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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1

축 (1)

“음?”

가장 먼저 내 이상을 알아챈 건 홍범이었다.

홍범은 내 안색을 보고선 황급히 다가와 물었다.

“주인님, 어디 이상이 있으십니까?”

“…괜찮다. 그나저나, 시(尸)의 체내인가….”

아마 얼마 후면 시의 몸이 붕괴하고 우리는 광한계로 진입할 터였다.

파사삭―

하늘이 붕괴한다.

곧이어 광한계의 차원 장막이 우리 눈앞에 들어왔다.

‘세 갈래의 인력….’

그리고 지난번과 같이 세 갈래의 인력이 내 손아귀에 잡히는 게 느껴졌다.

하나는 비선대로 들어가는 인력.

하나는 흑색귀골곡과 이어진 인력.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아, 그렇군.’

나는 이제야 나머지 한 개의 인력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고력(古力)인가…?”

강녕좌주, 명부 차석판관장 고력진군 해녕!

나는 해녕이 증룡에게 남겼던 유언장과, 그의 눈물인 청린갑에서 느껴졌던 것과 완벽히 같은 느낌을 느끼며 확신했다.

분명하다.

‘이건 고력계로 향하는 인력이야.’

나는 잠시 고민했다.

‘고력계로 가 볼까?’

그때였다.

부우웅―

푸확!

갑자기, 고력계에서 느껴지는 ‘인력’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강해졌다.

‘이런 미친!’

마치 나를 반드시 빨아들여야겠다는 듯이 꿈틀거리는 인력이 나를 얽어맨다!

“서은현, 무슨 일이냐?”

“주인님!”

전명훈과 홍범이 나를 보며 화들짝 놀라 말했다.

“아무래도 다른 중경계가 나를 끌어들이는 것 같군.”

애당초 광한계가 승천문으로 인해 수계와 조금 가깝다곤 해도, 본래는 자격만 되면 봉명인으로도 고력계나 명귀계, 진마, 자금의 계 등으로 비승이 가능하다.

그런 만큼 수계에서 ‘비승 도중인’ 지금이라면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라도 충분히 고력계로도 갈 수 있을 터였다.

‘어떻게 할까. 타 중경계로 가 볼까?’

그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고력계에는 김영훈과 북향화, 서란 등이 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아니야.’

지금 당장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인력에 휩쓸려 가기엔, 일단 광한계에서 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거기다가 당장 강민희를 구할 길도 찾아야 하지 않는가.

‘일단 광한계로 가자.’

나는 결정을 내리고 힘을 일으켰다.

위이이잉―

현재 내 경지는 무공으로는 어전 일 보.

공법으로는 천, 지족으로 사축이였다.

부의 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축만 추가된 것이고, 축을 활용하려면 제대로 된 사축기에 이르러야 한다.

서휼이 하계에 있을 때 기축제를 미리 지내서 축을 얻어 뒀지만 실 전력은 천인기 대원만이었던 것처럼, 나 역시 그 비슷한 상태였다.

하지만, 회귀 도중 확인했듯이 사축기 수사라면 그 혼(魂)만으로도 인력을 다루는 건 가능했다.

‘경지는 천인기지만 혼은 사축기이니….’

꾸구구국―

나는 인력을 움직여 나를 맹렬하게 잡아당기는 고력계의 흐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전명훈과 홍범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며, 광한계의 차원 장막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과과과광!

빛이 폭발하며, 우리는 그렇게 광한계로 진입했다.

* * *

서은현이 광한계로 진입하고 몇 시진이 지났을까.

쿠구구구구구―

광한계의 차원 장막 바깥으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검붉은 안개 무리가 꿈틀대며 광한계 쪽으로 접근해 왔다.

콰르르릉―

검붉은 무언가는 광한계에 접근하려다가 거대한 천겁에 지져진 후, 잠시 그 주변에서 기웃거리더니 그대로 물러갔다.

* * *

촤아아악!

익숙한 영기가 주변에서 느껴진다.

저 멀리서 사축기 감찰 선사로 보이는 이가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전명훈에게 말했다.

“전명훈, 금신천뢰문의 제의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그래. 뭐 할 게 있냐?”

녀석은 광한계의 금신천뢰문이 멸망한 후, 역설적으로 미친 듯이 금신천뢰문의 흔적을 찾아 공부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천겁을 늦추는 종류의 제의도 있었다.

“잠시 천겁 좀 멈춰 줘라. 할 게 있다.”

“음?”

나는 대답은 듣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아 의식을 집중했다.

쿠릉, 쿠르릉!

하늘에서 먹장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창호자, 허곽, 금벽호, 서휼 등이 광한계에 비승하자마자 사축기에 이르렀듯이, 나 역시 같은 짓을 한다.

혼에서 발생하는 인력으로 기의 계위에서 천지영기를 왕창 끌어모은다.

동시에 무색유리검에 저장해 놓았던 기운으로 지족 사축기에 이르렀다.

쿠구구구!

“이런 젠장! 말 좀 하고 하란 말이다!”

전명훈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빠르게 주변에 칠뢰진경의 깃발을 꽂아 넣은 후 진법을 펼쳤다.

콰득, 콰드득, 푸콱!

진법의 기운과 상호작용을 하며, 전명훈이 천상금뢰지체인 자신의 손가락 세 개를 제물로 바쳐 천기를 잠시 유예하였다.

천기가 변화하며, 본디 승급 당시 내리쳐야 하는 천겁이 사흘 뒤로 유예되었다.

일순간 건곤중역의 용맥이 나와 동화되는 듯했다.

‘헌원이 왜 건곤중역에서 요양하는지 알 것 같군.’

조화(調和)!

음양의 기운이 너무나도 둥글게 서로를 감싸며 조화되고 있다.

태극진뢰신은 상대의 체내의 음양을 뒤틀어 꼬아 버릴 수 있는 묘용이 있는데, 이 건곤중역의 용맥이라면 뒤틀린 음양을 점차 회복시킬 수 있는 듯했다.

콰과과광!

육신에서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리며 휘광이 터져 나왔다.

나는 순식간에 사축기에 오를 수 있었다.

‘약간 부족하군.’

삼태극을 이루려면 서립이 내게 준 귀왕의 힘을 사용해서 천족공법 역시 사축기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천족공법으로 사축기에 오르려면 아무래도 제의가 필요했기에 지금 당장은 힘들 듯했다.

그리고, 내가 내 힘을 가늠하고 있을 때였다.

꾸구구국―

헌원이 공간의 틈새를 쪼개고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

“아. 안녕하십니까, 봉래궁주. 오랜만이외다.”

나는 헌원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헌원이 감찰안을 띄우며 나를 노려보았다.

“말버릇이 좋지 않군.”

“음, 그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오. 그런데 나는 당신한테 좋은 감정이 없는지라 이해 좀 해 주셨으면 하군.”

“….”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검은 망건에 상투를 튼 그의 얼굴은 꽤 근엄하고 준수해 보였지만, 망건 사이사이로 머리카락이 삐져나와 흘러내리고 있었고, 눈 밑도 퀭해 보이는 것이 상당히 피폐해 보였다.

연위의 말대로 젊었을 적에는 상당한 미남이었던 듯하지만, 지금은 그저 피폐해진 늙은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여기 금신천뢰문의 당대 최고 원로인 전명훈이 우리에 대한 수배는 취소했으니까 굳이 잡으려 할 필요 없소.”

“아, 맞습니다. 더 이상 서은현 놈은 수배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서은현, 너 태수님께 무슨 말버릇인 거냐?”

전명훈은 나름 예의를 차리며 말하며, 내가 보이는 태도에 나를 보며 말했다.

헌원은 잠시 우리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았다.

나는 바로 입을 벌려 무색유리검을 꺼냈고, 헌원은 기다렸단 듯이 뒤를 돌아 내게 손을 날렸다.

번쩍!

오행의 기운을 머금은 그의 손바닥 형상의 기공파가 날아왔다.

난 총천검을 무색유리검에 불어넣으며 그대로 헌원의 일격을 하늘로 튕겨 내어 버렸다.

투웅!

콰아아앙!

하늘이 일렁이며, 건곤성 전체에 둘러쳐져 있던 방어용 결계가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전명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얼떨떨해했고, 나는 헌원을 노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왜 갑자기 난동이지?”

헌원은 잠시 나를 쳐다보는 듯했다.

그는 내게 눈을 흘기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부우웅!

어느새 공간이 뒤틀리며, 어느새 우리는 헌원의 축지법으로 인해 건곤성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솔직히 말하지. 난 네놈들이 마음에 안 든다. 금신천뢰문을 그렇게 지원해 준 내 호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금신천뢰문을 다시 망하게 한 놈들….”

“뭐!?”

전명훈은 그 말에 눈이 돌아갈 듯이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헌원은 전명훈 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런 너희라도 귀중한 인족의 전력이니 함부로 해할 수는 없지. 내가 금신천뢰문에 투자한 것을 전부 잃게 된 셈이니, 너희는 어쨌든 그 손해 배상으로, 나의 일격을 받아 내야 한다. 나의 일격을 받아 내면 투자한 영석 및 지원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너희를 용서해 주마.”

“….”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투자가 뭔지 모르는 거냐!”

전명훈은 화를 내며 적뢰를 뿜어 댔고, 나는 헌원의 말에 실소를 뿜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전명훈과 헌원이 나를 쳐다봤다.

“아… 웃겨 죽겠군.”

뭐?

일격을 받아내면 용서해 줘? 보내 준다고?

‘이 자식이 진짜… 약해 보일 때는 다짜고짜 잡아 죽이려 했으면서 조금 심상찮아 보이니 바로 이딴 식으로 말을 바꾼단 말이지?’

헌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이니만큼, 오히려 회귀로 인해 바뀐 놈의 태도가 짜증 났다.

철퍽, 철퍽….

나는 품속에서 원유를 꺼내 옆에 세웠다.

그런 후 나는 원유의 어깨를 잡아 전명훈 쪽으로 밀며 말했다.

“뭐, 좋소. 덤벼 보시오, 헌원 태수.”

꿈틀―

헌원은 눈매를 꿈틀거리더니 양손에 인력을 밀집시키기 시작했다.

“오냐. 그리 원한다면….”

천지의 음양이 헌원에게 집중되는 것 같다.

‘어디 보자….’

꾸구구구국―

창령성광오채대법이 운용되며, 나는 별의 거인으로 화했다.

덩치가 커져 가며 어마어마한 완력이 전신에 들어찼다.

헌원은 나를 맞추기 쉽게 하려는 듯, 내 눈높이에 맞춰 허공으로 떠오르며 태산열제공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는 별의 거인으로 변한 상태에서 서립에게 받은 귀왕의 힘을 끌어올렸다.

완전한 천족 사축기에는 못 미치지만, 서 장군의 회로를 몸에 씌워서 천족의 힘을 증폭시키면 일시적으로 천족 사축기의 힘을 낼 수 있다.

쿠구구구구구!

내 어깨에서 얼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

끄아아아아―

흐아아아―

귀곡성이 울리며, 별의 거인으로 변한 내 어깨 위로 18개의 얼굴이 돋아났다.

“이, 이런 미친! 저건 또 뭐야!?”

“공허간의 괴물이 쳐들어왔다!!!”

“건곤성주께서 괴물을 격살하려 하신다!”

“성주님! 지지 마십시오!”

19개의 머리를 달고 있는 별빛의 거인이 나타나자, 건곤성에 있는 사축기, 천인기 수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떨었다.

위이이잉―

괴군의 회로를 사용해 억지로 증폭시킨 천족의 힘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아주 잠시간은 삼태극을 불러올 수 있다.

꾸구구국―

조금 불안정한 형상이긴 했으나, 거대한 삼태극의 상징이 19개의 머리 뒤쪽에 후광처럼 피어난다.

이 괴악한 모습에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전명훈 역시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촤라라라락!

천지영기가 내 주변을 감싼다.

동시에 양손에 흑백의 선마기를 끌어모은 헌원이 두 눈의 안광을 밝혔다.

[간다. 후회하지 말아라…!]

[오기나 하시오.]

쿠구구구구!

[태산!]

헌원의 양손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헌원을 보며 씨익 웃었다.

파사사사삭―

내 양손에서 소금이 돋아난다.

활화산처럼 뿜어지는 삼태극의 힘을 모조리 양손의 인력으로 돌린다.

‘사실 한 번쯤 해 보고 싶었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양손에 음혼귀주문과 백란축성문의 힘을 밀집시켰다.

그리고, 나 역시 헌원과 똑같이 외친다.

[태산!]

헌원의 눈에 당혹감과 황당함이 나타났다.

마치 ‘네놈,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라는 듯한 눈빛이 헌원의 눈에 생생히 담겨 있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헌원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의 주변에서도 역시 음양오행의 옥이 생겨난다.

헌원은 이를 악물더니 나에게 손을 뻗었다.

[열제!]

[열제!]

번쩍!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 * *

파아아아앗!

오로지 빛만이 남은 공간.

그곳에서 두 존재가 힘을 겨루고 있었다.

19개의 머리를 가진 채 머리 뒤에 후광을 띄운 별의 거인.

그리고 음양의 기운을 두른 채 망건을 쓰고 상투를 튼 장년인이었다.

어느 순간, 두 존재의 힘이 절정에 달했고 마침내 빛 속에서 사물의 경계들마저도 희미해졌을 때쯤.

둘은 서로에게서 [뭔가]를 볼 수 있었다.

19개의 머리를 가진 별의 거인은 헌원이 있던 방향에서 ‘이름’을 보았다.

그것은 천라(天羅)라는 이름이었다.

콰드드드득!

19개의 머리를 가진 별의 거인의 몸에서, 수많은 기암괴석과 나무, 흙이 돋아나며 거인이 태산(太山)으로 화하기 시작했다.

상투를 튼 근엄한 장년인은 반대로 거인이 있던 방향에서 ‘어떠한 도형’을 보았다.

그것은 [역원뿔] 이었다.

퍼서석!

장년인의 전신에서 소금 기둥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

서로에게서 무시무시한 ‘뭔가’를 본 두 존재가, 동시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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