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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6

망인 (4)
회의실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무극교단, 그 사교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외다.”
“그 사이악랄한 교단에서 벌써 무수한 귀신과 강시, 백골 요귀들을 잡아서 교도로 부리고 있다 들었소.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딱 봐도 뻔하지! 요사스러운 사술로 선량한 강시들을 홀려서 세뇌시킨 게 틀림이 없소!”
시후종의 종주인 위시혼이 시기(屍氣)를 펄펄 뿜으며 원탁을 내리쳤다.
“여기서 의논을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지금 당장 선량한 요귀들을 잡아 세뇌하는 저 마교(魔敎)의 주구를 싹 다 잡아서 족쳐 버려야 하외다!”
격분한 위시혼이 내뿜는 인력에 의해 주변 공간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위음문의 문주인 음와가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새카만 망사를 뒤집어쓴 음와는 그림자로 이뤄진 망사 안쪽에서 새하얀 손을 드러내며 위시혼의 인력을 흩어 버렸다.
“진정하시지요, 위 종주. 지금 당장 쳐들어간다 쳐도 그 노귀를 이길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으며, 혹여 패배하기라도 하면 어찌 됩니까? 그 미치광이 노귀가 저희 휘하의 수하들에게까지 복수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마교의 요사스러운 술법으로 우리를 세뇌하여, 우리를 광신도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겁쟁이처럼 여기서 토론이나 하자는 말이요?”
“만약 저희가 패배했을 때도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의견이 엇갈리는 둘을 보며, 백린이 헛기침을 했다.
“두 분의 의견이 맞소. 일단 저 마교의 일당들을 어찌해야 하는 것도 있고, 또 예상외로 노귀가 강력하여 패배할 경우도 생각해야겠지. 일단 지금 필요한 것은 정보요. 저 노귀가 우리의 공령지를 점거한 지도 벌써 달포. 적다면 적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부족하진 않은 시간이오. 이 백 모는 일단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해 보았고, 이 자리에 공개할 예정이오. 위음문과 시후종의 두 장문께선 뭔가 얻은 정보가 있으시다면 공유해 주시기 바라외다.”
말을 마친 백린은 그 자리에서 정보를 쏟아냈다.
“우선 백맥문에서 수집한 정보요. 해당 노귀가 공령지를 점거할 때는 우리 백맥문이 공령지를 담당하고 있었고, 그 당시 장면을 보았던 수하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노귀와 노귀의 수하의 마공은 이런 특징을 지녔다 하더군.”
촤르륵!
백린은 저물도에서 족자를 하나 꺼내 원탁 위쪽에 펼쳤다.
족자에는 19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 공령지에서 날뛰는 장면이 영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세 우두머리는 그 장면을 보며 눈을 빛냈다.
“저 공법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보며 백린이 손벽을 쳤다.
“이전 빈도는 흑색귀골궁 소속의 음귀와 손을 섞은 적이 있소이다. 그리고 그들이 쓰던 공법 중에는 ‘귀선규마결’이라는 공법이 있었지. 저 괴물이 쓰는 공법은 그 귀선규마결이라는 것과 상당히 흡사해 보이외다. 물론 그 외에도 신기한 공능이나 특이한 형태, 그리고 알 수 없는 흐름이 한참 섞여 있어 확인은 힘들지만… 저 노괴는 높은 확률로 흑색귀골궁과 관계가 있소.”
“이런, 흑색귀골궁과 관계가 있단 말인가요!?”
“제길, 유명귀궁과 봉래도 사이의 불가침 지역을 흑색귀골궁이 노린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소.”
세 명의 종주들에게서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나 저기. 저 노귀 뒤쪽에서 흑뢰를 뿌리는 저 노귀의 수하!”
그들의 눈에, 전신에서 시커먼 흑뢰를 튀기는 괴인이 들어왔다.
그 괴인은 발 밑에 6개의 그림자를 두고 있었다.
6개의 그림자는 괴인을 중심으로 춤추고 노래하며 시커먼 흑뢰를 끊임없이 뱉어 내고 있었다.
괴인이 내뿜는 흑뢰에, 백맥, 위음, 시후 삼대문파에서 펼쳐 놓은 수호진법이 불에 닿은 눈처럼 술술 녹아내리는 것이 보였다.
“끄음, 하필 귀물들에게 상성이 안 좋은 뇌기인가.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파사현정의 뇌전을 저주로 제련해서 부리다니… 대단하군.”
위시혼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그러나 음와는 그것에서 뭔가를 눈치챘는지 헛숨을 들이키며 놀랐다.
“저, 저건 육극음뢰신!?”
“음? 아는 마공이오?”
“알다마다, 소싯적에 상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흑색귀골궁 본궁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 다른 계면에 있는 분타에서 타 계면의 경쟁 문파의 공법을 해석해서 만들었다 하더군요. 분타에서 만들어진 것이 너무 성능이 뛰어나 본궁까지 올라와 퍼진 공법으로, 파사현정의 뇌전을 저주로 제련해 부릴 수 있기 때문에 화도서천궁의 정도공법에도 대항할 수 있고, 같은 귀물들에겐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인 무시무시한 공법입니다.”
“끄으음… 그렇다면 역시 저 자들은 흑색귀골궁 세력인 건가?”
위시혼의 걱정에 백린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걸세. 저 노귀를 좀 보게. 한 몸에 19개의 죽음의 형상이라니, 일부러 몸을 얻었다가 자살하는 짓을 무수히 반복하는 미치광이가 아니라면 저런 건 정상적으로 생길 수 없지. 그렇다면 저 노귀의 몸에는 ‘왜’ 저런 게 생겼다는 말인가? 간단하네.”
그는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저 자는 분명 이전에는 흑색귀골궁 소속이었을지 몰라도, 어떤 개열기 진인의 침식을 받아 돌아 버린 존재일 걸세!”
“으음…!”
“진인의 침식을 받은 괴물이라니….”
음와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하면 저 사교단에서 숭배하는 것은 어쩌면….”
“높은 확률로 진인이겠지. 어쩌면 진인의 분체를 이 땅에 강림시키려는 걸 수도 있소.”
“그런 사악한! 유오 성사께서 허하지 아니하실 겁니다!”
“그러길 바라야겠구려.”
한동안 셋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얼마 후 노귀의 전투를 담은 영상이 사라졌고, 백린은 자신이 분석한 노귀의 전력과 공법 특징, 그 힘을 타인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여기까지가 본 백맥문에서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들이오. 다른 분들께서도 정보를 공유해 주시오.”
그 말에 이번에는 음와가 저물도에서 족자를 꺼냈다.
“저는 저희 위음종의 영귀(影鬼)들을 통해 무극교단이라는 교단 자체를 조사했습니다. 시간이 많진 않아 자세한 건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만, 현 무극교단의 간부진. 그들의 용모와 내력, 역할 등을 조사했지요.”
그녀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무극교단의 군사이자 노귀의 비첩으로 추정되는 흑백모귀 연진. 이 자의 수행은 비록 결단기밖에 되지 않으나 언제나 노귀의 곁, 혹은 노귀의 수하인 전명훈의 곁에 붙어서 계속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합니다. 수행은 낮아도 지략이 출중한 자겠죠. 일단 노귀를 암살하지 못하면 그다음으론 이 자를 노려야 할 듯합니다.”
백린과 위시혼은 음와의 말을 뇌리에 새기며 눈빛을 빛냈다.
“다음은 무극교단의 사대호법입니다. 교단의 대호법, 육극귀왕 전명훈. 방금 전 백맥문의 기록에서도 보셨듯 육극음뢰신을 사용하며, 그 외에도 시뻘건 적뢰를 사용합니다. 특히 적뢰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녔으며, 저희에게 너무 극상성이기 때문에 절대로 명중하면 아니 됩니다. 스쳐도 치명상이니, 만약 전투를 벌인다면 절대로 정면 대결을 벌여서는 안 되는 인물입니다. 특이사항으로는, 밤이 되면 항상 교단 건물의 위쪽에 걸터앉아서 항상 ‘누군가의 손’을 꺼내 쓰다듬는다고 하더군요.”
“으음… 독특하군.”
“과연 마교의 대호법. 정상적인 자는 오를 수 없는 위치인 거겠지.”
그들은 자료를 읽으며 침음성을 흘렸다.
여섯 개의 그림자를 끌고 흑뢰와 적뢰를 다루며, 밤이 되면 죽은 이의 손을 꺼내 쓰다듬는 마교의 대호법!
과연 무시무시한 존재라 생각하며, 그들은 전명훈을 절대 마주치지 않기를 속으로 바랐다.
“다음은 교단의 좌호법인 기묘귀왕 김연. 우호법인 멸혼귀왕 오현석. 우호법인 오현석의 경우 수련에 매진하는 자라서 정보가 없습니다만, 김연의 경우, 잡아들인 교도들을 세뇌하는 악랄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합니다. 그녀의 손을 거쳐 간 선량한 귀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무극교단에 충성하는 광신도로 변모하니, 필히 의식공법에 능한 요사스러운 악귀입니다.”
“저런 악랄한…!”
“필히 없애 버려야 할 악귀로군!”
“마지막으로는, 수호법 홍범이라는 자입니다만, 이 자에 대해서는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름조차도 겨우 알아냈지요. 짐작하기로는 언제나 노귀 곁에 붙어서 그를 수호하는, 수교위(守敎位)라 추정됩니다. 그리고 여기 그들이 사용하는 대략적인 공법과 기술에 대한 정보들입니다.”
음와는 또 다른 족자를 꺼내 펼쳤다.
“달포밖에 시간이 없어 그리 많은 걸 알아내진 못했습니다.”
“아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군.”
“훌륭하오, 위음문주!”
정보를 읽어 본 이들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시후종의 종주인 위시혼에게 돌아갔다.
“백맥문, 위음문 모두 훌륭하군. 하지만 본인은 아무래도 그렇게 자세한 양질의 정보들까진 얻지 못했소.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걸 알아냈지.”
위시혼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건 바로, 무극교단의 교주. 그의 공법에 대한 수상한 점이오.”
그는 음험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우선 정보원들을 통해 무극교단의 동향을 감시하라고 한 결과, 한 가지 특이점이 보였지. 그것은, 교주인 그 노귀는 ‘낮’에는 정상적으로 교내를 활보하며 교도들과 사악한 뭔가를 하는 것 같지만, ‘밤’이 되면 오히려 본인의 거처에 틀어박혀 절대 나오지 않소. 그뿐만이 아니라 아예 본인의 거처를 시커먼 저주로 둘둘 감싸놓더군. 누구도 못 들어오게 말이오.”
위시혼이 백린을 보며 말했다.
“이상한 일이지 않소? 우리 귀물들에게 있어선, 명귀계에는 낮보다 밤이야말로 더더욱 활동하기 좋은 시간이거늘. 그리고 아까 전 백 문주가 말씀해 주셨던, 저 노귀가 개열기 진인의 침식을 받는 것 같다는 추측에 더하면 재밌는 추측이 떠오르지 않소?”
“설마…!”
“바로 그 설마요! 저 노귀는 진인에게 침식받는 노귀이며, 저 무시무시한 힘의 근원은 모두 하늘 위쪽의 진인들에게서 비롯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윗분들의 시선이 가려지는 밤에는 거처에 틀어박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저주문으로 거처를 꽁꽁 싸놓는 것이겠지!”
“그렇구려…!”
백린과 음와의 얼굴이 환해졌다.
“한마디로, 밤이야말로 노귀의 약점일 확률이 높소! 그렇기에 나는 우리 셋이 힘을 합쳐 밤에 총공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 * *
무극교단 심처.
공령지가 있는 지하실.
나는 지하실에 있는 교좌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절걱, 절걱, 절걱!
뭔가가 절걱대는 소리가 나며, 지하실 안쪽으로 연위와 함께 두 명의 귀물들이 나타났다.
연위는 빙긋 웃으며 나를 향해 과도할 정도의 예를 갖추며 외쳤다.
“군사 연위가 교주를 배알하나이다!”
“교, 교도 곽승이 교주를 배알하나이다.”
“교도 위름이 교주를 배알하나이다.”
연위를 따라 두 명의 귀물이 내게 엎드려 절을 했다.
나는 19개의 머리를 흔들며 안광을 번뜩였다.
그런 다음 한껏 위엄 있는 척을 하며 입을 열었다.
[너희가 이번 지원자들인가.]
“예, 예! 좌호법 기묘귀왕께 이미 ‘시술’을 받고 왔습니다.”
[가까이 오라.]
본래 강시 출신이었던 그들의 육신은 김연에 의해 생체 괴뢰로 개조되어 있었다.
원래 내 계획은 이러했다.
육신이 없어 인력에 괴로워하는 명귀계의 귀물들에게 괴군의 괴뢰로 ‘육신’을 만들어 주는 문파를 기획한 것이었다.
괴군의 꼭두각시는 애당초 인공 혼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라 조금만 개조를 가하면 일반적인 혼 그 자체를 위한 육신으로도 쓸 수 있었다.
물론 천 년이나 그의 괴뢰를 연구한 나와 그의 수제자인 김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애당초 일반적인 괴뢰술사와는 아예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듯한 것이 괴군의 괴뢰였기에, 귀물들에게 있어서 상당한 편안함을 제공할 것이란 구상에서 시작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위의 반응은 내 예상보다도 격했고, 그녀의 예상대로 괴뢰 육신을 준다는 말에, 십 중 십 모든 귀물들이 무극교단으로 몰렸다.
‘하지만 원래는 그냥 온건한 문파나 개파하려고 했다만….’
이런 교단의 교주가 될 생각 따윈 없었다.
그냥 연위가 종교를 세우는 게 수축을 쌓는 데에 더 효과적일 거라 하며 밀어붙여서 무극교단을 세웠을 뿐이었다.
‘이게 도대체 뭐냔 말이다. 차라리 신마전이면 몰라도 교단이라니. 무슨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나는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으며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교도들에게 손을 뻗었다.
[너희에게 내 [은총]을 내릴 것인즉, 너희는 거부하지 말아라.]
“예, 교주님.”
“믿겠나이다.”
키이이잉―
김연에게 괴뢰 시술을 받은 강시들의 몸 위로 회로가 떠올랐다.
동시에 강시들의 몸이 완전히 괴뢰화된다.
“흐, 흐어엇! 이 힘은 도대체…!”
“이 편안함…! 아아…! 명계의 인력이 약해졌어!”
나는 거기에 더해, 괴뢰들의 회로에 음혼귀주문을 쏟아넣었다.
‘고통’을 느끼게 하는 영역은 김연과 내가 시술한 괴뢰 구조와 회로 안쪽에서 전부 분해되고, 이들은 음혼귀주문이 주는 편안함만을 느낄 터였다.
“마치 생자의 몸 같습니다…! 거기다가 생자의 몸과는 달리 망자화도 한참은 느리다니….”
“아아…! 교주님. 충심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나이다!”
[….]
광신도 둘에게 ‘은총’을 내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부터 원영기 수행이었던 두 강시는 괴뢰 시술을 받자마자 수행이 폭증하여 천인기의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
단순한 회로만 부여한 게 아닌, 김연이 공방을 만들어서 나름 신경 쓰고 개조한 생체 괴뢰였기 때문에 힘의 증폭률이 남달랐다.
아마 천인기 경지에서는 거의 사축기에 준하는 힘을 지닐 터.
[너희의 소중한 동료들은 본교에서 책임질 것이다. 부디 임무를 잘 수행하고 다시 비승하여라.]
“충(忠)!”
두 강시교도는 내게 충성을 외치고는 망설임 없이 공령지로 뛰어들었다.
연위는 팔짱을 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아, 아주 착실하게 교세가 불고 있군. 듣자 하니 벌써 하계 중 한 곳에 무극교단이 자리 잡았다는 것 같구나. 후후, 달포도 안 됐는데 이런 속도라니… 정말 정신 나간 속도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인간형으로 되돌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사이비 교주같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 너는 이미 훌륭한 마교주다. 역할에 충실해라.”
“아니….”
“수축을 쌓으려면 다 필요한 길이다. 잔말말고 따라라.”
내가 뭐라 불만을 표하려 할 때였다.
우우우웅!
갑자기 내가 앉아 있던 교좌가 빛나기 시작했다.
교좌는 공령지와 연결된 상태로, 무수한 주술문자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연위가 흠칫 놀라며 희색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좋아! 벌써 입질이 오는구나! 발동시켜라!”
우우웅!
연위의 말에 나는 옅게 한숨을 쉬며 지하실에 있는 진법을 발동시켰다.
파아앗!
지하실 벽면 전체에서 주술문자가 웅웅거리며 떠오른다.
나는 교좌에 앉아 공령지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오행축의 경우, 재료를 모아 세계에, 기의 계위에 제사를 지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재료란 그냥 평범한 ‘속성’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수속성은 물에 사는 요괴의 내단이나 수 속성 공법을 익힌 인간의 원영 등을 뽑아 채우면 되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오복축은 어찌 모으는가.
오복축을 모으는 방식은 상당히 귀찮았다.
우선 세력이 크고, 그 세력이 하계에까지 뻗어 있는 게 유리하다.
그리고, 그 세력을 통해서 사축기 수사의 힘을 빌리는 ‘제의’를 하계 곳곳, 혹은 다른 계면이나 지역에 퍼뜨린다.
타 계면이나 지역, 혹은 하계에서 해당 ‘제의’가 발동되면 오복축을 쌓는 사축기 수사는 중경계 계면의 힘을 빌려 그 ‘제의’에 접속한다.
위이이잉―
나는 눈을 감은 채 의식을 공령지에 늘어뜨렸다.
파아아앗!
명귀계라는 세계 그 자체를 중개자로 하여, 내 의식의 본래라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뻗어 나간다.
우우웅―
나는 수많은 별과 별, 공간과 차원을 지나, 성계의 어떤 행성에 의식을 늘어뜨렸다.
우우웅―
정신을 차리자, 나는 한 행성에 사는 어떤 인간족의 혼령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피칠갑을 한 젊은이었는데, 나를 보며 갑자기 혼절할 듯 비명을 질렀다.
“흐, 흐아아아아아! 흐끄아아아아아!!!”
‘축기기 정도 되는 수행인가….’
이 수도자가 사는 행성에 내 무극교단의 교도들이 뿌리를 내리고, 나와 연결하는 제의를 잘 퍼뜨린 모양이었다.
천인기 전력의 교도들만 내려보낸 덕인지 상당히 제의가 빨리 퍼져 나가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악!”
심상 세계.
나는 나를 직시하며 마구 비명을 지르는 이 수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 보면, 사축기 수사부터는 원영기쯤 되지 않으면 사실 직시하기조차 힘든 경지다.
거기에 자세히 보아하니, 이 축기기 수사의 심상에서 ‘나’는 거대한 힘을 가진 그림자 정도로만 표현되는 듯했다.
‘하기야 내 진체를 드러내면 비명을 지르는 것 정도론 안 끝나겠지.’
축기기 수사가 내 진체를 직시한다면 큰 귀신이다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정말 상당한 부상을 입을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내 격을 조절하며 수사에게 질문했다.
[네가 나를 불렀느냐.]
“허, 허억… 허어억….”
심상 세계 안쪽.
축기기 수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제가 당신을 소환하는 제의를 치렀습니다. 제가 원하는 걸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힘을 원하나?]
“그렇습니다! 제게 힘을 빌려주십시오! 가문의 복수를 할 힘을!”
나는 의식을 뻗쳐 눈앞 축기기 수사의 심상 세계를 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새카만 동굴 안에서 제의를 치르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나와 접신하는 중이었다.
그의 옆에는 ‘무극귀왕제사서’라는, 내게 제의를 바치는 제사를 담은 제사서가 떨어져 있었다.
동굴 곳곳에는 기이한 주술문자와 명귀계, 그리고 나를 상징하는 주술문자가 널브러져 있었다.
동굴 바깥으로 의식을 뻗쳐 보자, 곳곳에서 함성이 들리며 ‘탈출한 쥐새끼를 잡아라’라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가문이 타 세력에게 망했고, 이 자리를 벗어날 겸 복수할 힘을 달라는 건가.’
나는 다시 심상 세계로 의식을 집중하며 눈앞의 사내에게 물었다.
[힘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무엇이든…! 무엇이든 바칠 준비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오복축을 모으는 건… 마음에 안 드는군.’
아무리 우리의 상황에 필요한 것이라 하지만, 나는 정말로 이 방식이 옳은가를 고민하며, 물었다.
[네게 있어… 소중한 것이라도?]
“예, 예!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게 힘을 주십시오!”
나는 눈앞의 사내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명귀계를 중계인으로 하여, 계약을 맺는다.
[계약은 성립될 것이다.]
‘이 방식이, 정말로 옳은 건가.’
이것이 바로 오복축을 쌓는 방법.
상대의 [소중한 것]을 받아 내, 해당 복을 상징하는 중경계의 힘으로 가공해 내어 개념을 얻어내는 방식이었다.
나는 축기기 수사와 계약을 맺은 후, 그의 육신을 점거한 후, 그의 일차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쿠구구구!
바깥은 불타오르고 있었고, 수십 명의 축기기 수사가 일대 전체를 불태우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엇, 저기 도망자 놈이다!”
“잡아라!”
“잡아 죽여라!”
그리고 몇 명의 축기기 수사가 나를 발견하곤 이쪽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하하, 이 어설픈 놈, 어찌어찌 도망치며 축기에는 성공했느냐?”
“그래 봤자 축기 1수! 여기 위상역 어르신은 몽운대륙 12대 축기기 위인이라고 명성이 자자하신 분이시다! 축기기 위인의 힘을 느껴 보아라!”
“….”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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