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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2

EP.351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5)

아무르 후작령의 주도(州都)인 칼디르는 호수 위의 섬에 지어진 도시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는 도시가 강, 산, 호수로 둘러싸인 탓에 그렇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지 도시가 정말로 호수 위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오해를 널리 퍼트린 것은 어느 작곡가가 여행 중에 칼디르의 풍경을 보고 지은 ‘아름다운 호수 위의 칼디르’라는 노래였다. 해당 노래가 크게 유명해진 탓에 칼디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커다란 호수 위에 있는 도시를 떠올리게 됐다.

니카는 호수의 가장자리를 거닐며 건너편에 펼쳐진 도시의 모습을 관찰했다. 나무로 만든 뼈대에 벽돌로 그사이를 채운 건물들이 빽빽이 방진을 짜고 지붕들을 나란히 하고 서서 호수의 수면과 평행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위에는 뾰족한 설산이 도시 전체를 덮는 모자처럼 얹혀 있었는데, 산 아래로 난 가파른 절벽 위에는 영주의 성이 우뚝 서 있었다. 듣던 대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아무르 후작의 성은 산 중턱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그 규모는 어지간한 나라의 왕궁과 맞먹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아무르 지방은 제국에 흡수된 지 2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후작의 성은 실제로 20여 년 전까지 아무르 지방을 다스렸던 왕의 성이었다.

현재 저곳의 주인인 후작은 아무르 왕족의 먼 방계였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던 그는 20여 년 전, 갑자기 이곳으로 끌려 나와 아무르의 통치를 맡게 됐다. 그에게 주어진 권한은 기존 왕족이 가졌던 것에 비해 1할도 되지 않았다. 제국이 세운 괴뢰 정권의 얼굴마담에 불과한 자였다.

‘하지만 단순한 꼭두각시는 아니었던 건가.’

니카가 서커스단에 들어온 지 3주가 넘었다. 그가 이번 잠행을 결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원더스타인에 대한 호기심, 잠시 정치에서 떨어져 쉬고 싶은 마음, 대역이 쓰러진 상황을 이용해 시도해 보고 싶은 몇 가지 전략 등.

그러나 일차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원더스타인이 가진 정보를 캐내는 것이었다. 황제 독살 시도의 배후가 누구인지, 황실 비자금 계좌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가 콤프라치코스에 대해 알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 정보들은 그에게 대놓고 물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권력으로 그를 압박할 수도 없었다. 세간의 이목을 끌 뿐만 아니라 그랬다간 원더스타인이 적대 진영에 정보를 팔 수도 있었다.

코카의 만행 때문에 그는 황태자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 좋지 않았다. 암살자들을 제압한 그의 실력을 봤을 때, 힘으로 쉽게 굴복시킬 수 있는 남자도 아니었다.

그래서 니카는 황제의 독살을 시도했을 만한 유력한 용의자의 이름을 꺼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에게 던지며 반응을 살피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3주에 걸친 시도에도 그에게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어낼 수 없었다. 그는 쉽사리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 부단장이 아무르 지방의 축제 얘기를 꺼냈을 때, 니카는 그의 마음이 동요하는 것을 읽어냈다. 그것은 미미했지만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나 ‘부단장의 요청’에서 나올 수 없는 호흡이었다.

아무르 행이 결정되고 나서 잠시 후 그는 원더스타인을 찾아가 준비했던 노림수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황태자가 깨어나서 그때 단장님이 한 거래에 대해서 다시 캐묻지는 않겠죠? 황제 독살범이나 황실 비자금 계좌나 콤프라치코스 같은 거요…….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일 같은 건 다 잊지 않았을까요?

원더스타인은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니카는 그가 ‘독살범’이라는 단어에 마음의 파장이 변하는 것을 읽어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아까 엘라가 주고 간 신문을 훑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칼디르의 아무르 후작은 니카가 작성한 용의자 목록에 없던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야심가로서 면모를 드러낸 바 없었다. 제국의 눈치를 보며 지방의 민심을 다독이는 데만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런 그가 황제 독살을 시도했다? 물론 정말 그랬다면 노리는 바가 뭔지는 감이 잡혔다. 제국이 내전으로 혼란한 틈을 타 아무르의 독립을 노리는 것이리라.

아니, 그보다 더 나아간다면 현재의 황위 계승권자를 모두 제거하고 자신의 자식을 황위에 앉혀두려는 수작일 수도 있었다. 20여 년 전, 아무르 지방이 제국에 복속될 때, 황제의 사촌누이 중 한 명이 아무르 후작과 혼인했다. 황위 계승서열과 동떨어져 있긴 했지만, 내전을 통해 힘의 우위와 상황이 반전된다면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너무 나갔나?”

니카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어디까지나 원더스타인이 정말로 황제 독살 시도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전제로 한 추론이었다. 만약, 이번 조사에서 후작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원더스타인은 사실 허세를 부린 것일 확률이 높아졌다. 그러면 여기 더는 머무를 명분이 없어진다.

니카는 바닥에 떨어진 자갈을 주워 근처에 있는 기슭을 향해 던졌다. 얼마 전에 부단장에게 배운 대로 손목의 꺾임을 이용해서 수면에 튕기도록 날렸다. 돌은 몇 번 튕기더니 물속에 잠겨버렸다.

비록 건너편에 닿지는 못했지만, 처음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에 띄우려는 찰나, 쌩하는 소리와 함께 2개의 돌이 그를 지나쳤다. 하나는 수면 위를 무려 수십 번이나 튕기더니 건너편 기슭에 가볍게 안착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물 한 방울 닿지 않고 건너편 땅에 그대로 매다 꽂혔다.

“니카 형, 혼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돌 던지기 특훈?”

뿔이 달린 붉은 가죽의 괴물과 건들거리는 10대 초반의 소년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니카, 미키, 우몬. 세 사람은 서커스단의 3명밖에 없는 10대 남자 단원들로서 같이 노는 일이 잦았다.

“그냥 잠시……부족한 용돈을 채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어.”

“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데.”

“안 그래도 유라크네 아줌마가 여기 있는 동안은 아침밖에 안 해준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칼디르에 도착한 괴물서커스단은 각자 흩어져서 자유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공연할 장소를 섭외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일정을 급하게 변경해 온 것이다 보니 자리가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고급 호텔에 들어가 세 끼 정찬을 즐기며 푹 쉬었겠지만, 재정 긴축 상황인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시내에 빌릴 수 있는 방은 하나뿐이었고, 묵을 수 있는 사람은 4명이었다.

물주인 아나이스, 다리가 불편한 마야, 어린 루엘로가 우선해서 들어갔고, 그들을 시중들기 위해 니카의 시녀인 나타샤가 뽑혀 갔다. 그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도시 밖 호숫가 근처에 세운 캠프에서 자야 했다.

“나는 오히려 두근거리는데. 노숙은 처음이라서. 밤에 캠프파이어 같은 것도 하는 건가?”

니카의 순진한 기대에 우몬과 미키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고생 안 해본 귀족 출신 도련님의 생각이란…….”

“한 3일만 지나도 침대가 그리워질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니카 형은 걱정 없겠다. 단장님이랑 같이 잘 거지? 단장님 품에 안겨서…….”

“크윽, 아, 아직도 그 얘기를…….”

니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재정 긴축 이후로 단원들은 두세 명씩 짝을 이루어-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트라이머리 형제가 새삼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방을 같이 써야 했다. 원더스타인이 지명한 파트너는 바로 니카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망상을 펼치던 마야, 레이나, 유라크네, 아나이스를 제외하면, 다들 그 결정이 타당하다고 여겼다. 그는 귀족 출신에 3개월간 임시 단원, 즉, 손님의 처지였기에 단장이랑 같이 쓰는 게 맞아 보였다.

물론 이는 원더스타인이 니카가 남장한 여자라고 생각해서 건넨 제안이었다. 다른 남자 단원들과 부대끼기 불편함을 느낄 게 뻔했고, 그렇다고 남자라고 밝혔는데 여자 단원들이랑 자게 둘 수 없으니 자신과 자는 게 옳다고 여긴 것이다.

처음에는 침대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둔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자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니카 쪽에서 조금씩 선을 넘더니 한 번은 원더스타인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자는 것이 발견되었다.

니카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잠결에 그랬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이 새벽에 비몽사몽간에 팬티에 텐트를 친 물건을 주무르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니카는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속삭임에 저도 모르게 원더스타인의 몸을 더듬고 그의 살결에 코를 박았다.

다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날 아침의 일로 니카를 놀려 먹었다. 물론 진지하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날의 일은 그 장면을 발견한 마야가 염동력으로 침대를 뒤집으며 요란법석을 떨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이 자식이 틈만 나면 형을 놀리려 들어!”

“내가 뭘 어쨌다고…….”

우몬이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시선을 모른 척했다. 옆에서 미키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니카 형이 너무 과민반응 하니까 자꾸 놀리게 되지.”

“헤헤, 그럼 그럼.”

우몬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합류한 이후로 우몬은 말이 상당히 늘었다. 그의 인생에 지금처럼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은 처음이었다. 예전에 비해 표정이 밝아진 것은 물론, 장난도 먼저 치고 농담도 자주 던졌다.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은 미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서커스단에 처음 합류했을 때, 그는 혼자 겉돌았었다. 원더스타인이 친구들을 죽인 원수고, 엘라가 그에게 협박당해 끌려다닌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괴물 서커스에 대한 편견도 한몫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서커스단의 분위기는 화목했고, 원더스타인은 악한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누구보다 엘라를 많이 아끼고 배려했다. 심지어 그가 원수라고 자신에게 설명해주었던 엘라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어딘가 미적지근했다.

미키는 단원들을 통해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들었다. 그중 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드발체프에서의 일이었다. 저주 역병. 그것은 자신들의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과 비슷했다. 신체가 이상하게 변형되었던 사람들, 괴물의 등장, 그리고 도망치듯 떠난 결말까지.

혹시 자신들의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봐도 원더스타인은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가진 의문을 엘라에게 밝히지 않았다. 아마 그녀도 뭔가 느끼는 것이 있기에 그를 모호한 태도로 대하는 것일 것이다.

미키는 어려서부터 베가스의 뒷골목에서 소매치기로 살아왔었다. 그리고 그 때 몸에 밴 습성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는 일단 원더스타인에 대한 적개심을 누그러뜨리고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원더스타인의 목적이나 정체에 대해 확실히 알 때까지.

“그래서 용돈 어떻게 벌 건데?”

“괜찮은 아이디어 나왔어?”

세 소년은 축제 기간을 이용해 거리에서 돈을 벌기로 했다. 가만히 놀고먹고 돈 쓰고 있기보다 그편이 더 낫다고 여긴 것이다. 우몬에겐 힘이, 미키에겐 기술이, 그리고 니카에겐 지혜가 있었다. 그들 셋이 힘을 합친다면 거리 공연을 시도해 볼 만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니카는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낯선 즐거움을 느꼈다. 그건 그가 5살이 넘은 이후로 잃어버렸던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의 어긋난 호흡을 읽는 데 집중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의 생각을 읽는 힘이 약해져 버렸다. 지금도 물론 여전히 상대의 생각을 쉽게 꿰뚫어 보았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독심술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몬을 내가 노예 시장에서 사 온 괴물 검투사라는 설정으로…….”

“우엑! 나 지겹다, 그 설정! 나도 귀족 소년 할래! 배역 이름표를 단장님에게 받았잖아! 나도 이제 할 수 있어!”

“정신 나간 소리! 이건 인식만 변하지. 외모를 변하게 하는 건 아니야! 어디 귀족으로 할 건데? 어비스의 마귀 남작?”

“푸핫핫, 그, 그거 대박! 잘 어울리는데?”

“우워어어! 이 형들이 진짜! 나 진짜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라고!”

“우리도 진지하게 답하는 거야, 인마!”

“야야, 이 자식이! 말이 안 통하면 무조건 힘을 쓰려고 하네!”

세 소년은 왁자지껄 떠들며 호수 위의 도시 칼디르를 향해 걸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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