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5

────────────────────────────────────

산외산부진(山外山不盡)

나는 기수식을 잡았다.

단악검법 제 1초, 월악(越岳).

전신의 기와 의념을 다스리며, 검 끝에, 앞으로 이어질 모든 동작의 끝에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소리쳤다.

“모두! 축기기 수도자를 상대하기 위해선 영훈 형님이 필요하오! 의술에 조예가 있는 진가 수도자 분들은 형님을 치료해 주십시오!”

진씨세가의 수도자 중 한둘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김영훈에게로 내려갔다.

그리고 도망친 막리세가의 수도자들을 상대하던 다른 진씨세가의 수도자들은,

하나같이 긴장한 눈으로 막리황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기기 13성!

연기기 극성인 14성 바로 전 단계!

지금 진씨세가 측에는 13성은 커녕 12성 수도자도 없었다.

그나마 11성 수도자만이 지휘부로 한둘 참전했을 뿐이었다.

이유야 너무 뻔했다.

12성 이상의 수도자는 하나같이 축기기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진씨세가의 후기지수들이었으니까.

고작 범인들의 세력인 황실을 손에 넣기 위해 가문의 후기지수들을 버릴 필요가 없으니까.

진씨세가도, 막리세가도 이 전쟁은 결코 진심이 아니었다.

그저 각자 자존심을 조금 세우기 위해, 축기기 수도자 한 명.

그리고 축기기에 준하는 범인 한 명을 내세웠을 뿐이었다.

‘막리황신이 건국황에 오른 것은 몇백년 전…’

그리고 축기기 수도자의 수명 역시 그와 비슷하다고 들었다.

그 말인 즉, 눈 앞의 막리황신은 축기기의 극한에 이르렀었지만, 몇백년의 세월동안 결단기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저 자도 가문에서 그리 중요한 인사는 아니란 말이지.’

“모두, 합공해야 합니다! 제가 앞에서 큰 공격을 받아치겠습니다! 진가 분들께서 막리황신에게 공격을 가해주십시오!”

“알겠다!”

적포를 입은 진씨세가의 수도자들이, 다시금 수도진을 짠다.

“열(熱)!”

화르르르르!

아까 보았던 법술.

거대한 불덩이가 마치 태양처럼 누각 위에 떠올랐다.

“거(去)!”

수도자들의 진법으로 만들어진 불덩이가 아래로 하강한다.

그리고 막리황신이 입꼬리를 올렸다.

“벌레 같은 것들. 제아무리 연기기급으로 떨어졌기로서니, 축기기 수도자였던 존재와 감히 맞설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야?”

꾸구구구!

분명 느껴지는 영기의 압박은 연기기 5성 수준의 압력.

그러나, 그 신식의 크기로 인해 연기기 13성 수준의 전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어쨌건, 그는 지금은 축기기 수도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

콰아아아아앙!

회오리였다.

수천, 수만개의 풍인(風刃)으로 이뤄진 회오리가, 누각 전체를 갈아버리며 불덩이를 향해 승천하듯 움틀거린다.

그리고, 회오리의 끝단이 불덩이에 닿았을 때.

불덩이는 그대로 산산이 터져나가 비산해 버렸다.

수도진을 만들었던 진씨세가의 수도자들이 전부 피를 토하며 물러섰다.

“하하하, 범인 놈아. 감히 네 따위가 나를 막으려 들어? 네가 내 공격을?”

회오리 안에서 비치는 거뭇거뭇한 그림자.

막리황신이 회오리의 중앙에서 나를 보며 낄낄 웃었다.

“자, 어디 막아보거라. 축기기에 올랐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한번 느껴보면서…”

끼이이이이!

바람으로 이뤄진 대붕(大鵬)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이전 황태자 막리현이 보여주었던 법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

저 법술 하나만으로, 누각이 있던 호수 전체를 덮어버릴 것 같았다.

‘피하면 안 된다.’

아직 제자들이 김영훈을 데리고 전부 피신하지 못했다.

‘막아선다!’

단악검법

제이십이초

단악(斷岳)!

단악검법의 1초부터 21초까지의 절기가 순식간에 터져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천지의 초식으로 힘을 거두어들인 후, 다시 일검을 내지른다.

촤아아아!

바람의 붕조는 완전히 박살나지는 않았으나, 일검에 반으로 갈라져 양옆으로 날아갔다.

“후우우-“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 잡았던 기수식.

월악을 펼치기 위한 기수식으로 돌아갔다.

막리황신은 진씨세가 수도자들의 화염술법을 막아내며, 킬킬 웃었다.

“오호라, 한 번은 막아냈구나. 엄청난 요행이로군. 과연 그 요행이 언제까지 갈지 한번 볼까? 아 그리고…”

번쩍!

순간, 광풍이 불며, 호수 전체에 푸른빛의 결계가 생겨났다.

진씨세가의 수도자들이 이를 악물었다.

“이건…”

“결계..!”

“못 도망가게 하려는 건가?”

막리황신이, 막 호수 너머로 도망치려던 김영훈과 내 제자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감히 내 육신을 터트린 저 빌어먹을 놈이 빠져나가게 둘 순 없지. 저 망할 녀석은 우선 진가 날파리들과 저 무림인 놈을 짓이겨 터트린 후에 천천히 살을 발라주마.”

콰아아아!

다시금 그가 결인을 맺자, 막리황신을 감싼 회오리에서 한 마리의 풍룡이 튀어나와 나를 덮쳐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검을 들었다.

* * *

막리세가의 축기기 수도자,

막리황신은 천불이 나는 속을 진정시키며, 차분히 법술을 사용했다.

평생을 노력하여 축기기 후기를 넘어, 축기기의 네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

잘만 했다면 이번 생에 결단기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 괴물같은 녀석 때문에 틀어졌다.

진씨세가가 준비한 결전병기.

비록 의식의 크기는 연기기 4, 5성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괴물은 자신의 의식을 피해서 후손인 막리현의 수급을 베었고,

기묘한 환 같은 것을 터트려서 결국 자신을 죽이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나마 교체전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마 실전이어서 주변에 자신의 혈맥이 아무도 없었다면, 후손의 몸을 빼앗아 다시 부활할 엄두도 못 냈을 터였다.

그러나 부활을 하고 보니, 그가 차지한 후손인 막리정의 자질은 사실상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막리현 놈의 몸을 차지할 수 있었다면 모를까!’

그나마도 무림인 녀석이 목을 베어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결단기에 오를 희망이 있었건만…!’

이런 자질로는 결단기는 커녕 축기기의 실력을 회복하는 것에만 생의 남은 시간을 다해야 할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저 진씨세가의 무림인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막리황신은 진씨세가의 날파리들과, 자신을 이 상황으로 몰아넣은 무림인과 친분이 있어 보이는 무림인을 전부 짓이겨 버린 후.

진씨세가의 결전병기 녀석의 살을 친히 하나하나 발라, 젓갈을 담가먹을 생각이었다.

분명히, 그 시도는 빠르게 이뤄졌어야 했다.

‘뭐지?’

하지만, 자신에게 철 쪼가리를 들고 덤비는 저 무림인.

저 범인 녀석이, 도저히 쓰러지지 않는다.

대붕의 술법도, 풍룡의 술법도, 온갖 풍인과 풍환의 술법도.

전부 아슬아슬하게 받아친다.

그러고도, 범인 녀석은 도무지 쓰러질 줄을 몰랐다.

‘범인 주제에, 이쯤이면 벌써 지쳐서 선 채로 과로사해도 모자라거늘.’

강한 술법을 몇 번이나 쏘아보내도 오뚝이처럼 다시 같은 자세를 잡고,

검강을 사용하여 법술을 튕겨내버린다.

‘범인들의 단전은 애초에, 우리 수도자들의 열화판이기에 담을 수 있는 내공이 그리 많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어째서 저렇게 지치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또 한 발.’

처억!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천천히.

한 걸음씩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귀찮군.’

안 그래도 진씨세가의 날파리들이 술법을 던져대며 귀찮게 하는데, 저 녀석의 접근까지 허용하면 의식이 분산될 터였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큰 법술을 사용해서 쓸어버려야겠어.’

막리황신은 법력을 끌어올리며, 더욱 큰 법술을 사용했다.

쿠구구구구!

그를 감싼 회오리가 움틀거린다.

그리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풍호(風虎)의 형상을 취하며, 오뚝이같은 무림인에게 날아갔다.

“하, 이제 네 내공도 전부 닳았을텐데. 그만 저항하고 편히 쉬거라. 이 정도 법술을 써 줌을 영광으로…”

그리고.

파아앙!

무림인의 칼질에, 막리황신이 날린 풍호가, 반토막이 나 버린다.

“…이게, 무슨.”

그리고.

처억!

다시 한 걸음.

무림인이, 앞으로 다가온다.

“네놈, 내공이 무한히 솟아오르기라도 하는게야? 아직도 그 정도 기술을 쓸 힘이 있어?”

그리고, 다시 한 걸음.

그의 바람을 뚫고, 무림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에게 다가온다.

‘말도 안 되는, 검강을 아까부터 끊임없이 유지하는 것을 내가 보았거늘. 아직도 저 만큼의 기력이 있다고? 말도 안 되는!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이 범인 놈!’

한 걸음.

그렇게 한 걸음씩 접근하는 무림인을 보며, 막리황신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 *

단악검법 이십삼초,

산외산부진(山外山不盡)

이 초식은, 특수한 기술이나 동작이 아니었다.

일종의, 단악검법을 어느 경지까지 익히면 도달하게 되는 개념.

검을 펼친다.

바람결을 베어낸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간다.

모든 것이 원래의 그 자세로 돌아가며, 나는 그동안 낭비했던 모든 기력과 내력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렸다.

“후으읍!”

숨을 들이쉬자, 소모되려 했던 내공들이 다시 호흡에 붙잡혀 단전으로 돌아온다.

검강으로 새어나갔던 검기들 역시 다시금 붙잡혀 돌아오며 강제로 단전 안에 돌아온다.

어떤 초식을 펼치든, 다시 원래의 한 동작으로 기수식을 회귀(回歸) 시키며 기의 흐름 역시 해당 기수식을 처음 펼칠 때로 돌리며.

결코 내공이 닳지 않게 해 주는, 이론상 무한한 체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초식.

그것이, 산외산부진의 초식이었다.

그러나 산외산부진의 초식은 이론상 무한일 뿐.

결코 무한이 아니다.

초식을 펼치는 것을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추는 순간.

내가 그동안 억지로 끌어모아왔던 기혈이 역류하고, 내 모든 체력이 일시에 빠져나가며 어마어마한 고통을 선사한다.

산외산부진을 몇 번 연습할 때도 느꼈던 고통.

‘멈추면 안 된다.’

산 밖에 산이 다함이 없으니.

나 자신도 결코 다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죽을 각오를 다지고서 펼쳐야 하는 초식인 것이다.

부웅!

월악에서 단악까지.

끊임없이 초식을 연계하며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초식을 펼치면, 다시 월악의 태세로 돌아가, 산외산부진을 유지시킨다.

내 기술의 위력은 처음과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막리황신의 법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지언정,

내 기술은 처음과 동일하다.

그러나.

“끄으읍!”

산중호걸의 초식으로 풍조를 꿰뚫은 후, 다시 월악의 태세로 돌아간다.

‘죽을 것 같군.’

내공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신력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내력이 낭비되지 않게 초식을 펼치고,

다시 산외산부진의 기술로 기수식을 회귀시키며, 소모한 기력을 다시 억지로 붙들어 단전으로 때려넣는다.

그 과정을 연속해서 펼치는 것은 말 그대로 머리가 익어버릴 정도로 괴로운 일이었다.

부글부글-

나는 분명 맨정신으로, 기절하지도 않았으나.

머리로 몰린 열(熱) 때문에 입 안의 침이 끓어올라 거품이 된다.

푸콱!

눈과 코에서 핏물이 터져나온다.

기운을 강제로 몸 안으로 되돌리는 탓에, 몸 안의 경맥은 물론이고 팔다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부웅-

“하, 이것도 베어내?”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해라, 무림인 녀석아. 보아하니 무한하지 않은 내력을 어찌어찌 돌려쓰는 수법을 쓰는 것 같은데. 네가 한 순간이라도 검을 멈춘다면, 넌 그 반동으로 자멸(自滅)해버릴 거다.”

막리황신이 이죽거렸으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들고 벤다.

붕조, 풍룡, 풍기(風麒), 풍린(風麟), 풍교(風鮫)…

수많은 형상을 한 법술이 나를 덮쳐온다.

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베어내고, 받아치고, 흘려내고, 되치며.

그렇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

푸콱!

내 힘줄이 연이은 초식의 사용을 버텨내지 못하고, 터졌다.

팔이 끊어질 듯 고통스럽다.

힘줄이 끊어지자 팔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력으로 힘줄을 어떻게든 이어붙이며, 다시금 초식을 펼쳤다.

가로베기

올려베기

하단세 베기

부드럽게 찌르기

회전베기

변초

파고들어 대각선베기

공격을 비틀어 무화시키기

대각선 베기 난무

크게 내려베기

속도의 변화를 주어 올려베기

검기를 쏘기

그리고 다시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반복.

우드득!

무슨 소리일까.

그래, 분명 뼈가 갈리는 소리일 터.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포기해라!”

쿠구구구구!

막리황신의 말이, 언령(言靈)이 되어 사방을 덮쳐갔다.

그리고, 그의 의식이 담긴 목소리에, 내 상단전에서 나와 함께하던 제자들의 원혼이 울부짖었다.

끼에에에에에-

가공할 귀곡성이 내 머리 안에서 울린다.

그리고 뒤쪽에서 이곳을 보고 있던 제자들 역시 각자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 애초에 부족한 재능을 강화하기 위해 원혼을 강제로 상단전에 흡수시킨 모양이구나. 하긴 아무리 범인이라도 절정고수들을 저렇게 많이 양산하려면 저 방법 밖에 없겠지.

하지만 말이다. 애초에 축기기급의 의식을 지닌 자라면, 저 정도 원귀들을 자극해서 너희를 무력화하는 건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다! 포기해라, 너희 범인들은 절대 수도자에게 맞설 수 없어!”

나와 막리황신의 간격은 이제 이십 보.

내 뒤로는 내가 흘린 피가, 내 발자국 모양으로 찍혀 있었다.

내공은 처음과 같지만, 천천히 흐르는 피는 이제 서서히 줄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막리황신 사이에는 저 자가 펼친 회오리가 있었다.

뚫을 수 있는가?

“감히! 썩 꺼져라!”

막리황신의 언령이, 다시금 내 뇌리를 뒤흔든다.

수백명의 제자들이, 그 혼(魂)들이 뇌리 속에서 비명을 질렀고, 나는 칠공에서 다시금 피를 뿜었다.

머리가 새하얗다.

하지만, 나는 그 고통 속에서도.

검을 움직였다.

수천 수만번 움직여왔다.

끊임없이 연단하고, 연찬하였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검에서 손을 뗀 적이 없다!

인이 배겼으니까.

어쩌면, 나는 죽더라도 계속 검을 휘두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이 검을.

“포기하지 않는다!!!”

놓지 않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눈 앞은 핏물 때문에 보이지 않아도.

그래도 한 걸음.

나는, 느릿하게.

하지만 꾸준히.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다.

철퍽, 철퍽!

허공을 노닐던 진씨세가의 수도자들도, 막리황신의 공격을 맞고 한둘씩 혈수가 되어 터져나갔다.

그러나, 오직 나만이 꾸준히 그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막리황신의 얼굴에 질린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의 의념의 결에도 역시 그러한 색조가 나타난다.

“내 뒤에 있는 사람은!”

푸콱!

막리황신이 날린 풍인(風刃)에, 내 허리춤이 한 움큼 뜯겨져 나갔다.

가공할 칼바람에 검을 쥔 손의 피부가 벗겨져 나간다.

“절대, 죽게 하지 않는다!”

콰아아아앙!

내 검에서 솟아난 검강이, 막리황신의 회오리.

그 최적의 결을 따라, 휘둘러졌고, 당황한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 무슨…!”

그리고.

나는 문득, 지금껏 볼 수 없던 일곱번째 색(色)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아는’것이었다.

‘아아, 그렇구나.’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

연정(愛)

미움(惡)

그리고 마지막.

갈망(欲)

내 가장 큰 욕망은 결국, 삶(生).

그렇기에 내 욕망의 색은, 삶의 색.

삶은 무슨 색조를 띄고 있는가.

고개를 들어 허공(虛空)을 보아라.

삶은 총천연색(總天然色)!

무수한 색이 있고, 무수한 삶이 있다.

삶이란 곧 만색(萬色)이고, 그렇기에, 그 자체로 완전하다.

고로, 삶의 색은 한없이 투명한 무색(無色)이다.

‘총천연색이기에 곧 무색이었던 건가.’

그렇다.

나는, 내 욕망의 색을 처음부터 보고 있었던 것이리라.

무색(無色)!

아무 색도 없기에, 곧 그것은 모든 색이었고, 삶의 모든 색조는 내가 처음부터 보고 있던 것이었다.

삶(生)의 색조를 처음으로 깨닫자, 나는 그동안 찾아헤메던 의문의 답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인간이 무한한 색조를 알 수 있는가?

어떻게 인간이 삼화취정 너머 오기조원에 도달할 수 있는가?

간단하다.

사실 인간은, 모든 존재는 무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무한함을 인정하고, 무한한 색조의 변화를 인정하기만 한다면.

‘어쩌면, 제자들을 보내주기 싫었던 것도, 그들이 꿈꿨던 복수를 틀어막았던 것도. 그저 내 집착과 아집, 그리고 무지였을지도. 그 아이들이 바랐던 염원을, 처음부터 신경쓰지 않은 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군.’

무한한 가능성의 삶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볼 자격을 얻는 것이리라.

삶의 마지막에서, 나는 집착과 아집을 끊어냈다. 나는 나 자신의 감정을 인정함과 동시에, 비로소 제자들의 감정도 인정하였다.

내 시야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섯 개의 가장 근원된 색.

그리고 그것에 더하여, 완전히 투명한 무색!

그 일곱가지 색조가 서로 섞인다.

섞이고, 변화하며, 통합된다!

그 변화 속에서, 나는 본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색조가 무수히 많이 탄생한다.

물론 저 무한한 색조를 전부 인식할 수는 없었으나, 느껴진다.

저 색조들이 대략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이 무한한 인간의 감정을 인정하며,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영혼의 소우주(小宇宙)가 열리며 천지(天地)와 통(通)한다!

무한한 색조가 얽히고설키며, 완전히 통합(通合)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색조가 합쳐진 단 하나의 색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색(無色)!

모든 색이 합쳐진 단 하나의 색조는, 완전히 투명(透明)해지며 주변의 공간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단순히 시야와 감각으로만 인지했던 의념의 흐름.

무수한 천지간의 흐름이, 내가 잠식한 공간을 통해 그대로 뇌리에 입력된다!

주변의 모든 공간의 정보가 한 손아귀에 잡힐 듯 하다!

나는 이 공간의 모든 정보 속에서, 다시 일검(一劍)을 내지르고, 일보(一步)를 내딛었다.

“이런 미친! 어, 어떻게! 범인 따위가… 범인 따위가 식(識)을 각성한다고!”

경악한 막리황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썩 꺼져라! 천한 범인 놈이, 감히 수도자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 하느냐!”

찌이이잉-

그의 의식이 울려퍼지며, 그 언령에 뇌리에 깃든 제자들의 원혼이 비명을 지른다.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으나, 여전히 그 귀곡성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나는 그 귀곡성 속에서, 내가 어째서 일곱 번째 색을 각성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야 들린다.

-죽지 마십시오.

-살아주세요!

-제발, 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죽은 제자들이 내뱉는 소리는, 단순한 귀곡성이 아니었다.

간절한 하나의 열망(熱望).

생(生)의 의지!

내가 바랐던 것과 같은, 삶의 열망!

그 무수한 목소리가, 비로소 나를 인도했던 것이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피가 마구 쏟아져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폐가 터져라 소리쳤다.

제자들아.

아직 살아있는, 남아있는 내 아이들아.

비록 내 어리석은 아집으로 지금껏 고통받았을지라도.

이제 내가 고통의 근원을 해갈해 줄 테니…

“살아라!!!”

부디 살아서.

이토록 아름다운, 이토록 투명한 삶(生)을.

부디 살아다오.

다음 순간.

내 검강이 지금까지와는 비할 수 없는 빛무리를 토해냈다.

그 기세는 태산과도 같고, 그 마음은 하늘에 닿아라(氣山心天)!

전신의 경맥이 열리며, 마지막 남은 진기를 한 톨도 남김없이 짜낸다.

막리황신과의 거리는 다섯 보.

내 검강이, 막리황신의 회오리와 모든 방어법술을 그대로 꿰뚫는다.

“크윽! 버러지 같은 놈, 용케도 잘 버티는구나! 그래봤자 평생을 땅에서 기어다닐 것들이!”

바람이 막리황신의 주변으로 일며, 그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리황신과 맞서 싸우던 마지막 진씨세가의 수도자가 피를 토하며 날아가버렸다.

하늘로 올라가서 더 이상 신경쓸것도 없이 광범위한 법술을 쓰겠다는 속셈.

“하하, 하늘로 올라가면 네깟 놈이 어찌…”

전신에 남은 진기는 없다.

하지만, 남은 의지력은 있다!

월수궁무록(越修窮武錄)

극의(極意)!

지금껏 펼쳐온 월수궁무록이 추구하던 최후절초.

수도자의 앞에서 도주할 일말의 틈을 만들, 마지막 오의!

월수궁무록(越修窮武錄)

“노중로무궁(路中路無窮)!”

내 모든 의념(意念)이, 일점(一點)으로 모인다.

그 일점이, 빛과도 같은 속도로 막리황신의 의식을 뚫고 들어가, 그의 상단전을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악!”

그가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의식영역을 베어내는 것에서 출발해,

결국에는 인간의 의식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정신(情神) 그 자체를 공격하는 극의!

내 정신력으로 상대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일격.

본인의 정신력으로 버텨내는 것 외에는 절대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성큼!

“이, 이 자식이…!”

그가 결인을 맺자, 시퍼런 풍인(風刃)이 내게 쏘아진다.

남은 진기는 없다.

최적의 동선으로 베어낼 뿐!

슈캉!

그의 풍인과 내 검이 동시에 부숴진다.

성큼!

또 한 걸음!

“저, 저리가라!”

피웅!

그의 다리를 향해 암기를 던져 뒤로 물러설 수 없게 했다.

막리황신은 법결을 맺을 틈도 없이, 마구잡이로 법력을 뿜어댔다.

광풍이 몰아닥친다.

한 톨의 진기도, 내공도 없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었다.

손잡이만 남은 검을 놓고, 바람을 헤치며 그에게 다가간다.

* * *

막리황신은 298년을 살아오며, 처음으로 한낱 무림인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지치지 않는다.

포기할줄도 모른다!

진씨세가가 이식해둔 원귀들을, 억지로 진씨세가의 술식을 뚫고 들어가 억지로 제어해서 발작시켰다.

원귀들이 내지르는 귀곡성이라면 머리를 실시간으로 난도질하는 것 같은 고통일진데, 그럼에도 저 미치광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살점이 뜯겨나가도, 칠규에서 피를 토해도, 검이 부러져도!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무슨 조화인지 갑작스레 범인 주제에 수도자와 같은 식(識)을 각성하기까지 했다.

‘고, 고계 술법이 발동이 안 된다!’

범인 녀석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의식을 칼로 도려내는 느낌과 함께 그의 원신(原神)에 일부 손상까지 생겨버렸다.

본래라면 간단한 손동작으로도 사용 가능했던 고계 법술을 전부 사용할 수 없었다.

고계 법술을 사용하려면 할 수야 있었지만, 지금 상태라면 제대로 수인을 맺고 진언을 읊는 의식을 치뤄야 한다.

바로 앞에 괴물 같은 무림인이 손을 뻗고 있건만!

‘생각해라! 생각해!’

진씨세가 수도자들은 전부 물리쳤다.

이 거머리같은 무림인만 떼어내면 그의 승리였다.

‘그래, 그래도 녀석의 체내에 기(氣)가 느껴지지 않는다!’

막리황신은 더욱 더 법력을 강하게 분출하며, 광풍을 뿜어내며 서은현을 밀어내었다.

‘내 승리다!’

그리고, 그 때였다.

우우웅-

천지원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막리황신은 멍한 눈으로, 천지영기(天地靈氣)의 흐름을 쳐다보았다.

“오행영기(五行靈氣)…?”

가장 기본적인 다섯 갈래의 영기가, 허공을 유영하며 원(圓)의 형태로 맺히기 시작했다.

막리황신의 눈이 커졌다.

“서, 설마…”

본 적 있었다.

오래된 고서(古書)에 적혀있던 내용.

범인(凡人)들도 끊임없이 단련을 하면, 수도자의 오행영근(五行靈根)과 상통하는 경지에 다다른다는 기록을.

‘갑자기 식(識)을 각성한 이유도…!’

다섯 갈래의 영기를 담은 원형의 기운이, 다섯 개의 원으로 변하며 서은현의 머리 위에서 맴돌았다.

이윽고, 다섯 개의 영기가 부스러지며 오색의 기운으로 화했다.

오색의 기운이, 서은현의 코와 입으로 들어갔다.

‘아, 안 돼!’

아무런 기(氣)가 없었던 눈앞의 상대에게, 상당량의 영기(靈氣)가 생겨나 있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그가, 광풍을 헤치고 온다.

콰악!

“끄아아아악!”

바람을 뚫고 그에게 다가온 서은현의 손이 막리황신의 양팔을 잡았다.

그 억센 악력에 막리황신이 비명을 질렀다.

“평생토록… 검을 으스러져라 쥔 손이다.”

서은현의 눈이 막리황신과 마주쳤다.

“한번 잡은 것은 절대 놓지 않는다!”

구구구구구!

막리황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새하얀 빛무리.

강기(罡氣)가 맺히기 시작한다.

‘주, 죽는…!’

번쩍!

그리고, 빛이 터져나갔다.

“….?”

막리황신은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살아있었다.

“허억…헉…”

부스스-

허공에 맺힌 빛무리가 흩어진다.

서은현의 눈에 마지막 남은 생기(生氣)가 사라져 있었다.

“…죽었, 군…”

눈을 뜬 채.

막리황신의 양 팔을 잡은 채로.

그렇게 서슬퍼렇게 선 채로 죽었다.

“하, 하하… 그런거군.”

막리황신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의식으로 서은현의 체내를 관조했다.

“억지로 기운을 유지하는 기술의 반동이군! 하하하, 어쩐지 쓰러지지 않는다 했구나. 그래, 그만한 기술을 쓰면서 아무런 반동이 없을 리 없지. 하, 하하…”

살았다.

그는 산 것이었다.

“흐, 흐하하… 내가 이겼다, 이 범인 놈…”

그가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려 할 때였다.

주변으로 치솟아오른 먼지구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먼지구름 너머로, 수많은 인영들이 서 있었다.

“하, 하하. 이건 또 뭐냐. 저 뒤쪽에서 숨어서 떨던 잡스러운 벌레들이 아니신가?”

서은현의 제자들.

그들은 몸을 떨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막리황신은 문득 그를 몰아붙였던 괴물같은 무인, 김영훈이 의식을 차렸는가 싶어 의식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김영훈은 여전히 쓰러져 있었다.

“하하하, 너희 버러지 같은 것들이 아무리 모여봤자 뭘 하겠느냐! 내가 방금 전까지 상대하던 이 잡놈의 발끝만큼도 미치지 못할것들이…”

막리황신은 혀를 차며, 저 잡것들의 정혈이라도 취해 생명력을 회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결인을 맺으려 할 때였다.

우뚝!

“….!”

서은현의 시체가, 그의 양 팔을 놓지 않았다.

분명 시체였건만, 그는 죽어서도 두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피, 피가 안 통한다!’

결인을 맺기는 커녕 손에 감각조차도 없다!

막리황신이 다급히 족인(足印)이나 우보법(禹步法)등을 통해 결인을 맺으려 했지만.

그조차도 서은현이 다리에 던진 암기들 때문인지, 다리가 더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제길!’

득의양양했던 막리황신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팔도 다리도 봉쇄되었고, 서은현이 사용한 기술 때문에 원신이 상해버려서 의식을 이용한 고계 법술도 펼칠 수 없었다.

남은 수는 많지 않았다.

“울부짖어라!”

막리황신의 의식을 담은 언령이 서은현의 제자들에게 남아있을 원귀들을 발작시켰다.

그래, 그래야 했다.

“울부짖..울부…”

퐁, 포옹-

서은현의 주변으로, 맑은 빛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그의 제자들의 주변에서도 맑은 빛들이 떠올랐다.

막리황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원신(原神)…? 천도의 술법…?”

그들에게 남아있던 원귀들이, 천부 천도되어 하늘로 승천하고 있었다.

서은현의 몸에 남아있던 것은 그가 죽음으로써.

그리고 그의 제자들의 몸에 남아있던 원귀들은…

“…스승님. 어째서… 마지막을 저희를 위해 쓰셨나이까..!”

만호가 눈물을 흘렸다. 그를 따라 수많은 제자들이 입술을 짓씹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굴리던 막리황신은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서은현이 마지막에 허공에 형성한 강기는, 흩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막리황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것이 아닌, 수백 갈래로 빠르게 흩어져 그의 제자들의 영혼을 파고들었던 것이었다.

그는 최후의 순간,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닌 제자들의 상단전에 새겨진 법술을 부수는 것을 선택하였다.

막리황신의 안색이 다급해졌다.

손도, 발도, 의식도 전부 묶였다.

저계 언령조차 묶였다!

그리고, 만호를 비롯한 계화, 청야, 양록 등.

무수한 서은현의 제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병장기를 뽑아들고 있었다.

본디 서은현이 법술을 부쉈다 하더라도, 그들 자신이 가족들을 놓아주지 않으면 법술은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들었다.

-살아라!!!

서은현의 목소리를.

그 안에 담긴 삶을 살라는 의지를.

그리고, 서은현이 마지막 순간 날린 강기로, 진씨세가에게 시술받은 술법이 깨지는 순간.

모두가 서은현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뒤는 맡기마.

그는 마지막 일격을 제자들에게 믿고 맡긴 것이었다.

제자들을 향한 신뢰.

그리고, 제자들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황제의 목을 칠수 있는 기회.

단지 그 기회를 주기 위해서.

“우리더러는 살라고 했으면서, 당신이 먼저 가버리면 어쩌라는 겁니까!”

그제야 제자들은 그들의 스승을 이해했다.

그들의 스승이 자신의 아집을 깨닫고 이해했듯이, 그들 역시 소중한 이를 남겨두고 떠나는 그 야속함을 이해했다.

“이… 저, 저리 꺼져라! 범인 놈들! 이 쓰레기 같은 것들!”

우웅-

막리황신이 황급히 언령으로 저급 방어법술을 펼쳤으나, 약 300여명의 절정고수가 연이어 방어막을 두들겨 내자, 점차 방어법술은 얇아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나는 결단기에 이를 몸이다! 연국의 건국황이며, 축기기 마지막 단계를 밟은 수도자란 말이다! 나는, 나는…”

그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양팔을 잡고 있는, 죽은 서은현을 보았다.

서은현의 시체는 아직까지도 서슬퍼렇게 눈을 뜨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죽은 자였지만, 마치 그 기세는 태산(太山)과도 같았다.

“나는, 나는…”

산 바깥에 산은 다함이 없고(山外山不盡)

길 가운데에 길도 다함이 없다(路中路無窮)

한명의 인간은 다할 수 있을지언정.

그 인간이 남긴 것은 다하지 않는다.

콰칭!

막리황신의 방어막이 깨졌다.

방어막 너머로, 서은현의 의지를 이어받은, 그의 제자들의 눈빛이, 죽은 서은현과 똑같은 빛으로 막리황신을 노려보았다.

서은현이라는 태산 너머로 또 다시 산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 살고 싶..”

만호의 대검이 막리황신의 수급(首級)을 잘라내었다.

푸콱!

자신의 후손, 현 황제, 막리정의 몸을 억지로 빼앗으면서까지 끈질기게 이어왔던 막리황신의 명(命)이 그렇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후우…후우…”

건국황 막리황신.

동시에 현 황제인 막리정.

그의 목을 벤 만호가, 막리정의 수급을 들고, 아직까지도 선 채로 죽어있는 서은현을 바라보았다.

서은현의 시체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만족한다는 듯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끝까지, 보고 가셨군요.”

만호는 눈물을 흘리며 막리황신의 수급을 그의 앞에 바쳤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계화, 청야, 역산, 열야, 곽기수, 서흔…

300여명의 모든 제자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서은현의 제자들이 입을 모아 절을 하며, 스승의 마지막을 송별한다.

그것이, 서은현의 여섯 번째 회귀(回歸)였다.

────────────────────────────────────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