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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1

329. 남매 Ep – 악몽

“우와! 바닥이 따뜻해! 아래가 부엌이라고? 지금 밥 하나 봐! 오빠 방은 어디야?”

신이 나서 방을 둘러보던 레리아나는 오빠가 나가자 문득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티안도 없어서 순간 어른의 표정을 지은 그녀는 불안해졌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꿈은 매일 꾸는데, 오빠는 꿈에 매몰되지 말라 하고. 혼란스럽다.

그나마 오빠가 날 계속 바라봐주고, 곁에 늘 티안이 있어 줘서 견딜 수 있었다. 함께 웃고, 공부할 때는 내가 누군지 알겠다.

난 레리아나다.

두 살 차이 나는 오빠를 둔.

하지만 레안과 산티안이 자리를 비우고, 시녀만 남아 몸단장을 해줄 때면 어지러웠다. 평생 거지로 살아온 나는 사실 공주였는데…

레리아나 드 예리엘.

무거운 이름값을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오려 했다. 그녀는 혼자 있을 때면 무서워졌다.

레리아나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오빠는 방에 들어갔는지 어쨌는지 보이지 않고, 티안은 마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그를 보자 무겁게만 가라앉던 마음이 산뜻해졌다.

“티안~ 일해?”

“응. 잠시만. 곧 끝나.”

“내가 도와줄게.”

레리아나가 제법 무거운 짐 하나를 움켜쥐었다. 이번에도 시녀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영차영차, 나란히 짐을 옮겼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덜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레리아나는 재미있게 놀았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시간도 많겠다, 풀숲이 무성한 영주성을 티안과 함께 둘러보았다. 관리가 영 부실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오빠 몰래 뽀뽀도 해볼 수 있었으니까. 오빠는 우리가 사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거다.

그렇게 진이 빠지게 놀고 나면 시녀 언니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밥을 먹고, 책을 읽었다.

이때도 무척 행복하지만 레리아나는 슬슬 불안해졌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해가 떨어지고, 잠잘 시간이었다. 잠자기를 그렇게나 좋아하던 레리아나는 요즘 잠에 들고 싶지 않았다.

또 무슨 꿈을 꾸게 될지 무섭다.

애처럼 굴고 싶지 않아서, “오빠, 나 공부 조금만 더하고 잘래.”라고 말하거든 오빠는 자상하게 옆자리를 지켜주었다.

하지만 기어이 찾아오는 밤. 레리아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됐다. 마차를 타고 올 땐 그래도 오빠가 곁에 있어서 좋았는데.

레리아나는 넓은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거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꿈을 꿨다.

몸이 뜨겁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어지러운 가운데 오빠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 “…레나? 괜찮아? 레, 레나야. 물 마셔 물. 여기 물 있어.”

내 몸이 왜 이러지? 오늘은 뭘 좀 주워 먹었는데.

하지만 왠지 견딜만해서 말했다.

– “오빠 왜 울어? 꿈에선 빙글빙글 돌려주면서 웃고 있었는…”

– “레나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물 마시고 자! 얼른! 제발!”

‘오빠가 왜 이러지?’ 생각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물을 받아 마시곤 잠을 청했다.

몽중몽(夢中夢).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들더니 잠에서 깨어났다.

“헉!”

땀이 범벅이다. 한밤중에 깨어난 레리아나는 “오빠?” 멍청하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생각했다.

이만하면 괜찮은 꿈이라고.

하지만 너무 더웠다. 아래가 부엌이라 그런가? 견딜 수가 없어서 레리아나는 시녀를 부르려 했다.

어둠 속에서 팔을 휘젓다가, 시녀 방으로 이어진 벨 끈이 삭아서 교체해야 한다고 들었던 걸 떠올렸다.

물을 좀 마시고 싶은데.

‘아래가 부엌이니까 내려가면 물이 있겠지?’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 가까운 가을. 찬바람이 이는 가운데 주인 없는 거미줄이 군데군데 달빛에 비쳤다.

자우어 자작령의 영주성은 실내도 관리가 엉망이었다.

넬라라는 언니가 청소를 도맡아 하는데, 혼자서는 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 결혼해서 더 신경 쓰지 못했단다.

레리아나는 사박사박, 맨발에 슬리퍼로 을씨년한 복도를 걸어 나갔다.

아래로 가는 계단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어느 방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걸 발견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생각하는데…

“으으, 끄으으으으으으….”

방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레리아나는 덜컥, 겁을 먹었다.

‘귀, 귀신?’

꺄악! 입을 틀어막고 줄행랑쳤다.

오도도도도도도. 복도 모퉁이까지 달려가 먼지가 켜켜이 쌓인 장식대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장식대에는 어느 여인과 사내의 초상화가 잘 표구(表具)1)되어 장식돼 있었다. 다만 갈가리 찢긴 적이 있었는지 물감으로 채웠음에도 찢어졌던 틈이 실선으로 남아 있었다.

으스스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레리아나는 슬그머니 나왔다.

오빠! 티안! 나 무서워!

레리아나는 장식대에서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 들고 보니 기다란 삼각 촛대였다.

기름진 양초가 녹아 묻어 있어서 끈적했지만, 묵직한 걸 쥐니 용기가 붙었다. 무섭지만 그만큼 숨 막히는 호기심이 일어 슬금슬금, 접근했다.

아까 도망치다가 떨군 슬리퍼 한 짝을 가는 길에 회수하고, 이윽고 불빛이 문 아래 틈으로 새어 나오는 방 앞에 도, 도착했다.

조용하다.

잉? 아깐 분명히… 꺅!

“으으… 어… 허억.”

다시 옅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레리아나는 또 화들짝 놀라 도망쳤지만, 아까만큼 멀리 달아나지는 않았다. 사박, 그리고 사박. 왼발을 선두에 세워서 다시 접근했다.

그러고는

“누, 누구냐?”

물어보았다. 문 앞에서 쥐꼬리만 한 목청으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옅은 신음만 간헐적으로 흘러나올 뿐.

‘…그냥 갈까?’

생각하던 레리아나는 호기심을 못 이겨 한 손에는 은제 촛대를 단단히 쥐어 들고 다른 손으로 문고리를 잡아 밀었다.

문이 끼익- 열린 그곳엔…

‘아이고.’

커다란 침대가 있고, 오전에 소개받은 브레틴 자우어 자작이 누워있었다. 여기가 그의 침실인 모양이다.

폐가나 다름없는 영주성, 을씨년스러운 복도를 탐험하던 소녀의 모험이 끝났다.

그제야 현실감이 밀려들어 부끄러워진 레리아나는 “죄, 죄송합니다…” 말하며 문을 닫으려 했는데, 자작이 다시 신음을 흘렸다.

뭐야? 왜 저래?

불이 켜져 있으니 당연히 깨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자작은 잠들어 있었다. 몸을 뒤척이는 걸 보아하니 분명하다.

어디 아픈가?

(촛대는 내려놓고) 슬금슬금 다가간 레리아나는 이내 자작이 악몽을 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자기처럼 땀 범벅에, 본인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음을 흘리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딱하게도.

이럴 땐 뭘 어떻게 해줘야 하지?

레리아나는 측은한 마음이 일어 이불이라도 다시 잘 덮어 주었다. 그러자 신음이 가라앉았다.

한결 편해진 얼굴.

뭐야, 간단하네.

레리아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며 “후!” 불을 꺼주곤 밖으로 나갔다.

내가 여길 왜 왔더라? 아! 목마름이 되살아난 레리아나는 계단을 찾아서 내려갔다. 계단은 자작의 방을 지나쳐 조금 더 걸으니 있었다.

부엌에 들러 물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자작의 방 앞에서 또 신음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했다.

안 들리길래 좋은 일을 한 기분이 들어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방으로 되돌아왔다.

나도 잘 덮고 자야지.

베개도 똑바로 하고.

이윽고 새근새근, 레리아나가 잠에 빠져들면서 주신의 세상은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하- 결국 여기까지 왔네. 레이, 나 근데 솔직히 너가 지금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 도와줘야 한다는 친구가 저 아저씨인 건 맞고?”

“가만있어 봐. 잘하면 떼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렇죠?”

“그렇습니다.”

레라 아이나르는 지금 상황이 단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레이가 돌연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더니 아버님과 어머님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올여름, 급하게 채비를 꾸리기 시작했다.

레라는 뭔진 몰라도 일단 따라나섰다. 혹시 마우닌-레티이 대회에 출전하려는 건가? 생각하면서.

하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레이는 옛날부터 대회에 출전하길 꺼렸다.

더군다나 마우닌-레티이 대회는 여름에, 바르나울에서 개최되는지라 지금은 아무리 빨리 달려가 봤자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해서 레라는 레이한테 “지금 뭐 하는 거야?”라고 자주 물어보았다.

레이는 자기가 도와줘야 할 친구가 있어서 이러는 거라며 말을 아꼈다.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흑마를 몰며 발을 재촉했다.

끄으응.

하지만 레라는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냥 집에 남을걸!

이럴 시간에 검술이나 연습했으면 레이를 진작 따라잡았겠다! 분통이 터졌다.

게다가 곧 겨울이다.

곧 성년이 돼서 아이나르 부족의 사냥에 참여해 전사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레이는 아직도 할 일이 남은 모양이었다.

화가 난 레라는 결국 담판을 지었다.

지금 어딜 가는 건진 몰라도 (뭐!? 벨리타 왕국?) 해가 넘어가기 전에 에이브릴 성으로 돌아가기로.

레이는 쾌히 승낙했다.

“다 왔네. 여기가 맞나요?”

“네, 맞습니다. 여기가 자우어 자작령입니다. 저도 처음 와보지만요.”

레이가 수레를 몰고, 레이 옆에 붙어있던 레라 아이나르는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 수레에는 바짝 마른 사내가 앉아 있었다.

곧 중년에 들어서는, 20대 후반의 아저씨였는데, 열 살이 넘게 차이 나는 레이에게 존댓말을 하는 이상한 사람이기도 했다.

도저히 저 아저씨가 레이가 말한 친구 같지는 않다.

레라는 입을 사발만큼 내밀곤 투덜투덜, 앉아 있었다.

달리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빠른(‘첫 국외여행’ 업적) 수레가 자우언지 뭔지 하는 귀족의 영지에 들어설 무렵이었다.

[ 업적 : 레나와의 첫 만남 – 레나는 레오에게 높은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여! 우리가 만나긴 처음… 아니, 오랜만이야!”

“오랜만이다. 이제 왔구나.”

새하얀 백마를 탄, 아주 매끈하게 생긴 소년이 입구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는 정말 편하게, 활짝 미소 지었고, 레라는 좀 놀라고 말았다.

레이가 남한테 이렇게 웃는 걸 본 적이 없다. 자기 ‘동생’이랑 나한테 보이는 걸 제외하면.

레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쟨 누구야?”

“아 참. 여기가 레라 아이나르야. 내 약혼녀지.”

“반갑습니다. 레이한테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들은 것보다 훨씬 예쁘시네요.”

“…”

레라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이 꼬맹이는 누구야?

레이한테 내가 모르는 친구가 있었어? 아니, 그보다 너무 어린데?

생기기만 매끈하게 생겨가지곤.

레안의 키는 레라 아이나르의 턱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당히 커다란 덩치를 가진 레이와 비교하면 그냥 어린애라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레라, 인사해. 얜 내 친구인데… 말해도 되나? 레안 드 예리엘이라고 해. 보기랑 달리 우리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

“뭐, 뭐라고! 드, 예리엘?”

수레에 멀뚱멀뚱 앉아 있던 사내가 헉! 경악하고, 레라는 당황해서 소리쳐버렸다.

예리엘이 오른 왕국인지 콘라드 왕국인지, 어느 왕국의 왕족 성씨인지는 헷갈리지만, 어쨌든 왕족인 건 분명했다.

레이는 레라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응. 왕자님이야. 내 친구지.”

“레이. 그만하고, 뒤에 계신 분은 누구셔?”

레이가 빙긋 웃었다. 그는 레안에게 다가와 귓속말했다.

“나도 아직은 긴가민가하지만, 넌 아마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 거야. 이 사람을 데려오느라 좀 늦었지. 디알로 브리나야.”

“…뭐?”

레안은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았다.

디알로 브리나.

에이브릴 성의 영주였던, 그러나 지금은 영주가 아니게 된 사내였다.

1) 그림의 뒷면이나 테두리에 종이 또는 천을 발라서 꾸미는 일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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