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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2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42화

100장 복귀(4)

루니아는 기울어진 천칭을 든 채 어지러운 전황 사이를 걸어갔다.

기이하게도 그녀를 방해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악마들은 그녀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루니아는 그대로 건물 밖을 나가, 마법진을 설치한 집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아무런 방해가 없었지만, 유일하게 그녀를 발견한 이가 있었다.

“……응?”

엘로디였다.

엘로디는 어디에서나 활약할 수 있는 고성능의 마법사지만, 그런 그녀도 못하는 게 있다.

바로 힘조절이다.

지금은 아대를 이용해 어떻게든 위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나, 아대의 원리는 엘로디가 사용하는 마나의 일정 부분을 본래 마법 이외의 것으로 소모시키는 것이다.

엘로디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아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바로 그 소모의 결과다.

이렇게 하면 애당초 주입하는 마나가 줄어드니 위력이 약해진다. 하지만 마나는 본래 위력의 마법을 쓸 때와 똑같이 사용된다. 전부 연기로 방출해 버리니까.

악마들의 전력을 완전하게 알지 못하는 아스터와 동료들의 입장에서, 그런 식으로 엘로디의 마나가 쓸데없이 소모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엘로디는 밖에서 도망치는 악마들을 붙잡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뭐야, 루니아잖아. 왜 혼자 밖으로 나왔지?”

공중에 부유한 채 도주하는 악마를 찾던 엘로디는, 악마가 아니라 루니아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루니아가 구출되었다는 사실은 안심이지만, 그런 그녀가 단독으로 움직이는 건 영 불안하다. 엘로디보다 더한 순수 마법사니까.

허나 그것도 잠시, 루니아가 손에 든 천칭 모양의 마나응집을 들고 있자 대번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쟤, 또…….”

천칭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

엘로디는 순간 루니아를 말릴까 하다가 관뒀다. 어차피 지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러다 정말로 위계에 닿아버리면 큰일인데…….’

루니아가 들고 있는 천칭의 모델은 틀림없이 디케다. 정의와 균형을 상징하는 신.

루니아는 지금 신의 아이템과 비슷한 이름을 붙인 천칭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 자체는 사실 드문 일은 아니다.

루니아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이름 붙이기는 누구나 종종 하는 것이다. 설사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신이 존재하는 이 세계, 그 기원과 모델을 추적해 모사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나 해볼 법한 일이다.

대장장이가 드래곤의 피를 머금었다는 ‘그람’을 따라 강철에 다른 마물의 피를 먹여 위력을 높인다든가 하는 방식은 흔히 있어왔다.

그렇게 완성된 무기에 ‘잉그람’처럼 비슷한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이름을 붙이면 존재에 의미가 담겨. 루니아처럼 실물이 아닌 마법의 구성이라면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가 큰 의미를 갖지. 마법의 방향과 목적성이 명확해지니까.’

루니아가 지금 들고 있는 천칭은 본래 디케의 천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루니아 스스로 신화를 탐독하여 공부하고, 아이템이 가진 효과를 탐색해 그와 비슷한 효과를 이끌어내는 마법 술식을 조합한 것이다.

즉 프론디어의 직조처럼 신의 아이템을 복제해 버렸다거나, 거기다가 자기 멋대로 뭘 덮어씌우거나 빼버리거나 하는 무엄한 짓을 하지는 않는다.

신화에 존재하는 진짜 아이템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저 그것을 공부하여 배웠을 뿐. 어느 누구나 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요리를 먹어보고 그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연구하여 흡사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루니아의 문제는 그녀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다.

루니아는 엘로디처럼 전장 일대를 바꿔놓을 만한 파괴력 있는 마법을 구현할 수 없다.

그럴 만한 마나가 되지 않고, 복잡한 술식을 그저 맨 손으로만 구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루니아는 마나의 미세한 조정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녀의 손에 따라 실처럼 가늘게, 먼지처럼 작게 조정되는 마나들은 마법의 효과를 아주 ‘정확’하게 만든다.

그런 그녀가 마법진을 이용해 신의 이름을 붙여, 신의 아이템이 가진 효과를 구현해 내려고 애쓰며, 거기다 그냥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비틀어’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아직 신위의 효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위력이 올라가는 것 같아.’

엘로디는 자신의 마나 감지에 잡히는 루니아의 천칭이 이젠 전혀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신위라 불리는 진짜 천칭과는 아직 한참 거리가 있지만, 루니아가 계속 발전해 나가다 보면 정말로 그에 근접할지도 모른다.

실제 천칭과 아무런 상관도 없이 그걸 참고했을 뿐인 마법이, 신의 아이템을 대체 가능하게 된다면.

그건 단순히 복제를 하는 것보다도 더 신성모독이 될지도 모른다.

─……루드라. 어떻게 생각해?

엘로디는 자신의 신 중, 가장 친한 신의 이름을 불렀다.

─루니아의 마법, 신이 그녀를 해할 가능성이 있을까?

엘로디는 그렇게 물어보면서도, 답변이 올 것을 확신하진 못했다.

루드라와 친하기는 해도, 원래 신들은 죄다 변덕쟁이고, 자기 나서고 싶을 때만 나선다. 적어도 엘로디의 경험상 전부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답할 마음이 들었는지.

─글쎄.

루드라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더니 그렇게 말했다.

─나라면 내버려 두겠어. 나의 폭풍을 흉내 낼 수 있다면 대단한 거지. 나는 인간이 노력하는 모습을 좋아하거든. 나를 참고로 만들어내는 것이 내 위력을 넘볼 수 있다면, 그게 결과적으로 폭풍이 되든 파도가 되든 뭐든 좋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루드라의 ‘진짜’ 폭풍을 인간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면, 그건 그냥 걸어다니는 재해다.

루드라의 기분이 상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들이 걱정해야 될 판이다.

그에 걸어다니는 재해가 다시 물었다.

─너라면 그럴 거라는 건, 다른 신이라면 다를 수도 있다는 거야?

─내가 다른 신들의 성격을 전부 알 수는 없으니까. 디케는 정의를 담당하는 신이잖아? 자기 아이템을 흉내내서 인간이 쓰고 다니는 게 그녀의 눈에 ‘정의롭게’ 보일지는 모를 일이지. 게다가 똑같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효과도 자기 입맛대로 바꿔버렸으니. 그쪽은 생각하기 나름인 거야.

루드라만큼 디케는 관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녀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거기서 문득 엘로디가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러면 말이야. 프론디어가 만들어내는 신의 무기도, 신에 따라서는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아니.

루드라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드문 일이었다.

─그건 모독이지.

─……그래?

─그걸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신이라, 나는 생각하기 어렵네. 저 루니아라는 아이는 엄연히 자기가 마법을 구축한 거지만, 프론디어는 아냐. 그 녀석이 손에 쥔 건 분명히 신의 무기야. 쥔 본인이 신이 아니니까 위력은 다소 열화되어 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그리고 그것을 신은 용서할 수 없다.

그 어떤 신이라 해도.

설령 용서한다 해도, 그것이 모독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뭐, 엘로디 네가 만약 저 루니아라는 아이에게 프론디어 정도의 걱정을 하고 있다면, 그 정도는 아냐. 프론디어에 비하면 저건 애교 수준이지. 설령 천벌을 받는다 해도 그리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기껏해야 몸살이나 좀 걸리고 말겠지. 디케라면 천벌마저도 공정하게 내릴 거 같고. 걱정할 필요 없어.

─……덕분에 다른 걱정이 생겼는데.

루니아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지만, 프론디어는 아니다.

엘로디의 눈으로는 루니아가 하는 짓이 더 위험해 보이는데, 신의 눈으로는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그러면 지금 프론디어는 왜 신에게 천벌을 받지 않는 거야? 강림하는 조건이 까다로워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 물론 그것도 굉장히 큰 이유야. 하지만 강림은 정 원한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 예란헤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 헬하임의 파편을 이용해 헬라가 강림을 시도했었지. 프론디어가 그것을 어떻게든 막았지만, 신들이 마음먹으면 그런 것은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어. 프론디어가 언제까지고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느 정도 기반이 될 수 있는 마나의 원천, 그리고 기도. 꼭 인간일 필요도 없다는 건 헬라가 이미 증명했다.

성소라면 좋은 매개가 될 것이고, 정 천벌을 내리고 싶으면 그렇게라도 강림은 할 수 있다. 온전하진 못하겠지만.

루드라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이유는, 지금 프론디어가 악마와 싸우기 때문이야.

─……아.

─천벌은 흔적이 크게 남아. 어떤 신이 내린 천벌인지까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지. 그 누구라도 천벌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게끔. 사고, 마물의 습격, 인간과의 싸움이 아니라 신이 한 일이라는 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본래대로라면 신에게 있어 천벌에 흔적이 남는 건 나쁠 것이 없는 일이다.

신이 행했다는 걸 알기에 사람은 신을 두려워하고, 신이 거슬릴 만한 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론디어의 경우만큼은, 천벌에 흔적이 남는 것이 신에게 영 좋지 않다.

─지금 프론디어는 악마와 싸우고 있는, 제국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힘이잖아. 이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러니 지금 프론디어가 천벌을 맞으면 어떻게 되겠어?

─……신의 뜻을 의심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렇지. 악마와 싸우고 있는 영웅에게 천벌을 내린다니, 타이밍이 너무 안 좋은 거지.

그 말은 바꿔 말하자면, 악마와의 싸움이 끝났을 때 프론디어는 또다시 신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엘로디는 그간 프론디어의 행적을 다시 생각했다.

전쟁을 기점으로 프론디어의 정보는 그 이전보다 서로와의 대화를 통해 훨씬 많이 알게 되었으니.

에드윈 선배가 말해준 골렘 사건, 아스터가 말한 발두르의 언급, 헬하임의 헬라, 피엘롯의 신 히프노스.

확실히 악마와 싸우기 이전까지, 프론디어는 참 많은 신들에게 시달렸다.

그게 악마와의 전쟁이 끝나면 또다시 시작된단 말인가.

엘로디는 점차 눈빛이 가라앉더니, 루드라에게 전했다.

─루드라. 만약 내가, 신이 프론디어를 해하려는 걸 막고 싶다고 한다면.

─응. 도와줄게.

루드라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것이 오히려 미심쩍어 엘로디는 다시 물었다.

─정말로?

─그래. 내 이름을 걸고. 네가 그걸 원한다면 프론디어를 지켜주고, 그를 해하려는 신에게 내가 대신 천벌을 내려주지. 그 결과 나를 제외한 모든 신들이 나를 적대한다 해도.

루드라는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다고.

신에게는 가장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선언. 그렇기에 그 선언 앞에서는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고마워. 루드라.

─감사할 필요 없어.

* * *

루니아는 마법진을 설치한 집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 필요도 없었다. 마법진의 힘에 끌려온 악마의 몸이 입구를 죄다 부숴놓았기 때문이다.

“안녕?”

루니아는 마법진 위에 떠서 구속된 악마를 보았다.

“후후, 나를 납치할 땐 기고만장하더니, 지금 기분이 어때?”

“이 빌어먹을! 인간 놈! 이걸 풀어라!!”

악마는 루니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발버둥을 쳤다.

“옴짝달싹 못하겠지? 그래도 너무 충격 받지 않아도 돼. 그 마법진에 걸리면 누구나 그러니깐. 원래 아무도 못 빠져나오는 마법진이라구.”

루니아는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기를 납치한 적에게 보복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기뻤고, 무엇보다 자기를 비웃고 있었을 악마의 분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악마는 비웃고 뭐고, 그냥 자기 임무를 완수했을 뿐이지만, 애초에 목숨을 건 임무였기에 누구를 우습게 볼 여유 따위가 없었다. 루니아가 준비가 안 되었다곤 해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고.

철컥.

그 마음을 전혀 모르는 루니아는, 악마를 향해 천칭을 내밀었다.

“자, 죄를 고할 시간이야.”

처음부터 한쪽 저울이 완전히 바닥 아래를 찍어, 기울어져있는 천칭.

그것을 앞에 두고 루니아는 말했다.

“전부 불어줘야겠어.”

악마는 자기 앞에 놓인 천칭을 보며 겁도 없이 웃었다.

“그게 무언지 몰라도, 내가 답할 것 같나? 악마에게 그 따위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그 말에 루니아는 문득 떠올랐다.

악마는 자기 목숨의 우선순위가 낮다. 그러니 목숨을 갖고 하는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그에 고개를 끄덕이고 루니아는 말했다.

“괜찮아. 이건 그런 협박이 아니니까.”

“……뭐?”

“첫 번째, 일단 확실히 해두고 싶은데, 너희들의 목적은 아스터가 아니라 프론디어지?”

물론 악마가 답할 리 없었다.

대신,

끼릭.

루니아가 앞으로 내민 천칭이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바닥에 붙어 있던 한쪽 저울이, 아주 미세하게 떨어졌다.

“옳지. 착하네. 자 다음 질문.”

“……뭐? 아니, 잠깐! 뭐냐 그건!”

악마가 당황하여 외쳤다. 루니아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목숨을 거는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며?”

루니아가 들고 있는 기울어진 천칭.

그것은 분명 신의 아이템을 참고해 만든 것이며, 그것을 비튼 것이긴 하나.

비틀었다고 해서, 더 악성을 지닌다는 뜻은 아니다.

루니아는 애초에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걱정 마. 넌 죽지 않아. 죽기는커녕 고통도 없을 거야. 그냥 거기 있을 뿐이야. 정말로.”

“……끄, 끄아아아악! 이걸 풀어라! 날 놔줘! 이 비겁한 인간 놈이! 그딴 비합리적인 마법이 있다니! 그딴 비열한 마법으로 나를, 으아아아악!!”

발악을 시작하는 악마.

그를 보며 루니아는 속으로 혀를 내밀었다.

‘속았네. 그렇게까지 편리한 마법은 아닌데.’

하지만 속았으니 일은 쉬워진다.

루니아도 악마와 똑같은 생각이다.

그런 비합리적인 마법이 있을 리가 없다.

루니아는 그런 생각을 쏙 감추고, 다시 말했다.

“자, 다음 질문.”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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