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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7

마교 (6)

츠츠츳!

눈을 뜨자, 눈앞에서 눈을 뜨고서 나를 노려보는 ‘잔해’가 보였다.

츠츳….

나는 인간형으로 몸을 바꾼 채, 그 잔해를 보았다.

‘신자라 했던가.’

진인들은 자신들에게 침식된 존재를 ‘신자(信者)’라 표현하는 모양이었다.

‘누구 멋대로 신자냐.’

그저 가엾게도 어쩌다 하늘을 보아서 잘못 눈을 마주친 희생자일 뿐.

그 누가 원해서 이런 모습이 된단 말인가!

우웅―

나는 총천검을 잡았다.

방금 전에는 베어 내기를 주저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벤다.

‘벤다.’

총천검과 나의 의지가 일치했다.

나는 검을 들어 올린 채 총천검을 높은 계위로 올렸다.

순수한 내려 베기.

높은 계위에서 낮은 계위로.

높은 위치에서 낮은 위치로!

단악검법.

산심연후도!

부웅!

슈칵!

나는 눈앞에서 나를 노려보는 진인의 신자를 계위째로 베어 내 버렸다.

30장에 달하는 진인의 신자는, 산심연호도의 내려 베기에 그대로 쪼개지더니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까 전 느꼈던 불길함은 그저 신자의 뒤에 있는 진인에 대한 불길함.

그러나 [역원뿔]을 보고 난리가 난 지금이라면 두려울 이유 따윈 없다.

츠아아아앙―

진인의 신자의 몸에 달린 수십 개의 머리가 일거에 녹아 간다.

시커먼 몸체가 낱낱이 흩어져 곳곳으로 휘날린다.

나는 문득 그 광경 안쪽에서, 검은 옷을 입은 정갈한 차림의 노파가 내게 살짝 고개를 숙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고맙소.

그녀의 의지가 내게 전해져 온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촤라라라라―

그녀가 사라짐과 동시에, 이 사막 지대 전체에 깔려 있던 균사가 전부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전명훈과 오현석이 금신천뢰문의 제자 네 멍을 허공에 띄운 채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문도들은 다 구했다만… 네가 없앤 거냐, 그거?”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들이 구해 온 금신천뢰문의 문도들을 보았다.

그들의 몸 곳곳에서는 두개골 모양의 버섯이 자라나 있었지만, 버섯들은 이내 재가 되어 흩어졌다.

“이 녀석들이 명귀계까지 갔던 녀석들인가.”

“그래. 진인에게 침식된 수사에게 영향을 받아 이런 꼴로 쓰러져 있더군. 일단 천겁으로 속을 지져서 안쪽에 자리 잡았던 독기들은 전부 태워 버렸다. 하지만 원기가 부족해서 며칠 동안은 못 깨어날 것 같더군.”

“아마 홍범에게 맡기면 될 거다.”

나는 가만히 손을 뻗어 잠을 자는 문도들의 머리를 쓸어 주었다.

‘드디어….’

금신천뢰문의 생존자를, 전원 구하는 데에 성공했다.

길고도 긴 길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홍수령이 떠올랐다.

“…일단….”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쿠구구구!

그리고 귀기를 끌어올리며, 다시금 귀왕화를 하였다.

“사대호법 전원과, 수호귀왕 전원을 불러라.”

콰르르릉!

전명훈은 일순간 번개로 변해 저 멀리 떠 있는 광음역으로 날아갔고, 얼마 후 다시금 번갯불과 함께 사대호법.

그리고 이제는 백린까지 받아들여 13명이 된 수호귀왕들이 내 앞에 도열했다.

[모두 들어라.]

나는 귀화를 빛내며 말했다.

[이제부터 본교는 진인의 흔적이 있던 이 땅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진인의 침식은 걱정치 않아도 좋다. 본 교주가 방금 진인의 흔적을 지워 버렸으니, 그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모인 모두를 둘러보았다.

전명훈, 오현석, 김연, 홍범.

그리고 13명의 수호귀왕들.

모두 나의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하지만 진인의 흔적을 마주하던 와중, 본 교주는 진인들의 의지와 마주했다. 진인들은 앞으로 본 교단을 적대하기로 했다.]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의 의념이 격하게 뒤흔들렸다.

나는 그들의 공포와 걱정이 전염되지 않도록 빨리 다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는, 오직 본 교단과 본좌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니만큼 본교를 떠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떠나고 싶은 이들은 얼마든지 떠나라. 이곳까지 도망쳐 올 당시에 확인했겠지만, 본교는 떠나는 이들을 배신자라고 취급하거나 적대하지 않는다. 소중한 이들을 데리고 얼마든지 나가도 좋다.]

그러나, 모두들 움직이는 기색은 없었다.

위시혼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 교주께서도 지난번에 못 미더워서 도망칠 교도들은 백음역을 떠나라 하셨지만 결국 이렇게 모든 역경을 디뎌 내고 탈출했잖습니까? 아마 그 당시 무극교단을 나간 교도들은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겝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교주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단 건, 뭔가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나는 그 말에 쓰게 웃었다.

[맞다. 믿는 바는 있지. 하지만… 이번에도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

우우웅―

나는 인력을 통해 내 경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샛길’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수축을 전부 쌓는 데에 성공한 후, 또다시 도망칠 것이다. 이번엔 단순히 지역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세계로 갈 것이야. 그럼에도 따라올 수 있겠느냐?]

내 말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위시혼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확실히, 우리 귀물들은 명귀계에서 가장 수련이 잘 되긴 하지요.”

[그래, 역시 너희는….]

“하지만, 귀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역시나 명계의 인력입니다.”

그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인력을 피할 수 있는 ‘육신’이란 굉장히 소중한 것이요, 가족 간에도 함부로 거래하지 않는 귀중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교주님은 우리에게 그러한 ‘육신’을 무상으로 보급해 주셨습니다. ‘시술’과 ‘은총’으로 한 단계씩 강해지기까지 했으니, 솔직히 이 은혜는 감히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

“이 은혜를 갚기 전까진, 그 누가 함부로 교단을 떠나려 하겠습니까.”

[…내겐 별 힘든 것이 아니었고, 그렇게 가치 있는 걸 내준 게 아니다. 그저 멋대로 너희에게 괴뢰 육신을 달아 주었을 뿐이다.]

“받은 사람이 좋으면 된 게 아닙니까. 하하, 저희 역시 저희 멋대로 받고, 멋대로 교에 남으려 함이니….”

쿵, 쿵, 쿵, 쿵!

수호귀왕 전원.

심지어 막 들어와서 시술과 은총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백린마저 무릎을 꿇었다.

“부디 받아 주십시오!”

나는 그들을 보며 잠시 몸을 떨었다.

[…알겠다.]

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와 함께, 조금 긴 여행을 해 보자꾸나.]

내 말에, 모두가 우렁차게 한마음으로 대답했다.

“예!”

나는 미소를 거두고, 진중한 얼굴로 외쳤다.

[수호법 홍범, 좌호법 김연은 들으라! 이곳으로 광음역을 끌고 와 착륙시켜라! 앞으로 우리는 이 대지에 머물 것이다! 두 호법은 앞으로 광음역의 관리를 맡으라!]

“예!”

“네!”

[우호법 오현석, 대호법 전명훈은 들으라! 앞으로 본 교주는 수축을 쌓기 위해, 긴 시간 동안 폐관을 들어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물쩍대며 느릿하게 쌓았지만, 지금부터는 제대로 의식을 뻗쳐 축을 쌓을 것이다! 그동안은 움직일 수 없으니, 본좌를 잘 호위하도록 하라!]

“예!”

“예!”

쿠구구구구구!

호법과 귀왕들이 광음역을 끌고 와 이 대지 위에 착륙시키기 시작했고, 나는 아래에서 그 장엄한 광경을 보며 눈을 빛냈다.

‘앞으로 명귀계 온갖 세력들이 이곳으로 찾아올 터다. 흑색귀골궁과는 잘 지내 보려 했지만, 진인들이 흑색귀골궁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 무의미한 일. 유혜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보내 줄 수 없겠어.’

우리는 이제, 정말로 명귀계 공적이 되었다.

단순한 삼대세력이 아니라 화도서천궁까지 합세할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는 합체기 태수 몇을 보내서 사교도 토벌이나 하려 했다면, 지금부터는 정말로 무극교단 전체를 ‘공적’으로 지정하고 덤벼들 터였다.

무수한 세월을 살아오며 명귀계에 뿌리를 내린 진인들이 세력을 움직인다면 결과야 뻔했다.

‘정말로 다들 진심이 되어 덤벼들 터!’

그들이 몰려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수축을 쌓고, 샛길을 열어 광한계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반드시…!’

내 동료들이 쉬이 죽게 하지 않으리.

* * *

함진은 자리에 앉아 숨을 들이쉬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평운대륙의 구석에 있는 유화국에서 태어난 평범한 거지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유화국에서도 변방에 태어난 그는 큰 꿈은 없이, 적당히 몸이 커서 일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왔었다.

그러나 그 꿈은 도적단이 마을에 쳐들어왔을 때 깨졌다.

하지만 함진은 목표를 조금 수정했다.

어차피 가치도 없던 인생, 목표야 조금 수정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었다.

함진은 노예상에게 팔려 가며 생각했다.

적당히 좋은 주인을 만나서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진은 수도자에게 팔렸다.

그 수도자는 마공을 수련하는 악랄한 수도자였다.

함진의 목표는 다시금 깨졌다.

그래도 그는 다시금 지치지도 않고 목표를 수정했다.

그는 자칭 스승이라는 마도 수도자에게 실험당하며 생각했다.

적당히 실험당한 후 실험체로라도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진의 목표는 또 깨졌다.

그의 스승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스승이 평소에 연구하던 서적과 그들을 가지고 실험한 연구 일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스승은 그의 제자들을 개조해, 그중 가장 마도공법을 익히기 적합한 신체를 만들어 그 몸으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살아남은 제자는 40명.

그중에서 함진은 스승에게 있어 ‘최상위권’의 육체였다.

그의 수행이 연기기 1, 2성쯤인 것은 아무 상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귀로체(鬼爐體)라는 특이 체질의 보유자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귀로체란 상계의 거대한 존재들과 접신하기가 쉽고, 그들에게서 쉬이 호감을 얻으며, 힘을 빌리기에 최적화된 체질이라 하였다.

그의 스승은 상계의 위대한 존재에게 힘을 빌려, 언젠가 비승하고 싶은 듯했다.

그 때문에 자신의 몸을 노리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함진의 목적은 다시 바뀌었다.

‘살고 싶어!’

이번에는 ‘적당히’가 아니었다.

‘정말로’ 살고 싶었다.

별 가치도 없는 인생이긴 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죽기는 너무나.

너무나도 억울했다.

‘살 거야! 살고 말 거야!’

함진은 그날부터, 스승 몰래 그의 서적을 훔쳐 읽었다.

그리고 그는 상계의 위대한 존재들과 교신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제의를 지내서 위대한 존재들의 힘을 빌리기 적합한 체질이라고?’

그렇다면 이용해 주면 될 뿐이다.

그렇게 함진은 스승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의 스승의 서고에 있던 책 중 ‘무극귀왕제사서’라는 서적을 골라 제의를 치렀다.

그리고, 그는 ‘위대한 존재’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존재는 함진에게 특이한 것을 요구하더니, 그의 몸을 차지하고 하늘로 올라가 뭔가를 둘러보더니, 함진이 살던 계곡 전체를 들어내려 하다 함진이 버티지 못하는 걸 보고는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차지했던 대가로 특이한 ‘감각’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우우웅―

함진은 눈을 떴다.

그의 주변으로, 무수한 음과 양이 너울지고 있었다.

그 위대한 존재는 3개월 후 다시 보자고 했었다.

함진은 그 존재가 너무나 두려웠다!

19개의 얼굴을 가진 채, 피눈물을 흘리며 저주의 꽃밭을 기르는 귀왕!

꿈에서 가끔 나올 정도로 두려운 모습을 가진 위대한 존재.

함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그런 존재일지언정,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그의 스승보다는 나았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함진은 그의 스승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 존재에게 기도했다.

“부디 저에게 임하여 주십시오.”

쿠구구구구!

그는 새하얀 공간 속에 떨어졌다.

익숙한 곳이었다.

그의 정신세계 안쪽.

그리고, 그는 새하얀 공간 한구석에 들어온 19개의 머리를 가진 그림자를 보며, 떨리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함진은 지난번부터 느꼈지만, 저 존재가 그를 통해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걸 느꼈다.

‘본래 저런 존재들은 소중한 것을 받아 가거나, 혹은 수명을 받아야지만 소원을 들어준다 했다. 하지만 애초에 저쪽에서 원하는 게 있다면….’

함진의 수명을 주지 않아도 될지도 몰랐다!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19개의 머리를 가진 존재는 함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난번에 준 감각은 잘 사용하고 있느냐?]

“예? 아, 예! 정말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였다.

비록 사악한 존재가 준 감각일지언정, 함진은 너무나도 이 감각을 유용하게 쓰고 있었다.

원래 함진이 그의 사부의 서고에서 무극귀왕제사서를 읽을 수 있던 이유는 간단했다.

사부가 서고의 옆방인 연구동에서 실험을 하던 중, 실험체 하나가 폭발해서 연구동은 물론이고 서고에 펼쳐진 결계까지 모조리 산산조각 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때 함진은 결계가 망가진 틈을 타 몰래 제사서를 꺼내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감각을 가진 이후부터는 그런 우연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천지영기가 너무나도 훤하게 감각에 잡혔으니까!

어떻게 결계를 펼쳤는지,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결계가 왱왱 울지 예상이 갔다.

그는 천지영기를 읽어 내어 결계를 피해서 사부의 서고를 거의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누군가가 감시한다거나, 사부가 갑자기 서고에 들이닥칠 걱정도 없었다.

천지영기가 불길함을 경고해 줬으니까!

그는 그저 천지영기에 대한 감각을 놓고 있지만 않으면 될 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대담하게 사부의 영약 창고까지 한두 번 털기까지 했다.

그 덕에 현재 함진의 수행은 급격히 치솟아, 연기기 3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귀한 도움을 주심에 크나큰 감사를 드립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구나.]

오싹!

함진은 공포스러운 존재의 음성에 전신이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저 존재가 ‘잘 익었구나!’라고 하며 그를 잡아먹진 않을지 공포심이 들었다.

그러나 함진은 침을 삼키며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뭐, 어쨌든 훌륭히 성장한 것 같군. 아주 좋다. 무려 연기기 3성에 들다니…. 네 몸을 통하면 내 권능을 1, 2푼 정도는 더 발휘할 수 있겠어….]

얼마간 끌끌 웃던 그림자가 말했다.

[하지만 부족하다. 네 몸을 통해 이 계곡을 둘러본 결과, 계곡이 상당히 무겁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가 38개의 눈을 밝히며 말했다.

[나는… 이 계곡 밑에 있는 힘을… 원한다.]

쿠구구구구!

그림자가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함진의 정신세계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뿐이 아니었다.

함진은 실제로 ‘바깥’이 흔들리고 있단 걸 눈치챘다.

저 존재가 손을 움켜쥔 것만으로 계곡 전체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야… 그리고 내가 그 힘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네 도움이 필요하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나이까.”

[흐흠….]

거대한 존재가 함진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쿠구구구!

그것만으로도 그의 정신세계가 어두워지는 듯했다.

[아직은… 너무나도 약하군. 일반 수도자가 나의 권능을 1할이라도 제대로 받아들이려면, 최소한 원영의 경지는 얻어야 하느니.]

“…!”

함진은 그 말에 경악하여 입을 벌렸다.

‘워, 원영기라면….’

그의 스승조차 결단 중기!

원영기는커녕 결단 대원만이라도 이 생에 이루겠다고 이를 벅벅 갈고 있는 것이 함진의 스승이었다.

그런 만큼, 함진은 원영기라는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너의 특수한 체질 덕에, 너는 내 힘을 조금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듯하구나. 너의 체질이라면, 나의 힘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터. 너라면 원영기가 아닌 결단기만 되어도 내 힘의 1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면 나는 네 몸을 빌어, 이 거추장스러운 계곡을 완전히 들어내 버리고 저 밑에 있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터….]

다행스럽게도 결단기라면 함진 역시 우러러볼지언정 상식선에 있는 경지였다.

하지만 그 역시 까마득하기는 마찬가지.

“송구하오나, 위대한 분이시여. 제가 결단기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200년은 불철주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사부께서는 당장 몇 년 뒤에 저의 몸을 취하실 것입니다…!”

그의 눈이 공포로 떨렸다.

문득 그의 뇌리에 최악의 결말이 그려졌다.

그의 사부는 결단기였고, 함진의 몸을 빼앗은 후 본래 자신의 몸에 있던 금단도 함진의 체내에 이식해서 몸을 빼앗은 후 바로 결단의 경지도 찾을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저 존재도 힘을 끌어낼 수 있어 만족할 터고 스승도 위대한 존재의 힘을 빌릴 수 있어 만족할 터다!

결국 억울한 것은 아직 연기기 3성밖에 안 되는 함진일 뿐!

그가 식은땀을 흘릴 때, 거대한 존재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 너에게 도움을 주러 온 것인즉, 너를 배반하진 않을 것이니라. 하지만 확실히 200년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지. 너에게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그만큼 기다려 줄 시간은 없다.]

“하, 하면….”

그림자는 38개의 눈에서 귀화를 불태우며 한 손에 머리 중 하나를 괴고서 함진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러면 역시 편법을 써야겠지.]

그림자가 끌끌 웃었다.

[1년. 지금부터 1년 안에 내 너를 축기기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예…!?”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제안에, 함진은 황당해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축기기가 어디 애들 장난으로 오르는 경지던가?

하지만 저 존재는 마치 ‘너에게 아침밥을 차려 주겠다’라는 말투로 너무나도 여상하게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너는 그 힘의 대가로, 이 계곡의 밑바닥. 이 나라 전체의 용맥이 지키고 있는 ‘힘’을 얻어 나에게 바칠지어다.]

“그, 그것을 얻으려면 계곡을 들어내어야 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냥 단순하게 힘으로만 얻으려면 그렇겠지. 물론 네가 그 정도 힘이 없는 건 잘 안다. 하지만 힘이 없는 대신, 너는 이 세상의 주민이지. 너는 내가 알려 주는 법술을 통하여 이 계곡의 용맥을 엮어라. 이 근방의 힘을 모조리 네 손아귀에 장악해라. 실을 자아 옷을 짓고 그물을 짜는 것처럼, 용맥을 엮어 내가 알려 주는 진법을 엮어내어라.]

그림자가 웃었다.

[때가 되면 내가 진법을 발동시킬 것이다. 그리하면 용맥이 움직여, 나를 ‘힘’으로 이끌지어다. 어떠하냐. 나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냐?]

함진은 그림자의 제안을 들은 후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보다 좋은 제안은 없다는 걸.

그리고 어차피 이 자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자신은 필연적으로 몸을 빼앗기고 죽을 터였다.

이보다 좋은 제안은 없다!

그리고 그는 썩은 동아줄일지언정 무조건 잡아야 하는 처지였다.

‘이것저것 가릴 수 없어.’

마침내 결정을 내린 함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위대하신 분의 말씀을 따르겠나이다!”

[후후, 좋구나. 그리 결심하였다면, 너는 내가 전해 주는 지식을 새겨들으라.]

속닥속닥속닥속닥….

함진은 위대한 존재와 접신하며, 그가 내려주는 지식을 전해 받았다.

* * *

푸콱!

“쯧, 이번 실험체도 죽었군.”

유화국에는 ‘3대 현인신’이라는 존재들이 존재했다.

유화국의 전설적인 결단기 수사들이 바로 그들이었고, 그 중 ‘마신’이라고 불리는 마도공법의 최강자.

흑릉(黑陵) 노괴 염곡!

그는 죽어 버린 실험체를 보며 잠시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실험체가 올려져 있던 제단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제기랄! 또 실패란 말이냐! 왜 이 몸의 제자들은 이리도 나약한 거냐! 도대체 이래서야 나의 쓸만한 육신이 되겠느냔 말이다!”

그의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절귀곡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의 노갈성에 고작해야 연기기에 불과한 무수한 제자들이 절귀곡 안에서 몸을 떨었다.

“제길, 제길, 제길! 이제 39명밖에 안 남았는데! 왜 이놈들은 성과를 보이는 놈들이 없는 게야!?”

염곡은 입술을 마구 짓씹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는 분에 못 이겨 죽어 버린 실험체의 시체를 불태워 버린 후 소리쳤다.

“당장 이 앞으로 집결해라! 이 쓸모없는 것들!”

그의 말에 절귀곡에 있는 그의 제자들이 빠르게 염곡의 동부 앞에 집결하였다.

염곡은 제자들을 둘러보았다.

연기기 6성에 달한 두 명 정도를 빼면 모조리 연기기 1성, 혹은 2성이었고 심지어 단수기조차 제대로 대성치 못한 이들조차 왕왕 보였다.

“이런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 왜 네놈들은 쓸모 있는 자질을 안 가지고 태어난 게냐! 왜!? 너희의 버러지 같은 목숨이 가치 있을 때는, 오로지 나 같은 현인신의 수명 연장을 위할 때밖에 없단 말이다!!!”

콰앙, 콰앙!

그는 연구동에 있는 물건들을 단수기 이하의 제자들에게 마구 집어 던지며 외쳤다.

그러고도 그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연기기 1, 2성 수준의 제자들을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의 연구동 안쪽에서 몸이 성한 제자는 셋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연기기 6성 수준인, 위제.

똑같은 수준인 유은.

그리고 연기기 3성의 함진이었다.

연기기 6성 수준의 제자인 위제와 유은을 보며, 염곡은 핏발이 선 눈으로 말했다.

“네놈들은 이제 슬슬 칠성제를 치를 수준은 됐겠지? 오늘도 칠성제를 치를 수준이 되지 않았다면 쓸모없는 너희를 갈아서 단약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그 말에 두 제자는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사부님! 이제 6성은 전부 대성했습니다. 칠성제만 치르면 끝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흥! 아둔한 놈들 같으니….”

그는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둘을 바라본 후, 마지막으로 함진을 쳐다보았다.

“흐흠….”

그는 함진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의 몸 곳곳을 더듬고, 입을 벌려 이빨을 확인해 보곤 했다.

“좋아… 아주 건강하군. 요새 이빨은 잘 닦느냐?”

“예, 예. 지난번 구해 주신 질 좋은 소금 덕에 매일같이 깨끗이 닦고 향유로 좋은 냄새가 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 목욕은 이미 익숙해졌을 테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겠지?”

“예. 최근 근육이 붙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후후, 아주 좋다. 아주 좋아. 그리고 보자… 오, 놀랍군. 벌써 연기기 3성의 중반에 도달했단 말이냐?”

“예….”

“하하하! 훌륭하구나. 하지만 몇 번이나 말했듯이, 수련에만 집중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햇빛도 쬐고, 건강하고 건전한 신체를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염곡은 친절한 표정으로 함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누가 봐도 아끼는 애제자를 대하는 태도.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함진을 부러워하거나 질투의 눈빛을 보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염곡이 귀한 물건을 다루는 태도로 함진을 쓰다듬을 때마다, 모두가 안쓰러운 눈으로 함진을 쳐다볼 뿐이었다.

염곡의 제자들 중, 염곡이 몸 갈아타기의 술법의 대상으로 함진을 반쯤 점찍어 놓았단 걸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자. 그럼 나는 재료 수급 때문에 잠시 나갔다 올 테니, 그동안 연구동은 전부 다시 깨끗하게 청소해 놓거라.”

염곡은 함진을 쓰다듬어 준 후, 제자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저물도를 챙긴 후 동부를 나섰다.

그는 비둔술을 사용해 계곡을 빠져나왔다.

‘…지진이 일어난 후부터, 함진이 이상해졌다.’

염곡은 눈을 찌푸렸다.

몇 개월 전, 절귀곡에는 커다란 지진이 일어났었다.

그 덕에 염곡이 겨우겨우 얻은 재료 몇 개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고, 그는 길길이 날뛰어야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지진이 일어난 후, 함진이 살짝 묘하게 변했단 것이었다.

이전에는 몇 번이고 염곡의 서고에 숨어들어 가 서적들을 훔쳐보곤 했었다.

물론 염곡은 알면서도 놔두었다.

어차피 함진의 몸은 몇 년 후면 그의 소유가 될 터였으니까.

하지만 지진이 일어난 후, 함진은 한 번도 서고에 숨어들지 않았다.

그가 교묘하게 몇 겹으로 서고에 펼쳐 놓은 결계들이 모두 문제없이 작동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오늘 역시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가 실험하던 실험이 실패했고, 실험체가 아무 결과도 못 내놓고 죽고 말았다.

그리고 또다시 함진이 이상해졌다.

평소에는 그가 몸을 더듬으면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기겁을 하던 함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니, 반응이 없는 것을 넘어 어째 염곡을 깔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느껴졌다.

‘그 꼬맹이 녀석이 왜 갑자기 달라진 거지? 흐음… 그 녀석, 뭔가 나에게 숨기고 있는 게 있다. 뭔가 꿍꿍이가 있어.’

염곡는 잠시 고민하다가 씨익 웃었다.

“역시… 그건가. 계곡 밑에 있는 비밀. 그 기묘한 힘이 지진을 일으키고, 외부의 힘에 영향을 잘 받는 체질인 함진이 그 기묘한 힘에 영향을 받은 거겠지.”

염곡은 손아귀를 거머쥐며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힘만 손에 넣으면, 어쩌면 결단 대원만에 이르는 건 꿈이 아닐지도 몰라! 그 힘과 함진의 육체만 있으면, 이번 생에 원영기에 이를 수도 있다! 흐하하, 원영기에 이른 후 녀석의 육체로 이계의 존재에게 제의를 올려 힘을 빌리면, 천인기도 영 꿈만은 아니야!”

흑릉 노괴 염곡.

그는 광소를 터트리며 절귀곡을 벗어났다.

“천인기에 이르러, 이름뿐인 현인신이 아닌 ‘진짜’ 현인신이 될 것이다!”

* * *

티이잉―

맑은 파동이 어딘가에서부터 퍼져 나온다.

내 의식 한 줄기가 내려간 부해계였다.

그 부해계로부터 누군가의 수명이 이쪽으로 끌려온다.

나는 수명을 받아 수축으로 변환시켜 쌓았다.

최근, 나는 공령지와 거의 정신을 동화시키다시피 하여, 수많은 하계들에 의식을 뻗어 더욱더 많은 제의들을 더욱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늘 받은 제의만 하여도 벌써 세 번이었다.

물론 그중 두 번은 사악한 마도 수련자들이 치른 제의라 대가를 받지 않고서, 오히려 제의를 치른 마수들의 머리통을 터트려 버렸다.

무수한 제의 중 3분지 1이 이런 식이었다.

희생 제물을 바치는 마공 수련자들.

나는 그들이 바치는 제의는 항상 무시해 왔기에 내가 수축을 쌓는 속도는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령지와 정신을 동화시키고 본격적으로 의식을 하계로 뻗은 만큼, 수축은 꽤 빠르게 쌓이고 있었다.

‘…기이하군.’

그러나 최근, 나는 빠르게 쌓여 가는 수축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개열기 진인들을 직시한 이후였다.

‘개열기 진인들은, 내 정신을 인력을 통해 계면 바깥으로 끌어왔다.’

그 방식은 마치, 내가 지금 하는 것처럼 의식을 하계로 늘어뜨려, 내 계약자들의 정신을 의식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너무나도 흡사한 방식이었다.

내게 제의를 바친 계약자들은 나와 ‘연결’되었기에 나는 그들과 언제라도 다시 연결되어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한 가지 추론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대상을 인력으로 끌어들이는 데엔 ‘베풂’이 필요한 건가.’

나의 힘을 베푸는 것.

내가 그들에게 이득을 주는 것.

그러한 행위를 해야지만 그들과 내 정신이 인력으로 연결되고, 언제라도 제의 없이 나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내가 어떤 것도 베풀지 아니하고 오로지 짓이겨 버리거나, 소환되자마자 지진과 해일을 일으키고, 저주를 퍼붓고,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혀 버린 마도 수도자들과는 전혀 ‘연결’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 악랄한 것들과도 연결이 생긴다면 심심할 때마다 찾아가서 재액을 떠밀어 주는 건데, 아쉬운 일이지.’

한마디로, ‘베푸는 행위’를 한 이들은 나와 인력이 생기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베푸는 행위’란 복(福)을 의미한다.

베푸는 행위로 인해 나와 누군가가 인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곧 복이야말로 진정한 인력이라는 의미였다.

어째서 사축기 수사부터는 인력을 다루는가.

나는 그 이유를 이 추론으로 인하여 조금 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사축기 수사부터는 복(福)을 관장할 자격이 생기는 존재고, 복을 나눈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곧 인력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개열기 진인들이 나를 인력으로 끌어왔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

그들은 나에게 어떤 복도 베푼 적이 없다. 오히려 재액만 흩뿌렸을 뿐.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끌려갔다.

‘그렇다면,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

그들이 내 동의를 받지 않고 언젠가 복을 부여한 적이 있거나.

아니면, 그들이 나를 소환한 것이 복이 아닌 액(厄)으로 인한 것이었거나.

‘액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복이 없어진 상황을 일컫는 것일 뿐이었다.

‘액을 준다’라는 건 그저 표현일 뿐, 실제론 ‘있는 복을 빼앗는다’라는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나에게 복을 빼앗아간 이와 난 연결될 수 없다.

그들이 나에게 복을 준 적이 없다면 그들은 어떻게 나와 연결된 것일까?

‘…복을, [주려고] 불렀던 것인가?’

나는 이제야 진인들이 내 정신을 단번에 계면 위로 끌어올린 원리를 알 수 있었다.

나와 계약자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서로에게 ‘준다’.

그렇게 서로 간에는 인력이 생긴다.

하계의 생령들이 무극귀왕제사서로 내게 제의를 지내 내 정신을 부르듯이, 개열기 진인들 역시 계면 바깥에서 나를 소환하는 의식을 치렀던 것이었다.

하계의 생령들의 부름은 너무나 작기에 내가 응답하지 않으면 굳이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진인들의 음성은 너무나도 거대했고, 그들의 존재가 가진 인력이 강대했기에, 그들의 소환 의식에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했던 것이었다.

‘하계의 생령들이 내게 부름을 전하는 방식은 뭔가를 [바친다]는 개념 하에 이뤄지는 것. 바친다는 행위는 그저 우리의 경지 차가 있기에 그렇게 말할 뿐이지, 실은 그저 주고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개열기 진인들은 나에게 복을 [주는] 의식을 치러서 나를 불러내려 한 것일 테지. 그렇게 해서 [내 뒤에 있다 착각하는 존재]와 인력으로 연결되려….’

“….”

거기까지 생각이 발전했을 때.

나는 [뭔가]에 생각이 닿았다.

‘잠깐.’

복을 주고받는 것이 곧 인력의 실체라면.

수, 부, 강녕, 유호덕은 하계의 존재들과 필요한 것을 주고받고, [그들과] 연결되어 각각의 개념을 얻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처음부터… 그냥 내 수명을 명귀계에 [주게] 되고, 명귀계도 내게 수축을 [주게] 되면….”

[명귀계와 나] 사이에 인력이 생기는 게 아닌가?

명귀계는 수(壽)를 상징하니, 오히려 명귀계와 직결되는 인력이야말로 진정한 수축이 아닌가?

‘하나의 축을 쌓는 데에 필요한 수명은 1만 년.’

축을 쌓을 때마다 부여되는 수명도 1만 년.

“아…하하… 하하하하하!”

사축기 수사는 총 5만 년의 수명을 부여받는다.

사축기에 처음 도달할 때에 1만 년.

그 뒤로 축을 한 번 쌓을 때마다 1만 년.

‘알겠다.’

단순히 인력의 실체와 개열기 진인들의 수법에서 발전한 나의 상념은 마침내.

오로지 장생과 불사를 위해 수선을 하는 수도자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결론에 닿았다.

“사축기의 ‘진짜’ 이름은… 사축기가 아니야.”

나는, 사축기의 ‘진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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