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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1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51화

102장 반복(5)

리리는 가만히 눈을 깜박였다.

프론디어가 어울리지도 않는 농담이라도 하나 살피려는 듯.

물론 그 얼굴에는 장난의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내가 사탄의 부하라고?”

리리는 도리어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이번엔 그 표정을 프론디어가 살폈다.

‘우선은 이 얼굴을 믿어보기로 할까.’

사실 프론디어는 셀레나와 같은 사람을 만난 뒤로 표정을 읽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리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너무 부족했다. 정작 리리 자신의 기억이 전부 없으니.

혹여 프론디어의 지금 이 말로 리리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예. 제가 그동안 조사를 하고 정보를 종합해 봤을 때, 거의 확실합니다.”

“……무슨 정보가 그래?”

리리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그에 프론디어는 간단한 설명을 했다. 사탄과 인간의 계약, 사탄의 악마로서 제국에 보내진 악마들의 현상황을.

듣고 있던 리리는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눈을 아래로 내렸다.

믿을 수는 없지만, 앞뒤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가능성은 있다. 아니, 그건 가능성이라기보다 지금 리리가 기억이 없는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것을 깨달았을 터.

“……만약 내가 사탄의 악마라면, 어떻게 되는 건데?”

“영향을 받은 건 리리 님과 여기에 숨은 악마들이지, 사탄이 아닙니다. 사탄은 자신의 악마들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탄이 자신의 과거 부하들의 기억을 되돌릴 방법을 알고 있다면, 리리 님의 기억도 돌아오겠죠.”

그렇다면 리리는 다시 사탄의 부하가 될 것이다.

그 과거로부터 계속 성장해, 이제는 조디악 중 한 명이 된 리리가, 사탄의 편이 된다. 제국 사람들에게는 상상한 적도 없는 끔찍한 일이겠지.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프론디어.”

“…….”

“사탄 같은 거 전혀 기억도 못하고, 나는 제국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헌신했어. 너도 알잖아?”

“…….”

리리의 설득에 프론디어는 그저 침묵한다.

리리가 지금 하는 말, 아마 진심일 것이다. 그녀는 악마라기엔 기억의 모두가 제국에 머물러 있다.

그녀 나름대로 인간과 정을 쌓았을 테고, 자신의 욕망을 적당히 해소하는 방법을 안다.

조디악까지 올라섰으니, 인간 사회에 녹아드는 것에 무리없이 정착했다고 봐야지.

물론 미남 기사를 모으는 취미는 조금 괴팍하지만, 그들이 모두 이전 범죄자였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참작할 이유가 된다.

허나 그건 말 그대로, 지금 리리가 사탄에 관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프론디어는 리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마계에 있었는지 모른다. 사탄에 대한 충성이나 복종심이 얼마나 강했는지 모른다.

그것이 제국에 있었던 정보다 더 큰지, 그렇지 않은지 모른다. 리리 본인도 당연히 모르겠지.

그러니 리리가 기억이 돌아왔을 때 결국 어느 편에 서게 될지 또한, 모른다.

“……나를 믿지 않는구나.”

리리가 프론디어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

지금 리리가 한 말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리리의 전부를 프론디어가 아는 것 또한 아니다.

그렇기에, 결국은 돌고 돌아서.

“예, 리리 님을 믿지 않습니다.”

프론디어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 모든 기억이 돌아온 리리 또한, 당연히 리아 리스이기에.

리리는 프론디어의 말을 듣고 놀라 잠깐 입을 벌리다가, 곧 꾹 다물었다.

지금 프론디어는 리리의 너무 많은 약점들을 쥐고 있다.

게다가 전력상 맞붙어서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도망치는 건 이미 저번에 시도했고, 실패했다.

“……그래서, 나를 어쩌려고?”

즉 지금 리리를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프론디어에게 달려 있다.

한데 프론디어는 말없이 리리를 보고 있었다.

“리리 님, 이 참에 확실히 말해두죠.”

“……뭘?”

“저는 아무래도 리리 님의 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리리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오르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말한다.

“……설마, ‘매혹’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거 지금 말할 타이밍이야? 그 얼굴로? 지금 이런 얘기를 하다가?”

리리 스스로가 말하긴 뭣하지만, 그녀는 사실 프론디어에게 매혹이 먹혔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프론디어가 저렇게 말하는 지금도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저게 매혹에 걸렸다는 사람이 매혹되고 있는 대상에게 보일 표정과 말투인가?

“저는 리리 님과의 관계는 이대로 지속되길 바랐습니다. 그저 계속 원만한 시간을 보내기를.”

“…….”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지금까지 굳이 먼 길을 돌았습니다.”

프론디어가 스스로 매혹에 걸렸다는 걸 자각한 건 그저 기분탓이 아니다.

분명한 계기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 리리가 나에게 악마의 힘을 사용했을 때.’

프론디어는 분노했다. 자신이 가진 감정이 그렇게까지 심하게 흔들릴 줄은 몰랐다.

물론 리리가 그에게 마음에 안 드는 행위를 하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 마음이 흔들릴 일인가?

프론디어는 나태의 저주 때문인지 본인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정도까지 분노한 일이 손에 꼽는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프로 1위인 에든이 엘린을 협박하고 있었을 때였겠지.

허나 리리가 에든만큼의 비열한 짓을 저질렀는가 하면, 결국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이다.

‘리리가 나에게 건 매혹과, 내 본인의 성향이 치열하게 싸운 거였어. 분노는 그 반동이야.’

프론디어는 분명 악마의 힘에 대해 저항력이 있다. 그가 가진 영혼의 힘도 있고, 나태의 저주에 오랫동안 저항해 온 것도 있으니. 그때 느낀 분노는 그 저항의 부산물이다.

‘그때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면, 좀 더 현명한 해결을 했을지도 몰라.’

그 해결 중에는 물론, 리리를 처단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꼭 그가 죽일 필요도 없다. 리리가 악마라는 사실을 제국에 알리고, 황궁이 움직이게 만든다면 시민들은 제국 내에 악마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제국 전체가 움직일 테고, 숨은 악마들을 찾아내는 것도 쉬웠을 테지. 게다가 리리와 관련되어 있는 암부에게 압박을 주기도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때 프론디어는 분노에 정신이 돌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손으로 리리를 죽이느냐 마느냐, 그 선택의 기로에서 헤맸을 뿐. 당시 그레고리가 까마귀의 입으로 지적한 것은 바로 그 뜻이었던 거다.

──나는 네가 무얼 하든 간섭하지 않아.

그레고리는 분명히 말했다. 리리를 죽이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리리가 죽는 것 또한 옳은 결정일 거라고.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판단하에 이루어질 일이어야 했다. 그레고리가 알고 있는 프론디어라면 그래야만 했다.

“당신에게 분노하고, 그 분노를 참아내는 데에 심력을 다 써 그릇된 판단을 하고, 덕분에 제국의 악마들을 찾아내느라 혼자 개고생을 했죠.”

“…….”

“그것을 끊을 때가 왔습니다.”

프론디어는 리리의 매혹에 당했다.

그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인정한 뒤에야, 머리가 보다 선명하게 개었다.

“……그렇구나. 매혹은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저항하는 동안에는 계속 심력을 소모할 테고. 그래서.”

리리는 프론디어의 판단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로 계약은 종료였죠.”

“……그랬지.”

“저는 일이 이렇게 된 것을 애석하게 여깁니다.”

리리는 프론디어를 이해했다.

언제고 사탄의 편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리리.

지속적으로 프론디어에게 영향을 주는 ‘매혹’.

반드시 제국을 지켜야만 하는 프론디어.

프론디어의 선택은 결국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리리가 반대 상황이었어도 이렇게 했을 테니.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마세요. 그래야 고통이 덜 합니다.”

“……빨리 끝내줘.”

리리는 일어섰다. 양팔을 축 내리고, 가슴을 펴고 눈을 감는다.

프론디어와 대치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무방비한, 프론디어에게 목숨을 건네는 동작.

그 모습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눈을 뜨세요. 리리.”

“너무하네. 무서워 죽겠는데.”

“눈을 감고 있으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일?

그 표현이 의아해 리리가 눈을 떴을 때.

“──윽!”

프론디어와 눈을 마주한 순간, 그녀에게 쏟아지는 거대한 압력.

프론디어의 ‘악마의 힘’이다.

리리는 자기도 모르게 악마의 힘을 개방하려 했다. 조디악으로서 길러진 반사신경이며, 악마로서의 생존 욕구이기도 했다.

허나.

“거부하지 마라, 리리.”

프론디어의 냉엄한 말.

그제야 리리는, 프론디어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마침내 알았다.

“너에게 이미 그런 선택은 없다.”

그에 리리는 그저 가만히 프론디의 힘을 받아들인다.

악마의 힘, 영혼의 모습이 그녀에게로 쏟아져 들어온다.

리리는 사탄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 다른 제국의 악마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마계에서 없는 존재가 되었으므로.

사탄은 언젠가 자신이 제국에 심어놓은 악마들을 다시 이용할 생각이었겠다만.

‘계약’이란 건 본래, 악마의 편도 인간의 편도 아니다.

사탄에게만 그저 편리한 계약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건, 당연히 사탄이 악마들에게 행한 악마의 힘도 끊어졌다는 뜻이다.

프론디어가 제국의 악마들을 복종시켰듯이.

파아앗!

리리는 프론디어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프론디어는 지금까지 많은 악마들을 그 힘으로 복종시켜왔다.

허나 리리만큼 이토록 온전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힘을 받아들인 악마는 없었다.

“…….”

프론디어가 악마의 힘을 거두어들이자.

리리는 가만히 눈을 감고,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스윽-

리리가 몸을 낮춘다. 한쪽 무릎을 꿇고, 프론디어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쬐끔 어색하네.”

하지만 여전히, 그 말투와 어조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녀는 어딘가 기분 좋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관계를 끊는다. 이런 뜻이었구나.”

프론디어가 바라던 관계.

리리는 조디악으로서, 프론디어는 리리의 지인으로서.

잠깐 고용되어 일을 같이 했던, 나름의 친밀감과 신뢰를 갖게 된 사이.

프론디어는 그걸 바랐다. 리아 리스가 악마라 하더라도, 그녀와의 관계는 인간답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 모든 게 프론디어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리리.”

“응.”

“설령 너의 기억이 돌아오더라도, 그때 만약 네가 사탄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더라도.”

그렇기에 프론디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이것뿐이었다.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응.”

“내 명령을 따라. 리아 리스. 기억이 돌아온 네가 어떻게 변하든 내 알 바가 아니야. 나를 위해 마계 전체를 적으로 돌려라. 나는 너의 옛 주인을 죽일 것이다.”

리리가 기억이 돌아와도, 사탄에게 가지 않도록.

여전히 제국의 기둥인 조디악이 되도록.

리리가 악마의 곁으로 가는 것을 붙잡기 위해, 악마의 논리를 사용한다.

“기억이 돌아와도 이전처럼 있어라. 나를 향한 적대심, 분노, 후회 따위는 마음 속에나 감추고 내비치지 마라. 내가 죽는 그 날까지 숨기고 살아. 그때가 오면 이 말을 기억해라. 내가 너의 주인이다, 리아 리스.”

리리에게는 어쩌면 잔혹한 말이다.

기억을 잃은 그녀에게는 본래의 고향이 있고, 섬겨야 할 주인이 있었다.

허나 지금, 프론디어에게 복종한 그녀는, 설령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리더라도 프론디어의 곁에 있어야 한다.

그 말을 듣고 리리는 싱긋 웃었다.

악마이기엔 검은 구름 하나 없는 맑은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당신의 뜻대로, 나의 주인이시여.”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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