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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5

344화.

난 택규와 함께 전용기를 타고 미시건주로 날아가 허블 버틀러 주지사를 만났다.

버틀러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대선 당시 로날드를 지지했다. 로날드가 이곳에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 배신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그 선택은 옳았다. 왜냐하면 지금 그의 지지율은 70퍼센트가 넘으니까.

우리는 자리에 앉아 편하게 얘기를 나눴다.

현재 디트로이트는 전례 없는 활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기에 OTK게임즈를 포함한 게임업계 유치는 또 다른 치적이다. 페이스잇 역시 VR기술과 카인포테이먼트를 연구할 연구소를 짓기로 했다.

이쯤 되면 재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나중에 다른 선거에 나갈 때도 큰 도움이 될 테고.

그래서인지 버틀러 주지사는 열렬하게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어서 오십시요.”

돈을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인은 어디를 가나 환영받기 마련이지.

우리는 주정부 지원과 관련해 얘기를 나누었다. 만나기 전에 큰 틀에서의 협상은 끝낸 상태였고,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버틀러 주지사는 기대감을 내비치며, 행정절차와 세금 등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우리는 이어서 카로스 본사로 찾아갔다.

데릴은 언제나 그렇듯 잔뜩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엄살 부리듯 말했다.

“차가 너무 잘 팔리는 것도 문제네요.”

생산이 본 궤도에 오르며, 미국판매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다행히 우려했던 생산지옥에서는 벗어났다.

10인분어치 재료를 사다놓고 음식을 판매한다고 하면, 5명에게 팔았을 때까지는 본전이다. 6명 째에는 이익이 나고, 7명 째에는 이익이 배로 뛴다.

6명에게 팔았을 때와 10명에게 팔았을 때를 비교해보면, 판매량의 차이는 두 배에 못 미치지만 이익은 다섯 배의 차이가 난다.

즉, 같은 업종에서 매출이 두 배 차이나는 기업이 있다면, 실제 순이익은 그 몇 배가 차이나는 것이다.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카로스의 이익은 그야말로 수직상승했다. 이를 이용해 신산업과 기술개발에 투자하면, 후발주자와의 거리를 계속 벌릴 수 있다.

카로스는 이제 자율주행과 전기차에 있어서 하나의 표준이 됐다. 미국정부는 물론이고 각국 정부 역시 관련 허가를 내줄 때 카로스의 차를 기준으로 삼았다.

내친김에 아예 국제표준화기구(ISO)와 협력해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국제규격을 만들 예정이다.국제표준화기구는 이름 그대로 국제표준을 만드는 단체. 여기서 규격이 정해지면, 웬만한 기업들은 이에 따른다.

“지금 전기차 시장은 OTK배터리를 사용하고 자율주행을 탑재한 고가형과 NCM배터리를 사용하는 중저가형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OTK배터리의 등장과 TS컴퍼니의 가동 덕분에 전 세계 배터리 생산량은 크게 늘어났다. 한때 배터리 원가의 30퍼센트를 넘게 차지하고 있던 코발트 가격은 폭락했고, NCM배터리 가격은 크게 낮아졌다.

가격하락은 수요증가를 불러왔다.

어차피 카로스와 비교해 기술력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은 아예 폭락한 NCM배터리를 활용한 저가형으로 전기차를 쏟아냈다.

그러나 전기차의 빠른 보급 확대는 한 가지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목표로 했던 자율주행전기차 AD3와 AD4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시작인 거나 다름없네요.”

내 말에 데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이 일을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시작되겠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게 생각해야겠지?

* * *

나는 택규와 함께 AD4를 타고 OTK연구소로 향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아도 차는 차선을 따라 시원하게 내달렸다. 신호에 멈춰 서자 주변 운전자들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AD3와 AD4는 한국에 딱 300대 들어왔다. 아직 한국에 정식 판매되지 않은 만큼 희소성만 놓고 보면 페라리 이상이다.

판매하지는 않아도 카쉐어링 업체를 통해 빌려 탈 수 있다. 워낙 신청자가 많아 지금 신청해도 두세 달은 기다려야 하지만.

김호민 교수는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오느라 고생했어.”

“고생은요. 놀면서 왔어요.”

우리가 자리에 앉자 김호민 교수는 믹스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내주었다.

평소 커피를 잘 안 마시는 택규지만, 믹스커피는 가끔 마신다. 택규는 한 모금 마시더니, 감탄했다.

“이야! 커피와 잡지는 역시 맥심이야.”

“…….”

광고 찍어도 되겠는데.

OTK연구소에는 200여 명의 연구원들이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연구원 중 절반은 외국인이다.

김호민 교수는 현재 배터리업계의 최고 권위자. 그 덕분인지 전 세계의 많은 연구원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했다. OTK배터리 특허료로 운영하는 만큼 대우도 최고수준이고.

노벨상을 받은 이후에도 김호민 교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차량 무선충전기술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했고, 서성SB와 함께 상용화에 나섰다.

그리고 현재는 또 다른 배터리를 개발하는 중이다.

“정확히는 배터리센터랄까? 소형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중이야.”

김호민 교수는 커피를 마시며 설명을 해주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환경파괴를 용인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더 이상 경제성장이 힘들 정도로 환경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공장은 매연을 내뿜는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참아야 한다. 그런데 그 매연으로 인해 사람이 숨도 못 쉴 지경이 됐다면,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아니면, 매연을 뿜지 않거나 적게 뿜는 공장을 만들 거나.

환경문제는 한두 나라가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조약을 맺었다.

대표적인 것이 교토의정서와 파리기후협약이다.

얘기를 듣던 택규가 말했다.

“로날드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 탈퇴하지 않았어요?”

김호민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로날드 대통령은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고 봐야지. 대놓고 지구온난화는 음모론자들이 꾸민 이야기라고 말할 정도니까.”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미국은 예전부터 환경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교토의정서도 탈퇴했지.

어쨌거나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세계적인 목표다. 그래서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이중 가장 앞서서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나라가 독일이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 세계에 원전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이에 피해당사국인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탈원전을 선언했고, 많은 나라들이 원전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독일은 탈원전을 하며,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렸다.

“전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확실성이야. 그런데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5분 후에 생산량이 어떻게 될지조차 예측이 되지 않지.”

어떤 때는 초과로 생산되고, 어떤 때는 적게 생산된다. 과다 생산된 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전력망이 망가진다. 따라서 바로 필요한 지역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이를 위해 주변국들과의 전력교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날씨가 좋아 전력 생산량이 많아지면 다른 나라로 보내고, 부족하면 다른 나라의 전기를 끌어다 쓰는 식이다.

문제는 팔 때는 헐값인데, 사올 때는 제값 다주고 사와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팔 때나 사올 때나 아쉬운 건 독일이니까.

독일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고, 생산된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자동차나 전자기기에 쓰이는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가 중요해. 하지만 에너지 저장용이라면 그 부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충전과 방전을 지속할수록 최대충전용량이 줄어든다는 건데, 그걸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야.”

풍력발전기나 태양광패널 주변에 배터리센터를 만들어 갑자기 전기가 많이 생산될 경우 자동으로 충전하고, 이후 생산량이 떨어지면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재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대단한데요.”

내가 감탄하자, 김호민 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봐야 이것도 미봉책이야. 재생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게 해줄 뿐, 전력생산량 자체를 늘려주는 것은 아니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데릴 역시 그 점을 우려하고 있던데요.”

해가 지날수록 전력사용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일단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용하는 전자기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가정에서 사용하던 전자기기 외에도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건조기, AI스피커 등이 새로 생겨났다. 이 모든 것들은 다 전기로 작동한다.

기후변화도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냉난방 전기사용 역시 매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데이터센터나 서버 등 기업들이 쓰는 전기량도 계속 증가추세다.

이 문제들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전기차다.

기존 내연기관차가 휘발유와 디젤을 여소시켜 엔진을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전기차는 전기로 모터를 움직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월등히 높다. 때문에 전체 에너지사용량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대신 전기 사용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한때는 미래차 패권을 수소차가 가져가게 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OTK배터리 개발 덕분에 전기차는 수소차를 완전히 밀어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시기를 빠르면 3년 후쯤으로 예측했고, 각국 역시 그에 맞춰서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카로스가 자율주행전기차를 내놓으며, 그 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올해는 전기차의 원년이나 다름없다.

당장 올해 신차 판매 10대중 1대는 전기차로 예상된다. 그리고 내년이 되면 이 비율은 30퍼센트 이상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매년 1천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도로에 쏟아진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에 비해 발전소와 전력망 확충은 더뎠다.

전기차가 증가하는 속도를 전력증가량이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일부 국가들은 전기차에 주던 보조금이나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공급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만약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기차 판매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한국은 괜찮나요?”

택규의 물음에 김호민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별로 괜찮지 않아. 당장 올 하반기부터 정부 예상보다 전력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테니까. 발전이라는 건 최대전력량에 맞춰야 돼. 예를 들어 평상시에는 50을 쓰지만, 어느 한순간이라도 100을 쓴다면, 최소한 110을 발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지. 올해야 어떻게든 버틴다 쳐도 그 다음이 문제야.”

독일, 일본, 대만 등에 이어 한국 역시 탈원전을 선언했다.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중단시켰고, 노후원전의 수명연장도 금지시켰다. 대신 재생 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정부에서는 전력수요중가 추세로 볼 때 노후원전을 멈추고, 신규원전을 짓지 않아도 전력 예비율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 계획에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변수가 빠져있다.

택규는 눈을 껌뻑거렸다.

“뭐야? 그럼 이거 니 책임이잖아.”

“……정확히는 우리 책임 아닐까?”

우리가 투자하지 않았다면, 전기차가 이렇게 빨리 보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도 좀 나중으로 미뤄졌겠지.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면, 탈원전을 해도 문제가 없을까?

원자력은 전력의 기저발전을 담당한다. 기저발전이란 24시간 가동하며 전력의 기반을 담당하는 것을 뜻한다.

바로 이 부분을 발전단가 싼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가 채우고 있다. 그러다가 수요가 늘면, LNG발전소 등을 풀가동하는 거고.

“그렇게 해서도 전력수요를 맞추지 못하면요?”

“그땐 블랙아웃(Black Out)…… 즉, 대정전이 일어나는 거지.”

전기는 현대문명의 근간이다. 전기 없이는 어느 문명도 존재할 수 없다.

결론은 전력사용량은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테고,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늘릴지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차이가 있을 테고.

택규가 말했다.

“영화나 소설 같은 거 보면 핵융합 같은 엄청난 에너지원이 나와서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주던데.”

김호민 교수는 피식 웃었다.

“언젠가는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당장은 무리야. 신기술이란 어느 날 갑자기 훅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기존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니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토스트기 같은 간단한 기계조차도 사회전반의 기술력이 일정수준까지 올라와야만 만들 수 있다.

OTK배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기존의 LFP와 NCM배터리의 기술이 밑바탕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교수님께서는 탈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질문에 김호민 교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자는 점에 대해서는 찬성이야.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자는 점에서는 반대고.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어.”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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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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