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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6

EP.355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9)

베티 브라이스. 그녀는 현세대 최고의 조련사 중 한 명으로 그 5인방 중 한 명인 우르수스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여자였다.

우르수스가 그가 길들인 동물들에게 ‘인스피라’를 터득하게 한 것으로 유명했다면, 베티는 그녀가 길들인 동물들에게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게 하는 것으로 이름 높았다. 많은 조련사가 자기가 길들인 동물과 대화를 나누곤 하지만, 그것은 동물들이 정말로 언어를 이해했다기보다는 서로의 음성, 동작, 눈빛을 통해 마음을 읽어내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티가 길들인 동물들은 달랐다. 그들은 정말로 언어를 인간 수준으로 다룰 수 있었다. 물론 발성 기관의 한계상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흙바닥에 글씨를 씀으로써 무언가를 설명하고 의사를 밝히고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가능했다.

“관객님들, 솔직히 저도 못 믿겠어요. 들짐승이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니요? 그런 건 우리 같은 똑똑한 날짐승들이나 가능한 일이라고요.”

무대 위에서 유창하게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은 그녀가 기르는 앵무새였다. 놈은 단순히 정해진 대사를 외는 것을 넘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즉석에서 재치 있는 대답을 짜낼 줄 알았다.

저것이 그녀의 인스피라라고 쑥덕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스피라를 몇 년 동안 계속 속임수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은 공연과 유희의 마신이 내려주는 힘이었다. 사람들에게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 힘은 점점 약해져서 사라져 버렸다. 즉, 그녀가 계속해서 인간의 말을 하는 동물들을 길러내어 무대 위에 세우는 것은 온전히 그녀 스스로 해낸 것이라는 말이었다.

인스피라를 이용한 사기나 범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도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이론상 인스피라를 계속 범죄에 쓰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뽐내고, 기술명을 외치는 정도의 퍼포먼스는 필요했다. 즉, 범죄를 하나의 공연으로 여기고 요란스러운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범죄자는 많지 않았다. 그런 조건이 없었다면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힘을 마구 휘두르는 자들이 세상에 넘쳐났을 것이다.

베티는 갈색의 곱슬머리를 흔들며 1시간 내내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그녀의 가장 오랜 파트너인 곰 빌리를 시작으로 해서, 앵무새에 호랑이, 코끼리, 고릴라, 표범 등이 차례로 나와서 각종 재주를 부렸다. 마무리는 그녀의 지휘 아래 수십 마리의 동물들이 합창하는 것으로 끝났다. 가지각색의 울음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합주곡을 만들어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안녕!”

베티가 입에 문 피리를 불자 동물들이 모두 정확히 같은 타이밍으로 그녀의 동작을 따라 했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것으로 인정되는 유일한 인스피라였다. 그녀는 피리 소리를 통해 자신이 길들인 동물들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었다.

열화와도 같은 갈채가 무대 위에 쏟아졌다. 다들 그녀의 쇼에 크게 감명받은 눈치였다.

그중에 엘라만큼 열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공연이 끝나고도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옆에 있는 레이나를 붙잡고 계속 오늘의 쇼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떠들어댔다. 심지어 나중에는 자신이 베티 흉내를 내더니 친구 보고는 베타가 기르는 동물 역할을 맡으라고 재촉했다.

“어서! 어서! 자, 착하지! 우리 레이나, 어흥…….”

“그만 좀 해! 이 길들이기 광팬아!”

“우아앗!”

보다 못한 레이나가 그녀의 볼을 잡고 양쪽으로 잡아당겼고, 그녀는 레이나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리며 간신히 폭주를 멈췄다. 그러나 그러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1분도 되지 않아 그녀는 “아까 고릴라가 자기도 조련사가 돼보겠다고 사람 흉내 내던 장면 기억해? 그 아이템은 말이야. 사실 우르수스의 원숭이 공연이 원조인데…….”라며 다시 말을 시작해 레이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엘라는 자신이 평소보다 과하게 수선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베티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려는 의도인 한편, 베티에 대해 팬심 이상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베티의 포스터를 처음으로 봤을 때가 기억났다. 그녀는 그녀를 보고 어떤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베티와 똑같이 입고 싶다고 할아버지에게 말했고, 할아버지는 조금 감탄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필 이 복장이라니. 마치 운명 같구나.

-운명? 우웅, 그게 무슨 말이야, 할부지?

-그러니까……아니다. 그냥 네 엄마처럼 너도 곡예사를 꿈꾸는 것 같아서 말이야.

-헤헤, 말했잖아. 나도 할아버지한테 곡예 배우고 싶다고.

-좋아, 그러면 우리 엘라의 이번 생일 선물은 저 옷으로 할까? 분명 잘 어울릴 거야.

-응! 좋아!

운명……. 그날부터 엘라는 막연히 베티가 자신의 엄마는 아닐까 상상했었다. 할아버지는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지만, 이야기책에는 항상 이런 경우 반전이 있기 마련이었다.

베티와 자신의 나이 차이는 열일곱. 아이를 낳기 불가능한 나이도 아닌 데다가, 그녀도 제2회 서커스 그랑프리의 현장에 있었었다. 할아버지가 아기였던 자신을 맡았다는 곳과 같은 장소였다. 혹시 할아버지가 잔해에 깔린 그녀를 죽은 것으로 치부하고 자신을 데려왔던 것은 아닐까?

어렸을 때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어 왔었다. 하지만 그것을 결코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었다.

할아버지는 엄마가 자신을 낳고 기력이 다해 죽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딸인 자신이 엉뚱한 사람을 엄마라고 여기고 산다면, 죽은 엄마에 대한 배신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에게 베티에 대한 마음에 팬심 외에는 없다는 것을 더욱 증명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줄이 줄어들어 그들 차례가 왔다. 엘라는 오늘 쇼에서 공연한 동물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다음 그들의 주인 앞에 섰다. 베티는 그녀를 보고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음, 단순히 내 팬인 줄 알았는데 아니잖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엘라.”

그 순간,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설마 했는데 설마?

“괴물서커스단의 부단장. 레카체프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지. 네 얘기 많이 들었어.”

엘라는 큰 실망감을 느꼈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본 것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업계 후배에게 건네는 인사였을 뿐이었다. 그녀의 눈빛이나 목소리는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베티는 그녀의 뒤에 선 레이나에게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네가 레이나구나. 너도 레카체프 시험에서 엄청났다며. 오랜만이네. 아, 물론 너는 기억 못 하겠지. 나는 네가 3살 때, 네 아버지랑 만난 적이 있거든.”

엘라는 열기가 팍 식는 것을 느꼈다. 물론 동경했던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운 마음은 여전히 있었지만, 아까만큼 흥분되지는 않았다.

자신은 그녀에게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역시 내내 부정해왔지만, 그녀가 혹시 자신의 진짜 엄마인 것은 아닐까 기대했던 것일까?

할아버지는 엄마가 확실히 죽었다고 했다. 직접 죽은 그녀의 배를 가르고 그녀를 꺼냈다고 했다. 그냥 그 말을 순수하게 믿었으면 됐는데……. 괜히 혼자 엉뚱한 기대를 품고는…….

“역시. 그 복장은 날 따라 한 거니? 후후, 엘라 너랑은 좀 더 길게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어때? 나중에 우리 서커스단에 방문해줄래?”

“네! 좋아요!”

엘라는 자신이 억지로 활기찬 척 대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동경하던 선배에게 직접 초청까지 받았는데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저승에서의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다고, 어비스를 여행했던 사람들의 기록에 나오던 것처럼 원더랜드에서의 기억도 금방 희미해져 갔다. 그러나 그녀는 한 사람의 모습만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허수아비 아저씨.’

3개월 전, 찰리가 죽었을 때, 그녀는 자살을 생각했었다. 그냥 그대로 끝나는 것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식으로 생을 마치면 슬퍼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라 시도하지 못했다.

-제 이름은 잊어도 엘피 양의 이름은 절대 잊어먹지 않을 겁니다! 30년, 40년이 지난다고 해도 말이죠! 그러니 늙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말이지? 약속!”

낡은 밀짚모자를 쓴 누더기 헝겊의 허수아비.

저승에 갔을 때, 자신을 마중 나왔던 남자.

가명을 썼음에도 원래부터 자신을 잘 알던 사람처럼 진짜 이름도 알고 있던 그 사람.

자신은 약속했었다. 그에게. 절대 자살 따위 하지 않겠다고.

그래. 맞다.

원한과 비통함을 가지고 자살 같은 것을 했다가 원더랜드의 인력에 끌려가지 못하고 지상에 지박령처럼 남아버릴지도 몰랐다.

그것만은 죽어도 싫었다. 죽어서 그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에.

‘오늘따라 왠지 아저씨가 보고 싶네.’

올해 여름, 그는 요정들의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지상으로 올라온다고 했었다. 요정들로 이루어진 서커스단의 단장인 오베론은 그녀 역시 그곳에 초대해준다고 약속했었다.

혹시 거기서 다시 아저씨를 만날 수 있을까?

그때는 거기서 못했던 질문을 아저씨에게 할 수 있을까?

한겨울의 낮에 서서 그녀는 한여름의 밤을 기다렸다.

***

칼디르의 구석진 골목에서 니카는 나타샤가 수집해온 정보들을 검토했다. 정보부의 요원들을 대거 투입한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축제 덕분에 외부인의 유입이 활발한 것도 첩보부원들이 활동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이 지방은 원래 첩자들이 그렇게 많이 파견되어 있지 않았다. 이곳의 통치는 합병 이후로 빠르게 안정적으로 변했다. 20여 전부터 첩보부원 수를 점점 줄여나가서 지금은 거의 지방 신문사 기자 한두 명을 파견한 수준의 정보망밖에 깔려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첩보 요원들이 들어오는 데 애먹긴 했지만, 일단 들어온 다음에는 움직이는 것이 수월했다. 오랜 세월 첩보전이 없었다 보니 상대의 대비가 무뎌진 것이다. 그래서 최정예 첩보부원들이 그 허점을 찔러 빠르게 핵심 기밀들을 빼내 올 수 있었다.

“능구렁이 100마리를 배에 품은 인간이군.”

정보를 모두 검토한 니카는 아무르 후작을 그렇게 평했다. 보통 반란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측근들을 중심으로 정보의 장벽을 세우고, 믿을 수 있는 소수의 무력 집단을 육성하고자 했으며, 일을 빠르고 성급하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첩보 요원들은 그런 움직임을 감지하도록 훈련받았다.

그러나 아무르 후작이 그린 그림은 그보다 훨씬 컸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지역 전체의 총력전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유사시에 언제든지 지역 전체를 병참 기지화할 수 있는 핵심 산업들을 조심스레 끌고 오고, 교육과 문화를 이용해 농노부터 하급 귀족까지 ‘아무르 지방민’이라는 독립성을 의식화하고, 반체제 인사들로 분류하기에는 모호한 제국 내의 세력가들과 교류를 이어갔다.

이것은 평소에 많은 첩보부원을 파견해두었다고 해도 알아차리기 힘든 정보들이었다. 아무르 후작이 황제 독살 시도의 배후라는 전제를 가지고 덤볐기에 간신히 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것도 니카가 직접 진두지휘하지 않았으면 갈팡질팡했을 지점들이 몇 번이나 있었다.

“아무르 후작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펠레빈 측에 이 정보를 보내서 의견을 구해야지. 내 생각에는……스승도 비슷한 의견이겠지만……아마도 손을 잡는 편이 나을 거야. 우리가 얻은 정보로는 그를 재판대에 세울 수 없어. 기껏해야 그의 측근 중 한 명이 끝이겠지. 하지만 그런 걸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도 후작이 원하는 바는 아닐 거야. 우리는 이 정보들로 그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건 최대한 얻어내는 게 좋아. 그가 원하는 것은 제국의 혼란이고, 손을 잡자면 개혁 세력인 우리의 손을 잡으려 하겠지.”

니카는 그렇게 이번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를 바라보는 나타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애초에 황태자가 서커스단에 잠행한다는 것 자체를 반기지 않았다. 체면은 물론, 호위의 문제도 있었고, 정말 실익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황태자는 적어도 실익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주었다. 아무르 후작에 대해서는 그가 원더스타인에게서 얻어낸 실마리가 없었다면 결코 캐내지 못했을 것이다.

일을 마친 니카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은근한 목소리 질문했다.

“아, 맞다. 단장님은 오늘 누구랑 외출했지?”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며 말을 꺼내는 황태자의 모습에 나타샤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유라크네 씨와 나갔어요.”

“유라크네 씨라……. 그렇군…….”

니카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원더스타인과 같은 방을 쓰는 그였다. 그에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이 몸을 섞는 사이라는 것은 예전에 눈치챘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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