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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1

EP.350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4)

새해가 시작된 지 1주일 넘게 흘렀지만, 키예프에는 이제 막 새해맞이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들이 있었다. 물론 분위기에 찬물 잘 끼얹기로 유명한 키예프 인들이라고 해도 잔치를 끝날 때쯤에 잔치에 참여하는 풍습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축제를 준비하는 까닭은 그들에게 신년이 아직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늦은 축제를 준비하는 지역들은 대개 아무르 지방에 몰려 있었다. 현재 제국에서 통용되는 역법은 교황청에 의해 반포된 지 200년이 넘었지만, 아무르 지방은 제국령으로 편입된 지 2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전통적인 행사는 여전히 해당 지방에 사용되던 옛 역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

옛 역법으로 올해의 새해 첫날은 새 역법으로 1월 17일에 해당했다. 다른 지방은 자기네가 새해일 때 남들도 다 새해인지라 새해맞이 행사라고 해도 지역 교회에 모여 가볍게 끝내는 편이었지만, 아무르 지방은 다른 지역보다 늦게 진행되었기에 외부인들이 많이 찾았고 덕분에 행사의 규모도 축제 급으로 컸다.

전원이 광대들로 구성된 서커스단 ‘르 보드빌리앙’은 프라빈의 6대 극장에서 별을 따낸 후 예테린푸르크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타고 북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그들은 신년 축제에 와 달라는 아무르 지방의 요청을 받게 되었다.

르 보드빌리앙의 단장인 시크릭은 그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작년에는 제국 내에서 신년 축제에 서커스단을 부르는 것이 기피됐었다. 그 직전에 터진 서커스 그랑프리 스캔들 때문이었다.

제국 정부가 서커스 그랑프리의 부흥을 위해 천문한적인 자금 지원을 했다는 것이 폭로되면서 제국 전체가 크게 한 번 들썩였다. 하루 13시간 일하고 하루 한 끼 먹는 빈민들이 넘쳐나는 판국에 호화로운 행사에 그렇게나 큰돈을 쏟아붓다니! 한동안 키예프 사람들 사이에서는 반 서커스 정서가 일기도 했었다.

다행히 올해는 비판적인 여론이 많이 누그러진 편이라 많은 서커스단이 평년과 같이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주최 측에서 기획한 주제도 꽤 재미있을 것 같고……기대되는군!’

시크릭은 마침 축제에서 사용할 농담 하나가 떠올라 재빨리 눈앞의 종이에 메모했다.

-저기 여러분의 세금이 터지고 있습니다! (불꽃놀이를 가리키며)

그는 해당 문구를 입에 반복해서 굴려보며 호흡을 조정해 보았다. 오늘따라 왠지 영감이 잘 받았다. 벌써 기발한 아이디어를 몇 개나 건졌다.

아무래도 같은 단원들끼리 함께 지내다 보면 발상이나 사고가 한쪽으로 굳어버리기 마련이었다. 오늘처럼 낯선 인물들과 부딪치는 것은 머리를 맑게 하는 데 꽤 도움이 됐다.

“좋습니다. 충분히 봤습니다. 결과는 조금 있다가 천막 입구에서 발표할 겁니다. 나가서 기다려 주시죠.”

시크릭 앞에서 방금 연기를 펼쳤던 광대는 밝은 미소를 짓더니 그에게 연신 허리를 숙여 보이며 방을 나갔다. 아무래도 방금 그가 이력서를 품에 갈무리하는 행동을 합격의 신호로 받아들인 듯했다. 물론 시크릭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아이디어를 메모한 종이를 챙긴 것에 불과했다.

“다음 사람 들어오세요.”

반대편 문이 열리며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다른 광대가 들어왔다. 그는 준비한 소도구 몇 개를 펼치더니 바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떠듬떠듬 준비한 농담을 늘어놓았다.

“아빠 토끼가 그러니까…….”

그가 몇 마디 하기도 전에 시크릭은 하품하고 싶은 요구를 느끼며 바로 시계를 찾았다. 정확히 5분이 지나는 순간, 그는 상대의 연기를 바로 끊어버렸다.

“웃음을 논하기 전에 일단 기본적인 대사 전달력부터 갈고닦는 게 우선인 것 같군요.”

“저……그럼 제가 짠 대본은…….”

“모자란 연기력을 채워줄 만큼 대단한 구석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감 좀 키우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의 냉혹한 평가에 광대는 기가 잔뜩 죽어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 저래서야 아무리 대본을 잘 짠다고 해도 누군가를 웃기는 것은 무리였다. 시크릭은 그의 축 늘어진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혀를 차고는 소리쳤다.

“다음 지원자!”

대회에 참가하는 서커스단은 신년을 맞아 현재 보유한 별의 개수만큼 새로운 곡예사를 더 뽑을 수 있었다. 마침 축제 때문에 곡예사들도 북적이겠다. 시크릭은 때맞춰 새 단원을 뽑기 위한 오디션을 열었다.

전원이 광대로 이루어진 르 보드빌리앙은 희극 전문 극단으로 현재 이름을 날리는 많은 코미디언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그 명성 덕에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러나 며칠 동안 수백 명을 심사했는데도 좀처럼 시크릭의 기준을 충족하는 인재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참가자는 2명이 동시에 입장했다. 코미디라는 것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필요해서 2명이 짝을 이루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일까? 둘 다 헤진 정장을 입고 찌그러진 중절모를 쓰고 손에는 낡은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둘은 시크릭을 보고 중절모를 벗으며 인사를 했다.

“알렌!”

“그리고 조라고 합니다!”

둘 다 정확히 같은 동작을, 아니, 거울처럼 대칭되는 동작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허리를 드는 순간, 서로의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서로의 다리를 걸고 당겨 버렸다.

“으아앗!”

“우와악!”

둘 다 동시에 쾅 하고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시크릭은 가볍게 실소했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그렇게 5분 동안 그는 알렌과 조의 공연을 감상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는데?”

2시간 뒤, 두 사람은 어느 카페에서 그들의 동행을 앉혀 두고 심사장에서 있었던 일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녀가 심사의 결과에 대해 캐묻자 금방 표정이 어두워졌다.

“떨어졌어.”

“부족한 점이 많다더군.”

둘의 대답에 뱀 조련사 수아브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 셋이 함께 다니기 시작한 지는 이제 1년이 다 되어 갔다.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많이 들었다.

그녀는 두 사람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수습으로조차 뽑히지 못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명성 높은 르 보드빌리앙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뭐가 부족하대?”

그녀가 조심스럽게 꺼낸 질문에 알렌과 조는 대수롭지 않은 톤으로 답했다.

“눈물.”

“뭐?”

“그러니까 말이지……진정한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슬픔과 상실을 겪어야 한다나?”

”그런데 우리에겐 그런 게 안 느껴진대.“

두 사람의 말에 수아브는 혀를 찼다.

“나 참, 별 이상한 트집을 잡기는…….”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크릭이라는 양반이 괜히 잘난 척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슬픔과 상실은 무슨. 적당히 있어 보이는 말을 갖다 붙인 거겠지.

조련사와 광대는 원래 서로의 공연을 낮잡아 보는 일이 잦았다. 그것은 서로의 공연이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인간이냐 동물이냐의 차이가 아니었다. 광대는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론을 끌어내는 데 사고의 초점을 맞추었고, 조련사는 개별 개체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 열중했다. 광대는 신선한 애드리브를 중시해 관객에게 당혹스러움과 충격을 주는 기법을 즐겼지만, 조련사는 완벽한 레퍼토리를 중시해 관객에게 기대감과 경탄을 선사하는 기법을 주로 사용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수아브는 두 사람을 떨어트린 논리가 억지라고 봤다. 그러나 알렌과 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냐. 그 사람 말이 맞아.”

“정확히 우리를 꿰뚫어 봤어.”

“뭐? 하, 하지만 그게 무슨……. 말도 안 디는 소리 하지 마! 당신들은 그럼 슬픔이나 상실을 겪은 적이 없단 말이야? 가족이 죽었다거나…….”

그녀의 항변에 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없는데?”

“애초에 우린 가족이 없어.”

“뭐야 그럼……고아였다는 거야? 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돌봐준 사람은 있었을 거 아냐!”

“기억 안 나. 어느 순간부터 베가스의 뒷골목을 전전하고 있었지.”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이 7살 때인가. 아무튼 가진 게 없으니까 잃을 것도 없었지.”

항상 바보처럼 싱글벙글하던 알렌과 조는 드물게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돈만 받으면 살인도 서슴지 않았어.”

“남의 것을 빼앗기만 했지.”

태연한 얼굴로 자신들의 비참한 과거사를 밝히는 둘의 모습에 수아브는 입을 딱 다물었다. 용병이었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어두운 삶을 살았을 줄은 몰랐다. 그들의 이야기는 마침내 자신들이 코미디언이 되려는 결심을 한 대목에서 끝났다.

“그래서 우리는 변하기로 했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하기로 말이야!”

그 뒷부분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루즈에서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 6개월 동안 온갖 바보짓을 하고 돌아다닌 일은 많이 들었다. 그것만 들었을 때는 그저 유쾌한 사고뭉치들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두 남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두 사람의 머리에 딱밤이 내려쳤다.

“아얏!”

“무슨 짓이야!”

“아니, 그냥…….”

세 사람은 1월 한 달 동안 대회에 참가하는 서커스단에 지원서를 계속 넣어보기로 했었다. 그리고 누구 하나라도 한 군데라도 걸리면 거기에 가는 걸로 약속했었다. 즉, 합격자는 이곳에서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알렌과 조의 사연을 듣고 보니 수아브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뛰어난 검술 실력과 여유로운 태도, 그리고 자신보다 몇 살 더 많다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알아 차라지 못했지만, 이들은 사회적으로 아직 많이 미숙했다. 마차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애들 같았다. 옆에서 계속 머무르며 도와주고 싶었다.

“자, 그럼 수아브, 너도 오디션을 보러 가야지.”

“그래, 그래. 너는 어디에 지원할 건데?”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수아브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런 고민도 일단 합격하고 난 뒤에 해야 할 문제였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갈 곳은 이미 정해뒀어. 마침 거기도 이곳 아무르 지방으로 오고 있더라고.”

그녀는 신문에서 잘라낸 기사 하나를 들어 보였다.

“전원 조련사로 이루어진 동물 전문 서커스단!”

***

“빌리 앤 베티!”

엘라의 외침에 휴게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쏠렸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내민 신문을 받아 읽었다. 거기에는 이번 아무르 지방의 주도에서 열리는 축제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단장, 단장, 여기로 가자! 응?”

막 아침 식사를 끝내고 미노바, 스벤과 함께 원더월드를 즐기고 있던 그에게 엘라는 달려와 대뜸 일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그 당위성에 온갖 근거를 늘어놓으며 열변을 토했지만, 원더스타인은 쉽게 그녀의 본심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 공연이 꼭 보고 싶다는 거죠?”

핵심을 찔러 들어오는 그의 질문에 엘라는 마침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니, 뭐, 꼭 보자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되면 보는 게 우리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그러니까…….”

“좋습니다.”

“……어? 좋다고?”

“네. 엘라 양이 제시한 대로 하죠.”

엘라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항상 웃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속내를 읽어내는 것은 힘들었다.

“원래 일정에서 좀 떨어진 곳인데 괜찮아?”

“물론이죠. 우리 부단장님의 서커스에 대한 안목을 누가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군말 없이 따라야죠, 후후.”

“느, 능글맞게 굴긴…….”

그녀는 히죽대는 원더스타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 번 쏘아봤다. 그러나 얼굴에 번져 나가는 미소는 감출 수 없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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