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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

9.유린(2)

북한산 원정은 서울의 안정화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번식에 크게 관여하는 엘리트 몬스터를 없애 개체수를 조절하고, 새로운 자원 탐사를 진행했다.

북한산에서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몬스터들이 번식하게 되면 먹이사슬에 끝에 있는 몬스터들은 자연스럽게 외부로 밀려나게 되고, 도시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컸다.

‘미사일로 쓸어버린다면?’

초창기에는 그랬던 적이 있었다.

과거, 미국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몬스터 서식지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적이 있었다. 몬스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다른 나라에서도 그러한 방식을 도입하려 했었다.

문제가 드러난 것은 그로부터 3개월 후였다.

몇몇 개체가 ‘미사일 화력’에 적응했다.

그것을 에너지원 삼아 폭발적으로 번식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러한 물리적 데미지에 적응하여 진화하는 개체들은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대규모 화력 작전 이후, 미국에서 엘리트급 몬스터는 모두 물리적 데미지에 대한 내성을 패시브로 끼고 나올 정도였다. 그 지역은 지금도 골칫거리로 남아 있었다.

‘그나마 핵폭탄을 투하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

그 막대한 열량 아래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덕분에 엘리트 개체는 눈으로 확인하고 제거해야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마력 파장을 파악해서,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진우가 있는 곳은 1팀이었다.

북한산 원정의 핵심 병력이었고, 문제가 되는 엘리트 몬스터를 전담하여 제거하는 팀이었다.

2팀, 3팀은 엘리트 몬스터를 제거하기보다는 주변을 탐사하며 흘러나가는 몬스터를 막거나, 잔가지들을 정리했다. 주로 중소형 길드들이나 돈이 급한 무예가들이 주축이 되었다.

1팀이 실질적으로 원정을 진행하는 가장 큰 전력이었다.

그랬기에 1팀에서 기업의 수뇌부들, 대형길드의 길드장, 마도련과 정부, 그리고 국군 관계자들이 지휘부를 이루고 있었다.

일종의 연합팀이라 보면 되었다.

사명감보다는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뭉쳤기 때문에 결속력은 당연히 약했다.

‘여전하구만.’

진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설레 저었다.

본부 건물 주변으로 여러 천막과 가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길드원들 끼리 서로 모여 웃고 떠들거나, 치고받고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원정 전, 들뜬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날뛰었다.

인간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부분 수인족들이었다.

전장이 주는 긴장과 흥분.

삶과 죽음이 오가는 짜릿함.

전투광들은 그런 것들을 즐긴다고 했다. 그러나 진우는 단 한 번도 그런 걸 즐긴 적이 없었다. 그런 놈들은 모두 일찍 죽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진우가 제일 늦게 이곳에 도착했다.

한창 본부 건물 쪽에서는 작전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작전 내용은 진우도 알고 있었다.

진우는 마도련에서 일할 당시 북한산 원정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1차부터 3차까지 어떻게 작전이 진행되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조사할 것도 없었어.’

지휘부에서는 2차 때의 작전을 그대로 들고 왔다.

사전 조사와 탐사, 위성 관측, 마력파장 변화 연구 등 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았다.

목숨과도 직결되는 일이었다. 원정에 참여하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북한산 인근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진우는 차가운 눈으로 본부를 바라보다가, 골프채를 꺼냈다. 골프공과 골프 티꽂이도 들어 있었다.

“음.”

바닥에 골프공을 세팅한 다음, 골프채를 들었다.

주변에서 웃고 떠들고, 치고받고하던 이들이 잠시 하던 행동을 멈추고 진우를 바라보았다.

휘익! 탁!

진우는 제법 그럴듯한 폼으로 스윙을 했다.

완벽하게 놀러 온 것 같은 그의 모습에 주변인들은 어이가 없었다. 난리를 피우던 수인족도 자신보다 더한 놈이 오자 넋이 나갈 정도였다.

평범한 놈이 이런 짓을 했다면, 누군가 나서서 교육을 진행했으리라. 마법사이기는 하지만, 길드 소속도 아니고 홀로 원정에 참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누가 저 이진우를 건드릴 수 있을까?

원정대에서는 그에게 험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민철조차 그와 대면하지 않으려 했다.

“…진짜 놀러 왔네.”

“누구는 목숨 걸고 개고생하러 왔는데······.”

“하긴 원정이라고 해봤자 재벌에게는 푼돈이겠지.”

“씨발······.”

진우는 너무나도 느긋해 보였다.

근심 걱정은 하나도 없는, 여유로운 삶 그 자체로만 보였다.

여러 감정이 담긴 시선이 느껴졌다.

이들은 진우를 두려워하면서도 얕보았다. 기껏해야 재벌의 유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수근거림이 심해졌지만, 진우는 그것을 오히려 즐겼다.

‘나쁘지 않군.’

아주 조금은 이진우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기는 했다.

차이가 있다면 이진우는 그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시선을 즐겼다면, 진우는 목적을 위해 즐기고 있었다.

수근거림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제법 오랜 시간 진행되었던 작전 회의가 끝났기 때문이다.

“그럼, 저희 길드가 선봉을 서는 걸로 하겠습니다.”

“하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보급 라인에 원정의 성패가 달려있으니까요. 책임이 아주 막중하십니다. 하하!”

지휘부의 인물들은 모두 웃는 낯이었다. 작전 회의가 만족스럽게 끝난 모양이었다.

머릿속으로는 자신에게 떨어질 돈과 명예를 생각하고 있겠지.

모두의 시선이 본부 쪽으로 향할 때였다.

진우는 바닥에 있는 골프공을 바라보다가, 골프채를 들었다. 살짝 각도를 꺾어 풀스윙을 했다.

타악!

골프공이 빠르게 본부 쪽으로 날아갔다.

본부 건물의 벽을 때리더니 옆으로 튕겨져나가, 지휘부 쪽으로 떨어졌다.

골프공의 속도는 빨랐지만, 그걸 대놓고 맞을 인물은 없었다. 웃는 낯으로 말을 건네던 사내가 옆에서 날아오는 골프공을 감지하고는 손을 뻗어 잡았다.

수준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무예를 배운 티가 났다.

그는 박찬석이었다.

박찬석은 자신이 잡은 걸 바라보았다.

골프공이 보이자 인상이 확 구겨졌다. 이보다 더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이었다.

“골프공? 어떤 놈이야? 어떤 새끼가······.”

부웅!

무언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찬석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에 골프채를 허공에 휘두르고 있는 진우가 들어온 순간, 그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탁!

진우가 천천히 골프채를 내리자, 골프채의 헤드가 바닥에 닿았다.

박찬석에게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선명히 보였다. 눈을 부릅뜬 채로 그대로 굳어있었기 때문이다.

진우의 허리가 꼿꼿하게 펴졌다.

진우는 고개를 돌려 굳어 있는 박찬석을 바라보았다.

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진해졌다.

“나다 이 새끼야.”

“아······.”

“오랜만이야.”

“어, 어··· 어······?”

박찬석은 어버버거릴 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박찬석.

이벤트홀에서 진우가 직접 물을 먹여준 놈이었다.

마약에 절어 온몸의 뼈가 삭은 채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한진수와는 달리, 박찬석은 이번 원정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그가 이끄는 기업팀은 사전 조사와 탐사, 그리고 원정 1팀의 보급을 맡고 있었다.

박찬석은 2차 원정 때와 현재의 북한산 상황이 명백히 달라졌음에도, 조사비용이 아까워 2차 원정 때의 보고서를 조작해서 제출했다.

아낀 돈은 물론 박찬석의 뒷주머니로 들어갔다.

박람회 때 접대 자리가 있었던 이유였다.

박찬석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진우를 본 순간 머릿속 마비되어 그 어떤 생각도 떠올릴 수 없었다.

두려움.

오로지 그 감정만이 전신을 휘감을 뿐이었다.

“왜 그래?”

“아, 아, 아··· 아닙······.”

박찬석의 턱이 덜덜 떨렸다.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뒤늦게 본부에서 나온 이민철과 붉은손 길드의 길드장이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이 진우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박찬석에게 그 어떤 위로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 가지고 와.”

박찬석은 자신의 손에 골프공이 들려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진우의 말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손이 떨려 골프공이 바닥에 떨어졌다.

박찬석은 아직도 악몽을 꿨다.

한진수가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전,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아, 아······.”

박찬석은 등이 식은땀으로 푹 젖었다.

마약을 강제로 흡입당한 한진수의 몰골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얼굴은 해골처럼 말라있었고, 온몸이 기이하게 꺾여 있었다. 마약 때문에 뼈가 삭아 부러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말도 못하고 고통으로 가득한 신음만을 간신히 내고 있었다.

한천 그룹조차 한진수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해외지사 발령.’

그런 식으로 넘어갔다.

파르메 제약과 그를 함께 묻으며, 조용히 지나갈 뿐이었다.

뚜욱! 데구르르

골프공이 박찬석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옆으로 굴러갔다. 박찬석은 주우려 했지만, 공포 때문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도 한진수처럼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워? 더워? 더워?

환청이 지속적으로 들렸다.

그 목소리가 박찬석을 지금까지 괴롭혀왔다.

“또 더워?”

“아, 아니요! 아니에요. 아닙니다. 아, 아, 아닙··· 아닙니다.”

박찬석이 바지가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오줌을 지린 것이다.

이민철도 그저 보고만 있었다. 막나가는 진우를 막는 것은 힘들었고, 차라리 방치해서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박찬석이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릴 때였다.

누군가 골프공을 주워들고 진우에게 다가왔다.

선해 보이는 미소를 지닌 사내였다.

김진혁.

영웅이라 불렸던 배신자였다.

“안녕하세요? 이진우 님이시죠? 장난이 너무 심하시네요.”

김진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집게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려 했다.

진우가 반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멈칫했다. 진우의 시선을 따라 주변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그의 반지로 집중되자, 그는 손을 내렸다.

선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그렇지 못했다.

진우는 멸망한 세계에서 구르고 나서야 저런 눈빛을 지닌 놈들이 어떤 새끼들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저는 김진혁이라고 합니다. 아직 길드 소속은 아니고, 작게 파티를 꾸리고 있습니다.”

“이름 많이 들었습니다.”

진우가 예의 바르게 대답하자, 김진혁의 미소가 짙어졌다. 주변 이들도 ‘역시 김진혁!’이러면서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진우의 말에 김진혁의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 기업에 빌붙는 거지새끼라고 명성이 자자하시더군요. 내가 보기에는 거지새끼보다는 애완동물 같은데.”

진우는 그를 비웃었다.

김진혁은 당황했다.

언제나처럼 착용하고 있던 선한 표정이 순간 사라질 정도였다.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김진혁은 빠르게 표정을 수습했다. 반지로 손가락이 다시 향했지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만지지 않았다.

진우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지갑을 꺼냈다.

“어디 재롱 한 번 부려봐.”

지갑에서 빳빳한 수표 다발을 꺼내, 김진혁의 빰을 툭툭 쳤다.

김진혁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봐요! 지금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김진혁 뒤에 있던 여인이 그렇게 말하며 진우를 노려보았다. 김진혁의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빛은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연아, 난 괜찮으니 그만해.”

“하지만······.”

“제가 기분 나쁘게 해드렸다면 사과하겠습니다. 괜한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김진혁은 오히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진우는 고개를 설레 저었다.

“길바닥에서 자라 못 배워 처먹은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참아야지. 이건 가져. 불쌍해서 주는 거야. 세상을 위해 기부금을 모은다지?”

진우는 고개를 숙인 김진혁의 머리 위에 수표를 뿌렸다.

“내 생에 처음으로 기부라는 걸 해보는군. 나 참 착하지 않아?”

김진혁의 머리를 손등으로 몇 번 쳐준 다음 그렇게 속삭여주었다.

진우가 비웃자, 이미연은 화가 잔뜩 났는지 입을 벌리며 손가락질을 했다.

김진혁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곧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눈썹이 곱게 펴졌다.

진우는 김진혁에게서 등을 돌렸다.

진우가 방금 지었던 깔보는 표정, 경멸 어린 시선은 자취를 감추었다.

차분한 표정만이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진우는 숲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동물의 사체가 보였다.

사체는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는데, 그 안에서 끔찍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칼날거미가 국내에 들어올 때까지 북한산에서 볼 수 없었던 기생 몬스터였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밤이 깊어졌다.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군.’

농락과 유린은 진우의 특기였다.

그 신호탄을 화려하게 쏘아 올려보도록 하자.

신호탄은 물론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이곳에.

* * *

원정은 다음날 아침 일찍 갈 예정이었다.

본부 옆에는 커다란 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보급품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였고, 내일 아침 한 차례 더 보급이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원정이 길어질 수도 있었기에, 본부와 도시를 오가며 정기적인 보급 라인을 형성한 상태였다.

늦은 저녁에 떠나는 보급차량들은 아침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검역과 방역 절차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헬기까지 동원되었지만, 북한산 인근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지금은 주로 보급차량을 사용했다.

심신미약 상태에 빠진 박찬석은 이른 저녁에 기절하듯 잠을 청했다.

박찬석은 불면증에 걸린 상태였다.

박람회 때 이진우에게 물고문을 당한 이후부터였다.

겨우 잠에 들면 악몽을 꿨고, 늘 두통에 시달렸다.

두통이 점점 더 심해졌다.

오늘 또다시 진우를 본 이후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두통이 심해 좀처럼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으윽!”

박찬석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두통이 너무 심해졌다.

뇌속에서 무언가가 자꾸 때리는 느낌이었다. 본부에 있는 의사에게 말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으니 안정을 취하라는 말뿐이었다.

“아악!”

이제는 두개골을 칼로 긁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몸을 일으켰다.

고통에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으, 음?”

걸음을 몇 발자국 옮기니 조금 편해졌다.

며칠을 자지 못해 정신이 멍해졌다.

특정 방향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고통이 옅어졌다. 박찬석은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헤에······.”

박찬석은 편안함이 이렇게 달콤한지 처음 깨달았다.

입에서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본부에서 빠져나와 숲으로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숲으로 들어가는 그를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신이 몽롱했다.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대로 그냥 누워 잠을 청하고 싶었다. 걸음을 걸을수록 편안해지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자,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단 의식이 또렷하게 돌아왔다.

고통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박찬석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반쯤 감았던 눈을 떴다.

“어? 여기는······?”

너무나 깊은 숲속이었다.

어째서 여기에?

주변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 속에 가려진 달이 나타나자, 주변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휘 본부 주변이라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울창하지는 않았다.

“누, 누구······?”

그의 눈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박찬석의 이 너무나도 잘 아는 소년, 이진우였다.

박찬석은 또다시 땀을 줄줄 흘렸다.

“더워?”

“아, 아······.”

“덥지?”

악몽을 꾸고 있는 걸까?

“아······.”

진우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기괴하게 꿈틀거리는 무언가.

피부 밑으로 기어들어가 안쪽의 모든 것을 파먹고 폭발적인 번식을 하는 몬스터.

기기긱!

그것은 기괴한 울음소리를 냈다.

진우가 웃으며 손을 뻗었다.

“어, 어어어억?!”

박찬석의 입과 코로 꿈틀거리는 것들이 밀려들어왔다.

머리와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성대가 이미 먹혀버렸기 때문이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

부르르르!

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온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

푸숙! 으드득!

몸 안에서 시원한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더워?

덥지 않았다.

이제는······.

이젠 시원해.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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