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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2

노괴의 발광 (7)

콰과과과!

용의 형상이 한 줄기 빛이 되어 구덩이 아래로 신통을 내뿜었다.

해룡의 형상은 그대로 흩어지더니 마치 물보라처럼 서은현 일행에게 덮어씌워졌다.

[혈제비식 혈음귀향.]

서휼이 수결을 맺자, 혈음계에서 서은현 일행을 끌어당기는 인력이 압도적으로 강해졌다.

서휼 역시 그 인력에 영향을 받아 끌려가는 듯싶었지만, 오혜서가 손을 뻗어 서휼의 몸에 흑룡의 형상을 덧씌우자 영향이 사라졌다.

그런 후, 그녀는 흑룡의 형상을 띄워 다시 입을 벌리며 아래를 향해 검은 숨결을 퍼부었다.

콰과과과!

[오혜서…! 네가 어떻게…!]

별의 거인, 오현석은 특히 배신감을 느꼈는지 발광을 하듯 위쪽으로 올라가려 했다.

쿠구구구구!

오현석의 전신에서 보랏빛 혼원이 끓어올랐다.

별의 거인이었던 오현석은 보랏빛 증기로 뒤덮인 거신으로 변화했다.

보랏빛 증기 속에서 흉흉한 오현석의 눈빛이 비쳤다.

[가족끼리 배신할 수 있단 말이냐!?]

오현석의 목소리에 오혜서는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눌러 참으며 되물었다.

“어머나, 가족이요? 피도 안 이어졌는데 무슨 가족? 아아, 그 표정 너무 재밌네요. 하여튼 정 많은 씨족이라니까. 오씨들은… 큭큭.”

[네 아버지는 너희를 정말로 애정으로 키우셨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아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요, 현석 오라버니. ‘아버지’는 그냥 자기만족이었던 거예요. 정작 ‘아버지’를 더 많이 관찰한 건 전데, 왜 오라버니께서 더 잘 아는 체하시는 거죠? 아니, 가족 놀이를 원하시는 거 같으니까 원래 항렬대로 불러 드릴까요? 계부(季父)님?”

오혜서는 깔깔 웃으며 오현석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흑룡의 형상이 오현석을 향해 쏟아져 내렸고, 오현석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구덩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김연이 다시 의식을 뻗어 오현석을 묶었고, 그는 겨우 혈음계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자, 그럼 다음은 누구를 떨어뜨려 볼….”

오혜서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대상을 물색할 때였다.

번뜩!

콰르르릉!

“캬아아악!”

번개로 이뤄진 6개의 깃발이 날아와, 오혜서의 양팔, 양발, 뒤통수, 허리에 박혔다.

콰지지직!

백색의 공간에 먹장구름이 생겨나며, 오혜서에게 박힌 깃발들이 피뢰침이 되어 번개를 불러들였다.

콰지지지직!

번개가 마구 내려쳤다.

오혜서는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녀의 몸에 박힌 깃발들이 일렁거리며 그녀를 내리눌렀다.

육비의 팔을 지닌 전명훈이 아래에서 기어 올라오며 흉흉한 안광을 빛냈다.

[방심이 심하군, 오 대리.]

쿵, 쿵, 쿵, 쿵!

전명훈은 여섯 개의 팔을 이용해서 기민하게 위로 올라오며 읊조렸다.

[업무 시간에 오 대리랑 포커를 칠 땐 항상 내가 졌던 거 같은데… 처음으로 이겨 보는군그래.]

쾅!

전명훈의 손이 마침내 인력을 이겨내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전명훈은 그의 손 위쪽에 서 있는 서휼과 눈이 마주쳤다.

[네놈도 올라가면 찢어발겨 주마. 기다려라.]

그러나 서휼은 빙긋 웃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흐음, 처음에는 양 도우의 부활체인줄 알았습니다만, 아닌 모양이군요. 양 도우라면 혜서 양에게 술법을 꽂고 번개로 튀기는 게 아니라, 바로 혜서 양의 혼을 인신 공양해서 본인이 혈음의 힘을 빌려와 저를 역공했겠지요.”

[뭐?]

전명훈은 너무나 사악한 방식에 조금 당황해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서휼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므로, 당신은 양 도우의 부활체가 아닌, 서 도우의 애완동물쯤 되는 존재라 생각하는 게 가장 맞겠지요.”

[이 자식이 무슨 개소리를….]

그때, 서휼의 머리 위쪽에 다섯 개의 핏빛 깃발이 떠올랐다.

“가라, 오행혈주번.”

[…!]

전명훈은 핏빛의 깃발들을 보며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서은현에게도 몇 번 꽂혀 봤던 고문용 법술!

그러나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벌렸다.

콰르릉!

번개가 튀어나와 서휼의 오행혈주번을 전부 가루로 만들었다.

[하, 고작 이딴 법술로….]

그러나, 서휼은 오행혈주번으로 그의 시선을 끈 후 오혜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에 박힌 뇌전 깃발들을 전부 뽑아낸 후였다.

“하… 죽는 줄 알았네. 많이 컸네요, 전 과장님? 회사에서 놀고먹는 것밖에 못 하는 폐급이었는데 이런 것도 할 줄 알고?”

[이….]

“똑같은 수엔 안 당해요.”

오혜서가 양손 사이에 태극을 띄웠다.

백색의 공간이 요동치며,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던 전명훈의 손이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공간 자체가 분리되어서 전명훈이 아래로 떨어졌다.

쿠구구구구!

이어서 유리공작의 빛이 전명훈의 머리통에 직격했다.

전명훈은 멍청한 표정으로 아래쪽으로 떨어졌고, 김연은 안간힘을 쓰며 전명훈 역시 붙들었다.

오혜서는 전명훈을 떨어뜨려 버린 후, 아래를 보며 아직 버티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김연, 홍범, 강민희.

이 중 김연은 서은현과 오현석, 전명훈이 떨어지지 않게 잡고 있었고, 홍범은 그런 김연을 붙들고 버티는 중이었다.

그런 고로 반격을 할 수 있는 인원은 강민희뿐.

그리고 오혜서는 아래쪽에서 시커멓게 끓어오르는 흑색의 구체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예상은 했지만, 저 망할 것이 가장 까다롭겠네.”

“후후… 저분 역시 재밌는 도우군요. 저게 귀도음화선근인 겁니까…? 아니, 그냥 귀도음화선근을 제하고도 말도 안 되는 오성을 지닌 도우로군요.”

서휼 역시 아래쪽에서 흉흉하게 폭증하는 강민희의 기운을 보며 파충류 같은 눈을 드러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혜서 양이 아니라 저 선자를 데리고 오는 건데, 조금 후회가 되는군요. 후후….”

“장담하는데, 아마 민희 씨라면 되려 당신이 잡아먹혔을지도 모르겠네요.”

“후후, 괴군이나 심족도 아니고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쨌든….”

서휼과 오혜서는 둘 다 긴장을 끌어올리며, 구덩이 안에서 미친 듯이 기운이 폭증하는 강민희를 노려보았다.

강민희의 기운이 불어나고 있었다.

사축기 초기였던 그녀의 힘이 사축기 중기, 후기, 대원만에 달한다!

강민희가 실시간으로 원영기급 귀왕들을 빨아들여 귀왕들로 이뤄진 축을 쌓고 있는 것이었다.

쿠구구구구구!

백색의 공간 위쪽.

전명훈이 불러냈던 먹장구름이 사라지지 않고, 더더욱 응집되며 안쪽에서 천지영기를 모았다.

천겁이 일렁인다.

하지만, 천겁이 제대로 내리치기도 전.

콰르르르!

검은 귀기의 폭류(瀑流)가 구덩이 바깥으로 역류했다.

콰르르르!

귀기는 그대로 하늘을 뚫었다.

천겁은 내리치기도 전에 하늘에서 그대로 박살 나 흩어졌다.

서휼의 안색이 꿈틀거렸고, 오혜서가 정색했다.

“저 무슨 미친….”

“…그렇군. 혈음귀곡미궁이, 저 선자를 지지하고 있군요. 혈음의 힘이 깃들었어도 명계의 외곽이라 이건가….”

서휼의 세로 눈이 붉게 빛났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자질이군요. 능히 쇄성기에 이를 법한 가능성….”

서휼은 턱을 쓰다듬더니, 더없이 화사한 얼굴로 웃었다.

“저 선자는… 아무래도 손에 넣는 게 좋겠습니다. 혈음의 밥으로 던져 주기는 아깝지요.”

촤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서휼을 중심으로 짙은 암흑이 번져 나갔다.

[열 명의 ‘나’를 소모한다.]

키이이잉―

그와 동시에, 암흑 속에서 열 개의 ‘눈’이 나타나 강민희를 직시했고, 강민희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

서휼이 혈광이 도는 눈빛을 보내며 웃었다.

[순순히 받아들이십시오. 어차피 신화적인 존재나 이미 망가진 이가 아닌 이상 저에게 저항할 순 없습니다.]

* * *

서휼은 강민희의 심상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심상이 소형 명계나 다름없군. 이 안에 몇 마리의 귀신을 보관해 놓고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귀신들이 발작하지 않고 멀쩡하다니. 도저히 말이 안 되는군.’

서휼은 점차 강민희의 속내를 들여다보며 웃었다.

‘천고의 재능을 지닌 존재를 손에 넣었다. 귀신을 안정시키는 힘은 무시무시하지만 혜서 양처럼 귀찮은 능력을 지닌 게 아니라….’

강민희의 심상을 들여다보던 서휼은 문득, 귀신들의 중심에 있는 뭔가를 보았다.

‘음?’

귀신들은 그것을 향해 경배하고 있었다.

그 뭔가에서 뿜어지는 위압감에 귀신들이 차분히 강민희의 말을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건 설마….’

오싹!

서휼은 그 ‘뭔가’가 뭔지를 짐작했다.

그리고, 그는 ‘짐작’만 했을 뿐, 아직 실체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황급히 오혜서의 정신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뭔가’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그러나 이미 늦었다.

‘뭔가’ 너머에 있는 존재가, 서휼을 알아차렸다.

‘뭔가’는 [구멍]이었다.

강민희의 심상 안에는, ‘어딘가’와 이어지는 ‘구멍’이 존재했다.

: : 네가 감히 제존(帝尊)을 엿보았느냐. : :

거대한 의지가 강민희의 심상을 가득 메웠다.

노을빛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심상이 삽시간에 암흑으로 가득 찼다.

서휼은 정색을 하며 미친 듯이 강민희의 정신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가장 오래되고 어두운 이.

가장 깊고도 거대한 분.

그 존재는 정작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지만 그 존재의 오른 자리에 자리 잡은 자가 서휼을 벌하기 위해, 구멍을 넘어 노기(怒氣)를 드러낸다.

* * *

퍼벙!

“…어?”

오혜서는 멍청하게 그녀의 옆을 바라보았다.

한순간이었다.

강민희에게 법술을 시도했던 서휼의 머리통이 터져 버린 건.

목 위쪽이 없어져 버린 서휼의 혼백은 잠시 비틀거리는 듯하더니, 그대로 한 줌 어둠으로 녹아서 흘러내렸다.

찌릿, 찌릿!

오혜서는 뭔가 반응하려 했으나, 순간 머리가 굳어 버린 듯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오혜서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안색이 좋아지지 않았다.

김연은 꺽꺽거리며 토할 것 같은 표정이 되었고, 홍범은 두 눈을 충혈시키며 강민희를 올려다보았다.

오혜서의 수작에서 벗어난 서은현과 전명훈, 오현석 역시 공포에 절어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아니, 전명훈은 공포에 떨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천벌… 그 당시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아아아아악!]

강민희가 머리통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안쪽에서 거대한 존재가 삐져나와, 이 세계에 힘을 쓰려 하고 있었다.

강민희의 옆에 있던 귀신들이 비명을 지르더니, 하나로 뭉쳤다.

하나로 뭉쳐진 거대한 귀왕은 합체기 대원만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귀왕은 오만한 기색을 보이기는커녕 공포에 찬 기색으로 자신의 배를 갈랐다.

촤아아악!

귀왕의 배 안에서 시커먼 깃발이 뽑혀 나왔다.

귀왕은 배가 갈라진 상태에서, 공포스러운 듯 눈물을 줄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수석판관장 납시오!]

귀왕이 깃발을 흔들며 외치자, 그 휘하의 귀신 무리들이 일제히 공포에 떨며 똑같이 외쳤다.

[수석판관장 납시오!]

쿠구구구구!

강민희의 형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간 형상을 넘어선 그녀의 눈에서 시퍼런 귀화가 솟구쳤다.

강민희의 머리카락이 사방에 뻗쳐 가며 일렁인다.

그녀의 뒤쪽.

거대한 그림자가 강민희에게 깃들었다.

거대한 존재가, 구덩이 아래쪽.

아직도 강민희와 서은현 일행에게 인력을 발하는 혈음계의 입구를 노려보았다.

: : 전대(前代)의 찌꺼기야. 고결한 그를 흉내 내지 말고 네 이름대로 살아라. 네 행보로 인해 고결했던 선대가 계속 모독받으면 제존의 책망을 감수하고서라도 네놈을 영멸해 버릴 테다. 알아들었으면 숨을 죽이고 그 더러운 입을 닥쳐라. : :

거대한 존재의 의지에, 혈음계의 입구가 급격히 쭈그러들며 닫혀 버렸다.

이어 거대한 존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읊조렸다.

서휼이 만들어 낸 혈음귀곡미궁을 넘어, 그 존재는 저 멀리 아득한 차원 그 너머를 관조하는 듯했다.

: : 산이 패배하려는가. 또다시 제좌가 유폐당하는구나. 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다시금 신화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렷다. : :

시커먼 존재는 강민희를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 : 기왕 벌레 놈한테 들킨 것, 각성을 앞당기는 게 좋겠지. 제존이여, 시간을 끌면 빛이 눈치챌 테니, 지금 당장 행(行)하겠나이다. : :

말을 마친 그림자는 수그러들며 다시금 강민희의 안쪽으로 스며들어 갔다.

[아아아아아!]

강민희가 울부짖는다.

다시금 강민희의 심상을 경유해서 돌아가려던 거대한 존재는 문득, 수상한 짓을 하는 두 존재에게 시선을 옮겼다.

정신이 반쯤 나간 오혜서의 뒤쪽에서, 그녀를 끌어당기며 그녀를 빼내려는 서휼.

그리고 강민희의 아래쪽에서 정신을 차리고 혼의 계위에 걸친 검을 벼리는 서은현이었다.

서은현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총천연색의 검을 잡고서, 어둠을 사르며 강민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존재의 기세를 가른다.

동시에 그는 저주의 꽃을 피워 내며 저주를 명의 계위로 올려내려 하고 있었다.

멸신겁천(滅神劫天)!

그리고, 이어서 서휼이 오혜서를 빼낸 후, 혈음귀곡미궁 안으로 수만 개의 눈알을 드리웠다.

탁혼만천(濁魂滿天)!

기기기긱―

탁혼만천에 의해 혈음귀곡미궁이 움직이며 강민희를 유폐하려 든다.

멸신겁천이 강민희의 안에 깃든 거대한 존재의 잔향을 베어 낼 칼날이 되었다.

거대한 존재는 그가 강림한 곳으로 돌아가며, 준엄한 눈빛으로 서휼의 탁혼만천을 노려보았다.

: : 죄 깊은 자야, 감히 성안(聖顔)을 직시한 죄로 네 가면의 눈을 1천 년간 봉하노라. 너는 1천 년간 그 눈으로 어둠밖에 쫓지 못함이다. : :

수만 개, 아니.

그 뒤쪽에 있는 수억 개의 눈알들이 일제히 어둠에 가려졌다.

일월천역.

그 전역에 있는, ‘서휼을 만난 적 있는 자’들이 일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머리 안쪽에서 뭔가가 날뛰는 느낌을 받았으나 이내 뇌 속에 있던 기생충이 잠들어 버린 느낌을 받았다.

모두 잠시간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어쨌든 좋은 현상이었기에 넘어갔다.

혈음귀곡미궁 안쪽.

거대한 존재는 서은현을 바라보았다.

: : 의를 아는 자야. 네게 축복을 주고 싶으나 제존께서 소용없다 하시니, 네가 자초한 액만 거둬 가마. 벗을 생각하는 마음과 죄를 뉘우칠 각오를 잊지 마라. : :

콰드드드득!

서은현이 펼친 멸신겁천은 그 존재가 힘을 쓰는 듯하자 한 번에 박살 났고, 서은현은 피칠갑이 되었다.

할 일을 모두 마친 거대한 존재는 강민희의 심상을 경유하여 완전히 돌아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각성한 강민희가 울부짖었다.

하지만 서은현은 멈추지 않았다.

멸신겁천이 박살 났음에도, 전신이 으스러져 감에도.

그는 기어코 강민희에게 날아들었다.

번쩍!

빛이 휘몰아치는 듯하며, 서은현은 기어이 강민희의 가슴팍에 총천검을 꽂아 넣었다.

* * *

‘제발, 제발…!’

나는 이를 악물며 강민희를 바라보았다.

이번 생이 이렇게 끝나는 것은 싫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내 소중한 사람들이 이렇게 거대한 존재들의 뜻에 휘말려 망가지는 건 더 싫었다.

“강민희, 제발…! 정신을 차려…!”

그리고.

강민희의 눈에 이성이 돌아오는 듯했다.

[서, 은, 현….]

파아아앗!

일순간, 강민희의 전언이 내 뇌리로 흘러들어왔다.

“뭐? 그게 무슨… 안 돼! 허락하지 마, 운명에는 저항할 수 있어!”

강민희가 입을 달싹였다.

그녀는 순간 서글픈 웃음을 짓는 듯했다.

꾸우우웅―

인력이 휘며, 혈음계를 향해 열렸던 ‘구덩이’가 다시 열렸다.

강민희는 나를 밀쳐 냈다.

[…고마워.]

그녀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서휼이 만들어 놓은 혈음귀곡미궁의 중심을 향해 스스로 몸을 옮겼다.

그녀는 봉인될 터였다.

우습게도 나와 서휼의 합작에 의해, 제 발로 혈음귀곡미궁의 중심에 갇혀 수백 년간 홀로 스스로를 진정시킬 터였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전해 줬던 전언대로, 그녀는 죽음의 신이 그녀에게 부여한 명을 따를 터였다.

“강민희!!!”

나는 악을 쓰며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그녀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인력’에 의해 그곳으로 허망하게 빨려 가야만 했다.

나뿐이 아닌 김연, 전명훈, 오현석, 홍범 등 모두가 강민희가 만들어 낸 새로운 입구로 떨어졌다.

나는 점차 다시 이성을 잃어 가는 강민희를 보며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

눈을 뜨자, 나는 내가 시커먼 강물 위에 둥둥 떠 있단 걸 인지했다.

‘여긴….’

나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기이하게도 이 강물은 몸이 아래로 잠기지 않았고, 마치 평지처럼 강물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발이 조금 잠기긴 했지만 아주 일부였다.

내가 의아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볼 때였다.

나는 문득 강물 저 아래에 전명훈, 오현석, 김연 등이 처박혀 있다는 걸 눈치챘다.

“주인님, 깨어나셨군요!”

“…! 홍범이냐…!?”

나는 문득 강가에 있는 홍범을 바라보며 흠칫 놀랐다.

홍범은 강가에 있는 거대한 식충식물 같은 것에 몸이 먹히고 있었다.

“주인님, 우선 동료분들부터 구하십시오, 저는 빨리 나가겠습니다! 인력으로 끌어 올리시면 될 겁니다!”

“…알겠다.”

나는 황급히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동료들을 끌어올렸다.

그런 후 강가로 끌고 가서 동료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부 큰 이상은 없었다.

“…그나저나, 여긴 대체….”

나는 홍범을 잡아먹으려는 식충식물을 베어 내 갈라 버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기 중에 천지영기가 아니라, 시커먼 귀기가 가득하다.

진마계와도 또 달랐다.

주변이 고요한 것이, 마치 ‘샛길’ 같은 느낌을 주었다.

홍범은 인간형으로 돌아오며 자신의 몸에 묻은 점액을 털어 냈다.

“주인님, 우선 연진을 꺼내지요.”

“연진을?”

“예, 연위 님과 연락해서 이곳이 어딘지 아냐고 물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연위 님은 경험이 많고 나이도 많으니 아시는 게 많을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군.”

나는 도원도를 꺼내 연진을 나오게 해 줬다.

연진은 도원도에서 나오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선배님, 다 좋은데 도대체 왜 이제 꺼내 주시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 보세요, 저 까먹었죠!?”

“음… 미안하다.”

생각해 보니 광한계로 넘어온 이후로 연진을 까먹고 도원도에서 꺼내 주지 않았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엄청나게 미안해져 연진에게 사죄했다.

“으으, 정말. 선조님 말씀만 아니었으면 그냥 금신천뢰문에서 놀고먹는… 커억! 크웩!”

툴툴거리려던 연진은 문득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 연진!?”

나는 놀라서 황급히 연진에게 다가갔다.

그때, 연진의 눈동자가 뒤집히더니 황급히 연진은 가부좌를 틀고 주변의 귀기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연진의 목숨이 위험에 달하자 그 안쪽에 있는 ‘그녀’가 눈을 떴단 걸 알아챘다.

“이 망나니 같은 놈들, 광한계로 비승한다 하지 않았더냐!? 왜 여기에 온 것이야!”

“연위….”

나는 역정을 내는 연위를 보며 대강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광한계에서 복잡한 사건에 휘말려서 여기로 떨어졌다고?”

“그렇소.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시오?”

연위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귀기가 가득한 거에서 짐작은 하지 않았냐. 여기는… 명귀계다.”

나는 어느 정도는 짐작했던 추측이 맞아들어가자 탄식을 내뱉었다.

우리는 명귀계에 떨어진 것이었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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