, 이민철의 영향력이 커지면 어떻게 될지 뻔했다. 실제로 이진우가 그를 죽이기 바로 전까지 거대한 똥을 싸질렀다.

이진우는 그 똥을 이어받아 열심히 굴렸고 말이다.

이기환 차장의 보고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산 원정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진우는 집보다는 음식점 한편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더 많이 지냈다.

하르뮤도 이제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었다.

“국군 쪽은?”

“거의 넘어간 듯싶습니다. 어설픈 반박 논문이나 조작 가능성이 농후한 연구 실적까지 제시하고 있더군요.”

“북한산 최전방 장병들 쪽은 우리 걸로 추진할 수 있겠죠? 그쪽만 들어가면 상관없습니다.”

“도련님, 다소 폭력적인 방법을 써도 괜찮겠습니까?”

진우는 이기환 차장을 바라보았다.

“일신 그룹 미래전략실의 차장으로서 묻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세요. 음, 오크 방식으로 처리해도 괜찮겠네요.”

이기환 차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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