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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3

EP.352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6)

괴물 서커스의 단원들은 어제 막 일주일간의 공연을 마치고 칼디르로 넘어온 참이었다. 원래 그들은 5일 연속으로 공연하고 나면 이틀은 뻗어 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칼슨이 서커스단에 들어오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에게 마사지를 받으면 단원들은 그런 부작용 없이 반나절이면 말짱히 움직일 수 있었다.

괴물 단원들은 일반인들과 다른 신체 구조를 가진 덕에 근육이 뭉치고 땅기는 부위 역시 보통 사람과 달랐다. 그런데 칼슨은 그런 단원들의 움직임을 며칠 동안 관찰하더니 그들 각자에게 맞는 안마법과 스트레칭법을 고안해냈다.

그건 단순히 기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몸을 주물러 온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그를 받을 때만 해도 때밀이가 굳이 서커스단에 필요한가 의구심이 들었던 원더스타인도 그의 능력을 보고 크게 반색했다. 그는 마야의 치료 역시 그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해서는 의사가 처방했던 것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그녀가 고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장애를 영원히 안고 사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칼슨은 그녀의 다리를 보자마자 혈 몇 군데를 쿡쿡 찔렀다. 마야는 반응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그것은 노력한다고 참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다리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들썩였다.

“마야 양! 다리가 움직였어요! 다리가! 이번 건 염동력 아니죠? 맞죠?”

“……네.”

원더스타인은 하늘을 날 듯 기뻐했다. 웃는 남자가 없었다면 울먹였을지도 몰랐다.

자신은 한 달을 붙잡고 있어도 안 되던 것을 몇 분 만에 해내다니! 명불허전의 솜씨였다. 그러나 칼슨의 실력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사코 그에게서 다음 단계의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했다.

“저는 단장님에게 받고 싶어요.”

사춘기 나이대의 소녀에게 신체 접촉은 민감한 문제였다. 사람의 손길을 가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평생 불구로 사느냐 마느냐의 사안에 이런 고집을 피우는 마야가 원더스타인은 답답했다.

“칼슨 씨의 실력이 훨씬 좋습니다. 당신의 치료를 위해서는 칼슨 씨의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이에요.”

“그래도 단장님에게 받고 싶어요.”

그녀가 고집스럽게 말하고는 입을 딱 다물었다. 원더스타인은 칼슨 보고 어떻게 해보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본인이 정 원한다면 단장님이 해도 괜찮을 것 같소. 혈을 찔러 보며 느낀 건데 마비 증세 같은 건 거의 느낄 수 없었소. 그저 오래 앉아 있으면 생기는 다리 저림 정도 수준이었지. 아마 단장님이 해온 치료에 나는 마무리만 한 정도일 거요.”

“그래도 저보다 칼슨 씨가 하는 편이…….”

“대신 내가 신경을 자극하기 좋은 마사지 비법을 가르쳐 드리겠소.”

그렇게까지 말하니 원더스타인도 더는 권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마야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그는 마야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녀가 다친 것은 그 때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계속하기로 하죠. 최선을 다해서 배우겠습니다.”

마야는 입술이 씰룩거리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신경 자극 다음 단계의 치료는 요가였다. 그가 직접 몸을 붙잡고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처방전에 그려진 자세 몇 가지가 떠올랐다. 보조인이 환자의 허리를 뒤에서 껴안고 무릎으로 허벅지를 밀어 올리는 동작이라든가, 보조인이 환자와 마주 본 채 환자의 두 다리를 들어 어깨에 얹는 동작이라든가.

그 모든 것들은 환자가 누운 채 행해졌다. 둘이 몸을 찰싹 달라붙은 채 침대 위를 뒹구는 것이다. 서로의 체온과 호흡을 느끼고, 서로 눈빛을 나누고. 거의 부부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을 단장님과 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몇 번이나 그의 혀와 손에 쾌락을 맛봤다. 이번에는 그녀가 그를 유혹할 차례였다.

너무 기대하지 말자. 1주일 정도 걸릴 수 있어. 아냐, 그거 스승님을 너무 저열한 남자로 보는 거 아냐? 2주! 그래. 2주 정도면 충분할 거야.

원더스타인이 짐승처럼 그녀를 향해 덤벼드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외에도 온갖 낯 뜨거운 장면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환상으로 그것들을 재현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방 안에 있는 누구도 그녀의 무표정한 가면 뒤에 그런 상상력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요가를 시작한 지 3주나 흘렀는데도 원더스타인은 마야가 기대했던 선을 조금도 넘지 않았다. 그는 기계적으로 주어진 치료만을 반복했다.

자신에게 여성적 매력이 부족한 게 문제일까? 유라크네나 레이나라면 조금 달랐을까? 마야는 소녀 티를 벗지 못한 자신의 몸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 내내 울적함에 빠져있던 중 그녀는 충격적인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투명화 물감을 이용해 원더스타인의 침실에 들어가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그의 얼굴을 멍하니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재정 긴축 이후로는 숙소의 크기가 작아진 데다가 단장님에게 룸메이트도 생겨서 훔쳐보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 한창 번민에 빠져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물감을 몸에 끼얹고 원더스타인의 침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러다 그녀는 그와 니카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단장님, 제 컵 사용하셨나요?”

“네. 제 건 짐 실을 때 잘못 넣어서 깨져버렸거든요.”

“그, 그렇다고 불결하게 남이 쓰던 컵을 쓰면 어떻게 해요! 다른 사람 입술이 닿았던 것을…….”

“후후, 에이, 겨우 그것 가지고. 우리는 입맞춤도 하지 않았습니까?”

“아잇, 그, 그건……!”

앞부분의 대화 내용은 룸메이트 간에 있을 수 있는 흔한 분쟁이었다. 마야도 엘라와 매일 네 거냐 내 거냐를 두고 티격태격하곤 했다.

그러나 대화의 뒷부분을 듣는 순간, 마야는 앞부분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남자 둘이서……뭘 했다고?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다. 그것을 증명해줄 말이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둘이 뒤이어 주고받는 대화는 분명 두 사람이 키스했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마야의 천재적인 두뇌는 지상에 존재하는 어떤 논리로도 둘의 대화를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왔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쳤다. 지금까지 조금씩 쌓여왔던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

설마 단장님이 내 몸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가……여자 단원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굴지만, 누군가와 사귀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설마……설마…….

단장님은……남자를……?

“이제 슬슬 나가봐야 할 것 같군요.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치의 안마도 끝났다. 원더스타인은 마야의 몸을 바로 눕힌 뒤 구겨진 옷을 정리하고 외투를 입혀 주었다. 그가 그러는 동안 그녀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 등에 업히세요.”

“……네.”

마야는 두 팔로 원더스타인의 목을 감싸고 머리를 그의 등에 파묻었다. 그의 두 손이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를 받쳤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신체 접촉이 있을 때마다 단장님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하며 두근거렸을 그녀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단장님에게 제자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하염없이 우울해졌다.

***

칼디르 시는 이번 축제에 총 일곱 개의 서커스단을 초청했다. 힘자랑, 줄타기, 길들이기, 땅재주, 쏴를 비롯한 전통의 다섯 마당에 광대와 작가까지. 그들은 모두 한 종류의 곡예사들로만 이루어진 게 특징이었다.

그중 두 곳은 괴물서커스단과 이미 안면이 있는 곳이었다. 원더스타인과 마야는 그 두 곳의 사람으로부터 받은 초대장이 있기에 무대 뒤편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일곱 서커스단의 사람들이 바쁘게 오갔다. 그들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검은 타이츠에 반바지와 짧은 외투를 걸친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예쁜 인형을 등에 업고 다니는 기인이 보이길래 누군가 했더니 단장님이시네요.”

파파엘 서커스는 ‘땅재주’를 대표하는 서커스단으로 이번 축제에 초대받았다. 카렌은 그의 등에 업힌 마야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마야가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마야 양을 잠시 부탁하겠습니다.”

“단장님은 누구한테 초대받으셨는데요?”

“은막 단장님입니다.”

현존하는 서커스단 중에 전원 작가로 이루어진 서커스단은 없었다. 애초에 그런 서커스단은 존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이 작가이자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전원이 환상 마법사로 이루어진 은막 서커스단이 ‘연출’ 분야의 대표로 축제에 초청받았다.

원더스타인이 은막 쪽으로 완전히 몸을 감추자 그동안 눈치만 살피고 있던 카렌이 마야 옆에 다가가 속삭였다.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카렌…….”

마야는 친구를 바라봤다. 남자와 남자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왔던 그녀였다. 어쩌면 자신의 오해를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그녀의 얘기를 들었을 때, 카렌은 바로 답을 내리기보다 조금 고심하는 자세로 나갔다.

“그걸로는 어떻다고 말하기 힘든걸. 상대는 제국의 귀족이라며? 정말 연인 간의 그런 키스를 한 게 맞아? 볼에 입을 맞추곤 하잖아, 이곳 사람들은 남자들끼리도. 그리고 사귀는 여자가 없는 것도 그럴 수 있어. 우리 홉스 좀 봐봐. 저 정도면 인물이 어디 가서 빠지는 정도는 아닌데도 홀아비처럼 있잖아. 30대 중반까지 구질구질하게. 기질이라는 게 있어서 여자가 많이 꼬인다고 해도 꼭 이어지진 않더라고. 단장님처럼 서커스 외길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여자는 눈에 잘 안 들어오나 보지 뭐.”

“그래……?”

마야는 마음의 안개가 조금 걷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마침 저 멀리 은막 쪽 천막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원더스타인과 은막 서커스의 단장인 아르노였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그녀는 머리를 강타하는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작년에 집을 떠나기 전에 아빠와 나누었던 대화였다.

환상 마법으로 명성을 떨치는 은막 아르노가 아빠와 엄마의 지인이었다는 사실을 그때 그녀는 아빠에게서 처음 들었다. 항상 환상 마법사를 꿈꾸던 그녀는 아빠가 왜 지금까지 자신에게 그 사실을 얘기해 주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 녀석과는 조금 안 좋게 헤어졌거든.”

아빠는 창고 구석에 있던 그림을 꺼내 왔다. 거기에는 세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아빠는 그것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아르노와 네 엄마가 환상을 띄어주고 나는 그걸 그대로 그렸지.”

“그래서 왜 안 좋게 헤어졌는데?”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아빠는 이렇게 답했다.

“삼각관계였어.”

“엄마를 두고 경쟁했던 거야?”

그녀의 질문에 아빠는 난처한 기색을 보이더니 곧 으레 짓곤 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나를 두고 경쟁했지, 하하하!”

아빠가 바보 같은 농담을 자주 하는 걸 알았기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무시했다.

“그럼 내가 찾아가도 괜찮아?”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딸을 보며 아빠는 웃었다.

“왜? 너에게 다른 감정이라도 품을까 봐?”

“아니, 연적의 딸이라고 쫓아낼지도 모르잖아.”

“그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가 다 끝났어. 언제든 와도 좋다고 하더군. 그리고 혹시나 네게 무슨 다른 마음을 품을지도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녀석은 보통 사람과 다르니까. 녀석은…….”

아빠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녀석에겐 비밀이 있어. 내가 미리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지. 네가 직접 만나보고 판단하렴.”

아빠의 말에 마야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자, 그럼 우리 딸. 떠나기 전에 아빠 볼에 뽀뽀…….”

“저리 가. 귀찮아.”

떠나기 전에 은막 아르노에 대해 아빠가 당부했던 말.

삼각관계.

아르노의 비밀.

자신에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한 이유.

마야의 모든 신경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쏠렸다. 그 웃음, 그 눈빛, 그 호흡. 그녀의 본능이 호소했다. 그것은 20살 넘게 차이 나는 남자들 사이에서 흐를 법한 기류가 아님을.

설마 설마 설마.

날카로운 육감이 그녀의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카렌.”

“응?”

“나 좀 도와줘.”

마야는 품에서 투명 물감을 꺼내 손에 꽉 쥐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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