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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8

337화.

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얼마 전 문체부가 비영리게임에 칼날을 들이대는 헛짓거리를 하는 바람에, 게임규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문제를 놓고 OTK컴퍼니와 여성가족부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새정치당 장현준 원내대표는 긴급히 의원들을 소집했다.

“신전미 장관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직 당론도 안정해졌잖아.”

홍현우 의원이 말했다.

“청와대 쪽에서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럼 돌출행동이라는 거야?”

“예. 이번 게임업계 전체에 보낸 공문만 해도 문체부와는 상의없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장현준 원내대표는 혀를 찼다.

“아니, 대체 강제성도 없는 공문은 왜 보낸 거야?”

쓸데없는 공문을 보내는 게 어디 여가부 뿐이겠는가? 문제는 그게 하필 강진후를 건드렸다는 것.

사실 게임규제는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온 기조였다. 다만 현 정부에서 강화시키고 있었을 뿐이지.

의원들은 일단 여가부가 보낸 ‘온라인게임 자율규제 협조요청서’를 검토해보았다. 그러고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게임 내 여성차별 금지,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성역할 고정관념 금지, 여성 캐릭터 성적대상화 금지, 여성 캐릭터 획일적 외모 금지…… 아니, 뭔 게임 캐릭터 외모까지 규제하겠다고 난리야? 지금이 무슨 5공 시절이야? 이 공문 누가 만들었어?”

여가부 사정을 잘 아는 장미자 의원이 대답했다.

“여가부 산하단체인 양성평등활동진흥원이라는 곳에서 자문을 받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거기가 게임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데?”

“저도 잘…….”

장현준 원내대표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OTK게임즈가 출시할 게임…… 그거 뭐였지?”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입니다.”

“아무튼 그거 규제할까봐 강진후가 이러는 거야?”

임병국 의원이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강진후 대표가 아니라, 부대표가 직접 나섰다고 합니다.”

“오택규 부대표가? 문화산업은 K컴퍼니 박상엽 대표 담당 아니야?”

“박상엽 대표는 연예계 쪽입니다. 게임을 비롯해 서브컬처는 전부 부대표가 관리합니다. OTK게임즈에 투자한 것도, OTK상을 제정한 것도 전부 부대표의 결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게임회사들이 모여 있는 판교에 지역구를 두고 있고, 당내내에서 게임업계를 가장 잘 이해했다. 그리고 현재는 문광위 간사를 맡고 있다.

초선의원이라 평소라면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원들 대부분이 게임에 대해 문외한인 만큼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공문보다는 지금 국회에 상정된 게임중독 치유법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홍현우 의원이 말했다.

“게임중독을 치료한다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말이 게임중독 치유법이지, 사실상 게임규제법입니다. 중독치료를 위해서는 중독유발물을 없애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게임업계 상황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덩치를 키운 중국게임회사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고, 콘솔게임 중심이었던 일본게임들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로스트 판타지M과 온라인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죠. 이래저래 한국게임은 양쪽에 낀 샌드위치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를 강화하면, 외국 게임회사들만 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 될 겁니다.”

임병국 의원은 게임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전달했지만, 의원들의 거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OTK컴퍼니가 어떻게 할 것 같나?”

“국내에서는 OTK게임즈보다 5대 게임사의 영향력이 더 큽니다. 협회를 만들어 자율규제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법안은?”

“반대해야 합니다. 애초에 이건 말도 안 되는 법입니다. 만약 이 규제를 미국게임사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하면, 로날드 대통령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다른 문화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이 법은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됩니다.”

박창수 의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그 법은 학부모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당론으로 반대했다가는 ‘우리 아이 성적 떨어지면 책임질 거냐’는 거센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게임업계 표냐, 학부모 표냐를 놓고 보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단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신전미 장관 좀 말려봐. 누구 나서서 말릴 사람 없어?”

그 말에 의원들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다들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엮이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 * *

난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표를 TV로 지켜보았다.

발표내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신전미 장관은 분노한 표정과 목소리를 숨기지도 않았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이게 양성평등 저해랑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택규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몰랐어? 여가부 정책에 반대하면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거야.”

“아…….”

그런 거였어?

이 말만 들어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싸움에는 애초에 끼어드는 게 아닌데. 그러나 오택규가 결심한 이상 어쩔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OTK컴퍼니를 지지하는 쪽도 있고, 여성가족부를 지지하는 쪽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보통 진보와 보수가 편가르기하고 싸우기 마련이나,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달랐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네티즌들은 게임규제에 반대, 학부모들은 찬성이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원래 게임하는 사람들은 게임 외의 일에는 별 관심도 없어. 호드는 얼라이언스 때려잡느라, 얼라이언스는 호드 때려잡느라 바쁘니까.”

셧다운제라는 것도 어차피 대다수의 성인게이머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오히려 12시 넘으면, 미성년자 없어서 좋다고 하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였다. 정 안 되면, 외국게임으로 건너타면 그만이고.

그런데 이번 일이 터지며, 게임규제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고 언론에서는 집중적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게임의 안 좋은 면만 부각시키는 기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기업 입장에서 정부기관과 싸우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다. 저쪽은 행정적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여가부가 한 발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게 확인된 만큼, 우리는 쓸 수 있는 카드를 점검했다.

* * *

여가부 신전미 장관은 취임초기부터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인지했다. 그것은 바로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고,청소년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광고, 음악,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유해콘텐츠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게임이 가장 큰 문제였다.

트레이딩카드게임은 카드를 뽑는 사행성이 강하고, 스포츠게임은 경쟁을 조장한다. FPS는 총을 들고 서로를 쏴죽이고, RPG는 칼이나 도끼를 들고 상대를 쳐죽인다. 그렇게 상대를 많이 죽일수록 레벨이 오르고 힘이 세졌다.

게임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고, 여자 캐릭터의 경우 전부 섹시하고 예쁘다. 일부 게임에서는 로리라 불리는 어린 여성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했다.

심지어는 다수의 여성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그들을 꼬시는 미연시라는 게임도 있다!

그녀는 아청법을 사람이 등장하는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에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중독성, 남녀차별, 여성혐오 등. 게임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따라서 이런 게임들을 시정하고,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은 게임업계가 내는 것이 당연했다.

이제 법안만 통과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데, 갑자기 이 시점에서 OTK컴퍼니가 나서서 게임회사들을 모아 자율규제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관계자들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차관을 연달아 만나고, 문광위 소속 의원들과 접촉했다.

이는 게임규제 문제에 있어서 여성가족부를 제치고 따로 협의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정치권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움츠러들었지만, 신전미 장관은 대놓고 OTK컴퍼니를 비판했다.

그녀의 입장발표가 끝난 뒤 장관회의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는 사실상 신전미 장관을 설득하는 자리였다.

게임은 문화산업이자 IT산업. 그리고 고용을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대다수의 부처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규제에 찬성하는 부처들도 일단 업계의 자율규제안이 나올 때까지 검토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한명국 부총리가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문체부가 담당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게임업계도 문체부와 대화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싶어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신전미 장관은 규제권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여가부의 소관업무입니다. 여가부가 알아서 진행하겠습니다.”

결국 설득은 실패로 돌아갔다.

* * *

여성가족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관주최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및 게임중독 치유에 관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여기에는 산하단체인 청소년보호관리원, 가정건강진흥원, 양성평등활동진흥원 등이 참가하고, 학부모단체, 종교단체, 청소년건강국민연대 등 여러 단체가 참가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그런데 참가자들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이름만 토론회지 사실상 게임중독의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용 간담회라고 보는 게 정확했다.

이는 회의자체는 비공개로 진행하나, 회의록을 공개하기로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차피 게임규제하고 게임회사들에게 돈 걷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 날 테니까.

게임업계에서도 대응을 위해 게임의 장점을 알리는 행사나 토론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오갔다.

그런데 갑자기 뜻밖의 기사가 올라왔다.

[(속보) 여가부 장관주최 토론회. OTK컴퍼니 측에서 참가의향 밝혀]

[강진후 대표, 직접 참석하나?]

[게임업계의 입장 전달할 예정]

[신전미 장관, 누구든 참석해도 상관없다.

[여성가족부 OTK컴퍼니 참가요청 수락. 인원이 다 차서 더 이상의 참석은 불허……]

기사를 본 난 깜짝 놀랐다.

“누가 참가한다고 했어?”

택규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너 토론회에 직접 나가게?”

“응. 두 명 신청했으니, 너도 같이 가는 거야.”

난 당황했다.

“난 왜?”

“나 저 아줌마 무서워.”

“나도 무서워!”

상대는 여성가족부 장관. 차라리 대통령을 상대로 싸우는 게 편할 것 같다.

어쨌거나 얘 혼자 보내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노릇. 누군가는 가서 말려야한다.

난 토론회에 가기 전 몇 시간에 걸쳐 택규에게 게임은 옳다는 교육과 사상을 주입받았다. 각종 테스트까지 마치고 나자 택규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친우여. 이제 대한민국 게임계의 운명은 자네에게 달려있네. 잊지 말게. 대한민국 게임이 망하면, 그건 다 너 때문이라는 것을.

“……그게 왜 나 때문이야?”

“그런 각오로 토론에 임하라고. 알았어?”

“알았어.”

친구 잘못 만나서 이게 뭔 고생인지 모르겠다.

* * *

룰루웹 등 게임사이트들은 난리가 났다.

-나 지금 눈물 날 것 같아ㅜㅜ

-강진후 혼자 적진으로 걸어들어가겠다는 건가?

-이번에는 부대표도 함께 간다는데.

-뭐? 진짜? 드디어 주인공이 힘을 숨기지 않는 건가?

-위험해! 가지 마! 논리는 비논리를 이길 수 없어!

-멋지다! 그동안 투기꾼이라고 쌍욕해서 미안. 이번만큼은 응원한다!

-OTK컴퍼니 VS 여성가족부라니!

-이야! 이건 진짜 금세기 최고의 빅매치!

-진 쪽은 깔끔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정계나 재계 은퇴해라.

-꿀잼각 섰다. 실시간으로 생방송 해주면 안 되나?

-신전미 장관님 파이팅!

-가라! 가서 게임규제를 박살낼 정의의 게임볼그를 내질러라!

-게이볼그 아닌가요?

-게이볼그보다는 궁니르가 더 파괴력이 셈.

-죽창이 최고야! 죽창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여러분! 우리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가서 응원합시다!

-좋은 생각입니다! 게이머들의 힘을 보여줍시다!

-소용없어. 우리는 안 될 거야.

-같은 게임하는 놈들도 종족 다르면 싸우는데, 하나로 뭉칠 리가?

-단합이 가능했으면, 여가부가 게임만 이렇게 조지진 않았겠지.

-일단 집밖으로 나가기가 힘듬. 그럴 시간에 게임해야 돼.

-아직 날도 추운데, 감기 걸리면 어떡함? 요즘 미세먼지 심함. 이불 밖은 넘 위험해~

-한 열 명이나 모이면 다행이겠다.

게임규제에 찬성하는 여러 단체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반면 게이머들은 집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토론회 하루 전.

OTK게임즈 코리아와 5대 게임회사에서 각 온라인게임의 한정판 캐릭터 코스튬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실제 옷을 나눠주는 것은 아니고, 게임 내 캐릭터가 착용할 수 있는 등록쿠폰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누가 그걸 받으러 나오겠냐며 비웃었다.

그런데 당일이 되자 정부서울청사 앞에 게이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꽃샘추위와 미세먼지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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