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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9

< 무림맹 회합 (3) >

소림사와 이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삼문협, 인적 없는 산골짜기에 덩그러니 자리한 모옥.

“슬슬 시작되었겠군.”

그 안에서 신선 같은 풍모의 한 노인이 자신의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가 내다보는 작은 창문 너머엔 그저 평범한 숲의 정경만이 있을 뿐이었지만, 그 깊은 시선은 이 좁은 땅 몇 평이 아닌 보다 넓은 세상을 아우르고 있었다.

“준비에 착오는 없겠지? 교주께서 직접 나서시는 일이다. 한 치의 엇나감도 있어선 안 될 것이야.”

“예, 군사. 이미 수차례 확인을 끝내고 검증까지 마쳤습니다. 교주님께서도 흡족해하시며 진행을 명하셨습니다.”

“그런가, 참으로 다행이로고. 그동안 공을 들인 보람이 있구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노인이 지그시 눈을 감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이 세상의 운명이 뒤틀린 황궁 혈사로부터 22년.

‘금오도’ 놈들의 끈질긴 방해로 이제야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나, 덕분에 사전 준비가 더욱 치밀해졌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중원 무림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곤륜파를 무너뜨린 것도 그 일환.

거기다 마침 시기도 딱 맞게 적절한 행사가 열린 참이기도 했으니···.

“참으로 멍청하지 않느냐? 이제 와서 친목이라니.”

노인이 너털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젓자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복면인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조각조각 분해되어 사라진 무림맹의 이름을 잇는 회합.

물론 그 방법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무림의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세력의 구도 또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라면.

“허허헛, 평화가 너무 길었던 게지.”

평화치곤 한 시도 피가 흐르지 않는 날이 없었으나 노인의 기준에서 그건 그저 배부른 투정에 불과했다.

세계의 변혁이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안정을 좇으려 하다니, 이 얼마나 안이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란 말인가?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세상에선 오로지 힘만이 정의였다.

평화도 안정도 오로지 절대적인 무력 아래에서나 꿈꿀 수 있는 것.

그런데 무의미한 친목에 정신이 팔려있다니, 이 어찌 어리석지 않다 할 수 있으랴.

‘사실 이쪽의 목적을 생각하면 회합 날짜를 피하는 게 합리적이겠지만···.’

그러나 교주는 그런 미온적인 방법을 바라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압도적인 힘과 폭력으로 쌓아 올린 절대적인 군림.

그것을 위해선 아직도 무림맹이란 이름에 얽매여 있는 그 과거의 망령들을 확실하게 박살 낼 필요가 있었다.

‘본 교의 호법과 정예들까지 교주님을 따르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터.’

오늘이야말로 무림맹의 잔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되리라.

그러니 지금 그가 신경 써야 할 건 소림사 쪽이 아닌 다른 방면의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제 더 머뭇거릴 필요는 없겠지. 곧바로 모든 지부에 전하라. 이제 때가 왔으니, 계획을 시작할 때라고.”

“존명! 천마재림 만마앙복!”

명을 받은 복면인이 연기처럼 사라진 직후.

“허허허, 이제 코앞이구나.”

노인, 천마신교의 군사 천기마선 야율환이 지그시 눈을 감으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오랜 기다림이 이루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다.

“백팔나한진을 펼쳐라!”

“교의 뜻을 거스르는 놈들이다. 모조리 추살하도록!”

“감히 신성한 경내에 이 무슨 악독한 짓이란 말인가!”

“천마재림 만마앙복!”

“이 더러운 마교도 놈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교류의 장이었던 장소는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고함과 비명, 그리고 서로를 저주하는 소리로 가득해진 공간.

콰아아앙—!

그 와중에도 소림사의 산문이 있는 외곽부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거센 폭음이 지금의 사태가 결코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그만큼 그곳에서부터 전해지는 압도적인 기세의 충돌과 그로 인한 기의 폭풍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격렬했던 것이다.

“크윽, 어떻게 마교가 숭산의 소림사까지···!”

그건 그간 잠잠하던 대적의 본격적인 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것도 생각 이상으로 최악의 형태로 이루어진.

“끄윽!”

“무리하지 마! 버티는 것만 생각해!”

“이놈들··· 대체 무슨 사술을···!”

처음 회합에 참여한 이들은 이 갑작스러운 사태를 맞이하고서도 나름의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이 각 세력에서 최고라 할 수는 없었지만, 험난한 경로에 산적한 역경을 헤치고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정예들이었다.

그런데 겁도 없이 그런 이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회장을 습격하다니!

그들은 뜨겁게 전의를 불태우며 사방에서 출몰한 마교도들과 맞서 싸웠고.

이내 무언가의 이상을 깨달았다.

“절대 놈들과 무기를 맞대지 마시오! 놈들의 기운이 내공의 흐름을 흐트러트리··· 커헉!”

“사, 사형! 이··· 이 쳐 죽일 놈들이—!”

사실 의문이긴 했다.

이곳은 무림의 태산북두이자 하남성의 맹주인 소림사의 본거지.

아무리 마교가 단일 세력으로서 최강 최악이라 하더라도 그런 곳을 정면으로 들이받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물며 지금 이곳엔 소림사의 전력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채앵—

그런 소란 속, 복면을 쓴 마교도와 검을 맞댄 남궁소란이 이를 악물었다.

‘읏, 대체 이게 뭐지? 산공독? 흡성대법? 아니, 아냐. 그런 문제가 아니야. 이건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뒤흔들리는 듯한···.’

명가에서 자라 꾸준히 영약을 섭취하고 뛰어난 내공심법으로 쌓아 올린 기운이 뚝뚝 끊어지고 있었다.

평소 언제나 굳건하게 흐르며 힘이 되어주었던 내공의 이상 현상에 그것을 억지로 이어 붙이려다 심력과 기운이 과하게 소모되었다.

아무리 기습이 있었다고 해도 소림사씩이나 되는 대문파가 이렇게까지 속절없이 밀린 것도 다 이게 원인일 터.

‘모두에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경지에 오른 이들의 결투에서 내공의 사용은 필수 불가결인데, 일방적으로 한쪽만 제한이 걸린다면 정상적인 싸움이 성립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그런 상태에서도 이렇게까지 버티는 걸 대단하다 여겨야겠지.

“흐읍!”

카가각—

검을 맞댄 채로 깊게 숨을 들이쉰 남궁소란이 내공을 억지로 끌어올리며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그 탓에 평소의 몇 배 이상으로 기운이 소모되었으나, 덕분에 그녀는 잠시나마 원활한 내공 흐름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연비상!’

촤악—!

순간적으로 치솟은 짙은 푸른 검기가 일시에 허공을 가르며 끈질기게 달라붙던 적을 그대로 베어 넘겼다.

“후우, 후우.”

하지만 그렇게 간신히 적을 쓰러뜨린 직후에도 그녀는 기뻐할 수 없었다.

이렇게 힘들게 쓰러뜨린 적이 이번에 쳐들어온 마교도들 중에서도 고작 말단일 뿐이었으니까.

‘···위험해.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보호자인 검성 남궁우의 도움은 바랄 수도 없었다.

콰아아앙—!

지금도 외곽에서 터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의 유동에 섞인 할아버지의 기운이 그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아마 저쪽은 이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싸움을 치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현경인 할아버지가 고전할 만한 상대라니, 그건···!’

하지만 그녀에게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저기 검성의 손녀다! 잡아라!”

“읏!”

어느새 방금까지 상대하던 이와 비슷한 수준의 상대들이 셋이나 그녀에게 몰려들고 있었으니.

그녀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다 입술을 깨물었다.

‘···실수했다. 전투에 정신이 팔려서 일행들과 너무 멀어져 버렸어.’

남궁소란이 필사의 저항을 시작했지만, 하나를 상대하는 데에도 그렇게 고전했는데 셋이 상대라면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항전 끝에 내공을 전부 소진해 버린 그녀의 손아귀에서 검이 튕겨 나갔다.

“소란아!”

그에 저편에서 필사적으로 이쪽으로 접근하려는 오라버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차마 그를 볼 면목이 없었다.

결국 여기까지 따라와서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지 않았는가?

설마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억지를 부려가며 나온 자리가 자신의 무덤이 될 줄이야.

그녀는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감정 없는 무기들을 노려보며 눈을 부릅떴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대놓고 물어볼걸.’

하다못해 최근 눈여겨보고 있던 이세계인, 하승훈의 능력이라도 알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것이 아닐 터인데도 왠지 모르게 그걸 끝까지 알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촤악—!

그 탓이었을까.

그렇게 온갖 상념이 뇌리를 떠도는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검에 베이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에 피가 튀었을 때.

“싸울 땐 항상 주변을 살피고 아군과 보조를 맞추십시오, 남궁 소저. 이렇게 제멋대로 움직이다간 큰일 납니다.”

“···하 공자? 어, 방금 어떻게···.”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이쪽으로 오는군요. 일단은 저쪽에 합류하도록 하지요.”

그녀는 자신에게 튄 남의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쉬움과 함께 떠올리던 상대를 멍하니 응시했다.

왠지 모르게 한없이 넓게만 느껴지는 사내의 등을 마주하면서.

***

남궁세가의 아가씨를 구한 후에도 휴고는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 난전 속에서 싸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될 수밖에 없었다.

‘마교도와 마주하면 내공이 흐트러진다고 했지?’

그가 다시 전황을 살펴봤다.

아군 측 절정 고수가 고작 일류 수준의 마교도 몇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과연 왜 이렇게까지 밀리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쉬익— 채앵!

촤아악!

그가 휘두른 검이 가볍게 적의 검을 튕기고는 그 목을 베어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동작으로.

‘왜 난 괜찮지?’

쥐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빌빌거리는 아군 측과는 다르게 그는 마교도들을 상대하며 어떤 문제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를 상대하는 적들이 당연히 허점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 방심하다가 허무하게 죽어 나가기 일쑤였다.

‘이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어.’

자신과 다른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이세계에서 온 각성자라는 사실이었다.

마교도들이 사용하는 모종의 수단을 회피할 수 있었던 것이 그것 덕분이라면···.

‘후우, 일단 자세한 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이 기회를 살려 이곳에 있는 이들을 돕는 것이 먼저였다.

그 과정에서 눈도장 좀 찍으면 더 좋고.

“큭, 조력에 감사하오, 소협.”

“후우—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나중에 꼭 보답하도록 하지요.”

“허어, 대단하군. 이 열악한 상황에서 저만한 무위라. 눈여겨볼 만하구나. 제갈세가의 하승훈이라···.”

그리고 그것은 그리 한창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한 휴고의 명성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쩔쩔매고 있는 와중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슬쩍 도와주고 떠나가길 반복하니, 도움을 받은 입장에선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진짜 강적에 대행해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전체적인 사기를 올리기엔 충분하지.’

하지만 그가 그렇게 애써 분위기를 수습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그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왔다.

쉬익—

콰아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한 인영이 굉음과 함께 인근 불당에 처박혔다.

휴고의 감각으로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을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자연스레 모두의 경계 어린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직후.

“신승 무진, 겨우 이 정도인가? 소림의 명성도 이제 옛말이구나.”

한 사내의 싸늘한 목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졌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그 소리가 완전히 퍼진 후에야 그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검은 장포를 걸친 채, 바람에 길고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존재가.

“저자는··· 설마···.”

“무진 대사께서···?”

이 자리에 그의 얼굴을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으나, 그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그자가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풍기는 존재감이 도저히 다른 이를 연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깔아보는 듯한 오만한 패기.

천하의 모든 어둠을 품에 안은 악의 종주.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을 품은 마(魔) 그 자체.

세상 사람들이 말하길—.

“천마(天魔)···.”

이 세상을 대표하는 최악의 빌런의 등장에 모두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그리고 같은 시각.

“오! 드디어 도착했구만! 이야, 아주 화끈한데? 카하하핫!”

“···켁! 뭐야 저기? 난리도 아니잖아? 저게 대체 뭔 꼬락서니야?”

커다란 덩치의 두 사내가 마침내 숭산으로 진입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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