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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

33화 떠나는 자들 (1)

33화 떠나는 자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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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꼬리팡팡: 오 데미안 ㅋㅋㅋㅋ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바토리바라기: 캬! 시원했다! 굳굳!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REL: 이제 잡화점 데미안이 먹은 거?

└ Wkrrkalclsshadk: ㅇㅇ 그런 듯

– 세실사랑: 아무리 그래도 나의 세실을 판돈으로 걸다니 ㅠㅠㅠㅠㅠ

[RP가 3만큼 상승합니다.]

– 박쥐인간: 이번 화 개꿀 ㅋㅋ 작가야 수고했다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먼지털이간질: 먼지 출연시켜 줘 ㅠㅠ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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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디나 평의회 의장 ‘용장 루카스’의 집무실은 남쪽 성채 안쪽의 가장 높은 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은밀한 장소에 도달하려면 탑 안쪽에 마련된 굽이진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그 계단의 존재는 오직 루카스와 그가 신뢰하는 소수의 측근만 아는 비밀이었다.

축축하게 가라앉은 공기가 루카스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그는 오랜만에 집무실을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중이었다.

끼익.

집무실 문을 열자, 커튼 너머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아치형의 창문 밖으로는 어둠에 감싸인 페르디나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루카스는 적막한 집무실 중앙의 의자를 끌어 앉은 뒤, 테이블의 등불을 밝혔다.

“오랜만이군. 루카스.”

루카스는 흠칫 놀랐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자신 혼자만 있다고 여겼었는데.

그러나 저 사내에게 이런 행동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루카스는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이곳을 찾은 이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도.

“앉게.”

루카스의 말에, 벽에 기대서 있던 사내가 다가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물끄러미 루카스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벨레트가 자네를 만나보라고 하더군.”

“자네가 왔다는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네. 굳이 나를 찾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공적인 일로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왜 나를 부른 건가.”

“자네가 벨레트를 몰래 만난 것과 같은 이유겠지.”

쿠가 후우, 한숨을 쉬었다.

“내게 부탁할 일이 있다는 건가.”

“자네가 신경 쓰는 그 아이들은 책임지고 보호해 주겠네. 그 세르지오라는 자에게 받아야 할 것들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 주지. 원한다면 아이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도록 도울 의향도 있네.”

“파격적이군. 그만큼 내게 원하는 바가 크다는 의미겠지.”

그 말에 루카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정곡을 찔렸군.”

***

“어서 일어나라! 꼬마들아!”

창밖에는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쿠가 벌컥 방문을 열며 소리쳤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잠이 덜 깬 나와 세실을 이불째로 양쪽 옆구리에 끼고는 테오의 방을 뻥! 걷어찼다.

“일어나라! 대장 꼬마! 덩치 꼬마! 조조아킴!”

“조조아킴이 아니라 조, 조아킴이라고요······!”

“그래! 조조! 하하하하!”

쿠의 성화에 테오, 족제비, 덩치가 여관 밖으로 끌려 나왔다.

쿠는 여전히 나와 세실을 옆구리에 낀 채로, 등 뒤에는 테오 일행을 꼬리처럼 매단 채 골목을 달렸다.

“쿠. 어디.”

“가 보면 알아! 가 보면! 하하하!”

새벽을 여는 도시의 몇몇 주민이 우리를 보며 화들짝 놀란 눈을 떴다. 세실은 그게 부끄러웠는지 쿠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럴수록 쿠가 더욱 팔에 힘을 주었기 때문에 괴로운 신음만 뱉었다.

잠시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무기 상점이었다. 쾅쾅쾅! 쿠가 부서져라 출입문을 두드렸다.

“이보시오 주인장!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문을 안 연 거요! 장사 이렇게 해도 돼? 아앙?”

상점 주인이 졸린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 주인장을 밀치듯 안으로 들어간 쿠가 버럭 외쳤다.

“목검 여섯 자루 주시오! 아니지! 여기 있는 목검을 전부 다 보여주시오! 우리가 직접 고를 테니!”

목검이라는 말에 내 귀가 번쩍 뜨였다.

“이제 검술 훈련을 해요?”

“해야지! 기초 체력이 어느 정도 다져졌으니 말이다! 하하하하!”

상점 주인이 스무 자루가 넘는 목검을 수레로 끌고 왔다. 진검이 아닌 그저 목검일 뿐인데 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뭐가 좋을까.’

목검들은 언뜻 비슷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길이나 두께 등이 미묘하게 달랐다. 하긴 이 세계의 물건들은 모두 인간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거니까.

[검의 재능을 발현합니다.]

느닷없이 떠오른 메시지였다.

나는 목검을 둘러보던 것을 멈추고 몸 안의 기운에 집중했다. 그러나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목검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였다.

‘응?’

많은 목검 중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후광이 비치는 것처럼.

나는 홀린 듯이 그 목검을 손에 쥐었다. 손잡이가 손에 착 감기는 게 느껴졌다. 물론 아직 성장 중인 내가 쥐기에는 커다란 검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오, 금발 꼬마. 벌써 고른 거냐?”

쿠가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두 손으로 쥐어봐라.”

“아직 제대로 쥐는 법을 안 배웠어요.”

“그냥 편한 대로 쥐어봐. 그래. 검 끝을 이쪽으로 겨누고.”

나는 쿠의 말대로 했다. 쿠가 나의 자세와 손의 크기, 목검의 두께와 길이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느껴졌다.

“너에게 맞는 검을 잘 골랐구나. 잘했다 금발 꼬마.”

쿠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쓰다듬었다기보다는 역시 헝클어뜨린 것에 가까웠지만.

나는 왜인지 얼굴이 달아올라서 괜히 세실이 목검 고르는 것을 참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딱히 눈에 띄는 게 없었고, 결국 세실의 목검은 쿠가 골랐다.

“크으. 역시 얼굴이 예쁘니 같은 목검을 쥐어도 태가 다르구나! 하하하!”

각자의 목검을 고른 우리는 황소머리 여관으로 돌아와 든든한 아침 식사를 한 뒤 들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놀랍게도 카인 일행을 마주쳤다. 카인은 검은 갈기 용병단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쿠가 그중 한 명에게 알은체했다.

“어이 오스카! 오랜만이군! 하하하!”

쿠가 오스카와 대화하는 동안 나는 카인을 통찰했다. 아직 29레벨. 조금만 기다려라. 금세 따라잡아 주마.

“너는 또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군.”

그렇게 말한 카인이 우리를 한 명 한 명 훑어봤다. 테오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카인이 세실을 발견했다.

순간 세실이 내 뒤로 몸을 숨겼다. 카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오려 했지만, 빨리 오라는 오스카의 외침을 듣고는 서둘러 달려갔다. 말단 용병답게 아주 다람쥐처럼 재빨랐다.

“검술을 배우기 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둬야겠지! 달리자 꼬마들아! 하하하!”

오늘도 우리는 무거운 등짐을 메고 들판을 달렸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일이기도 했다.

한두 시간이 지난 후, 쿠는 우리에게 검을 쥐는 방법과 기본적인 베기를 가르쳤다.

“그게 아냐! 좀 더 팔꿈치를 좁히고! 그래!”

“아니! 팔꿈치를 좁히라고! 벌리라는 게 아니고!”

“야 이 멍청한 조조 놈아!”

당연하게도 쿠에게 가장 혼나는 이는 족제비였다.

사실 세실을 제외하고는 다 비슷하게 혼났다.

“잘 봐라. 디딤발에 힘을 주고, 하체에서 시작된 힘을 척추로 끌어올리는 거야. 그다음에는 끌어당긴 힘을 두 팔로 옮겨, 검 끝으로!”

우리는 쿠의 시범을 보며 반복 연습했다.

그러나 우리의 자세가 영 불만족스러웠는지 쿠는 쉴 새 없이 호통을 쳤다. 반면 세실은 숙련된 살수답게 자세가 좋았다.

“예쁜 꼬마는 확실히 태가 달라! 하하하하!”

다음으로는 등짐을 멘 채 들판을 달리며 쿠와 목검을 부딪치는 훈련이 이어졌다.

“등짐을 멨다고 또 굼벵이처럼 느려지는 거냐!”

“팔을 뻗어! 더 힘차게!”

“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너희를 찾아온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검을 뻗을 수 있어야 해!”

우리 모두가 쿠를 공격하고, 쿠는 막기만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쿠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없었다. 심지어 그는 우리보다 무거운 등짐을 멘 채, 뒤로 달리고 있었는데도.

.

.

.

쿠는 평소보다 일찍 훈련을 끝냈다.

“이쪽은 황소머리 여관 방향이 아닌데요?”

족제비의 물음에 쿠는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돌아가는 길에 등짐도 메지 않았다. 우리는 머지않아 그 이유를 깨달았다.

가장 먼저 앞으로 튀어 나간 이는 덩치였다. 덩치는 우우우! 포효하며 노을이 깃들기 시작한 하늘 아래를 들소처럼 달렸다.

“가자! 데미안!”

테오도 앞으로 달려 나갔다. 족제비가 그 뒤를 따랐고, 나와 세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은 후 세 친구를 쫓아 달렸다.

우리는 어느새 남쪽의 상점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열 살 남짓한 꼬맹이들이 거리 곳곳에서 뛰어놀았다. 저만치 선두를 달리는 덩치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무척 작아 보였다. 덩치라는 별명이 무색해진 그 뒷모습은 마치 이 거리의 어린 골목대장 같았다.

“우우우우!”

불과 어제까지 ‘세르지오 잡화점’이었던 건물 앞에서 덩치가 포효했다. 직전의 골목대장 같던 모습은 사라졌다. 지금의 덩치는 전장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적병을 향해 기함하는 전사 같았다.

‘랑베르 잡화점’의 간판 아래에서 테오와 덩치가 어깨동무했다. 둘의 키는 거의 같아서 무척 잘 어울렸다. 족제비가 억지로 끼어드는 바람에 조금 우스꽝스러운 구도로 바뀌기는 했지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잡화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여기 좀 봐 테오!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

족제비가 시끄럽게 떠들며 돌아다녔다. 세실이 족제비의 이마를 손날로 때렸고, 테오와 덩치가 크게 웃었다. 즐거워하는 우리를 보며 쿠는 호랑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언제부터인가 덩치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2층에 올라가 있었다. 덩치는 그곳에서 과거의 흔적을 돌아보는 듯했다. 아쉽게도 그리 많은 흔적이 남은 것 같지는 않았다.

“쉬고 있거라. 맛 좋은 고기를 가져올 테니.”

머지않아 쿠는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커다란 고기를 들고 왔다. 우리는 뒤뜰로 나갔다. 이곳은 황소머리 여관의 뒤뜰보다 넓었다. 덩치는 이곳에서 아버지에게 창술과 승마술을 배웠다고 한다.

정신없이 고기를 먹은 후, 우리는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봤다. 평화로웠다. 내가 소설 속 세계에 들어온 이후, 오늘이 가장 평화로운 날인 것 같았다.

“덩치! 우리 이제 여기서 함께 사는 거야?”

족제비의 물음에 덩치는 내게 대답을 미뤘고,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족제비가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껴안으려 했다. 위험했다. 손날로 이마를 찍어버리지 않았으면 당할 뻔했다.

“나는 머지않아 페르디나를 떠날 것 같구나. 꼬마들아.”

쿠의 말이 우리의 소란을 잠재웠다.

우리는 동시에 쿠를 돌아봤다. 쿠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째서?”

세실의 물음에, 쿠가 히죽 웃으며 세실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이곳의 높은 사람에게 부탁받았거든. 아무래도 영지전에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생각보다 영지전이 빠르게 발발하려는 듯하다.

내가 물었다.

“쿠는 어느 편에 서는데요?”

“브리앙스 백작의 편에 선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지금 가장 많은 용병을 고용해야 하는 이는 에티엔을 잃은 브리앙스 백작이니까.

또한 이 영지전은 브리앙스 백작의 승리로 끝나야 한다. 실제로 소설에서도 브리앙스 백작은 로슈포르 후작과 오비니 백작의 협공을 막아내는 것에 성공한다.

되도록 역사는 내가 아는 대로 흘러가는 편이 좋다. 그래야 미래를 예측하며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브리앙스 백작 측에는 훗날 이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선인(善人) 중 하나인 루나를 돕는 인물들이 많다.

‘앙리 몽포르도 그중 한 명이고.’

나는 생각했다. 십중팔구 이번 전쟁에는 검은 갈기 용병단도 출전할 거다. 그렇다면 당연히 카인도 참전하겠지.

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저도 참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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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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