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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2

< 판테온 (1) >

갑작스럽게 지구에 등장해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선보이며 한순간에 유명 인사가 된 백기사, 아우테리카의 성자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

그는 데뷔 무대였던 각성자의 테러 사건 이후로도 꾸준히 여러 병원을 순회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아우테리카교 개종 24일 차. 오늘도 성자님의 사진을 보며 기도했다.

-인증) 성자님 사진을 커다랗게 인쇄해서 방에 붙여놨더니, 식욕 부진과 불면증이 치료되고 스트레스가 줄어 삶이 행복해졌습니다! 우리 모두 1일 1하인리히를 해 보아요.

-오늘도 눈 정화하고 갑니다♡

물론 하인리히의 뛰어난 외모 또한 그 인기를 더욱 끌어올린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빛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신비로운 은발과 태양을 머금은 듯 찬란하게 반짝이는 금안.

현실이 아니라 만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력적인 그 용모는 능력과 성품, 그리고 그에 대해 밝혀진 다양한 사실들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선택받은 용사이자 신의 뜻을 대행하는 신실한 성자라니.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등장인물이 현실에 나타났으니, 그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 과정에서 계속되는 그의 ‘자원봉사’는 해당 병원을 비롯한 의료계 전체의 불만을 샀지만, 그들은 감히 그것에 대해 대놓고 항변할 수 없었다.

그가 주로 소아 중환자나 희귀병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한 것도 한몫했을뿐더러, 신성력이라는— 일반인들은 쉬이 접하기 힘든 기적의 행사를 함부로 방해했다가 괜히 역풍 맞을 걸 우려한 것이다.

‘뭐, 요즘은 강환계 쪽에 아바타들을 보낼 일이 많아서 지구에 방문하는 게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아우테리카가 본진인 하인리히의 외유는 「이계전송진 소환」에 여유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다른 일로 전송진을 이미 써버렸다면 그날은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차가 있는 이상 한동안이라고 해 봤자 고작 며칠 정도에 불과할 터.

그리고 간만에 지구에 방문한 하인리히는 지금.

도로 곳곳에 자리한 가로등에 막 불이 켜지기 시작한 시간에, 어느 건물의 옥상 위에서 아래의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더 잘 풀렸네.”

방금 전에 만난 이들을 떠올린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얼마 전 이세아에게 부탁받은 대로 그녀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대신 전달하고 막 나온 참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손님··· 그것도 뉴스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이의 비밀스러운 깜짝 방문에 그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곧이어 그가 꺼내든 화제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세상에···!”

믿을 수 없는 이야기와 함께 전해진 편지를 조심스럽게 받아 든 그들.

그녀의 가족이 하인리히의 말을 온전히 믿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긴, 딸의 모습이 그렇게 생생하게 튀어나오는 데 믿을 수밖에 없겠지.’

이세아의 부탁으로 가족에게 전달된 편지는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대마법사인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그것은 그녀와 피가 이어진 가족이 편지지를 여는 순간 발동하는 마도구의 일종이었으니.

-“···그러니까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마 곧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음, 지구 시간으로 두 달 정도? 사실 그것보다 더 짧을지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입체 홀로그램이 녹화된 그녀의 모습을 편지 위에 비춘 순간, 내내 긴장해 있던 그녀의 가족들이 격렬하게 반응한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무사했구나. 그래, 그거면 됐다.”

“아이고, 성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디 앞으로도 저희 딸 좀 잘 부탁드립니다.”

“와, 우리 누나가 마법사라니!”

억지로 평온을 가장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부친과 호들갑을 떨며 연신 허리를 숙이는 모친, 그리고 철없이 기뻐하는 남동생까지.

하인리히는 그들의 열렬한 감사를 받고 나서야 이세아의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어쨌든 이걸로 부탁받은 건 확실하게 끝냈군. 제대로 답장도 받았으니 돌아가서 이세아에게 전해주면 되겠지.’

가만히 야경을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심부름이나 다름없는 부탁이라 할 수 있었으나, 그는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소소한 일은 자신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자,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여 볼까?’

앞으로 그가 할 일에 비하면 이 정도야 가벼운 여흥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그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이세계인’을 자처하며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고 다녔던 것도 전부 나중을 위한 밑 작업이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자신의 이름값을 최대한 높이는 것과 더불어 어둠 속에 숨어있는 번천회를 확실하게 끄집어 올리기 위해서.

‘판테온.’

수많은 차원의 종교를 아우르는 이세계 종교 연합 기관.

이제 그들과 접선할 차례였다.

***

하인리히가 매체에 모습을 드러낸 직후부터 판테온은 그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단순히 한국 지부 차원에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연합체라는 조직의 구성 탓에 어지간하면 먼저 움직이는 일이 드문 미국 총본부 차원에서 직접 조사단까지 파견할 정도로.

하지만 그도 그럴만한 것이—.

워낙 다양한 교단들이 한자리에 모인 탓에, 오직 신성력을 통해서만 서로의 신앙을 증명할 수 있는 그들에게 하인리히가 보인 기적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각자 출신 차원에서도 교황, 성자, 사도 등의 최정상급 성직자만이 가능할 법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적.

애초에 지구에선 신성력의 위력이 급감하는 데다, 각성자 출신의 성직자로서 이세계에서 그만한 위치까지 올라간 이도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자는 정체가 무엇이기에 신에게 저렇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호기심은 그가 자신의 정체를 ‘이세계인’이라고 밝히고 나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에게로 쏠리는 관심이 더욱 강해지기까지 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성자가 직접 차원을 넘어 지구까지 도달하다니.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대사건이지 않나?

‘이제 와선 그가 진짜 이세계인이건 아니건 딱히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어느 쪽이건 대단한 건 마찬가지니까.’

선배를 보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불려 온 이능관리국의 말단, 강태산이 부지런히 테이블 위에 다과를 세팅하며 소리 없는 한숨을 토해냈다.

지난번에도 와 본 적이 있는, 언뜻 보기엔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사무실 안.

이곳엔 저번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곳에서 파견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판테온 총본부에서부터 바다를 건너 날아온 성직자는 물론 한국 지부에 소속된 성직자와 귀환자 협회의 관계자, 그리고 국가 기관인 이능관리국의 요원들까지.

모두가 하인리히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를 추적하던 이들이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백기사는 이세계인인 걸까요?”

“그간 그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제법 오랫동안 모습을 감췄었지요. 거기에 대한 추적 시도도 모두 실패했고요. 그런데 그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전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귀환자이면서 이세계인 흉내를 내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오직 하나였다.

바로 자칭 이세계인인 하인리히.

그러나 그들 사이에 감도는 공기는 이전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왠지 모를 기대감과 호기심, 흥분으로 상기된 기색들.

그들은 이런저런 담소와 함께 서로를 조심스럽게 살피다 이내 어색한 웃음을 머금었다.

“크흐흠, 그나저나 그자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갑자기 만나자고 하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꽁무니를 쫓아다닐 땐 본 척도 하지 않고 도망 다니기만 하더니.”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세상에 무슨 순간이동을 그리 밥 먹듯 하는지···!”

오늘은 바로 그 화제의 당사자와 직접 대면하는 날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으로 별다른 소득도 없이 시간만 허비하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간 그들은 상대와 접촉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하인리히는 무수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듯 자리를 피하길 반복하며 절대로 그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랬던 저쪽에서 먼저 마침내 대화의 자리에 앉겠다고 연락을 취해 왔으니···.

당연히 그들로선 그 요청이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뭐, 지난날은 지난날이니까요. 그간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이렇게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길 나누다 보면 오해를 풀 수 있겠지요.”

“그거야 그렇지요. 그런데 이제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그 친구는 언제 온답니까? 설마 저흴 바람맞힐 생각은 아니겠지요?”

“···설마 그렇겠습니까. 아마 곧 오지 않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하던가?

“그럼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약간의 불안감 속에서 자리가 살짝 어수선해질 무렵, 마침내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철컥철컥—

주기적으로 울려 퍼지는 육중한 금속의 마찰음.

그에 서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일제히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가—.

“아···.”

“으음.”

그 상대를 정면으로 마주하곤 저도 모르게 작은 침음을 흘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무언가 의미가 담긴 게 아닌 그저 본능적으로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저 남자가 바로···!’

그렇게 좌중에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구석에 조용히 서 있던 강태산이 조용히 침을 삼켰다.

은발금안이라는 화려한 특징에 걸맞은 수려한 이목구비.

그 얼굴에 맺힌 부드럽고 자애로운 미소와 주변에 감도는 경건한 분위기와 달리, 타오르는 불꽃과 같이 뜨겁고 강렬한 기세를 자연스럽게 흘리는 사내.

현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순백의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조금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 이계의 성자,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였다.

‘엇?’

그렇게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강태산의 눈이 순간적으로 그와 마주쳤다.

뭔가 의외라는 듯 살짝 커진 황금빛 눈동자.

그러나 그것은 누가 눈치채기도 전, 찰나 만에 사라지고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은은한 웃음으로 뒤덮였다.

‘어후, 진짜 더럽게 잘생겼네.’

그에 난데없이 눈이 마주쳤다가 미소 공격까지 받게 된 강태산이 속으로 조용히 투덜거렸다.

상대가 자신과 할머니는 물론 친구까지 살려준 은인이라는 것도 잘 알고, 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저도 모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감정이 있었으니.

경외감.

그건 비단 그 하나만이 아닌 이 자리의 모두가 공통적으로 떠올린 감상이었다.

이미 상대에 대해선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간 그들이 주력해 오던 일이 바로 저 백기사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었으니까.

영상 자료는 물론 목격 진술부터 분석 보고서까지 구할 수 있는 정보는 모조리 파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막상 그를 직접 마주하고서 느낀 감상은 단순히 정보로 접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저 남자의 주변의 공간만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 같군.’

‘뭔가 같은 인간 같지 않아. 차원을 넘어온 이세계인이라···. 설마 그 말이 진짜였나?’

‘이 존재감. 상정했던 것 이상이다. 설마 그동안 더 성장한 건가?’

동격의 인간이 아닌, 보다 상위에 있는 미지의 존재를 마주한 것만 같은 압박감.

그에 이곳에 자리한 이들의 머릿속이 바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름의 사회적 지위가 있는 만큼 소위 초월자라 불리는 강자들도 제법 만나보긴 했지만, 지금 백기사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그들과는 또 사뭇 달랐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우테리카 님을 모시는 첫 번째 검,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라 합니다. 모두 만나서 반갑습니다.”

단순한 인사말도 경건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좌중을 둘러보던 하인리히의 시선이 한 외국인 남성에게로 향했다.

갈색 머리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40대 초반의 성직자.

미국 판테온 총본부에서 파견 나온 조사단의 대표였다.

‘성기사 출신이로군. 소속 교단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악신 쪽은 아닌 것 같고.’

그러나 이미 조사단의 배후가 번천회의 서기관이라는 걸 알고 있는 입장에선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가 번천회 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지, 아니면 그저 이용당하고 있을 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거야 이제부터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미소 속에 감춰진 하인리히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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