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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2

341화.

규제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물러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선전미 장관의 경질은 충격이었다.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는 데다가 현 정부 양성평등 정책의 핵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가 경질되자 학부모단체, 여성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게임업계 카르텔에 굴복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자유국민당 연나경 대표는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부가 거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청소년과 여성보호라는 책임을 내다버린 조치입니다! 대통령이OTK컴퍼니와 게임업계의 수석부대변인입니까?”

이 발언에 여당이 거세게 항의하며, 간만에 열린 국회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장관직에서 경질돼 다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온 신전미 의원은 예정되어있던 여성 임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정부를 비판했다.

“저는 여성이기 때문에 비례대표가 됐고, 여성이라서 장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성으로서 굉장한 혜택을 받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성이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성평등을 중시한다는 현 정부가 이런 식으로 고위직에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자 한 여성 임원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골든게이트 한국지사 임원이었다.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가부 장관직을 남자가 맡지는 않을 테니, 결국 그 자리는 또 다른 여성이 앉게 될 겁니다. 그럼 의원님께서 장관직에서 경질된 것과, 정부가 고위직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말에 신전미 의원은 당황했다.

“아, 아무튼 여성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창업지원에 있어서 여성 가산점을 더 늘려야하고, 여성기업에 대한 우대조치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현재 여성기업지원법에 있는 여성 창업지원,여성기업 제품 공공기관 우선 구매, 여성기업 자금지원 우대 등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여기 계신 여성분들도 이러한 지원과 혜택 덕분에 임원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 오직 제 능력과 노력만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녀 가릴 것 없이 주변인들과 치열하게 경쟁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혜택도 받은 적 없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원이 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건, 모든 고위직 여성들의 능력을 폄하하시는 발언이라 생각합니다.”

참석한 다른 여성 임원들은 일제히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신전미 의원은 이후에도 여성단체들과 연계해, 민간기업 여성임원을 50퍼센트로 강제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새정치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 * *

정부의 발표가 나온 이후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은 해외이전 계획을 철회했지만, 일부 회사는 기존 계획대로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의사를 밝힌 곳은 총 네 곳. 그중에는 5대 게임사 중 하나인 로안소프트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규제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작용했다.

로안소프트의 윤준백 사장은 말했다.

“OTK컴퍼니 부대표님, 그리고 OTK게임즈 이치카와 사장님을 뵙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겜돌이로서의 본능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게임을 만드는 것은 모든 개발자의 꿈일 겁니다. 저희도 함께 개발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택규의 말에 따르면, 한국 게임회사 경영자들은 상당수가 개발자들 출신이고,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밌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건 모든 개발자들의 바람이랄까?

문체부와 지역구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디트로이트로 본사이전을 강행하기로 했고, 예정대로 주주총회를 열었다.

[로안소프트, 디트로이트로 본사 이전 결정!]

[주주총회에서 법인분리안 통과]

[게임 한류의 어두운 미래……]

[정부 책임론 피할 수 없어!]

이들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원만 1만 명에 달했다.

당장 이 인원이 전부 해고되거나,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가부에는 또다시 비난이 쏟아졌고, 차윤혜 차관은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연나경 대표는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오로지 규제만 부르짖는 무능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로 도피하고 있습니다! 좌파의 악정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ㅅㅂ 대체 뭘 어쩌라고?

-어제까지는 게임업계 편들었다고 뭐라고 하지 않았음?

-애초에 중독치유법을 발의한 게 자유국민당임. 셧다운제 만든 것도 그렇고.

-ㅋㅋㅋ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

-근데 말은 맞는 게, 지금 짐 싸서 떠나는 회사들이 현명한 거.

-장담하는데, 선거철 다가오면 학부모들한테 표 구걸하려고 또다시 게임회사 두드려 팬다.

-신전미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어그로 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음.

-혹시 자유국민당에서 파견한 엑스우먼 아닐까?

-걍 미국으로 튀어. 로날드 대통령님 말씀대로 미국에는 여가부가 없잖아.

* * *

막상 떠난다고 하니까 아쉬운지, 정부도 언론도 갑자기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부르짖었다.

게임이 문화콘텐츠 수출 1위라느니, 게임 한류가 효자라느니, 덕분에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가 최소화됐다느니.

정부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고, 언론에서는 연일 게임을 띄워주는 기사를 내보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술, 도박, 마약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 대우다.

놀랍게도 이 모든 걸 오택규가 해냈다!

“이번 일로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 산업인지 깨닫게 되어서 다행이네.”

그러나 택규는 고개를 저었다.

“이 분위기가 얼마나 갈 것 같아? 어차피 사건 하나 터지면 정부든 언론이든 또 게임 때문이라고 몰아붙일 게 뻔해. 살인, 왕따, 학교폭력, 총기난사 등등. 다 게임 때문이니까. 우리가 한두 번 당해봐?”

어쨌거나 지금은 분위기가 우호적인 만큼 게임업계는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며,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은근슬쩍 자율규제에 발을 빼려 하는 게임사들에 대해서는 택규가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은 오픈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정식 출시했다.

이제부터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매달 일정금액을 내야 하지만, 한국에서만 첫날 유료가입자가 20만 명이 몰리는 대박을 터트렸다.

게임은 어떤 콘텐츠보다도 대박과 쪽박이 극명하게 갈린다.

망하면 괜히 퍼블리싱 비용까지 날리는 거고, 성공하면 몇 개 월 안에도 전체 제작비를 뽑을 수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안에 제작비를 회수하고도 남을 것이다.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VRMMORPG 개발계획은 더욱 수월해졌다. 개발비의 일부분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다.

이번 성공 덕분에 이치카와 시게루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그라고 해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로스트 판타지 시리즈를 탄생시킨 스타 개발자이자,매번 기술력의 한계에 도달한 게임을 만들어내며 대중을 열광시킨 인물이지만, 리닉스와 펜타곤이 합병한 이후, 장기간 부진을 겪었고, 결국 경영진과 불화로 인해 개발마저 중단됐다.

이제 로스트 판타지 시리즈는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리닉스펜타곤을 나와 OTK게임즈를 차린 이후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연속으로 초대박을 터트리며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사람들은 ‘게임황제의 부활’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그의 다음 행보에 주목했다.

OTK게임즈는 일본법인을 분리했다. 어차피 지분 대부분을 OTK컴퍼니가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이치카와 시게루와 개발진들이 들고 있으니, 따로 주총을 열 필요도 없었다.

이어서 본사의 디트로이트 이전을 진행했다. 이 문제는 시와 협의 중이었다. 시의회는 세제혜택과 부지제공 검토에 들어갔다.

VRMMORPG 세르아나의 개발은 게임 역사상 가장 큰 초대형 프로젝트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졌고,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치카와 시게루라면 반드시 그 난관들을 돌파하고 반드시 게임을 만들어낼 것이다.

성공하면, 과연 어느 정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게 될까?

인터넷 안에 은행, 쇼핑몰, 서점 등이 들어서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가상현실게임이 현실화되면, 게임 내에서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떻게 보면 단지 게임을 넘어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1차로 책정된 개발비만 100억 달러!

이는 게임 역사상 가장 큰 개발비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게임을 만드는 것이니, 실제로는 얼마가 더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투자자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VR기술, 인공지능, 머신러닝, 데이터 처리 등등 여러 기술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치카와 시게루의 개발역량이 뛰어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OTK컴퍼니가 개발비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OTK컴퍼니는 이제까지 모든 투자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안 될 것 같은 사업이라도 워렌 보트가 투자했다고 하면, 갑자기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마련. 이럴 때는 확실히 투자자의 명성이라는 게 도움이 된다.

여기저기서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100억 달러라고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어떻게든 OTK컴퍼니가 개발비용을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게임은 정부의 규제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현지회사나 투자기관을 참여시켜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위챈트 퍼블리싱 담당자가 날아왔고, 아시아최대 사모펀드 RCK브로스도 관심을 보였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의 니콜라스 칼센 운영본부장은 직접 한국을 찾았다.

노르웨이는 IT와 게임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석유와 연관성이 적고,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뜻밖의 인물이 동행했다. 160센티 정도의 키에 귀여운 외모. 콧잔등에 살짝 남아있는 주근깨가 인상적인 20대 초반의 여성.

바로 노르웨이 왕가의 안네케 공주였다. 그녀가 한국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

둘은 공항에서 내린 후 바로 OTK컴퍼니 본사로 왔다. 노르웨이에서 본 이들을 한국에서 다시 보게 되니 더욱 반갑다.

현주 누나와 엘리도 인사를 나눴다.

안네케 공주는 엘리를 보며 기뻐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광고도 봤구요. 실제로 보니 더 미인이세요.”

엘리는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난 슬쩍 물었다.

“혹시 어느 광고를…… 앗!”

엘리는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고, 난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안네케 공주는 발랄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 성공을 축하드려요. 저도 틈날 때마다 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어요. 역시 이치카와 시게루 님은 대단하신 것 같아요.”

택규가 말했다.

“노르웨이는 아직 서비스 안 하잖아요.”

“일본서버에 접속해서 하는 중이에요.”

공주는 일본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한다. 덕질을 하기 위해서 일본어는 필수지.

우리가 칼센 본부장과 투자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안네케 공주는 택규와 게임에 대해 얘기했다.

갈색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재잘거리는 안네케 공주의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게임이 주제라면, 택규가 3박4일은 쉬지 않고 말할 수 있겠지.

난 그 모습을 보며 당황했다.

“대체 쟤한테 왜 이렇게 여자가 꼬이는 거야?”

마성의 오타쿠야? 아니면, 재산이 수천억 달러라 뒤에서 후광이 비치나?

내 말을 들은 엘리는 옆에서 눈을 흘겼다.

“설마 부러워하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왠지 조금 부러운 것 같기도 하고.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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