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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

33. 소꿉친구 – 배려

빵집 주방 뒤편의 작은 창고, 싸늘한 데다 밀가루가 날리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이불이 있었다.

레나는 여기서 자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엉거주춤 좁은 공간에서 무릎을 맞대고 마주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됐어.”

레오는 차분하게 레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거짓말이다.

전혀 차분하지 못했다.

감정에 휘둘리면 레나가 더 슬퍼할 것 같아서 꾹 눌러 참았을 뿐, 레오는 속으로 억장이 무너지고 있었다.

레나도 그동안 슬픔을 많이 억누른 듯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눈동자는 좁은 방에서도 먼 곳을 향했다.

레나 아이나르가 떠올랐다. 그녀도 팔을 잃고 검을 던져버렸을 때 이런 표정을 지었다.

레나는 밤새 성문에 매달려 있었다. 다행히 오필리아 사제가 아침 일찍 뛰쳐나왔다.

그녀는 레나가 당일에 쫓겨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레나는 얼어붙은 몸을 녹였으나 교회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그건 오필리아 사제도 해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후 레나는 일자리를 찾았다. 어떻게든 돈을 모아 데모스 마을로 돌아갈 계획이었단다.

하지만 돈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수도의 물가는 비싸고 고향은 까마득히 멀었다. 아마 그녀는 평생 데모스 마을로 돌아가지 못했으리라.

건조한 창고에서 둘은 미래를 고민했다.

당장 돌아가지는 못한다. 레오도 돈이 없어서 두 사람은 한동안 루테티아에서 살아야 했다.

그들은 어렵게 허름한 방을 빌렸다. 레오는 단도를 팔았고 레나는 빵집 주인에게 가불을 했다.

곰팡이가 피고 햇빛조차 들지 않는 그 방은 화장실만큼 작았다. 옆 방에선 찢어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레나는 새벽같이 빵집에 나갔다.

레오는 그녀를 배웅하고 정처 없이 루테티아를 방황하다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루테티아에는 대규모 패밀리가 없어서 그는 아쉬운 대로 작은 패밀리 하우스를 찾았다.

꼴이 가관이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놈부터, 낄낄거리며 잡담하는 연놈들까지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레오는 별다른 제지 없이 패밀리 보스를 찾았다.

거지남매 시나리오에선 반년 가깝게 깡패 생활을 했음에도 보스를 보지 못했는데…

‘이것들이 깡패가 맞나?’

그는 어깨를 밀치며 시비를 거는 놈의 턱을 날려버렸다.

– 우당탕!

“뭐야? 푸하하. 다슨, 너 지금 저런 새파란 애한테 맞은 거야?”

그들에겐 긴장감도 없었다. 오직 패밀리 보스만 바짝 긴장했는지 뒤에서 버럭 소리쳤다.

“야! 저 새끼 잡아! 빨리!”

보스의 다급한 외침에도 고작 절반 정도만 몸을 일으켰다. 그마저도 그렇게 급하지 않았고, 나머지는 계속 낄낄거렸다.

레오는 방금 넘어진 놈의 목을 밟고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빼앗았다.

일단 다 때려잡고 생각하자.

그는 가슴에 맺힌 분노를 어디로든 쏟고 싶었다.

난투극은 일방적으로 끝났다.

싸우면서 알았다. 이건 깡패가 아니라 건달들이었다. 딱 보스란 놈만 깡패라고 할 만했다.

깡패와 건달의 격차는 컸다.

건달은 사지만 멀쩡한 한량들로, 한 번 넘어지기만 해도 전의를 상실했다.

반면 깡패는 사람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생사를 가르는 사투에도 익숙해서, 그들은 싸울 때 항상 필사적이었다.

몸을 던지고, 눈알을 찌르고, 남자의 급소를 때리고, 물고, 매달려 비틀고, 잡히는 무엇이든 무기로 삼았다.

스물도 안 되는 건달들은 레오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가 한 명의 목줄을 따고 흔들어 피를 사방으로 흩날렸을 때 건달들은 사방으로 달아나기 바빴다.

“야. 네가 보스라면서. 패밀리 꼴이 막장이네.”

“으으으…”

“뭘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레오는 보스란 놈을 고문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질문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는지 놈은 넙죽넙죽 잘 대답해줬다.

일단 이건 패밀리가 아니었다. 루테티아에는 패밀리가 없었고, 진짜 패밀리들은 수도 근처 도시들에 작은 지부를 만들었다.

패밀리란 놈들이 뿔뿔이 흩어져있다.

“왜? 그래서야 장사를 할 수가 있나?”

“타국인이었군. 신성왕국에선 성전사들 때문에 몰려있지 못해.”

보스, 아니, 한 패밀리에서 파견 나온 깡패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성의 표식, 그게 문제였다.

수도교회에는 성전사라는 특수한 기사들이 있었다.

성력으로 몸을 강화한 성전사들은 온 대륙을 통틀어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수도교회에는 널렸다.

“여긴 성전사들이 연례행사처럼 뒷골목을 뒤엎어. 깡패들이 몰려있으면 표식을 맞고 소탕당할걸. 그래서 저런 건달들을 데려다가 자잘한 일을 시키는 거야.”

레오는 힐끔 널브러진 건달들을 봤다. 저놈들 역시 못된 놈들이지만 살인까지 한 녀석은 드물었고 기껏해야 협박이나 해서 돈을 뜯어본 정도였다.

그 정도로는 표식을 맞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왕자와 전쟁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하지만 그 깡패는 아는 것이 없었는지 손가락을 비틀어도 그런 것을 자기가 어떻게 아느냐며 되려 하소연했다.

레오는 자기가 못 할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혀를 차며 그만두었다. 괜한 화풀이를 했다.

“아는 건 다 대답했어요. 사, 살려주세요.”

“…그래. 돈이나 좀 내놔.”

그런데 이놈은 가진 돈도 별로 없었다.

깡패는 건달들한테 줄 돈까지 줘버리면 이 지점을 닫아야 하고, 그럼 자기가 본부에서 죽는다고 사정했다.

깡패들의 처지를 아는 레오는 마음이 약해졌다.

어차피 돈을 다 뺏어봤자 쓸데도 없었다. 레나는 내가 빈털터리인 걸 알고 있으니, 그녀에게 큰돈을 내밀면 추궁할 것이 분명했다.

레오는 그 깡패의 월급(직급도 낮았는지 푼돈이었다!)을 빼앗아 밖으로 나왔다.

피 묻은 옷을 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레오는 레나의 옷도 한 벌 사서 빵집을 향했다.

일이 끝났는지 빵집 앞에 레나가 나와 있었다.

“레…”

그녀는 멍하니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등지고 멀리 보이는 수도교회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림자에 덮인 레나의 얼굴은 참담했다.

“…레나.”

“…아. 레오 왔구나. 가자…”

“레나, 이것 봐. 오늘 번 돈으로 사 왔어.”

“고마워. 예쁘네.”

“나 옷도 바꿨다. 잘 어울려?”

“응. 잘 어울려.”

“……”

레나는 그의 질문을 꼬박꼬박 받아주긴 했지만, 예전처럼 먼저 재잘재잘 떠들지 않았다.

그 모습에 속이 상한 레오는 깡패에게 뺏은 돈을 다 꺼내 보였다.

“이, 이것 봐봐. 오늘 돈 많이 벌었어.”

큰돈은 아니지만, 하루에 벌긴 어려운 금액이어서 보여주면 안 됐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레나의 표정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건… 다 어디서 났어?”

“오늘 내가 번 거야. 나 일 잘하는 거 알지? 많이 벌었지? 내가 빨리 돈 모아서 좋은 집도 구해줄게.”

레나는 한참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레나? 왜 그래?”

“…레오. 너 품에 있는 건 뭐야?”

그의 얇은 여름옷은 건달에게 뺏은 단검 때문에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이, 이건… 별거 아니야.”

어설픈 변명에 침묵이 이어졌다.

레오가 안절부절못하며 거짓말을 더 해야 하나 고민할 때, 레나가 그의 손을 붙들었다.

“레오.”

“으, 응?”

“무리하지 마. 난 괜찮아.”

그녀는 붙잡은 손을 꽉 쥐며 말했다.

“그게 뭐건 상관없어. 하지만 나 때문에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미안해.”

“……”

“집에 가자.”

레나는 노을을 향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고, 레오는 착잡하게 그녀를 따랐다.

레나의 그림자는 수도교회를 향해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 * *

레오는 평범하게 취직했다.

그의 손재주는 어디서든 대접받아서 어렵지 않게 대장간의 조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품에 숨겼던 단검을 변명하듯 들어온 곳이었다.

타오르는 화로. 레오는 그 앞을 지키며 쉼 없이 풀무질했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떨어졌으나 그는 일렁이는 불꽃을 홀린 듯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풀무에서 바람이 쏟아지면 화끈한 열기가 그를 덮쳤고, 풀무가 바람을 빨아들이면 열기가 순간 가셨다.

레오는 그때를 맞춰 숨을 들이쉬었다.

‘이대로는… 변화가 없다.’

그는 일이 끝나면 빵집에서 레나를 데려왔는데, 그녀는 항상 빵집 앞에서 수도교회를 멀거니 쳐다봤다. 예쁜 저녁노을에는 관심조차 없는 그녀의 모습에 레오는 번번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왕자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대장장이들과 술을 마시며 물어봤지만, 왕자는 머나먼 존재였다. 그의 생활 패턴 따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가끔 사냥하러 밖에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실인지 뜬소문인지 알 수 없었고, 찾아갈 방법도 없었다.

레나를 왕자와 만나게 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걸 기대한 게 우습다.

게임이니까 어떻게든 쉬운 {이벤트}가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런 편리한 길은 보이지 않았고, 수도 외곽의 빵집엔 왕자는커녕 귀족도, 부자도 들리지 않았다.

‘우연히’ 만나는 일은 없다. 오랫동안 여행하면서 어떤 {이벤트}가 발동되려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함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하다못해 프린O스 메이커라는 게임에도 1월에만 왕자를 만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뭘 정확히 알고 접근하거나 떳떳하게 왕자를 만날 능력이 있어야 했다.

전쟁에 대한 정보도 단편적이었다. 벨리타 왕국의 소드마스터가 ‘뭘’ 한 것은 분명해 보였으나,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아스틴 왕국군이 왜 그렇게 빨리 후퇴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이 세계의 고급 정보는 귀했고, 레오에겐 그에 접근할 능력이 없었다.

‘레나랑 결혼하자.’

결론을 내렸다.

슬픔에 젖은 레나를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 그녀의 눈길을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돌려주고 싶었다.

“고생하셨어요. 오늘은 그냥 갈게요.”

그는 대장간을 나왔다. 레나는 오늘도 빵집 앞에 서 있었다.

레오는 거리 한복판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레나에게 미안하다.

난 내 무능력을 핑계로 결혼이라는 도망을 선택했다.

레나와 레오는 빈민가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왔다.

공용 우물에서 물을 떠서 레나에게 전해주었다. 밀가루가 잔뜩 묻은 그녀는 방에서 몸을 씻었고, 레오는 우물 앞에서 몸을 대충 헹구었다.

“다 씻었어.”

그가 방에 들어가니 레나는 서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바닥의 냄새 나는 배수구로 물이 흘렀다.

“레나, 할 말이 있어.”

레오는 레나를 바닥에 앉혔다. 곰팡이 핀 바닥에 사랑하는 여자를 앉히는 기분이 더럽다.

레나는 무릎을 꿇으며 자리에 앉았고 그는 멈칫 망설이다 청혼했다.

“나랑 결혼해줘.”

나와 결혼하면 레나는 행복할까?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레나의 초점이 또렷해졌으나 그녀는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입을 오물거렸다.

레오는 기다렸다.

“…고마워.”

영리한 레나는 그의 생각을 다 알았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레오는 그 작은 미소에 응어리가 풀리며 말이 많아졌다.

“꼭 돈을 모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자. 내가 열심히 할게. 우리 그때 다시 결혼식을 치르…”

레나는 그의 입을 입술로 막았다. 그녀의 젖은 머리칼이 레오의 어깨에 닿으며 조용한 키스가 이어졌다.

“레오, 난 괜찮아. 우리 무리하지 말고 여기서 행복하게 살자.”

그녀의 말이 그를 뒤흔들었다.

레나는 거꾸로 레오를 위로했다. 그녀의 사려 깊음에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이 조금 떨어져 나갔다.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고, 레나는 그 울음을 상냥하게 안아주었다.

며칠 뒤, 이른 아침.

레나와 레오는 빵집에서 결혼했다.

오필리아 사제님이 주례를 봐주시러 오셨고, 빵집 주인과 아주머니 몇 분이 작업용 장갑을 펄럭이며 결혼을 축하해주셨다.

조촐한 결혼이지만 오필리아 사제는 엄숙히 한 부부의 탄생을 선언했다.

“레오.”

레나는 레오의 손을 꽉 붙잡았고, 레오는 그녀의 뺨을 감싸며 입을 맞췄다.

마지막으로.

[ 레나가 결혼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 레나 키우기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레나 ]

[ 최종직업 : 빵집 아가씨 ]

[ 결혼 상대 : 레오 ]

[ 레오 ]

[ 최종직업 : 대장장이 ]

[ 결혼 상대 : 레나 ]

[ 소꿉친구 엔딩 : 국외 결혼 ]

– 데모스 마을에서 태어난 레나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에서 쫓겨난 레나는 빵집에서 일했다. 루테티아까지 따라와 준 레오와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데모스 마을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

– 데모스 마을에서 태어난 레오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까지 찾아온 레오는 레나와 결혼했다. 그는 대장장이가 되어 아들딸을 길렀다. 데모스 마을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

레나가 순식간에 멀어지며 사라졌다. 허공에는 빵집에서 조촐하게 결혼하는 그녀의 사진이 떠올랐다.

예쁘게 꾸미지도 못한 결혼식이었다. 빵을 사러 왔다가 갑자기 결혼하면 이럴까!

그럼에도 레나는 밝게 웃었다. 고향에도 데려다주지 못한 못난 남편에게 괜찮다는 듯 하얗게 이를 보였다.

레오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닿았던 입술이 아직도 생생한데, 저쪽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어떻게든 고향에 돌아가서 결혼할걸…’

그러려면 나쁜 짓을 해야 했다. 돈을 모으는 동안 레나를 방치해야 했고, 돈을 모으면 그녀를 데리고 다시 국경을 넘어야 했다.

그리고 오른 왕국을 또 가로질러야만 했다.

모두 변명이다. 결혼하면 이후의 레오가 알아서 잘해주겠지. ─ 라고 외면하며 떠넘겼을 뿐이다.

레오의 정신은 후회를 곱씹으며 녹아내렸다.

민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채하.

레나의 행동이 민서를 때렸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도 레오를 달랬다.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레나가 막은 것 같다. 레오가 무리하지 않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난 저러지 못했다. 같이 힘들어하는 채하에게 의존할 생각만 했고 실제로 그녀에게 많이 기대었다.

채하는 이중으로 괴로웠을 거다.

내가 채하에게, 레나가 한 것처럼 해줬다면 어땠을까?

괜찮다고, 우리 무리하지 말자고.

민서는 숙제를 남기고 돌아섰다. 그는 전보다 더 강렬하게 바깥으로 나가길 원했다.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

채하에게 돌아가 그녀에게 했던 못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레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정든 레나에게 뭔가 해주고 떠나고 싶다.

이건 민서에게 더는 게임이 아니었다.

[ 레나 키우기를 클리어하지 못하셨습니다. ]

[ 귀족의 방해로 레나는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위로의 뜻으로 {귀족 사회} 정보를 드립니다. ]

[ 다시 시작됩니다. ]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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