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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7

EP.346 14. 녹는점 (끝)

“그럼 약속한 대로 포상을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아나이스는 벌떡 몸을 일으키려다가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 멈칫했다. 그의 허락 없이 두 발로 서는 것은 암캐인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다시 쪼그려 앉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가 이번에 그녀에게 약속한 포상은 바로 키스였다. 그러나 그에겐 그녀를 일어서게 할 생각이 없었다.

“설마 암캐인 당신과 제가 혀를 섞겠습니까? 주제를 알아야죠.”

“네? 하, 하지만…….”

“아, 물론 약속은 지킬 겁니다. 하지만 입맞춤은 당신의 ‘주인님’에게 하세요.”

“주인님이요? 아…….”

그가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러자 커다란 기둥이 바지 앞섬을 뚫고 불쑥 솟아 나왔다. 붉게 달아올라 열기를 내뿜고 있는 그것은 원더스타인의 자지였다.

아나이스는 그것을 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저렇게 흉악할 정도로 큰 물건이 며칠 전 그녀의 안으로 들어와 처녀를 앗아갔다.

“복종의 맹세를 한 것 기억하죠? 자, 당신의 주인님에게 키스하세요. 침은 제가 제공하죠.”

원더스타인이 입에서 침을 한 모금 내뱉었다. 끈적한 액체가 그의 자지를 휘감고 흘러내렸다.

“침을 한 방울이라도 땅에 흘린다면 벌을 내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아나이스는 화들짝 놀라더니 그의 다리 사이에 고개를 처박았다.

“주, 주인님, 제 키, 키스를 받아주세요…….”

그녀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귀두에 쪽 하고 입술을 가져다 댔다. 사랑하는 연인의 볼에 건네는 것 같은 다정한 입맞춤이었다. 그녀는 혀끝으로 요도 안쪽을 가볍게 훑고는 빠르게 그의 자지를 핥아 내려갔다. 기둥을 타고 흐르는 그의 침을 그녀는 귀한 보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신없이 빨아먹었다.

“푸핫! 다, 다 마셨어요, 단장님.”

과제를 완수한 그녀는 그의 물건에서 입을 떼고 그를 올려다봤다. 잔뜩 상기된 그녀의 얼굴과 달리 그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봉사가 가소롭다는 듯 입가에 가득 조소를 띤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

원더스타인이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별빛을 먹은 것은 그녀의 처녀를 빼앗은 날 한 번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그녀와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질 때에 언제나 웃는 남자를 유지했다.

그것은 아나이스가 바라던 바였다. 지배하는 쪽이 지배당하는 쪽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면 흥이 깨지기 마련이었다. 언제나 여유롭게 우월함을 과시하는 남자에게 지배당할 때가 쾌감이 더 컸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단원 퀘스트를 통해 그 사실을 파악하고는 즉시 공략에 착수했다. 그녀의 요구는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쉬운 것이었다. 별빛을 먹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포상을 끝낸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사육사로서 그녀와 몇 가지 플레이를 더 진행했다. 그녀는 가짜 꼬리를 항문에 꽂은 채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방안을 한 바퀴 돌기도 했고, 원더스타인이 그녀가 입고 있던 팬티를 벗겨서 던지면 그것을 입에 물고 그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

마무리로는 그녀가 평소에 얼마나 앞뒤 구멍을 위생적으로 관리했는지 그 검사를 했다. 꾸물거리는 촉수로 변한 그의 손가락들이 그녀의 보지와 항문을 동시에 파고들었고, 그녀는 쾌락에 겨운 신음을 마구 내뱉으며 몸을 비틀어댔다.

그런 그녀에게서 천재적인 두뇌와 고고한 자존심을 갖춘 귀족 여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한 마리의 발정난 암캐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녀는 카펫에 얼굴을 처박고 엉덩이를 높이 치켜든 채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의 눈물과 침이 바닥을 적셨고, 땀과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참 절정이 주는 여운에 빠져 있던 그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늘은……여기까지……할게요…….“

그것은 그와 그녀 사이에 정해진 암구호였다. 사육사와 암캐로서 역할 놀이를 끝내겠다는 소리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거, 거기는…….“

”가만히 누워 계세요. 제가 몸을 닦아드리겠습니다.“

”네…….“

방금까지 그녀를 사람으로 취급도 하지 않았던 남자가 성심성의껏 그녀의 몸을 보살펴주었다. 아나이스는 그의 따스한 손길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훑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미소지었다.

이 지배하고 지배받는 관계는 SM처럼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것만으로 충족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신뢰, 특히 지배받는 쪽이 지배하는 쪽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어야 가능했다.

그녀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가 원더스타인에게 몸을 바치겠다고 무릎 꿇었던 날의 일을.

그날 그녀가 각오했던 관계는 이런 게 아니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닌, 정말로 그가 자신을 평생 개처럼 대해주길 바랐다. 모든 절망과 수치심을 끌어안고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랐다.

”좋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당신을 암캐로 취급하겠습니다.“

그는 그녀의 목줄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줬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끝이구나.’

모든 게 끝났다. 이제 아나이스 베르그송으로서의 자신은 없었다. 한때 좋아했던 남자의 애완동물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와 쌓아왔던 관계도 모두 끝이었다.

“헤헤…….”

웃음이 나왔다. 믿었던 남자의 손에 이렇게 끝장나다니.

그녀는 그가 자신을 계속 말려주길 바랐다. 물론 그것은 불합리한 바람임을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을 떠밀어주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어떤 경우에도 그녀는 그를 원망했을 것이다.

원더스타인이 그녀를 끌고 도착한 곳은 사람이 많은 정원이었다. 그는 그녀의 목줄을 나무 한쪽에 걸쳐 두고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면 여기서 확실히 암캐가 되는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다, 단장님, 저, 저는 이미 암캐예요…….”

그녀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내저으며 조소를 지었다.

“고작 그 정도로 암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네 발로 걷고, 사람에게 아양 좀 떨었다고요? 진정한 암캐는 말입니다……수캐에게 박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곧 한 마리 데려올 테니, 놈에게 처녀를 바치시지요.”

그의 말에 아나이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그녀를 시험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렇게 비참하게 살아가고 싶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설사 개에게 박히는 수모일지라도…….

그렇게 되면 정말 인간 이하로 떨어지는 길이었다. 아나이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정말로 잔인한 사람이다. 그냥 자신을 강제로 일으켜 세우든지, 아니면 적당히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어울려 주는 방법도 있을 텐데……. 굳이 위태위태한 자신의 정신력으로 운명을 선택하도록 몰아붙였다.

“그럴 각오가 없으면 함부로 이런 요구를 하지 마십시오. 오늘 일은 못 본 것으로 할 테니 그냥…….”

“할게요…….”

“뭐라고요?”

“저, 저는 암캐예요……. 수캐의 자지에 박히는 건 당연한 일이죠……. 수캐랑 할게요.”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을 살피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이시군요.”

“말했잖아요. 저, 저는 진짜 아나이스가 아니라고요…….”

원더스타인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 마리 데려오지요. 놈에게 처녀를 헌납하는 순간, 저는 당신을 정말로 제 개로서 키우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그녀를 두고 정원을 떠났다. 아나이스는 눈물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았다. 나쁜 사람. 정말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여야 했을까?

그녀는 머리카락을 해초처럼 늘어뜨리며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입에서는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원더스타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어라? 이상하네요. 분명 이런 걸 즐긴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의 목소리는 아까와 달리 위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그녀와 같은 높이에서 말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 아나이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을 마주했다. 그곳에는 금발의 미남자가 알몸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다, 단장님, 무, 무슨 짓을?”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특별히 그들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명석한 그녀는 바로 이것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도 개 이름표를 몸에 붙인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향해 네발로 기어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자, 대령했습니다. 수캐 한 마리입니다.”

“다, 단장님…….”

원더스타인은 울먹이는 그녀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그녀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그녀가 추락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옳은가 고민하던 그가 내놓은 해답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나이스, 당신이 얼마나 힘든지는 잘 알았습니다. 정신적으로 정말 많이 몰려 있었군요.”

그는 그녀의 볼을 혀로 내름 핥았다. 개 다운 동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도저히 못 보고 있겠더군요. 당신 혼자 떨어지는 모습은. 그렇게까지 떨어지고 싶다면 말입니다……. 그냥 우리 같이 떨어집시다.”

“아…….”

아나이스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가 제시한 해답은 그녀에게 진정으로 필요하던 것이었다.

원더스타인도 그녀의 입장이 되어 봤기에 알고 있었다.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도 질책도 아니었다. 상대가 처해 있는 아픔에 대한 강한 공명이었다.

“단장님.”

“아나이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달려들어 입맞춤을 나누었다. 서로를 품에 끌어안고 혀와 타액을 교환하며 풀밭을 마구 뒹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개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정원을 뒹구는 모습은 이 험악한 상황에서도 절로 웃음이 나오게 했다.

“저놈의 개들은 태평하구나.”

“부럽구먼. 마도사니 암살자니 저 개들은 아무것도 모르겠지.”

두 마리의 개는 그렇게 짐승처럼 서로의 몸을 탐했다. 풀밭에서, 복도에서, 카펫 위에서, 온천에서 그들은 장소를 계속 옮겨 가며 수백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발정난 개들처럼 관계를 가졌다.

물론 암시가 깨지면 안 되었기에 할 수 있는 체위에는 한계가 있었따. 주로 수캐가 암캐를 뒤에서 쑤셔 박는 모양새가 됐다. 수캐는 암캐가 완전히 실신할 때까지 그녀의 몸을 안고 또 안았다.

“저에게 기대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기대십시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두 사람은 호텔 담벼락의 횃불 아래에 서로를 꼭 껴안고 누워 있었다. 그의 넓은 가슴이 그녀의 몸을 모두 감싸준 덕분에 그녀는 눈을 맞으면서도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언제든지 당신에게 어울려 주겠습니다.”

그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하지만 아나이스 베르그송으로서 당신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 다시 자신을 가짜라고 여기지 마십시오.”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제 눈과 손은 당신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다, 단장님…….”

“네.”

“고, 고마워요……흑, 고, 고마워……고마워요…….”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두 사람의 혀가 끈적하게 얽어져 들어갔다.

배역 이름표의 시간은 끝났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들킨들 어쩌랴. 혼자라면 모르되, 둘이 함께라면 그냥 젊은 커플이 색다른 방식으로 즐기려다가 실수한 것일 뿐이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바짝 선 유두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의 혀, 손가락, 이빨 등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허리가 거칠게 튕겨 올랐다.

“아아아앙!”

그녀의 입에서 짐승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녀의 눈물방울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육체적 쾌락이, 정신적 충족감이 그녀를 연달아 절정으로 인도했다.

자신이 아나이스로서 모든 가치를 잃었다고?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진짜 아나이스 베르그송이 가지지 못했던 것을 손에 넣었다.

그것은 바로 좋아하는 남자로부터 받는 사랑이었다.

녹는점 (끝)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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