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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8

336. 소꿉 Ep – 신성(神聖)

‘뭐, 뭐지?’

새 감각이 피어났다. 심장 옆에 눈꺼풀이 자라난 느낌. 레아는 생소한 감각에 놀라 손으로 거듭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게 뭐야?’

지팡이는 떨군 지 오래였다.

그러나 손을 떼었음에도 한번 깨어난 {신성}은 가속이 붙어 빠르게 전염되어 갔고, 심장에서 뽀글뽀글 차오르던 것이 혈관을 타고 번졌다.

온몸으로.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뽀글뽀글.

레아는 위 내벽과 겨드랑이, 콩팥 오른편, 허벅지 뼈, 눈 안쪽과 뒤꿈치에까지 생소한 감각이 달라붙어 간지러웠다. 아니, 간지럽다는 건 이 감각에 적응하지 못해서 비롯된 착각이다.

레아는 겁에 질렸다. 느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난데없이 벌어진 변화에 놀라 호다닥 달려갔다.

목적지는 물론 교회였다.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마귀에 씐 것인지… 뭐든 간에 이 마을에서 이 사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사제님밖에 없었다. 레아는 달려가는 와중에 치료비를 걱정하였다.

“넘어질라! 조심하렴.”

레슬리 수도사가 교회로 뜀박질해 들어온 레아에게 소리쳤다.

그는 저녁 제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는지 제기(祭器)를 한 아름 끌어안아 옮기고 있었다.

“수도사님! 저 몸이 이상해요. 아픈 건 아닌데…”

“응?”

“그게… 속이 막 후덥지근하면서 간지러워요. 아니다. 간지러운 건 아니고, 무슨 증기 같은 게 더부룩하게 차오르는 느낌이에요.”

“열이 나니?”

“열이요? 열이… 약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열이 나면서 속이 더부룩하면, 음! 더위를 먹었나 보구나. 잠깐만 앉아 있으렴. 찬물을 길어다 주마.”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곤 달그락달그락 걸어가는 수도사님. 레아는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다가 뒤쫓아갔다. 수도사님께는 죄송하지만, 사제님께 여쭤봐야겠다.

교회 본당에 들어서니 사제님께서 제사상에 불을 밝히고 계셨다. 저녁 시간. 촛대 12개가 주르륵, 일렬로 늘어서서 불탔다.

사제는 레아가 오랜만에 촛불을 빌려 공부하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레아는 지체 없이 다가가 물어보았다.

“사제님! 저 몸이 이상해요.”

“어디가 아프니?”

“그게… 아프진 않은데 속이 막 후덥지근하고…”

좀 전에 수도사님께 드렸던 것과 똑같은 말.

레슬리 수도사님은 별말씀 없이 제기를 제사상에 차려 올리기에 바쁘시지만, 레아는 역시 죄송스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같은 성직자라도 어쩔 수 없이 구분되는 불평등이다. 동일한 교육 과정을 수료했음에도 누구는 신력을 받았고, 누구는 받지 못했으니까.

사제와 수도사의 미묘한 관계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누가 정해둔 것도 아닌데 제기를 나르는 둥 몸으로 일하는 사람은 수도사고, 사제는 제단에 불을 밝혔다.

레슬리 수도사가 이 교회에 발령된 지만 이십 년이 되어가지만, 진급이라던가 하는 건 기대할 수 없었고, 수도원장(Abbot)은 당연하다는 듯이 새파랗게 젊은 사제의 몫이었다.

수도사는 한 교회에서 쭈욱- 말단 성직자로 지내는 반면, 사제는 몇 년이 멀다 하고 부임지가 변경되곤 하는 것이다.

당연한 진급과 함께.

죄송스러움에 레아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그러나 레슬리 수도사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었다.

– “네가 사제가 되느냐 수도사가 되느냐 하는 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또 중요한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심지어 가지 못한다 해도 말이야. 우리는 이미 신께 마음을 바친 사람이잖니?”

언젠가 레아에게 조언해주었다시피 신력이 있고 없고는 신을 모심에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는 이내 평정을 잃고 말았다. “어디 보자꾸나.” ─ 손목을 잡아채 레아의 몸 상태를 살피던 사제가 경악해 소리쳤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네게 왜 신력이?”

“네?”

“네 몸에 신력이 깃들어 있지 않으냐! 이건 신력이다!”

– 땅그랑!

놋그릇이 바닥에 나뒹굴렷다. 수도사의 시선을 뒤로하고 사제가 추궁했다.

“레아야. 혹시 나 말고 다른 사제님을 뵌 적이 있느냐? 최근에.”

“아, 아니요.”

너무 당혹스러워서,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 물어본 것이었다. 이 작고, 외진 마을에 방문객이 왔으면 그도 알았을 터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레아의 손바닥을 의문스럽게 만지작거리던 사제는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신력이… 나보다 많다? 그리고 왜 당기는 힘이 강해지는 것 같지?’

신력은 자유분방한 마나와 달리 뭉치려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손을 잡았을 때 레아가 신력을 품고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인데, 딸려가는 방향이 예상과는 반대였다.

성년도 되지 않은 소녀가 나보다 많은 신력을 가졌다는 건데…

사제는 불현듯 의심이 들었다.

이게 풍문으로만 들어본 ‘악신의 신력’인가? 그럴 가능성이 커. 여긴 사제가 나밖에 없으니.

주신의 신력이란 게 대단히 폐쇄적인 것이라 누군가한테서 얻지 않고는 지닐 방법이 없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었다. 다만 그는 완전무결한 주신의 신력이 아신의 저급한 신력 따위에 이끌릴 턱이 없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축복을 내려 봐?’

배우기는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여기가 첫 부임지인 그는 젊어서 경험도 없거니와, 악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다만 그런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개종하지 않는 야만인을 축출하는 교회의 사업.

십자교회가 수십 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행해온 것이고, 최근에는 그런 야만인 부락이 얼마 남지 않아서 광풍이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 목적이 악신을 이 땅에 발 디딜 데 없게 하기 위함이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사제는 레아를 돌려보냈다. 별일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 사실을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말라 당부하며.

소녀는 따랐다.

촌장조차도 무지렁이인 궁벽한 산골 마을에서 사제의 지식과 권위란 절대적이니까. 레아는 내일 다시 오라는 말만 믿고는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갔다.

“…뭘 하시는 겁니까?”

멍하니 서 있던 레슬리 수도사가 분주해진 사제에게 물었다. 그는 먼지가 뽀얗게 앉은 걸상을 뒤적이고 있었다.

“이단 심문관을 부르려 하오. 분명 여기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

“네?”

“만약을 대비해서요. 내 알기로는 네비스 교회에서 이단 심문관을 파견해준다 했소. 네비스 교회 연락처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이단 심문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무엇을 하는 작자일지 레슬리 수도사는 알 것 같았다. 아집과 고지식함, 냉혹한 냄새가 난다.

더군다나 네비스 교회는 십자교회의 야만인 축출 사업을 공격적으로 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산지가 많아 야만인 부락이 많은 오른 왕국의 특성상 네비스 교회는 엄청나게 많은 인명을 살상한 것이다.

“아, 여기 있군.”

그 순간, 레슬리 수도사의 손이 움직였다. 촥! 교회의 통신 연락처 문건을 사제의 손에서 낚아챘다.

“레슬리 수도사! 이게 무슨 짓이오?”

“이단 심문관을 부른다니. 그럴 순 없습니다.”

문건을 끌어안고 결연한 얼굴. 사제가 한숨지었다.

“수도사께서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군요. 레아에게 신력이 있었소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오?”

“네. 압니다.”

“아니요. 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알지 못하는 것 같소이다. 수도사께선 모르시겠지만 제가 느끼기로는…”

“레아는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레슬리 수도사가 딱 잘라 말했다.

신력이 없어서 그 방면은 알아챌 수 없다 하여도 이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신력이 없어서, 그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잖습니까. 큰일을 미리 방지하고자 함이니 그걸 내놓으십시오.”

“못 드립니다. 사제님께서는 지금 잘못된 판단을 하셨습니다. 정 일을 독단으로 처리하시겠다면 전 이걸 촌장에게 말해 마을 회의에 부칠 수밖에 없습니다.”

백색의 사제복과 남루한 회색의 수도사복이 대립했다. 허나 승기는 레슬리 수도사에게 있었다.

그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여기서 살아온 사람이고, 또, 원래는 촌장이 되었어야 할 사람이었다.

까마득히 멀리, 제롬 신성 왕국 수도에 위치한 수도교회. 레슬리는 전대 촌장댁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적부터 성직의 꿈을 품었다. 그가 수도교회로 갈 여비와 용병 고용비, 생활비, 교육비를 마련하느라 촌장댁은 몰락하고, 레슬리는 사제가 아닌 수도사가 되어 돌아왔다.

데모스 마을 사람들은 다들 그를 측은하게 여겼다. 하지만 레슬리는 일말의 후회도 하지 않았다.

나는 신께 마음을 빼앗겼으니까. 그분을 모시며 뭇 사람을 돕고, 근면하게 살아가는 데에 부끄러움이란 있을 수 없었다.

레슬리가 이런 사람이니 주민들은 죄다 그의 편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레아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레슬리 수도사가 주도하고 있는, 레아를 수도교회로 보낼 여비 모으기에 동참하지 않은 마을 사람이 드문 것이다. 물론 아직도 푼돈이지만 돈과 관심은 꾸준히, 알음알음 모이는 중이었다.

어쨌든 이 일이 공론화되면 사제에겐 승산이 없었다. 평소엔 사제님, 사제님, 익히 존경받지만, 어쨌거나 외지인이라 그는 이런 마을 사람의 거취와 관련된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었다.

결국, 사제가 물어보았다.

“그럼 어쩌자는 거요. 레아가 정체불명의 신력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고, 이건 큰일이오. 이걸 없는 일로 묻을 수는 없소이다.”

“…네. 어딘가에 보고를 하긴 하셔야겠지요. 다만 네비스 교회로 연락하지 마시고 루테티아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비스 교회는 피에 절었으니까.

십자교회의 본단, 수도교회가 상급 기관이라 사실 그쪽으로 건너뛰어 보고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게다가 거기는 미하에르 추기경이라는, 개종하지 않은 야만인 부락을 축출해내는 데 집착하는 인물이 고위직에 앉아 좌지우지하는 곳이었다.

어쩌면 즉각 네비스 교회에 조사 명령이 내려질지도 모를 일이라, 이렇게 보고를 돌리는 게 그렇게까지 의미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게 사제도 납득할 수 있고, 레아에겐 시간을 벌어줄 유일한 길이니까… 레슬리는 사제가 수도교회로 보고를 올리는 걸 보며 기도했다. 이게 부디 레아가 극복해낼 수 있는 일이기를! 그런데 그때 사제가 “예?” 이상한 소리를 냈다.

교회의 신물을 붙들고 하는 통신은 육성을 낼 필요 없이 생각으로 텍스트를 주고받는 것이다. 소리를 낼 이유가 없는 것인데, 사제는 어찌나 당황했는지 방금까지 싸우느라 다소 어색해진 수도사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을 나누려 하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 교회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소? 아니면 뭔가 특별한 게 숨겨져 있다든가.”

“? 여기에 그런 게 있을 턱이 있겠습니까.”

레슬리가 되물었다. 사제는 신물에서 손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오늘 성녀님께서 우리 교회를 주시하라 지시하셨다 하오. 곧 성녀님께 통신이 넘어갈 거라고… 앗!”

레슬리 수도사는 사제가 단말마를 지르지 않았어도 성녀와 연결되었음을 알아차렸을 터였다.

산골짜기 마을. 데모스 마을 교회에 비치된 신물이 하얗게 타오르며 빛을 뿜었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여길 주시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듯이.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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