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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9

EP.348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2)

밀에는 봄밀과 가을밀 두 종류가 있다. 여기서 후자는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랐다. 그래서 그것은 보통 가을에 씨를 뿌려 늦은 봄이나 이른 여름에 수확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가을밀이라고 해도 12월이면 이제 갓 싹이 트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씨를 아무리 일찍 뿌린다고 해도 한겨울에 사람 키만큼 자랄 수는 없었다. 그것도 춥기로 유명한 키예프의 땅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광경을 제국 남부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다. 남해에서 밀려오는 온풍이 매년 일부 지역을 감싸 겨울을 마치 봄처럼 날 수 있게 보호했다. 지역 사람들은 이 기상 현상을 ‘플로라의 커튼’이라고 불렀다.

축복의 대상이 된 지역 사람들은 해당 연도에만 특별히 겨울에도 경작을 할 수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매년 북극광의 움직임과 형태를 관찰해서 올해는 어느 지역에 플로라의 커튼이 나타날지 예측했다.

광활한 경작지 위에 농민들의 마을이 드문드문 퍼져 있고, 그 중심부에 지주의 거주지가 자리 잡은 형태는 키예프 남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장원 구조였다. 12월임에도 불구하고 푸른 밀밭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올해 플로라의 커튼이 드리워지는 지역에 속했다.

밀밭의 중앙에는 커다란 저택이 서 있었다. 이 5층짜리 건물은 이름만 저택이지 그 규모는 거의 궁전이나 성에 가까웠다.

현재 저택의 중앙에 마련된 연병장에는 두 사람이 목검을 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얀 무복을 입은 청년의 이름은 찰리로 이 저택에 머무르고 있는 손님이었다. 그리고 붉은색 머리를 휘날리는 여인의 이름은 ‘라테나 라센’으로 바로 이 저택의 주인이었다.

“아무리 임무를 다녀온 지 며칠 안 됐다지만, 이 움직임은 뭐야? 겨우 이 정도로 복수를 할 수 있겠어?”

여인의 피부는 창백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새까만 드레스가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것은 그녀의 등에 달린 검은 깃털들과 잘 어울렸다. ‘까마귀 마녀’라는 별명을 지닌 그녀다운 모습이었다.

“동작 봐라! 허점이 너무 많잖아!”

라테나는 날개를 이용해 수십 걸음이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좁혀왔다. 맹수의 도약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녀는 목검을 휘둘러 찰리의 몸 여기저기를 가격했다.

“크윽!”

파바박. 그는 고통을 참으며 일단 몸을 뒤로 빼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다음 동작을 손쉽게 읽어내고는 즉각 따라붙었다. 그녀는 쉴새 없이 그를 몰아붙였다.

“임무 중에 상처도 입었다면서! 흥, 고작 그 실력으로 검은 마도사를 잡겠다고? 너를 탈출시키기 위해 죽은 바보들의 목숨이 아깝군.”

그녀의 새빨간 입술에서 연신 독설이 쏟아졌다. 다른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긴 그였지만, 그녀가 동료들의 죽음을 입에 담는 순간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하압!”

찰리는 기합을 내지르며 목검을 출수했다. 거의 집어던지듯이 내뻗은 검은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라테나의 미간을 찔러 들어갔다.

급소를 정확히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이었다. 아무리 목검이라도 무방비 상태에서 제대로 맞았다간 무사하기 힘든 힘이 거기 실려 있었다.

그러나 찰리는 상대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와 그녀는 지금까지 수천 번의 대련을 펼쳤다. 그중에 그가 그녀에게 제대로 타격을 준 적은 손에 꼽았다. 그녀는 그보다 몇 단계 위의 고수였다.

그의 예상대로 그의 공격은 너무나도 쉽게 가로막혔다. 그녀는 그의 목검을 가볍게 수도를 날림으로써 튕겨냈다.

찰리는 그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토했다. 진검이었다면 과연 그녀가 저렇게 손으로 쳐낼 수 있었을까?

“이거 검술 훈련 아니었습니까?”

“검을 휘두를 가치도 못 느꼈다고 해두지! 네 공격은 너무 쉽게 읽혀! 힘이 들어가는 구간이 빤히 보인다고! 손날치기로 그 맥을 끊는 건 일도 아니지!”

그녀의 말에 찰리는 반박할 수 없었다. 확실히 자신은 10년 넘게 닌자로서 훈련을 받았으면서도 공격의 의도를 숨기는 데 미숙했다. 이상하다면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찰리는 이에 대해 집사가 해준 조언을 되새겼다.

‘복수심 때문입니다. 도련님의 마음은 현재 검은 마도사와 배신자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이 도련님의 공격에 살기를 깃들게 하는 것입니다. 라센 님과의 훈련에 집중하십시오. 그것으로 도련님의 약점을 극복하십시오. 라센 님과의 훈련에 집중하십시오. 라센 님과의 훈련에 집중하십시오. 라센 님과의 훈련에 집중하십시오. ’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중년 남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집사의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그가 늘 들고 다니는 낡은 회중시계의 바늘 소리를 떠올리면 항상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혼란스러움이 가셨다. 자신이 해야 할 바가 명확히 떠올랐다.

훈련에 집중.

훈련에 집중.

공격이 쉽게 읽힌다.

동작이 쉽게 보인다.

훈련에 집중.

찰리는 차분히 호흡을 가라앉혔다. 그를 둘러싼 거친 분위기가 일순간 가라앉았다. 그는 목검을 비스듬하게 기울여 목젖을 향해 들어오는 라테나의 공격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아까와 같은 동작으로 검을 내질렀다.

딱.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라테나도 그의 공격을 손으로 쳐내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공격은 예측하기 어려운 호흡으로 날아왔다.

‘이 녀석 봐라?’

예비 동작을 생략해 다음 동작의 의외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곡예사 특유의 움직임이었다. 재주꾼들의 이런 기술은 암살자들의 기술과 통하는 면이 있었다. 찰리가 불과 두 달 사이에 닌자 행세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러나 곡예사와 암살자는 움직임의 마무리를 처리하는 방법이 정반대였다. 곡예사는 자신을 지켜보는 상대가 동작의 의외성을 ‘알아차리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것으로 관객들의 감탄을 끌어냈다.

그러나 암살자는 상대가 동작의 의외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기술의 마무리까지 숨기려고 했다.

찰리는 10년 동안 곡예사로서 훈련받았다. 그가 아무리 암살자 행세를 하려고 해도 동작의 마무리에 자신도 모르게 멋을 부리게 됐다.

라테나와의 대련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훈련한 지 한 달 만에 그는 마침내 결실을 보였다. 그가 방금 그녀에게 가한 공격이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확실히 천재는 천재라는 거군.’

라테나는 얼마간 훈련을 더 진행했다. 찰리는 예전과 달리 철저하게 예비 동작과 기척을 감추고 움직였다. 이동, 회피, 공격, 방어. 그 모든 기술에 더는 곡예사로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조금 봐줄 만하군. 그럼 훈련을 끝내기로 할까?”

라테나의 목검이 찰리의 목검을 쳐올렸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목검이 그의 손에서 튕겨 나가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기술의 허점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더는 버틸 힘과 체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가, 감사합니다…….”

찰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체력과 정신력 모두 한계에 달했다. 그래도 그의 입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을 극복했다.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집사가 달려와 그의 몸을 살펴주었다. 찰리의 몸에는 목검에 맞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퍼런 멍과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

“감히 도련님의 몸을 이렇게 만들다니…….”

“어머, 훈련 중에는 어쩔 수 없잖아?”

뻔뻔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집사는 이 가는 소리를 냈다.

“저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도련님의 의욕을 끌어낼 목적이었다고 해도, 당신은 우리 영주님과 닌자들의 죽음을 조롱했습니다!”

“덕분에 훈련에 효과가 있었잖아.”

“그런……!”

“그만해.”

찰리가 집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라센 공은 다 나를 위해서 그런 거야.”

그의 말에 집사는 분개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쓸만한 무기를 키우기 위해서겠죠! ‘임무’라는 핑계로 도련님을 벌써 여러 차례 부려 먹지 않았습니까?”

“그건……일종의 거래다.”

찰리는 확신 없는 목소리로 얼버무렸다. 집사는 잠시 그를 노려보며 뭔가를 곱씹는 표정을 짓더니 훈련이 끝났으니 비올라 아가씨를 불러오겠다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찰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바라보다가 곧 라테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록센은 비올라 아가씨와 저를 어릴 때부터 봐온 아버지와 같은 사람입니다.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 말이 험하게 나온 것 같군요.”

닌자 마을의 두령은 마을이 속한 영지의 영주와 의형제였다. 영주의 손녀인 비올라와 두령의 손자인 찰리는 어려서부터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며 친해졌다. 영주의 시종 중 젊은 편이었던 록센은 비올라를 아가씨, 찰리를 도련님이라 부르며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을 쫓아다니며 그들을 보살펴 주었다.

물론 록센의 진짜 정체를 아는 라테나는 그의 사과를 들으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집사 록센의 진짜 정체는 콤프라치코스의 고위 간부였다. 그는 찰리의 정신을 보다 강하게 조종하기 위해 그의 어린 시절에 자신의 존재를 끼워 넣었다.

암시라는 것은 등을 떠밀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최면에 걸린 본인이 스스로 확신을 가지는 게 중요했다. 과격하고 맹목적인 록센의 충성심은 그것을 말리기 위해 찰리가 라테나를 옹호하도록 유도했고, 그의 선택은 그 자신을 가두는 구속으로 기능했다. 그렇게 그녀는 그를 잘 길들인 사냥개처럼 부릴 수 있었다.

라테나는 입가에 떠오르려고 하는 조소를 숨기고는 그에게 다가가 록센이 감다 말고 가버린 붕대를 그의 팔에 둘러주었다.

“너무 나를 변호해줄 필요 없어. 나는 악당이야. 아이들을 사고파는. 미움받는 일에 익숙하지.”

그녀의 자조섞인 말에 찰리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속이지 마십시오. 라센 공. 당신은 아이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전부 좋은 집에 양자로 들어감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집사를 시켜서……저택에 온 첫날부터 당신을 조사했습니다.”

“역시 나를 믿지 못했구나?”

“라, 라센 공…….”

“아아, 괜찮아. 말했잖아. 미움받는 데는 익숙하다고.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한 너로서 내 호의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라테나가 찰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마치 남동생을 다루는 듯한 태도다. 찰리는 얼굴을 붉혔다.

그는 자신이 라테나에게 가지는 감정의 정체를 쉽게 속단할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들을 구해준 은인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었고, 자신보다 아득히 강한 사람에 대한 동경일 수 있었다.

그녀는 때로는 스승님처럼 엄하게 그를 꾸짖었고, 때로는 누나처럼 다정하게 그를 격려해주곤 했다. 그는 그 관계를 즐기면서도 한 가지 아쉬움 느꼈다.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서 그녀에게 제자나 남동생이 아닌 그 이상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 치솟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와 풍만한 가슴을 몽롱하게 바라봤다. 라테나는 그의 시선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슬쩍 미소를 흘렸다.

“그럼 나중에 보자.”

“아…….”

그녀가 날개를 펼쳤다. 그녀는 순식간에 저택의 지붕 위까지 치솟더니 건물 너머로 사라졌다. 찰리는 그녀가 사라진 후에도 그녀가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라테나 라센. 자신은 그녀에게 남자로서 반한 걸까?

그는 고개를 붕붕 내저었다.

한심하긴. 복수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그는 일어서서 연병장을 정리했다. 얼마 안 있어서 그의 주군이 그를 마중하러 나왔다.

“찰리!”

“아가씨.”

“아이, 둘이서만 있을 때는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잖아.”

“그랬지……. 비올라…….”

찰리는 평소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의 포옹을 받아주었다. 그것은 아마 라테나에게 일시적으로 이상한 감정을 품었던 것에 죄책감을 느껴서 그럴 것이다.

“사랑해, 비올라.”

찰리는 그의 연인을 껴안았다. 그의 주군이자 그의 소꿉친구, 그의 사매이자 그의 라이벌, 그리고 그의 첫사랑이자 그의 약혼자인 그녀를.

어떻게 한 사람과 이렇게 많은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그 자신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두 사람은 깊은 유대로 결속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삶의 모든 것이었다.

“사랑해, 찰리.”

두 사람은 입을 맞췄다. 찰리는 가슴이 뭉클하고 이는 것을 느꼈다.

사랑. 이것이 사랑일까?

그러나 당혹스럽게도 그 순간 그가 떠올린 것은 비올라의 얼굴이 아니었다. 심지어 라테나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마을을 팔아넘긴 배신자의 모습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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